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추억의 테이블 게임을 알려주마 ! |
1999.9.15.수요일 딴지 문화부 이드니아 콘체른 본지 독자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2, 30대 직장인들께 묻겠다. 테이블 게임 이라는 단어를 딱 보는 순간 뭐가 떠오르시는가? " 포카!! " 이씨... 그거 말구. 울나라 고유의 테이블 게임 있자너.
씨바... 고스톱은 온돌게임이고... 우리가 소시적에 즐기던 추억의 테이블 게임 말이다. 진정 모르시겠는가? 증말 기억 안나시는가? 글타면 몇 가지 힌트를 드린다. 책받침, 지우개, 종이, 동전... 이래도 모르신다믄 이 기사 읽으실 자격 엄따. 당장 화면 좌상단의 왼쪽 화살표 눌러 나가주시기 바란다. 순간적으로 몬가 삘이 오신 분들만 계속해서 미테를 봐주시라. 아... 이제부터 본기자가 그 삘을 확실히 정의토록 하겠다. 기억 하시는가. 그 옛날 국민학교 ( 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러줘야 하지만 영 어색하기 땜시 걍 막 간다) 다닐 적에, 낡아빠진 헌 책상 위에서 즐기던 그때 그 게임들을... 책받침 축구, 지우개 따먹기, 개구리 따먹기, 동전 농구 등등... 그렇다. 이것이 바로 본기자가 부르짖고자 하는 추억 속의 테이블 게임들인 것이다. 하루종일 놀고만 싶던 그 시절, 의무교육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 갖혀 하루의 반나절 동안을 숨막히는 학교에서 생활해야 했던 우리들... 그러나 우리는 동물적인 환경적응력을 십분 발휘하여 그 좁은 책상 위에서도 어떻게든 놀아나 보고자 머리를 싸쥐었었고 그 결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테이블 게임들을 속속 개발해내는 쾌거를 이루었었다. 버트... 머리가 좀 커지면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모두 잃어갔다. 만화책도 오락실도 테이블 게임도... 남은 것은 경쟁심과 필사의 생존본능뿐. 아...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나이트에서 미친 듯 춤을 추는 것들이, 소시적 선생님의 눈을 속여가며 짝꿍과 함께 돌사탕 내기걸고, 피터지게 시합하던 지우개 따먹기 만큼 재미 있었던가. 울나라 선수들이 월드컵 나가서 한 골 넣을 때마다 온 몸에 끓어오르는 그 열기가, 소시적 책받침 축구할때 샤프 끝으로 위태롭게 공을 튕겨가다가 드뎌 한골 넣었을때의 그 흥분과 환희보다 더 뜨거웠던가. 이제 본지는 그러한 벅찬 감동과 흥분의 순간들은 다시 한번 독자 열분께 맛보여 주려고 한다. 지난번 추억의 게임기사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추억의 테이블 게임들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했던 오락문화들을 발굴 고증해 보려고 한다. 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막 벅차온다. 독자 열분의 열화와 같은 격려와 제보를 기둘린다. 서론이 길었다. 그럼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추억속의 테이블 게임들을 하나씩 되새겨 보기로 하자. 책받침 축구 책받침 축구... 크아!! 벌써부터 막 흥분될라 그런다. 당시 책받침 축구는 아이들의 경제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고 있었다. 하나는 부르주아 계층이 주로 애용하던,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던 책받침 축구용 책받침 을 이용한 게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반 서민계층이 애용하던 원조 책받침 축구였다. <책받침 축구용 책받침>은 책받침 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파괴한 혁신적 상품이었다. 미키마우스나 캔디 등의 그림이 들어가 있던 기존의 책받침과 달리 이것은 앞면에 초록색의 그라운드와 선수들, 그리고 골대가 극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으며 구석에는 다섯개의 축구공이 나란히 틀어박혀 있었다. 플레이어는 이 축구공 모양을 가위나 도루코 (이 당시에는 뭐든지 칼 = 도루코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를 이용, 예쁘게 잘라내어 경기에 사용할 공을 조달하였으며 또한 선수들과 골대는 뒤쪽에서 힘을 주어 딱 눌러주면 연결부분이 끊어지면서 앞으로 벌떡 솟아올라 3차원 입체게임을 즐길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 당시 국민적 축구영웅이던 차범근 선수가 센터포트 자리를 지켰더랬다. ) 원조 책받침 축구는 돈이 별로 안드는 대신 그 절차가 조금 복잡했다. 우선 아무거나 못쓰는 책받침을 골라 대충 눈어림으로 동그라미 비슷하게 잘라내어 공을 만든 후 공책을 한장 뜯어 거기에 일일히 선수들과 골대의 모습을 그려 넣어야만 했다. 귀찮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돈이 안들기 땜시 많은 학우들이 원조 책받침 축구를 선호하는 편이었으며 특히 본기자처럼 과거 만화를 좀 그릴줄 알던 아이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골대와 선수들을 그려주고 그 댓가로 돌사탕이나 아폴로 몇 개씩을 받아 먹곤 했다. 아... 씨바... 아폴로 먹고싶다... 암튼 재료의 질적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가지 모두 경기 운영방식은 같다. 여기서 잠시 책받침 축구의 룰을 알아보도록 하자.
