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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망언이 우찌되었다구?

2000. 4.24.월요일
딴지  정치부 기자 최가박당

지난 총선 전에  범 부산 시민 영도다리 다이빙 운동을 주창하던 민국당 김꽝일 전 구케으원의 모습을 보면서, 본 기자는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망언을 터뜨려대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치밀한 계산 속에서 우발적 발언을 하고, 계획대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시침 뚝 떼거나 혹은 적반하장 씨바 사실이 그렇찮어! 하고 큰소리 치는 그들의 모습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국내에서 총선 분위기가 막바지에 치닫을 무렵인 지난 4월 9일 일본의 우익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꾜 도지사는 육상 자위대 창립 기념식에서 통 크게도 전 세계인들을 향하여 대박 망언을 터뜨렸다.



도쿄에선 불법 입국한 많은 「3국인」과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큰 재해가 발생하면 이들이 소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거니까 "일본에 빌붙어 사는 외국년넘들, 니네 또 한번의 관동 대지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짐승처럼 난동부릴 거지? 내가 모를 줄 알고?" 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시비를 걸고 자빠진거다. 


 언론..니네 똑바루 안할래


이번 망언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이나 일본이 한국의 일제역사에 대해 뭣하러 사과하는데? 하는 따위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는 망언(사실 소수의 일본 지식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일본인들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다. 교과서에 실려 있어야 말이지. 따라서 자신들도 모르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정치인들이 어떤 소리를 하건 일본인들에게는 전혀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게 당근지사다)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단순히 한국이라는 쪼매한 나라에만 한정되는 망언이 아니라 전 세계 인민들을 향한 통 큰 망언이라는 거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이번 망언 사태에 대해서는 심상찮은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한국 정치인이 됐건, 세계를 상대로 가미가제 국수주의의 칼날을 들이대는 일본 꼴통 우익 정치인이 됐건,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노리는 목적은 본질상 한 가지다.


그들의 목적은 어차피 실체로서의 지역감정이나 국수주의를 확인하고 주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이익, 혹은 자기가 속한 정파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치밀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뿐이다.


허나 이러한 망언 정치인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나라의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곤란하다. 민주정치가 충분히 성숙한 나라라 할 지라도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거나 파행적이 될 때, 정치인의 망언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단순히 망언이 있다 없다의 여부가 정치적 성숙의 잣대인 건 아니란 소리다. 


외려 정치적 성숙도는 그러한 정치인의 망언에 대해 국민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예컨대 영도 다리 망언을 터뜨린 김꽝일 전 으원에 대해 맞아,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는 뇬넘들이나 에이. 씨바, 부산넘덜 영도 다리에 빠져 모조리 뒈져라! 하는 년넘들이나 사실 같은 과에 속하는 족속들이다. 아직 마빡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 미성숙한 시민들이라는 거다.


그렇담, 성숙한 시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둘 중 하나다. 또라이가 또 쑈 한 판 하는구나 하고 깨끗이 무시하든가, 아니면 냉정한 자세로 문제의 정치인을 토론 마당으로 끌어내서 그의 발언이 갖는 문제성을 합리적으로 검증해보는 거다.


정치적으론 우리랑 수준이 비스무레한 일본도 이번 이시하라 망언이 터지자 이시하라를 방송국 토론회에 불러 발언 내용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물론 이시하라의 발언을 듣고 모, 구구절절 옳은 소리 했구만 하며 그를 두둔하는 잉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린 지역감정 열라 자극해 놓고 나 선거운동 안해도 돼라고 떠드는 넘을 이성적인 토론장으로 끌고 나온 적이 있었었나? 


안되면 코라두 꿰서라도 말이다.. 


울 나라의 이러한 비합리적 정치문화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익히 아시는 바겠지만 울 나라의 언론들은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합리적 분석을 가하는 대신에 주로 기사의 선정성에만 초점을 맞춰 사건 부풀리기에 전력을 쏟는 못된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감정이나 민족감정과 같은 예민한 사안이 터질 때면 울 나라 언론인들은 사실전달과 합리적인 여론형성이라는 기자로서의 사명은 과감히 내던진 채 흥분과 분노 유발, 스릴, 서스펜스를 목표로 삼는 소설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일제 시대 때, 천황폐하의 옥체가 건강하심에 경하드리며 내선일체의 대정신으로 황국신민된 사람으로 감격치 않을 수 없다는 소리를 해대던 그 이름도 자랑스런 좃선일보는 이러한 과거가 캥겼는지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일본내 망언만 나오면 호들갑스런 극성을 떨고 있다. 이번 이시하라 건만 해도 연일 오바로 가득 찬 광분과 절규의 기사를 토해내는 넘들이 바로 좃선의 건아들이다. 씨바거뜰.. 


