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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영남인들이여 깨어나라 !

2000. 4.24.월요일
딴지수뇌부



히틀러


히틀러 이야기를 좀 하련다.


이렇게 시작하면 눈치빠른 넘들은 벌써 아 씨바 또 극우타령이군, 할지도 모른다. 


혹은 선거 직후니까 지역감정 자극하는 정치인들이 파시스트란 요지의 기사겠군 하고 때려잡을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모두 틀리셨다. 자 바바.


솔직히 히틀러라는 인간에 버금가게 막 나가는 대한민국 정치인은 없었다. 


히틀러 이 인간은 진짜 과격했다. 딴 거 생각할 거 없이 멀쩡한 생사람 잡아다가,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만 명씩 죽여댄 걸 보면 도대체 제정신이 아닌 인간으로 보인다. 


가령 우리 나라에서 누군가가 조선족이 한민족의 물을 흐려 놓으므로 다 잡아 죽이자 라고 주장하고, 또 실제로 수만 명을 쌩으로 죽이는 거 감히 상상이나 할 법한가? 단순히 주장한 사람뿐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온 나라가 전부 합심하여 단순 무식 과격으로 전국민적 합의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건 생각도 못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넘이 완전히 정신 나간 쉐이도, 아는 거 조또 없는 무지한 넘도 아니라는 거다. 


나찌즘, 다른 말로 국가사회주의 이념(이거 사회주의하고 별 상관없다)은 나름대로 완결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다윈에게서 따온 적자생존의 논리, 신학에서 영향 받은 종말론, 유럽의 뿌리깊은 반유대주의, 민속학에서 따온 종족이론, 19세기말의 염세주의 등등이 교묘하게 짬뽕되어서 그들의 세계관을 이룬다. 사실 그저 한 미친 쉐이의 망발에 불과했다면 그렇게 광범위하고 열렬한 독일민중의 환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의 철조망...



그 중에서 유태인에 대한 증오는 가히 예술적 경지였다. 온갖 나쁜 건 다 유태인 때문이었다. 돈 밖에 모르고, 사기 잘 치고, 정직하지 못하고, 앞에서 굽실거리면서 뒤에 가서 딴말하고, 독일 민족의 부()를 빼앗아 가고, 지네들끼리 똘똘 뭉치고, 기타 등등... 히틀러는 유태인이 나쁘다는 걸 얘기하려고 기생충학까지 공부해서 비유하는 데 써먹었다. 


심지어 



"유대인이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내야 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적을 필요로 한다"


고까지 했다. 유태인이 없으면 만들어내서라도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오자.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오늘날 전라도 사람에 대해 부여된 부정적 이미지는 당시의 유태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데중 닮아 거짓말 잘하고, 사기 잘 치고, 앞에선 무지 싹싹하지만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고, 게다가 정권까지 잡아서 경상도 죽이기나 하고 있고,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서 중요한 직책 다 나눠먹고... 경상도 쪽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서울 강남의 딴나라당 후보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선거 모토였었다. 선거 사무소 건물한쪽에 우리 당은 믿을 수 있다 하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이면 그건 곧 저쪽은 거짓말 잘한다 뭐 그런 뜻인 거는 당근이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가 아직도 궁금하지? 요점부터 말한다면 이런 거다. 지역감정은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듯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거다. 그것도 나름대로의 체계적 세계관이 있다는 거다. 특히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가 그렇다는 거다. 


아 그럼 갱상도 사람이 다 파시스트냐구? 당연히 것두 아니다. 웃기는 소리만 하는 거 같아도 딴지는 그렇게 단순무식하지 않다.


 전라도


전라도에 대한 편견 얘기를 좀 더 해보자. 근데 여기서 잠깐. 


이제 전라도가 정권 잡았으니 걔네들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구? 이제 칼자루 쥔 건 전라도지 경상도가 아니라구? 2년 만에 우리 나라가 그렇게 싹 바뀔 수나 있는 나라라면 오히려 좋게? 지역주의는 정치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대통령 누구 됐다고 일이 년만에 절대 바뀌지 않는다.


어느 곳이나 사회적 약자집단에 대해서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주어진다. 영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생각도 그랬고, 일제시대 우리에 대한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전라도도 마찬가지다. 말 나온 김에 이번엔 서양말고 우리 나라 역사를 함 보자. 히틀러 시대 비슷하게 30년대로 가 보자.


유명한 일본인 학자 중에 아끼바라는 할배가 있었다. 민속학자다. 20년대 후반부터 30년대 초반까지 조선총독부에서는 대대적으로 조선 민속 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에 핵심적인 인물이 이 할아버지였다. 이때 나온 조사 보고서는 아직도 우리나라 문화 연구에 중요한 일차 자료다.