룰은 이토록 간단하지만 막상 경기에 임해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제멋대로 튕겨나가는 공을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튕기는 각도와 누르는 힘, 경기장 바닥의 마찰계수 등등을 철저히 계산, 고려해야 하며 특히 짝꿍의 극심한 겐세이 행위 ( 선수 얼굴 웃기게 그려놓기, 경기장 바닥에 빵꾸내서 파토 만들기, "선생님 오신다" 라고 구라치기 등등) 를 극복하여야만 비로소 어렵사리 한 골을 넣을수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승리한후, 패배한 짝꿍이 내던지는 돌사탕을 입에 물고 있노라면 정말 세상 부러울것 없었다. 그 승리의 희열... 아... 이걸 어디에 비하랴. 아마도 현재 울나라의 폭발적인 축구열기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아님 말구... 자. 지금 당장 근처 문방구로 달려가 책받침 하나 사갖고 오시라. 그리고 옆자리 과장님 꼬셔서 다함께 그 시절로 돌아가 점심내기 책받침 축구 함 해보시라. 존나 잼있을거다. 이미 본지 수뇌부에서는 점심내기배 토너먼트를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본지총수 이거 하다가 지게 되면 점심대신, 그라운드가 되었던 책받침을 막 오돌오돌 씹어먹는다. 아.. 무서버.. 지우개 따먹기 지우개 따먹기는 책받침 축구와 함께 소시적 우리의 전투정신 함양에 큰 영향을 끼쳤던 놀이문화 중 하나이다. 학생이라면 당근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그 흔하디 흔한 지우개를 이용하여 프로레슬링에 버금가는 스펙타끄르한 게임을 창조해냈던 아이들의 창의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지우개 따먹기를 통해 약자는 강자의 밑에 깔린다 라는 인생의 쓰디쓴 진리를 배웠으며 몇몇 조숙한 아이들은 당황스럽게도 지우개 따먹기를 통해 조기 성교육을 받기도 했다. 덮친넘과 깔린뇬... 덮친뇬과 버둥거리는 넘... 음... 지우개 따먹기에 필요한 도구는 아주 간단하다. 지우개 두개. 하지만 그 당시에도 지우개는 수십가지 종류가 있었기 때문에 최초에는 공정한 게임의 진행이 대단히 힘들었다. 어떤넘은 도날드 모양 지우개를 가져와 판에 꼈다가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지우개 따먹기용 지우개는 50원짜리 점보 지우개 (네모나고 투박한 지우개의 원조) 로 고정되기 시작 하였으며 이때부터 비로소 페어플레이가 가능케 되었다. 여기서 잠시 지우개 따먹기의 룰을 알아보도록 하자.
