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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조선족이 위험하다구? 니나 잘 해.

2000.03.06.월요일
딴지중국특파원 chogaci

요즘 집으로 오는 전화가 잔뜩 늘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 우리 신변의 안부를 묻는다. 물을 것도 없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납치사건에 있어서 우리가 피해자가 아닌 가를 묻는 것이다. 

 

물론 나의 주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물론 내가 사는 텐진은 베이징에 비해 한국인의 거주숫자도 많고, 특히 사업가나 대기업 공장이 많아 위험하기는 베이징에 비해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관한 보도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 언론의 냄비근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사건을 생각한다. 하나는 어제오늘 연속해서 일어나는 미국의 총기난사사건이고, 하나는 씨랜드 참사사건 유가족들에 대한 아픈 사연이다. 내가 이 글을 쓴 것도 씨랜드사고로 희생된 쌍둥이의 어머니께서 올리신 글을 본 때문이다. 

 

(참고 : 본지기사 <씨랜드 피해자 쌍둥이 엄마입니다> 1 , 2 , 3 )

 

미국의 총기난사사건을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일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 보자는 것이다. 미 총기난사사건의 근본적인 원인 상업자본주의에 의한 방송이나 컴퓨터 게임의 폭력성과 총기생산업자의 로비를 막을 수 없으면 사라질 수 없는 것과 똑같이 조선족 문제도 조선족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조선족 학교의 수업시간

 

조선족의 역사는 길지만 가장 구체적으로 형태가 나타난 것은 일제가 한반도를 유린할 때 피신했던 민초들이다. 그들은 다수의 한족과 거칠은 만주족이나 몽고, 위구르족 등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했다. 당연히 강단스럽고, 비밀스럽게 살아가는 생존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더욱 혼돈스럽게 한 것은 중국의 개방 이후 밀려온 한국인들의 행태다. 이미 방송읕 통해 고발됐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동포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한국인들이 그들을 대한 행동은 무엇인가.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북한 난민들로 인해 중국 내에서의 위상도 급격히 약화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 역시 북한 난민을 소 닭보듯이 쳐다본다. 그들은 그속에서 가난하지만 민족의식을 느낄 수 있는 북한인을 무시할 수 없다. 정신과 물질의 아노미현상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에는 대략 2백만 명의 조선족이 산다. 그들은 광동성 서기인 리장춘처럼 유능한 인재도 있고, 일반 중국인들에 비해 부지런한 모습으로 휠씬 많은 소득을 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언론이 그들을 대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심지어는 중국 여행도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식이다(중국 여행 취소가 늘어난다는 기사는 이런 의미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정부에게조차 골칫거리라는 인식을 받기 십상이다.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마치 조선족을 사냥하거나 위상을 약화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난 중국에 살고 매일 조선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일을 한다. 또한 한국인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북한학생들과도 매일 같이 수업을 듣고, 웃고 살아간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난 최소한 씨랜드 사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은 당하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 확실하니. 

 

오늘 이 글을 쓰게 했던 씨랜드 참사사건의 실례를 보면서도 내 가슴은 더욱 통탄스러웠다. 해당공무원들은 모두 보석되고, 오롯한 공무원이 명퇴되는 한국은 무엇인가. 자식들이 불타죽은 모습을 지켜봤던 부모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데, 언론은 물론이고 누구도 그것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나라 안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과 이익이 어떻게 나라 밖에서 제대로 지켜지기 바라는가. 썩어빠진 공무원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는데, 바라 밖의 공무원이 제대로 국민의 이익이나 복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조선족 문제는 하루 이틀의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냄비처럼 불타오르는 조선족에 대한 반감에 그대들은 즐거울지 모르나, 부자의 꿈을 안고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조선족이나 중국에서 정체성을 제대로 찾지도 못하고 수백년 동안 어렵사리 민족혼을 지켜왔던 조선족들의 가슴에는 거대한 대못이 박히고 있기 때문이다.  

 

 

 

- 딴지일보 중국특파원 조창완 
( chogaci@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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