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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왜 아직도 우린 문화후진국인가.


2000. 1.31.월요일
딴지 문화부기자  전태일

엊저녁 평소와 마찬가지로 밤늦도록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놀던 본 기자, 케베쑤의 한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놀란 가슴 끌어안고 숨 조이며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도대체 몬 프로길래 대담하기로 둘째가라믄 슬퍼할 본 기자가 이리도 촐랑거리게 된걸까?

 

이 프로는 한국이름 고준영이라는 재일 교포 할배의 고국방문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정작 본 기자의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댄 이유는 이 맘씨 좋게 생기신 노인네가 일본 국보 수리분야 대가로 특히 불상의 수리엔 가히 따를 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프로초반부는 주로 이 노인네의 지나온 경천동지할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내용이 궁금한 독자덜은 니네가 직접 케베스 홈페이쥐 가서 보기 바란다. 연예인덜 나와 신변잡기 늘어놓는 잡담프로보단 훨 볼만한 프로다.






 
이게 마애삼존불이다.첨 봤지 ? 우리 꺼에 관심 좀 가지구 살자..
 

요 프로를 보다보문 국보 84호 서산 마애삼존불을 비롯해서 울 나라 문화재의 보존상태가 나온다. 한마디로 졸라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절로 욕 나온다. 그럼 이번 기사에선 문화재 보존상태의 헛점을 쎄리 후빌 것인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하여 여기서 잠시 샛길로 빠진다. 잘들 따라 오시라..

 

우선 1월 19일자 똥아일보랑 20일자 경항신문을 디비보자. 거기 문화면을 보믄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 자격증에 대한 기사가 좀만하게 나와 있다. 찾기 쫌 힘들더라두 함 잘 바바바. 이 기사의 내용이 모냐면, 올해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학예사(큐레이터라구두 한다)한테 국가 자격증을 주는 시험을 치게 하기 위해 그 급수라든지, 시험과목 등을 문화관광부에서 마련하구 입법예고를 했는데 한국 고고학회등 6개 박물관, 미술관 관련학회가 졸라 반발하구 나서서 성명 발표하구 난리를 죽이구 있다는 거다.

 

왜 그 덜은 이 입법안에 대해 그토록 절규하고 있는가? 바루 시험과목 때문이다. 입법안을 보믄 시험에 필수와 선택과목이 있는데 거기에 박물관학이란 과목이 주를 차지하구 있다. 우선 똥아일보에서 발췌한 관련학회들의 변을 함 보기루 하자.

 
 



 
이번 시안이 큐레이터의 본질인 관련분야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 민속학 자연사 등) 전문가보다는 박물관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학 전공자 선발에 치중해 있다.

큐레이터란 전문직을 단순 박물관 관리자로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진짜루다가 그럴까?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따라서 이들의 반응에 대해 전문적인 반박을 해줄 필요가 있다. 조까라!

 

그렇다믄 그 문제의 박물관학의 정체는 무엇인지 함 살펴보자. 이 기사 쓸라고 본 기자 공부 욜라리 해따. 잘 바바라. 박물관학이라 함은 박물관경영, 보존처리, 박물관교육, 박물관 행정, 박물관 역사, 박물관 전시기획 등등 박물관(미술관 포함)의 모든 제반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에선 그 연구가 무지 활성화 되어있고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있는 신학문이다. 그러니깐 다시말해 박물관 전문가에겐 필수 기초가 되어야하는 베이직한 무공인 것이다.

 

근데도 반대 입장을 떠드는 학회들은 박물관 관리가 박물관 학의 다양한 연구분야 (박물관 역사, 윤리강령, 박물관교육, 전시기획, 보존처리, 박물관경영 등)가운데 하나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종합과학인 박물관 학을 박물관 관리 또는 경영 (Museum Management) 정도로 착각하고 있고, 또 큐레이터의 본질을 관련 연구분야의 전문가라 표현하면서 관련 연구분야를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 민속학 자연사 등이라 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고학, 또는 민속학 큐레이터가 있는 박물관에서도 체험학습과 보존처리, 자료관리, 전시기획, 홍보 판촉 등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박물관 전문인력을 채용해야 할 때가 왔다.

 

박물관에서 학예연구 기능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술 연구가 현대 박물관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대변할 수는 없음을 관련 6학회 왜 모르시는가.. 박물관 학과 박물관 전문직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주장하는 것은 볼썽 사나운 짓꺼리다. 이건 동생 태어나서 엄마한테 이쁨을 빼앗길 까봐 괜히 어린 짓하는 두 세 살 난 애들이나 하는 짓이다. 밥그릇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여서 안쓰럽기까지 하단 말이다.

 

여기서 다시 케이비에수 수요기획 얘기루 돌아가자. 그 프로를 보자면 울 나라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의 보존상태가 얼매나 엉망인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냥 이거 여기 오래 있었으니깐 앞으로두 얼마간은 버틸꺼야..하는 방만한 생각으로 사는 것 같다.






 
국립 민속박물관. 중앙박물관은 아직 공사중이랜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보존처리의 전문가가 젤루 많은 곳은 역시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근데 그 곳에서조차 인원은 태부족이고, 그런 걸 가르치는 곳도 찾아보긴 힘들다. 거기다 대우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보존처리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다간 엄니 머리 싸매구 들어 눕는건 시간문젤꺼다.

 

그런 상황에서 고준영 할아버지 같은 복원 전문가는 언감생심이다. 그런거 기초로 가르치는 학문이 있고, 그걸 배운 사람한테 전문가 자격증 주자는 데도 조까라마이싱을 외치는 형편이다. 이대루 가다가는 울나라 국보 수리를 몽창 일본한테 의뢰하는 날이 올꺼다. 하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보존처리는 이미 일본에게 부탁했던 경력이 있으니깐. 그나마 보전하자는 의지라두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 말이다.

 

한 2,100년 쯤 되어서 우리 아들덜이 지네 애덜 데리구 방방곡곡 돌아 댕기다 이런 안내문을 마주칠 지도 모를 일이다.

 
 



 
 

     <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이 있던 자리 >

자세한 내용은 일본의 한국 문화재 관리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 http://www.nippon.co.jp/korea )

 


씨바. 그꼴 보기전에 이 세상에서 없어 질테니 속은 편하다만 지금 우리 애덜 얼굴보기가 졸라 민망하다. 아.. 씨바로소이다. 

 

 

 

 

딴지 문화부장 전태일 
(
jeontae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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