이 정도다. 절라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증말 피를 말리는 게임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지우개를 거의 혼을 불어 넣다시피 사랑했기 때문에 짝꿍의 지우개에 깔리게 되면 알수없는 수치심과 분노가 치솟아 올라 마구 열을 내곤 하였으며, 반대로 상대에게 극적인 폴승을 따내었을때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것 이상으로 날뛰며 좋아하기도 했다. 특히 지우개 따먹기는 수업중에도 선생님의 눈을 속이기 쉬웠기 때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어 당시 아이들의 정신건강증진에 크게 일조한 범국민적 놀이였다. 요즘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은 뭐하고 노는지 모르겠다. 지우개 따먹기가 뭔지도 모르는 가엾은 아이들... 혹 지금 당신의 주변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따듯한 지우개 하나를 손에 꼬옥 쥐어주믄서 함께 지우개 따먹기 시합을 벌여보도록 하자. 개구리 따먹기 지우개 따먹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게임은 진행방식이 지우개 따먹기와 거의 흡사하나 경기도구가 종이로 만든 개구리 라는 점이 돈없던 일반 서민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유행한 케이스다. 공책 한 장이면 개구리 두 마리가 제작 가능했기 땜시 총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경기에 져서 개구리를 빼앗긴다 해도 별로 서러울것 없다는 점이 개구리 따먹기의 커다란 장점중 하나라 하겠다. 개구리 따먹기는 앞서 소개한 지우개 따먹기와 똑같은 룰을 적용하기 땜시 따로 소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혹시나 세월이 넘 오래 흘러서 개구리 접는 방법을 잃어버리신 분들이 있을까하여 간단하게 제작방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어때? 막 접어보고 싶지 ? 동전 농구 이미 왠만한 게임은 다 해봤고, 뭔가 좀더 어렵고 박력있는 건 엄쓸까 고민하던 국민학교 5, 6학년 고참들의 기대에 부흥하여 탄생된 것으로서 현재까지도 애용되고 있는 장수 테이블 게임이 되겠다. 동전 농구는 한시도 눈을 뗄수없는 긴장감과 스피디함을 갖추고 있기 땜시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의 반사신경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조기 성교육을 받지 못해 욕구불만이 쌓여있던 사춘기 학우들에게 집어 넣는다 라는 대리만족을 시켜주어 성범죄등의 사회적 혼란현상을 미리 예방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동전농구에 필요한 준비물은 아무거나 동전 한개면 된다. 다만 50원 짜리는 너무 가볍기 때문에 경기장 밖으로 튕겨나갈 가능성이 크므로 가급적이면 10원짜리나 100원짜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 게임의 룰을 함 알아보도록 하자.
대충 이런 방법이 되겠다. 하지만 이렇듯 재미있는 게임이긴하나 동전 농구는 딱 한가지 아주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바로 동전이 경기장 밖으로 튕겨나가 분실되는 경우이다. 어릴적 우리에게는 단돈 10원도 대단히 액수였다. 돌사탕 하나가 십원이었고 다섯개만 모으면 신나게 오락 한판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원짜리 하나 잃어버려도 금방 눈물을 글썽거리던 아이들... 간 크게도 100원 짜리로 동전농구 하다가 분실한 아이들은 거의 실성해서 사방팔방 교실바닥을 헤매고 다니다가 결국 찾지 못했을 경우, 학교 화단에서 꽃잎 하나 따다 머리에 꽂고 미친넘의 루틴한 진행과정을 거쳐 학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왕왕발생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본기자 얼마전 6살 먹은 조카한테 용돈으로 천원 줬다가 뒤지게 맞을 뻔했다. "천원갖고 뭐하라구!!" 라고 소리치는 조카를 보니 할말이 없더라. 암튼 동전 농구 역시 회사 점심시간 같은 때 심심풀이로 즐기기에는 제격인 게임이다. 단란주점배 전사적 토나먼트 함 해보시라. 회사가 막 가고 싶어진다. 자. 일케해서 지금까지 추억속의 테이블 게임 몇 가지를 함 고증해 보았다. 물론 이외에도 미처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테이블 게임들이 남아있다. 혹 알고 계시는 분들은 즉시 본지에 투고 바란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오락이다. 한 번쯤은 게임방, 포커, 당구, 고스톱.. 대신 친구들과 동료들을 모아 책받침 축구나 지우개 따먹기를 함 해보시라. 20여년전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어느샌가 국민학교,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진짜다. 그때가 되살아 감격스럽걸랑 멜이나 한 통 쎄려주시라. 빠빠이~- 딴지 문화부 고증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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