자.. 담 예를 함 보자.


 좃선의 계속되는 오바질






지난 4월 14일자 좃선의 사회면 한 귀퉁이에는 해외 특파원의 동경발 기사가 다음과 같은 4컷짜리 만화와 함께 실려 있었다.


이 만화는 일본 2002 월드컵 조직 위원회 홍보지 4월호에 실린 만화로 배우는 한글이라는 제목의 4컷 만화다. 척 보면 알겠지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가르치는 절라 기초적인 한국어 회화 코너다.


일본에서는 오전, 오후, 저녁 등 시간에 따라 인사말이 바뀌는 반면에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하나로 어느 때건 써 먹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작가는 만화 구성상 네 컷째에서 독자에게 반전의 효과와 함께 재미를 줄 의도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별로 잼없다. 뿐만 아니라 용법에도 안 맞다. 아무리 만화라도 그렇지, 칼 든 강도가 안녕하세요? 할 일이 있겠나. 껄렁껄렁 여보슈, 안녕 못 하게 돼서 미언허우~ 이런담 몰라도...


한 마디로 이 만화는 실패한 만화인 거다. 이 점에 대해 우리가 작가에게 할 비난은 어이~ 쫌 잼있게 좀 그려! 하는 것뿐이다.


근데 문제의 좃선 기사를 보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일단의 재일 한국인들이 이 만화에 대해 반발을 한 모양이다. 네 번째 컷에서 왜 하필 칼든 늑대의 그림을 그렸냐는 거다. 작가로서는 조또 억울할 일이겠지만,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재일 한국인들의 피해의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일본 월드컵 조직 위원회에서도 이 만화가 오해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여 문제의 홍보지를 전량 회수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사실을 보도하는 좃선의 태도다. 좃선은 이 기사의 타이틀을 이탤릭체로 강조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본 기자의 눈에는 위의 만화가 그다지 오해의 가능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여지지만, 설사 위의 만화가 한국인을 비하한다고 해석될 만한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오해 가능성만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좃선은 위의 만화가 한국인 비하 만화라고 아예 못을 박고 있다. 오해 가능성이 사실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이쯤에서 함 생각해 보자. 


좃선은 과연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하기를 바라는 걸까? 그 반대일까? 그들은 월드컵이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조 속에 치루어지길 바라는 걸까? 그 반대일까? 그들은 이시하라의 망언을 높이 평가하는 걸까? 그 반대일까? 그들은 울 나라에 지역감정이 있길 바라는 걸까? 그 반대일까?


하지만 이러한 물음은 하나마나다. 그건 마치 영도다리의 주인공 김꽝일 전으원에게 당신은 이 나라에 지역감정이 있길 바라는 겁니까? 그 반대입니까? 하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물음은 이들에겐 태평양에 퐁퐁 풀고 설겆이하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이들은 지역감정이나 한-일간의 역사적 문제 그 자체보단,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 선전-선동이 될 것인지, 자신이 얼마나 유리하게 써 먹을 수 있는지만이 중요할 뿐이니까..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이러한 문제를 걸고 넘어짐으로써 대중을 감정적으로 선동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데 있다. 


좃선은 언론 권력을, 김꽝일은 정치 권력을..





불행히도 영도 다리의 망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에 분명하다. 일본 우익 또라이들의 망언 역시 계속될 거다. 언론 또한 이러한 망언을 계속 확대 재생산하고 대중들의 오해 가능성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데 매진할 조짐이다.


허탈한 총선 결과에 힘이 빠져 있을 딴지 독자분덜. 힘 내시라. 울 나라의 미래는 오직 양식있는 시민들의 힘에 달려 있다. 언젠가 또 다시 지역감정과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망언 소식이 들려온다면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라. 그 문제를 합리적인 토론의 마당으로 불러오라.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라.


그러기가 정 귀찮다면?


망언 정치인들과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호들갑 언론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가볍게 속삭여 주는 수밖에.


조까!   



딴지 논설우원 겸 정치부 기자    
최가박당
(hoggenu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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