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황혼이혼을 보는 눈

한때 상당수의 방송사에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회현상중의 하나가 무슨 무슨 서커스등등의 타이틀을 달고선 정작 공연이라는 염불에는 관심없이 약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있는 넘들이었다. 약효가 도대체 의심스러운, 원래 약으로 허가받은 것들도 아닌, 건강보조식품을 약이라면서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데도 그넘들이 한번 뜨는 곳이라고 한다면 동네 노인장들께서 다 몰려가버린다는... 그리고 그 의료보조식품의 결제 때문에 집들마다 난리라는 이야기를.

본우원, 이거 직접 보기 전엔 방송에서 허풍 떤걸로 생각했다. 그분들이 어떤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인가?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단기간에 진행되었던 산업화를 온몸으로 겪었던 분들이 아닌가. 그런 분들이 그런 빤한 수작에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됐다. 가장 힘든 시기를 살았던 분들이 눈감고 아웅하는 그런 넘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있는지.



본우원이 얼마전까지 살던 곳 근처에 무슨 의료보조기구를 파는 넘들이 있다. 허리운동기구 비슷한 넘을 파는 곳인데, 날이면 날마다 풍악이 울리는 졸라 희안한 곳이었다. 하루종일 노래자랑에, 박수소리에... 더 황당했던 것은 언젠가 새벽에 그 근처를 지나가다 본것이다. 그곳 영업시작은 아무리 빨라야 아침 9시인데두 새벽 5시부터 國技인 고스톱판이 한쪽에선 벌어지고 한쪽에선 싸온 도시락을 드시고들 있었다. 애쵸티 공연장 앞에 10대들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띠바...

본우원들 더 맛가게 만들었던 것은 일가 친척 어르신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는고다. 이쯤되면 왜 그런 사기성이 농후한 행사장에 뻔질나게 드나드시는지 안 여쭤볼 수가 없는거 아닌가. 질문에 대한 일가 어르신의 말씀. 

"늬 삼촌들하고 고모들 전부 서울이나 부산에 올라가 있재. 내가 일을 할 수 있나 몰 할 수 있나? 내 혼자서 집구석이나 지키모 모하노?"(이분 통영서 혼자 사신다)

이거 사실 울나라 노인들의 실정을 어느정도 이해한다면 간단하게 상황정리가 된다. 

민주노총에서 산출한 99년 4인가구의 표준생계비가 월 277만 5천원이란다. 말이 좋아서 표준생계비지 사실 최저생활비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남자 혼자서 벌어서 생활하기는 쪼까 깝깝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 그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맞벌이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럼 집에 아무도 없다... 그나마 같이 사는 경우엔 밤에라도 잠깐 얼굴들 볼 수 있지... 따로 사는 경우엔 명절때나 함 뵐까? 

독자 늬덜로 함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특히 맨날 철야/야근에 몸이 몸인지 밀가루 푸대인지 모르겠는 상황이 아닌 백수나 백조의 경우로. 프로 백수나 프로 백조로 진로를 잡지 않는다고 한다면 한달 이상 집안에서 빙빙 도는 생활하기 힘들끼다. 테레비죵을 봐도 애들이 나와서 절라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뭔가 중얼거리는거나 노래라고 틀어주지, 어떤 넘이 파업유도했다, 어떤 뇬들이 수천만원짜리 옷가지고 장난질을 쳤다는 이야기나 하고 자빠진 테레비죵 방송들은 말만 우리말이지 거의 AFKN이나 CNN에서 떠드는 이야기나 다름없는거 아니겠는가. 이게 몬재미가 있겠어.

 그럼 마실을 다니신다? 백수나 백조 처지로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같은 백수나 백조 만나는 것도 계속 반복되면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게 된다. 변화없는 삶을 계속 살면 하는 소리 똑같아진다는 거야 당연한 일. 지겹지 않겠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 노인들만 모시는 장소가 생긴다. 그것도 거기서는 하루종일 놀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휴지니 시계니 하는 상품들도 받는단다. 이러면 안갈 이유가 없잖어? 거기서 놀다보면 무슨 건강보조식품이라면서 이걸 먹으면 관절염에 좋고, 치매를 예방하고, 우짜고 우짜고...라고 하는 광고가 중간중간에 나온다... 첨엔 아무도 안 믿는다. 이분들이 살아오신 세월동안 얼마나 사기꾼들을 많이 만나셨을 건데 이런 말을 믿나. 그런데 그걸 먹고 괜찮아졌다고 하는 분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생기기 시작한다. 참 이상한건 첨엔 아무도 안믿었는데 그넘들이 파는 물건들을 어찌되었건간에 사게되고, 어느 정도의 효과는 본다는 사실이다. 

