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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연예인 부정입학, 그것을 알려주마

2001. 2. 10.
딴따라딴지 입시부정 추방본부장 푸른 빛 블 루

 

 

 

 




 
 

 

 

 

 

울나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어느 대학의 합격자가 발표되어 온나라가 들썩이던 지난 주말, 고려대학교에서는 이미 1년간이나 학교를 다닌 학생의 합격을 취소하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니들도 알다시피 그 주인공은 인기그룹 SES의 멤버인 유진이었다. 이로써 SES는 외대 입학이 취소된 슈를 합쳐 두명의 멤버가 졸지에 부정입학자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팬들은 아쉬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그저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복잡하고 지저분한 우리 사회, 특히 연예계의 모순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배후에는 울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스타들의 특권의식, 학교의 욕심, 기획사의 장삿속, 그리고 팬들과 사회의 비뚤어진 편견까지 복마전처럼 얽혀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상황의 본질을 알기 위해선 이 모든 관계를 디벼보지 않으면 안된다.

 

 

어려운 입장에 놓인 개인의 처지는 안됐지만 짚을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욕을 할려고 해도 뭘 알고 해야 자격이 있는거다.

 

 

고로, 본지는 이 기회에 대학과 얽혀있는 우리 대중음악계와 사회의 추한 모습을 깊숙히 파헤쳐볼까 한다. 어느 언론에서도 제대로 후벼파주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한 손가락 두마디 깊이의 정조준 똥침이 될 것이므로, 사스러운 맘을 모두 비운채 겸허한 맘으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자 그럼 간다.

 

 


 

 

 

 특례입학이 뭐다냐?

 

 

 

체험활동, 봉사활동, 특례, 수시, 정시, 가나다라 군과 종합 생활기록부, 방과후 특기적성교육, 정보소양인증, 심층면접, 환산표준점수, 교과목 석차 백분율... 헥헥.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본 기자도 매년 바뀌는 입시 제도들이 헷갈리는 판에 니들은 오죽하겠나. 여튼 위의 것들 중 하나라도 아리까리한게 있다면 당신은 대학 다갔다고 보면 된다.

 

 

 

 






 
 

씨바.. 잠이나 자자

 

 

 

 

이렇게 복잡한 울나라 교육제도 욕하는 사람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교육부나 교사들이라고 해서 그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하나 없다. 오히려 최근 10년사이의 교육계의 대혼란은 이런 현실을 좀 제대로 바꿔보자는 노력이 실제 현실과 전혀 아귀가 안맞으면서 벌어진 잘하려다 망친 케이스다.

 

 

특례입학도 마찬가지다. 특별전형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제도는 하도 복잡하고 다양해서 다 설명할 순 없지만 간단히 말해 이제까지 성적으로만 줄세워 대학가던 것을 탈피해 성적 이외의 특별한 재능이 있으면 그걸 근거로 대학에 입학시킬수 있게 한 제도다. 뜻은 얼마나 좋은가, 항상 우리가 이야기하던 한줄이 아닌 여러줄 세우기가 바로 이거 아닌가 말이다!

 

 

근데 항상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다. 비상 차량 외엔 갓길로 다니지 말랬더니 명절날 견인차를 빌려서 견인차 뒤에 자가용 걸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갓길로 다니는 울나라 사람들에게 특례입학은 공부안해도 대학갈수 있는 뒷문 정도로만 보일 뿐일지도 모른다.

 

 

특례입학의 장점은 뭐냐, 일단 수능시험공부를 전혀 안해도 된다.(내지는 못해도 된다. --;) 둘째로 잘만 골라간다면 심지어 내신점수도 필요없다. 대표적인 예로 탤런트 최모양은 서류전형 80%, 면접 20%로 학생을 뽑는 한양대학 연극영화과 특별전형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입학해서 애써 공부를 하고도 떨어진 학생들의 엄청난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여튼 이런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특례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다시한번 말해보자.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된다. 

 

 

 

 

 

 

 

 

 

 

 

요것만 있으면 된다는 얘긴데...

 

 

 

 

 

 

 

그럼 이번에 문제가 된 유진과 슈는 고등학교 졸업도 못했단 말이냐? 믿기지 않겠지만 그렇다. 

 

 

유진과 슈는 모두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가 SES활동을 계기로 귀국한 경우로 모두 국내의 Kent 외국인 학교에 입학했다. 고려대, 외대는 모두 이 학교의 졸업장과 추천장을 근거로 둘은 특별전형으로 뽑았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학교는 교육법상 정식학교가 아닌 각종학교(정규학교에서 가르칠수 없는 특수한 기능을 가르치는 학교)로 말하자면 학원과 비슷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 학교 졸업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유진이나 슈가 대학에 가려면 고졸검정고시를 쳤어야만 했던 거다. 그러니 유진과 슈의 현재 최종학력은 중졸이 되고 중졸이니 대학입학은 원천무효가 되어 합격이 취소가 됐다. 

