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그림으로 배워보는 자쥐의 세계 | |||||||||||||||||||||||||||||||||
2000.03.25.토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사반세기 전, 그니까 본 기자 이유식은 갓 뗐을 즈음, 강력한 공력으로 전세계 근엄영화계를 무력화시키며 일약 바굴무비계의 기린아로 부상했던 전설의 바굴무비 <감각의 제국>이 드디어 국내개봉된다. 아마도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독자덜의 발기심은 이미 극에 달해있으리라 생각된다. 과연 어떤 영환가, 배우덜이 실제로 했다는데 어디까정 했는가, 그걸 어디까정 보여주는가 등등.. 독자제위의 열화와 같은 궁금증을 뚜레뻥해 주는 것이 본지 영화부의 소임인 것을 잘 알고 있는바, 이 영화에 대해서 한큐에 묘사해 드리겠노라.
우리가 어린 시절 읽으면서 꿈과 희망을 키워나갔던 "소년소녀 세계 걸작 문학전집"만큼이나. 모든 교훈적인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 영화의 줄거리는 무척 간단하다. "한 성욕과다증 기생이 기생집 주인의 남편(이 넘은 물론 바구리의 달인)과 눈이 맞아서 밥도 안 먹구 허구한 날 주리장창 바구리하다가,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기둥 서방의 자쥐를 싹뚝 잘라버려서 기둥서방이 죽어 버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즉 이 영화는, 한 가련한 여인의 애틋하고도 슬픈 바구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물론 "바구리를 하더라도 밥은 제때에 먹어야한다" "옹녀와 변강쇠의 대결은 결국 옹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등의 교훈들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더 중요한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은 무엇인가. 그렇다. 이 영화는, 다소 기법상 차이는 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동화와 동일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기위해서 거위의 배를 가른 어리석은 넘처럼, 한꺼번에 모든 바구리를 얻겠다는 욕심으로 애인의 자쥐를 잘라 버린 여주인공. 우리는 그녀를 통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조뙈버린다"는 값진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감각의 제국>은 자라나는 관객들의 아름다운 심성을 가꾸어주는, 무척 교육적이고 유익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허나 우리가 동화책의 삽화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황금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감각의 제국>에서는 자쥐의 자취를 찾아볼 길이 없다. 이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갑자기 자쥐가 스크린에 덕!하니 비춰지면 국민들이 정서적 충격을 먹지 않을까 노심초사 근심걱정하는 우리 검열 당국의 따스한 배려에 의한 것이다(참고 : 미국 러닝 타임 105분, 한국 러닝 타임 86분, 성기노출 장면 모두 삭제). 이처럼 화면에 자쥐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 덜커덕 잘라 버리는 우리의 검열당국자들의 수줍음을 완화시키기위한 자쥐형상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쥐야 놀자"로 명명된 본 적응 프로그램은, 검열당국자들이 쉽게 자쥐 모양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화면에 자쥐만 나타나면 필름을 싹뜩 짤라버리거나 스프레이질을 해버리는 등의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인 돌출행동을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다. 검열 당국자들은 본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수행하고 가끔씩 자신의 자쥐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쥐와 친숙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바란다.
어떠신가. 자쥐화된 유명인의 얼굴을 통해 연상 퀴즈를 풀어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쥐의 모양에 친근해지지 않으셨는가. 본 퀴즈는 평소에 자쥐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을(난 자주 있었다구? 그럼 말구) 미혼여성 여러분에게도 첫날밤의 두려움을 없애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을 것이라 사료된다. 물론 미혼여성들보다 더 많은 수줍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검열당국자 여러분들에게는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쯤 니덜은 두려움과 수줍음의 음지에서 벗어나 자쥐의 모양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런건 정상인이라면 다들 올라있는 경지니깐 너무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쥐에 적응이 안된 검열 당국자 여러분들을 위하여, 한 단계 발전된 적응 훈련 프로그램인 "남탕 견학 코스"도 이미 준비해놓고 있으니 연락주시기 바란다. 자, 이젠 검열당국 니덜, 스크린에서 버럭 자쥐의 모습이 보여도 필름을 짤라버린다던가 스푸레이 질을 한다던가 하는 경끼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쪼록 니덜의 경끼증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꾸준한 사회적응 훈련에 매진하길 바랄 뿐이다. 아직 절망은 이르다. 니덜도 노력하면 정상인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정진, 또 정진하라. 하면된다.
덧붙여서 - <감각의 제국> 명장면 Best 3 하여튼 <감각의 제국>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몇날 며칠을 낑구고 있는 남녀의 얘기다. 그러다보니, 여러 골때리는 장면들이 속출하는데 그중 가장 인상깊은 장면 3장면을 뽑아본다. 1위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이 장면. 얘덜이 하고 있는 곳은 요정의 대청마룬데, 멀찍이서 이걸 지켜보는 할머니는 정원을 정돈하는 청소부 할머니다. 압권은 남자주인공과 할머니가 나누는 대사인데, 함 들어보시라.
오.. 이 초월과 달관.. 2위 이 영화, 어쨌든 한 엽기하는 영환데, 오바이트 쏠리는 지저분한 엽기도 가끔 나온다. 그 중에서도 그 날을 맞이한 여주인공 더듬다가 떡볶이가 돼 버린 손가락을 쪽 빨아먹는 남자 주인공 씬,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털을 짤라서 한 웅큼 집어 냅다 먹어버리는 여자 주인공 씬은 가히 압권이다.
이 두 장면이 공동 2위. 3위 여자 주인공 "사다(마쯔다 에이꼬 분)"가 지금은 부랑자가 된 옛 손님의 간청에 못이겨 한 번 해주려고 하는 대목. 그 중에서도 "사다"가 그 부랑자 할아부지의 자쥐를 보고 "딱한것.. 많이도 늙었네요..(국내자막 : 영감님도 참 많이 늙으셨네요..)"하는 장면.
이 장면은, 파란의 세월을 걸어왔던 할아부지의 자쥐와 그 자쥐의 고뇌를 대번에 알아보는 "사다" 사이의 애틋한 정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할아부지의 자쥐가 나오는 컷(2번 컷)이 덜러덩 짤려 버렸다. 즉, "사다"의 얼굴과 자쥐가 번갈아가면서 샷-리버스 샷(Shot-Reverse Shot)으로 나오는 이 평범한 장면이, 검열당국의 재편집에 의해 "사다"가 벽을 보고 대화를 하는 듯한 전위적인 장면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얘기다. 역시 한국 검열당국은 영화의 관습적인 문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문법을 개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전위적 창작 집단임이 짤탱없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한국 검열당국이 세계 영화문법 혁신에 기여한 혁혁한 전과는 다음에 더 자세히 논해보도록 하겠다. 이상.
-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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