조선에서의 과업을 끝마친 후 이 할아버지는 만주로 간다. 때는 바야흐로 만주국의 창설과 함께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고 있던 때였던 것이다. 이 사람 평생의 연구목적은 단순하게 말하면 이런 거였다. 일본 제국주의의 합리화. 그러니까 일본이나 조선이나 만주나 다 원류는 하나고 뿌리는 같은데 일본이 그중 가장 강성하니까 서로 통합 발전해야 된다는 거였다.


이 양반이 조선에서 본 건 바로 굿을 비롯한 무속이었다. 그는 샤머니즘이 바로 조선 심성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데 열과 성을 기울였다. 나중에 만주에 가서는 엘런춘이라고 하는, 겨우 인구 수백 명밖에 안 남아서 절멸의 위기에 처한 쬐끄만 부족을 찾아내고는 뛸 듯이 기뻤다. 거기에 자기가 생각하는 동북아시아 문화의 원류가 다 들어있었던 거다. 소위 말하는 원형이 거기 있었던 거다.


그런 류의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일본 내에서 조선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굿, 샤머니즘, 뭐 그런 걸 생각해 보자. 아무 것에나 혼령이 있다고 쉽게 의인화해서 생각한다거나, 감정에 쉽게 좌우되고, 분위기에 잘 휩쓸리고, 물건이나 사람이나 귀신한테 감정이입 잘하고, 이성적 사고에는 취약하고, 기복적이고 내자식 내가족이 우선이고.... 다시 말해 일본이라는 이성적이고 강하고 진취적이고 우월한 남성에 대해서 아직도 원시적 심성을 간직한 여성으로서 그려졌던 것이다.


일본 할배들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한국 섹스관광에 열을 올렸겠는가? 물가가 싸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일본인들 머리 속에 자리잡혀 있는, 조선이 표상하는 여성적 매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라도도 마찬가지다. 예술적 기질이 있고,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 쓰고, 변덕스럽고, 내숭 잘 떨고, 싹싹하고 살림 잘하고 바지런하고 음식 맛있고.... 전라도는 곧 여성성이다. 주변에서 잘 듣는 이야기도 전라도 여자와 결혼해봤더니.... 혹은 전라도 사람을 부하직원으로 써 봤더니... 하는 거지 전라도 상사나 전라도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전라도의 남성성은 일상생활의 영역에서는 담론화되지 않는다. 동학혁명, 빨치산, 광주항쟁 같은 저항적 성격일 때나 드러난다.


경상도는 그와 정반대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우스개 소리의 주인공이 되는 데는 경상도밖에는 없다. 경상도 남자 하면 사나이답다 무뚝뚝하다 등등이 떠오르지만 전라도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다. 경상도 기질하면 단순무식과격한 게 떠오르지만 전라도기질 하면 뭔가 내향적인 걸 가리킨다. 


어느 사회나 기득권 남성은 소수집단이 여성일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일례로 동양여성이 미국가면 동양적 미를 간직한 이성으로 대접받는다. 미국남자와 결혼한 동양여자는 그들 집단의 일원으로 낄 수 있다. 하지만 동양남자? 엄청 힘들다. 말 그대로 좆도 아니다. 좆 축에 안 끼워 준다고.


영호남을 둘러싼 지역대립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정치적 성()의 논리가 깔려 있다.


 지역감정


4·13 총선은 지역구도의 극치라고들 한다. 지역감정이 오늘에 이르러서 드디어 완성되었다고까지 한다. 하지만 영남의 싹쓸이는 과거의 지역할거주의와는 아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나눠 먹을 때만 해도 지역주의는 우리지역 출신 밀어주기였다.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나오고 국회의원 많이 나오면 떡고물 많이 떨어지겠지 하는 거였다. 속은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이번 영남의 싹쓸이는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드디어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우선 지역의 맹주라고 자처하는 김윤환 이수성 김광일 등이 다 떨어졌다. 이 인간들이 누구인가. TK 정권 창출론이니 하면서 TK, PK 울궈서 먹고 살았던 인간들이다. 영도다리 얘기도 자신감 없으면 그거 하기 힘든 소리다. 이런 인간들이 모조리 떨어졌다는 건 기존의 지역할거주의와는 뭔가 다른 무엇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딴나라당의 영남 싹쓸이는 그렇다고 영남 지역발전의 논리가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대구지역에 수천억 원 퍼 준 김중권 같은 인물도 다 떨어졌다. ( 이 사람들이 붙었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닌 거는 얘기 안 해도 알 거라 믿는다. ) 영남이 뭉친 건 결국 단 하나, 반김데중, 반전라도 그거 하나였다. 