 

 

자, 여기까지만 보자면 유진이나 슈는 질나쁜 학교에 속아넘어간 피해자고, 제도나 대학당국 또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열분들이 이미 예상하다시피 여기서 얘기가 끝나는 거라면 이 글을 왜 쓰겠는가... 

 

 

 

 

 

 왜 그렇게 대학에 가고잡냐?

 

 

길가던 소도 웃을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반드시 대학에 가야한다는 압박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뭐 울나라에서 대학못간 넘은 인간 취급도 못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별한 재능까지 가지신 분들이 그렇게 머리를 디밀고 대학에 가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알고보면 스타 개인과 학교, 그리고 기획사의 욕심이 맞아떨어진 한편의 장대한 드라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스타개인

 

 

노래 중간에 혀꼬부라지는 소리가 들어가면 환희의 경기를 일으키는 최근의 세태에 힘입어, 본토에서 직수입된 이른바 이민파 가수들이 늘어나자 몇가지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절대 관계없음

 

 

 

 

 

 

 

한국말을 못한다든가 한국적 기준에서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본토출신의 자부심으로 얼마든지 뻐팅길 수 있었지만, 울나라 남자라면 누구도, 혹은 빽없는 놈들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병역의 신성한 의무는 무식하게도 이런 선진 문화의 전수자에게도 예외없이 가해졌던 것이다.

 

 

오빠가 군대를 갔다오면 아저씨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음악적으로 승부한다기보다는 얼굴과 이미지로 그럭저럭 버티는 가수들이 아저씨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사태다. 게다가 군대에서 배우는 춤이란 태권무가 고작인데 제대하고나서 메탈릭 아웃도어 테크노 그룹 태권V를 결성할게 아니라면 이 뻣뻣해진 몸은 어쩐단 말이냐. 

 

 

말하자면 군입대는 댄스가수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해서 이 외제같은 국산 가수들은 6개월마다 앨범제작, 재충전, 공연등등의 핑계로 외국으로 정기적으로 나갔다 들어오면서 여권을 연장시켰지만(참고로 이건 동남아 출신 불법취업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1년이상 국내에 거주한 병역의무자의 경우 입영시킨다는 규정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여기서 바로 대학이 등장한다. 울나라에서는 해외에 나가있는 동포들의 국내 수학을 장려하기 위해 모국수학제라는 것을 두고 있다. 즉 공부하러 온 동포들은 1년 이상 있어도 군대에 안가도 된다는 거다. 요걸 이용해서 이 가수들은 일단 아무 대학이나 입학한 후 일부러 재수강, 제적, 복학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 군대를 안가고 있다.

 

 

 

 

 

 

 

 

 

 

 

특정 기사와 관련 있음

 

 

 

 

 

 

 

최근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된 가수들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모씨과 SM기획의 대표적 그룹 멤버인 A모씨이다. 특히 유모씨는 대한민국의 남자답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했다가 그러면 곧장 군대에 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다음날 황급히 말을 바꾸는 대한건아 다운 기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모2년제 대학을 곡예를 거듭하며 아쉽게 졸업한 후 다시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엄청난 학구열을 발휘하고 있다. 귀기울여 잘 들어보면 들린다. 강렬한 눈빛으로 병역제도를 뒤돌아보면 내뱉는 한마디,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물론 대학에 가려는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다. 음악에 평생을 바칠 의지도 실력도 없는 어린 아이돌들에게 가수는 발목 제대로 돌아가고 아직 팬들이 싫증내지 않는 젊은 시절동안 돈도 벌고 인기도 끌면서 함 해보는 일에 불과하다. 결국 가수, 뮤지션으로서 본다면 이들은 사실상 프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진짜 프로페셔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건 이제까지 학생가수로서 누리던 여러가지 관용과 특권, 애들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하는 무서운 선택인 것이다.

 

 

서태지는 제대로 음악을 하는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이들은 정반대의 이유로 어떻게든 대학에 가야만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음악에 평생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면 스타 이후의 인생도 생각해봐야 한다. 인기도 사라지고 팬들이 없어진다해도 어찌 들어갔건 대학졸업장이 남는다면 상당히 해볼만한 장사 아닌가.