효과 볼 수밖에. 만병의 근원은 운동부족 아닌가. 기력 약하신 분들이라고 안 움직이면 몸의 근육은 더 약해진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약장수들 따라서 놀다보면 일일권장 운동량을 가뿐하게 소화하게 되는걸. 운동해서 몸이 좋아진 것을 약(?)이나 의료기구 사서 그렇게 된 것으로 그때쯤엔 스스로 믿게 된다. 수북히 쌓인 각종 고지서들을 집안 한 구석에 몰아두고.



자식들의 입장에선 돌아버릴 일이다. 집 마련해보겠다고 몇푼 안되는 월급을 쥐어짜서 생활하는 판에 영문모를 고지서들이 수백만원 어치 날아오면. 딴엔 모신다고, 남들이 칭송하는 효자/효부는 못될지라도, 하던 이들도 일이 이렇게 되어놓으면 절라 황당해진다. 집안에 때아닌 풍파가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집안의 헤게모니를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가택연금에 들어갈수도, 혹은 약장수 쫓아다니는 것을 계속 할수도 있다. 그럼 이런 사이비 약장수들을 몽땅 잡아넣으면 이런 집들의 풍파는 잠들수 있을까? 

없다. 이 넘들 잡아넣는 법을 우리의 구케의원 나으리들께서 주물럭거리는 동안 이 넘들은 훨씬 혁신적인 사기방법들을 개발할거니까. 사실 일이 이렇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이넘들의 사기에 있던 것도 아니잖어.

애초에 문제는 이분들이 할일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럼 할일을 만들어주면 될거 아니냐고? 조까.

 노인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곳부터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더군다나 암에푸 날벼락 맞은 뒤론 새파란 넘들도 일 못해 난리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암튼 아직도 유교적 전통이 머리 끄댕이를 잡고 있는 고용주들의 입장에선 막부려먹기 편한 얼라들이 백번 낫다는거야 물어보나 마나. 

그럼 레크레이숑 공간을 만들자? 이것두 한두번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거 다 알쥐? 글고 사실 노인을 위한 공간을 이미 몇몇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잖어. 문젠 그기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있는 곳이 주거지가 아닌담에야 갈 방법이 없다는 고다. 택시나 자가용 끌고 다닐 정도의 분들이라면 할거 무진장하게 많다. 하지만 그게 아닌 대부분의 노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전혀 노인들의 이용을 전제로 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는거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논네가 집구석에 얌전히 처박혀 있을 것이지란 소리 안들으면 천만다행일껄? 

이도저도 아니람 뭘해야 한당가. 

노인문제를 보는 시각의 교정이다. 노인문제는 사회문제이지 결코 한 가정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거 다 아는 사실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교실의 한 구석탱이를 선봉으로 한 사회 각 부분에선 이걸 집안 문제니까 늬덜이 알아서 해라라는 엽기적인 마인드를 주지시키고 자빠졌다. 

효도하라구...
그러나 효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프로세스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기 어떻게 이어지냐면 

효도해야 한다 -> 봉양할 돈이 있어야 한다 -> 그 돈 벌려고 하면 맞벌이해야 한다 -> 노인들이 사회생활 하는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선 집에만 있어야 한다 -> 그러나 집엔 아무도 없다... 

로 이어지면서 효도하겠다는 자식들이 결과적으론 불효를 하게 된다. 더 웃기는건 그나마 이것도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로부터 남자는 부엌을 멀리해야 한다는 충실한 집안교육을 받고 자란 집 남자들은 밥 만드는걸 부모님 좋아하시는 음식은 고사하고 쌀도 씻을 줄 모린다.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해여라는 남자분들. 아직도 멸종위기 동물 찾는것만큼 힘들다. 그럼 둘이 같이 돈버느라 온몸이 뻐근할텐데... 일방에겐 하나의 의무가 더 추가되는 것이다... 이 일방이 누군진 말 안해도 다 알쥐? 하늘의 절반이지 누군 누구야.  

 

미국의 대법원 판사를 역임한 어느 분은 미국 대법원을 두고 인류의 진보의 실험장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지 않았던, 혹은 이야기할 수 없었던 사안들이 법적 판결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기에. 이 아저씨가 다루었던 사건들은 낙태, 동성애, AIDS와 같이 미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들이었다. 

 그럼 우리의 대법원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지난 12월 1일 나왔다. 76살인 어느 할머니께서 84세 남편이 상습적 폭언을 하고 혼인기간내에 쌀과 반찬값만 주는 등 최소의 생계비 조차 지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처증과 망상증세까지 보여 제기한 이혼소송에 대해 이유없다라고 판결한 것이다.(판결문)

1심 판결에선 이혼하라라고 했던 것을 남편측에서 상고하는 바람에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었는데, 그 이유는 1.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 피고를 부양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2. 피고(할압지)와 원고(할무니)가 각각 84세, 76세로 고령인점, 3. 혼인당시의 가치기준과 남녀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했을때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고등법원 판결에서의 법리적 해석에 문제없다고(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의 법리적 문제점만 따진다) 했던 것이다. 