이헤창이 영남사람이 아니니까 지역감정 없어졌다구? 그거 말도 안되는 거 니도 알지. 김데중, 즉 전라도에 맞서 싸우기만 한다면 이헤창이 이북사람이건 충청도 사람이건 심지어 호남사람이건 아무 상관없다. 고문지휘자, 반인륜사범이라고 지탄받는 정형근도 상관없다. 전라도 정권이 영남 다 죽인다 한마디만 하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 


이는 영남의 지역주의가 과거의 방어적 감정에서 이제 공격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딴나라당을 지지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이 당선됐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노무현은 당선되어야 할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는 맥락에서는 그렇다. ) 누구누구가 됐어야 한다는 건 없다. 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싹쓸이는 영남의 극단적인 불안감의 표출이다. 빼앗긴 정권을 다시 찾아와야 안심할 수 있다는 영남 패권주의의 광기어린 발현이다.








"살림살이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죠? 더 나아지신 분 계십니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아! 저기 몇 분 계시네요.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닙니까? 하하 농담입니다." 


단상에 오르자 마자 결코 가볍지 않은 "위트"로 시작한 허후보는 갈수록 신이 난다. 


"중앙정부 요직에 부산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서 몇몇 사람이 눈에 띄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이정도는 약과다. 곧이어 이날 발언의 "백미"가 터져 나온다. 


"여러분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다 틀렸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들 딸들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습니까." - 4.3. 부산일보 손영신 기자 기사 중에서



노무현을 꺾은 허태열 당선자의 말이다. 이제는 아무리 실력 있어도 전라도 사람 밑에서 머슴살이나 할거다, 이게 씨바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할 말인가. 더구나, 친구하고 술 먹는 자리도 아니고 합동연설회에서 말이다. 


유태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때려잡아야 한다고 히틀러가 그랬다. 호남에 가면 백화점이 흥청망청하고 공장굴뚝에 연기 잘 날이 없고, 실업자도 없다는 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전라도는 살림도 폈고 자리도 다 독식했고, 까딱 잘못하다간 앞으로도 대대손손 비굴하게 지내야 한다는 말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적이 있어야 뭉치니까. 


사실 영남의 무조건적인 반감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전라도 인간이 국가원수라는 게 그저 싫은데 어떡하겠는가. 아무리 김데중이 선심을 베풀어도 소용없다. 아니 그럴수록 지지도는 더 내려간다. 자존심 상하니까.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하는 남자직원을 불쌍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통념 같은 걸 떠올리면 비슷할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반드시 경상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사회계층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게 경상도이기 때문에 경상도를 주로 이야기한다)


경상도 머슴아들의 패권의식은 다음 논리에서도 드러난다. 김데중 집권 2년 동안 지역감정이 더 심화되었다고 한다. 전라도인에 대한 반감이 더 노골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건 김데중한테 책임이 있다고 한다. 이건 아주 널리 이야기되는 논리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도 점잖은 문구로 신문에 이렇게 써댄다. 지역감정 심화는 김데중 책임...


이거야말로 깡패논리다. 


미워하기는 자기들이 미워해 놓고 그 잘못이 왜 미움받은 사람에게 있나. 너 내 눈에 못 들면 알지... 뭐 그런 말하고 본질적으로 똑같다. 김데중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김데중을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걸로 영남 패권주의가 정당화할 수는 절대 없다는 거다. 또 그게 반김데중이면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이게 반전라도로 변질된다는 거다. 


허깨비


이쯤해서 이제는 본우원이 사과할 차례다. 수많은 경상도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나름대로 소신과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빗발치는 멜질이 눈에 선하다 씨바...) 그들이 모두 무뇌아라거나 파시스트 도당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또 전라도는 뭐가 다르냐 하는 항의도 벌써부터 귀꾸녕에 메아리쳐 들려온다. 