 

 

스타 되기가 어렵다지만 명문대 들어가는 것도 스타가 되는 것보다 쉬울 것이 없다면 차라리 이쪽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거꾸로 대학에 가기위해 가수를 지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며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대학에 넣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방송사에서 주는 신인상이 수상경력으로 중요하게 점수가 매겨지는 통에 매니저마다 연말이면 로비하느라 정신이 없고 어떤 연예인은 대입에 실패한 후 부끄러운 마음에 매니저가 원서접수마감을 놓쳐서 대학에 떨어졌다고 덤터기를 씌웠다가 알고보니 시험까지 다 치르고 떨어진 것이 밝혀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가수들은 매주 차트를 볼때마다 시험등수를 보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기획사

 

 

아무래도 가수들의 입시결과에 가장 신경쓰는 곳은 바로 가수들이 소속된 기획사일 것이다. 이들에겐 대학 = 돈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이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미지라는 면에서 대학은 가수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해주고 있다. 

 

 

무슨 소리냐면, 먼저 대학은 가수들의 아이돌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유지시켜준다. 10대가수라면 당연히 19살까지겠지만 지금까지 잘 팔아오던 가수를 스무살이 됐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아이돌 스타의 생명은 동일시에 있다. 나와 같은 사람, 나의 또다른 모습, 이웃집 오빠, 멋진 형 이런 타인에 대한 나의 투사가 아이돌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스무살이 된다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이런 동일시의 행복한 환상을 깨는, 이젠 오빠가 아니라 가수로서 보게 만드는 아주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애들이 꿈에서 깨면 남는 것은 화려하지만 텅빈 껍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기획사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병역기피 가수들이 하듯 고등학교를 꿇을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면 나가 노는 아이들 혹은 날라리 양아치들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완전히 이질감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고등학생이라도 홍대근처의 클럽에서 연주하는 애들에게 갖는 부당한 경멸과 위협의 느낌은 이런 이질감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아이돌 스타들은 나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착하고 능력있고 지극히 정상적인, 정상적이면서도 잘난 아이들이라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부지런히 이런저런 프로에 출연해서 뜀박질도 잘하고 애도 잘보고 불쌍한 사람도 돕고 위대한 이나라의 통일과 한국인의 자존심까지 가슴에 품고사는 건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 아니겠냐. 그러니 대학에 못가면 알고보니 노는 아이들이 되는데다 더불어 사회인이 되는거다. 이건 오빠가 아저씨가 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

 

 

그런만큼, 뒤집어보면 만약 좋은 대학을 간다면 엄청난 프리미엄을 보장받게 된다. 얼마전 설날 방영한 코미디 프로에 어느 코미디언을 소개하면서 자막으로 s대학 출신 코미디언!이라는 뜬금없는 자막이 당당히 강조 표시와 함께 떠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S대학이 뭔 상관이냐, 코미디언이라면 웃기면 되는거 아닌가. 근데 울나라에서는 이런 딱지만 붙으면 타잔 복장을 하고 나와도 지적인 인물이 된다. 똑똑한데다 웃기기까지 하는 인물이 되는 거다. 

 

 

 

 

 

 

 

 

 

 

 

니들, 속고 있는 거라니까...?

 

 

 

 

 

 

 

아이돌이란 어떤 의미에서건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좋은 대학이라는 간판은 아이돌 스타의 상품성을 극적으로 높이게 된다. 

 

 

이같은 싸구려 이미지 플레이가 아닌 정말 음악을 진지하게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딱지가 더 부담스럽다. 

 

 

신해철, 정석원, 김동률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음악을 열심히 해도 음악 자체보단 그들이 다닌 대학을 먼저 보기때문에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억지로라도 대학을 가려는 것은 완전히 음악 외적인 목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울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학맥과 인맥의 문제가 연예계에도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연기자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수들의 경우도 캐스팅이나 홍보에 이런 학맥이 강하게 작용한다. 아무래도 스타 시스템이란 것은 스타의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대중매체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웃기는 유행어도 수십 수백번하면 뜨게 되어 있고 안좋은 노래도 수백 수천번 들으면 무의식중에 흥얼거릴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대중매체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과의 연계는 스타의 생명력 그 자체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별다른 히트곡이나 특별한 재주 없이도 꾸준히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인맥과 학맥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 알수 있을거다.

 

 

세번째로 이런 기획사의 입시 능력은 재능있는 신인들을 픽업하고 스카우트하는데 막강한 유인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요즘은 신인들을 뽑을때 기획사측에서 대학입학과 병역면제까지 책임져준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기획사간의 경쟁관계가 점점 치열해 지면서 이런 능력은 기획사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거꾸로 스타로 만들어서 대학에 넣어달라고 돈을 싸들고 오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하고.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신문을 잘 안봐서 그런지 세상 돌아가는 감잡는 능력이 떨어진걸 느낀다. 언제부터 국방부와 교육부가 민영화된거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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