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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암에푸 직장인을 위한 新 기도문

1999.12.13.월요일
딴지 엽기 문화부

샐러리맨... 고대 로마 시절, 당시의 희귀 생필품이던 소금을 급료로 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업혁명 이후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정든 고향집과 마을을 떠나 도시의 어느 낯선 장소에 한데 모여 일해온 "출퇴근의 역사"가 불과 250여 년밖에 되지 않았건만, 21세기를 앞두고 이들 샐러리맨이 거리로, 다른 직장으로 내휘둘리는 대변혁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0 아니면 1이라는 이진 전법을 구사하는 컴퓨터와, 무한대의 정보를 광속으로 실어나르는 인터넷으로 중무장한 외래 혁명군이 Winner takes All(승자가 몽땅 갖는다!)라는 엽기적 구호를 내지르며, All or Nothing, 살기 위해 변하든가, 죽기 위해 그대로 살든가의 선택을 지금 아니면 당장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게 지금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사람들이 빙점 이하로 얼어붙고 몰인정한 표정으로 그냥 구조조정, 정리해고, 워크아웃, 중산층의 양극화, 연봉제, 계약직이라고 조각조각 부르지만, 본지는 현상황을 한마디로 "암에푸 디지탈 구뇽조정 혁명"이라 명한다.

 

가공할 대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신음하는 샐러리맨들이여... 어때, 무시무시하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걱정일랑 말지니라.  선진명랑사회 구현을 앞당기려 불철주야 고민하는 본지가 너거뜰 곁에 있지 않은가. 바람빠진 풍선마냥, 거나한 방사후 꼬추마냥 쪼그라든 샐러리맨 너거뜰의 마음을 빵빵하게 해주기 위해 본지, <직장인 기도법>을 입수하여 전격공개한다.

 

본지가 입수한 이 기도법은 여의도와 시청 일대의 샐러리맨 사이에 입으로만 구전되어 온 秘書로 본지의 끈질긴 추적끝에 그 全文이 드러나게 되었다.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돌던 97-98년에 이 비서를 암송하고 다닌 샐러리맨들은 무난히 책상을 사수할 수 있었던 바, 이미 탁월한 임상실험 효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우쨌든, 밤낮으로 이 구결을 외우면, 자신을 갈구는 상사 선배는 물론 온갖 험악한 사내외의 악한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겠고,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린다고 믿어 의심치 말길 바란다. 출퇴근 길에 하루 3번씩 나즈막히 암송을 하고, 간절한 기원의 의미로 하늘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쭉 펴고 길게 내지르는 것이 기도문의 올바른 기도양식 되겠다.

 

( 간혹 회사 앞에서 이 주문을 외운 후, 사장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워 날리는 <니미 뽕 기도법>을 행하는 이들도 있으나,  오남용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웬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치 않는게 좋겠다. )

 

그럼, 이제 간절하고 애틋한 맘으로 기도문을 외워보자...

 
 
 

 

 
 
 



 
바라옵건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은 회사 가기 싫다"는 유혹이 저를 미혹치 않게 해주소서. 오늘도 피로가 저의 영혼을 잠식하오나, 지각의 두려움이 이부자리에서 떨쳐나게 하였나이다.

 

대신, 어젯밤 술안주로 씹어 돌린 상사와 선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할 얍실한 웃음의 은총과 경쟁대상인 동료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 얼굴을 여유있는 척 마주할 수 있는 후까시의 은혜를 오늘도 허락하여 주소서.

 

또한, 술값의 환란을 피해 화장실에 머무르는 잔대가리 지혜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해주시옵시며, 직장내 성희롱으로 찍힐 것을 무릅쓰고 미스 김의 엉덩이를 슬쩍 칠 강고한 배짱을 허락해 주시옵시며, 내가 찍은 박대리를 넘보는 동료, 선후배 뇬들의 마빡에 벼락을 쳐내려주시옵소서.  