전라도 싹쓸이도 물론 좋은 거 아니다. 후진적이고 없어져야 할 병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경상도의 공격적 패권주의가 비판받는 건 훨씬 죄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게 안 좋은 이유는 경상도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 토양이 매우 건강하지 못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찌즘도 사실은 세계에 대한 공포로부터 시작되었다. 전쟁의 패배, 급속한 변화, 경제적 불안정, 군주제가 폐지되고 난생 처음 해보는 공화정, 이런 것들에 대한 중산층의 위기의식과 공포감이 출발점이었다. 옛 세계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귀족주의적, 엘리트주의적 세계를 지향하는 지도자들과, 그들이 타겟으로 삼은 중산층과 시민계급이 불행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작금의 경상도가 바로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IMF에 따른 경제적 불안, 난생 처음 보는 비영남권에 의한 정권교체, 또 그런 불안을 증폭시켜 지들 배를 따숩게 하려는 기득 정치인들...


파시즘적 세계관은 적과 나를 단순화시켜서 본다. 유태인만 없으면 위대한 도이치의 이상이 실현될 거라 믿었다. 오늘날의 지역패권주의도 마찬가지다. 전라도만 아니면 될 것 같다고 착각한다. 혹은 그와 반대로 무조건 반() 경상도를 외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건 세상을 단순화시켜 허깨비를 보게 만든다.


우선 전라도가 정권 잡았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경상도가 되찾아온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엔 무지무지하게, 상상을 초월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전라도가, 경상도가 어떻게 정권을 잡는다는 말인가. 인구 25%면 천만이다. 1에다가 0이 7개가 붙는다. 밤에 누워서 함 1부터 세어 봐라. 셀 수 있나.


전라도건 경상도건, 그건 어떤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그 속에는 재벌집 아들부터 공사판 막노동자, 근근히 살아가는 소작농까지 수많은 삶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전라도라는, 경상도라는 단일한 실체가 있다는 그 자체가 허상이다. 전라도 정권이 경상도를 죽인다는 건 그래서 말도 안된다. 경상도가 그 정도로 죽을 만큼 조또 아니란 말인가. 그럼 경상도를 죽이기 전엔 뭐 특별한 거 있었나. 그전에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때 경상도 사람들은 뭐 통장에 매달 백만원씩 입금이라고 해줬다는 말인가. 


그니까 "전라도가 경상도 다 죽인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외치는 쉐이들은 다 개박살을 내야 한다. 그넘들이야말로 국민을 우매하게 만들어 지 뱃속만 챙기려 드는 파렴치범일 뿐 아니라 역사의 죄인이다. 그리고 그걸로 정권 잡겠다고 생각하는 쉐이들은 후손들한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씨박색덜아 !


마지막으로 딴나라당에게 충고 한마디 하겠다(본지 언제나 참 친절하기도 하다). 선거에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딴나라당은 스스로 묘혈을 파고 있는 꼴이다.


지금 딴나라당을 보면 87년 전후한 평민당이 자꾸만 떠오른다. 당시 김데중은 왜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는가에 대한 추궁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매일같이 호남에서 버스 대절해서 올라와서 출마하라고 난리다. 전화통에 불이 난다. 그들의 한맺힌 요구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할 때 그걸 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당시 김데중의 심정이 전혀 말이 안된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선거 이후로 단순한 호남 맹주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전까지는 적어도 그것보다는 훨씬 비중 있는 전국적 인사였다. 이어서 펼쳐진 총선. 대선은 실패했지만 평민당은 호남 싹쓸이표로 제1야당이 된다. 그건 분명히 선거에선 승리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지역주의는 당장은 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데중은 엄청난 정치적 희생을 치러야 했다.


지역주의는 그만큼 한 정치인의 한계를 명확하게 만들어 버린다. 지난번 천 만표 득표의 환상에 빠져 있다가는 이헤창도 무슨 도 맹주 정도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대쪽의 약발도 떨어진 지금, 이헤창은 의석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당의 미래를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과연 선거 승리일까부터. 설사 승리라 하더라도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부터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이헤창은 그렇다쳐도 좃선 애들은 또 왜 신났어. 빙신. 





정치의 계절이다. 하지만 그 계절은 봄이 아니다. 진달래 산수유 피어나는 4월이지만 말이다. 


4·13 선거로 딴나라당은 영남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지역패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경상도의 정서는 정헝근 같은 인간을 80% 가까운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키게 했다. 누구의 상상이나 가설이 아니라, 실제 백주대낮에 국민들이 선택해서 만들어진 결과다. 도대체 정헝근 같은 인간을 이렇게 열렬히 지지해주는 나라가 또 있을까. 


지역주의는 이제 공격적이고 파멸적인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어쩌면 그 토양에서 더 큰 불행이 싹틀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후퇴하고 말았다. 오호 통재라.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영남인들 밖에 없다.
영남인들, 당신들이 깨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영남인들이여, 
영남인들이여, 깨어나라 !
 





 


- 논설주간 최내현 ( asever@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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