법리적 문제가 왜 없느냐, 있느냐는 법을 먼저 보고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현행 민법에선 이혼을 두가지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다. 하나는 협의상 이혼으로(민법 제5절 이혼, 제1관 협의상 이혼) 우리가 흔히 합의이혼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이 살기 싫다라고 하는데 붙여줄 이유가 없으니까 민법이 여기에서 문제삼는 부분은 이혼의 성립을 어떤 절차를 거쳐 할 것인가(민법 제836조), 아이의 양육문제(제837조), 아이를 볼 권리(제837조의 1), 재산분할권(제839조의 2)등과 같이 어떻게 갈라설 것인가에 대한 절차와 법적인 결혼관계의 해소규정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판결의 법적 근거가 되어던 것으로 제2관의 재판상 이혼이라는 넘이다. 여기선 협의상 이혼과는 달리 어느 일방에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이혼 소송을 제기했을때 이혼 판결을 내린다라고 규정한다. 얼마 안기니까 그냥 함 보도록 하자. 

거니까 우리나라의 고등법원은 이 할머니가 제기한 제840조 3항과 6항에 대해 이유엄따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법적용이 법리적으로 문제엄따라고 했던 것이다. 

다시말해.. 대한민국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살림만 살게 해놓고서도 생계비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할압지가 그런 식으로 절약(?)을 하여 18억을 모은 것으로 상계처리되며, 의처증과 망상장애는 할무니가 할압지를 부양해야 할 추가적인 의무일 뿐, 심히 부당한 대우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본우원, 이거 올해 2월에 있었던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에 버금가는 엽기적인 법적용과 법해석이라 본다(99년 2월 10일 이탈리아의 대법원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자는 여자의 적극적인 동의 없이는 섹수한다는기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자를 강간할 수는 없다라 한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이렇다고 한담, 이거 가지고 뭐라할 생각없다. 왜냐구? 국가보안법이 부분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는 무관하게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의 탄력적 적용을 계속해왔다는거 기억 하시나? 법이 악법이냐 아니냐와는 무관하게 법이 법전에 존재하는한 법원은 법적용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가질 수 밖에 없거든. 

사실 민법 제840조 3항과 4항, 6항의 법해석은 판례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워낙 문장들이 애매하니까. 

그럼 기왕지사 냉정해진 김에 이걸 함 생각해보자. 
한 넘이 한 뇬에게 청혼을 했다. 근데 뇬은 냉정하게 뺀찌를 놔버렸다. 이럼 이 결혼 성립하는가? 절대로 아니자노. 결혼이라는건 그걸 하기 위해선 이렇게 쌍방의 합의가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는 특수한 신분계약으로 볼 수 있는것 아닌가?

그런데 한쪽이 이 결혼관계를 지속시킬 의사가 없어졌다고 치자. 그럼 이 결혼 유지될 수 있는가? 이런 커플은 빨랑 해어지게 만드는게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이다(지구의 평화를 가정으로부터!). 자 그럼 법이 여기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협의이혼과 관련된 민법 5장 제1절은 이걸 위한 것들 아니던가. 

그런데... 재판상의 이혼과 관련된 민법 제5장 2절과 이에 따른 대법원 판례들은 결혼의 유지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세상에 어느 계약이 계약 지속의 필요성이 한쪽에서 완전히 없어졌음에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제하는게 있기나 했던가? 그리고 그게 법으로 강제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지속될 수있기나 하겠나? 

더 압권인 것은 위에서 언급한 노인문제는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이젠 거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법원에선 친족도 아닌 배우자에게 부양의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는 점이다. 딴나라 넘들의 대법원은 사회진보의 시험장인 반면에 우리의 대법원은 사회진보의 걸림돌을 자처해버린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황당한 판결은 사실 세가지가 결합된 것이다. 하나는 체계적인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인(이게 제대로 된다면 친족도 아닌, 그것도 갈라서기를 원하는 배우자에게 부양의 책임이 발언이 가당한 이야기인가?), 둘은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사실 민법 840조와 관계된 대법원 판결들만 하더라도 상당수는 법해석의 형평성과 관계되어 의문을 제기할만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셋은 지나칠 정도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는 말들로 구성된 민법의 이혼관련 조항들이다. 법해석의 객관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에 따른 오해(?)들을 받을만하다고 한다면 개정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공정성이 생명이기에 영점조정에 세심해야 하는 법이 전체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한다면, 누가 그 사회를 살만하다 할것인가?  

- 딴지전임논설우원 Samuel, 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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