 

스스로는 사내 인트라넷 접속조차 두려워하면서 하급자들에게는 "엑셀은 기본, 파워뽀인트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마스터해야 한다"는 택도없는 훈시를 내리는 중간 관리자들의 조디를 무지 엄하게 쎄려주시옵소시며, 또한 저의 이 미미한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사의 어떠한 잔소리에도 무릎꿇지 아니할 강건한 완전  딴생각의 은총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자신의 생각은 진리, 타인의 생각은 궤변으로 간주하면서도 유독 사장님 앞에서의 "NO"는 곧 죽음이라 의심치 않는 그의 철학을 저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시며, 명퇴나 조퇴에 대해 병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내는 변태적 짜증을 넓은 아량으로 대할 수 있도록 개무시의 배포를 기르게 해주소서. 그가 나의 10년 후 모습임을 잘 알겠사오니,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속으로 십세이...라는 따듯한 애정의 구호를 되뇌일 수 있는 내공을 허락해 주소서.

 

내 책상 없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 되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회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나이다. 또한, 회사가 요구하던 주인의식이 사기극임을 깨달았나이다. 주인이 짤리는 거 없는 줄로 알고 있나이다. 어흑. 

 

그러면서도 회사의 발전이 내 발전과 무관했던 지난 날의 관성에서 벗어나, 회사는 내 비즈니스의 파트너임을 깨닫고 늘 자기 계발에 용맹정진할 줄 알게 해주소서. 회사에 충성하는 동안에도 돈 되는 건 뭐든지 다 하겠나이다.

 

또한, 하루에 한 번쯤은 인터넷의 드넓은 정보바다에서, Adult Hardcore XXX site에 밀착하여 글로벌 에로산업을 탐방할 수 있는 정력을 허해 주시며, 더불어 이를 탐닉해 점심을 걸르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력과 상사에게 들키지 않는 은폐, 엄폐의 생존술 또한 하사해 주시옵소서.

 

골프나 스키 같은 건 멀리한 지 이미 오래되었나이다. 운동은 피티 체조와 숨쉬기로, 레저는 등산으로, 문화생활은 비됴로 바꾸었으니, 이들 저예산 취미생활로도 저의 정신세계가 충만하도록 저를 심히 쪼잔하게 만들어 주시며, 오직 휴가와 보너스를 위해서는 한 없이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무임금이면 무노동인줄 알고 있사오며, 일한 만큼 받지 못한다면, 받은 만큼은 일할 수 있나이다. 플랙시블 타임제가 빤스고무줄 근무시간이 되지 말며, 사원명부에서 제 이름이 지워지는 그 날까지 칼 출근 칼 퇴근할 수 있는 축복을 허락하여 주소서.

 

회사 떠난 동료들이 남겨놓은 일로 실직사 대신 과로사를 택한 셈이 되었나이다. 천수를 다하다 안락사하는 길을 열어주시고, "25세에 죽고 70세에 매장당한다" 는 경구가 꿈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한 말임을 가슴에 새기며, 내 운명의 주인이 더 이상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일 수 있도록 지헤와 창의를 내려주시고, 그래서 마침내 회사 그만두는 것에 두려움이 없게 하여주시며,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날에 "내 청춘을 월급과 바꾸었구나!"하고 한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오늘도 아내 몰래 자존심과 인격을 집에 두고 나왔나이다. 내일도 몰래 두고 온 구져진 자존심이 쓰레기통에 쳐박히지 않도록 거듭 바라오며 기도를 마치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또한, 

 

부처님, 공자님, 모세님, 마호메드님, 조로아스터님, 월급수호신님 등...

 

그 모든 위대하신 님들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졸라.
 

 

아 참... 한 가지 더 있사옵니다.

 

쿠오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좋은 데 있음, 저도 델꼬 가줘여...

 

 

 

 

 

 

- 추락하는 샐러리맨에게 날개를 달아주려는
딴지 문화부 ( djjang@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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