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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이젠 껍디까정 표절인가


1999.9.17.금요일
딴지 전임 논설위원 겸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먼저 뒤늦게 기사를 올린데 대해 독자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현재의 아이돌중심의 기형적인 스타시스템이 낳은 여러가지 부조리중의 하나가 표절행위임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돈만 많이벌면 최고라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것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대다수 표절을 일삼는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대로 작가적 양심은 내팽게친채 그저 단기간내에 물질적 풍요와 명성을 거머쥐려는 의도에서 그런 짓을 한다고 본다. 하지만 신명을 바쳐 작업을 하고도 억울한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만 아주..아주 가끔 있는것도 사실이다.

전문적인 음악 지식이 없는 대다수 대중들이 표절시비가 이는 곡들을 듣고 표절이냐 아니냐를 단번에 판가름하는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듣는이에 따라 금새 표절이라고 단정지을수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또 어떤이에겐 어디를 베꼇다는건지 이해가 잘 안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서 본기자는 다음호 업데이트에 맞추기 위해 요즘 열심히 특집기사 하나를 준비중이다.

이름하여 표절의 유형과 모방의 기법 이 그것이다.

음악적인 기본지식이 갖춰진 상태에서 어떤곡을 모방 내지는 표절을 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고도의 절도 테크닉을 갖춘 이른바 몇몇 엘리트(?) 작곡가들에게는 얼마든지 대중들과 전문가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도 쓸만한 소스를 찾기만 하면 금방 모방 내지 표절할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양심을 갖춘 진정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수많은 독자들을 위해 본기자가 보름간에 걸쳐 직접 제작할 예제 MP3 파일들을 첨부해가며 그 파렴치한 표절수법들과 표절이라곤 보기힘든 모방의 여러가지 기법들을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단순한 흥미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주요 언론과 방송은 매번 표절시비가 일어날때마다 그네들의 당시 이익관계에 따라 일회성 비판 혹은 비판의 탈을 쓴 변명이나 해주는데 바빳다. 객관적인 안목제시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을 가지고 그저 그날의 이슈화를 목적으로 하거나 두소절 이상이면 표절이고 아니면 표절이 아니라는둥 도데체 음악적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은 표절시비에 대해 논하지도 말고 걍 자기네들 하는말이나 들으라는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긴 자신들이 몰라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표절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이젠 대중들이 어느정도 음악전문가가 되는 수밖엔 없을것 같다. 다음번 기사는 미흡하나마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표절이냐 아니냐, 모방의 한계는 도데체 어디까지인가를 가늠해볼수 있는 일반적인 바로미터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독자님들의 많은 제보와 성원을 바란다.


예고편이 넘 길었다. 그럼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음반에 있어서의 디자인의 역할


이번에 얘기하려는건 음악이 아니라 바로 음반 디자인이다. 본기자, 그래픽디자인이나 출판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외국작품 표절하기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들은바 있다. 광고물에서부터 단행본 책의 디자인과 레이아웃까지 무분별한 외국것에 대한 표절행위는 이미 그분야 종사자들이면 어느정도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음반 디자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음반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몇몇 나라들의 경우 단순히 음반을 포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음반에 담긴 음악적 색체를 보다 분명히 하게 해주는 첨가제 역할을 할뿐아니라 이젠 그것 자체로도 상업 디자인 작품의 하나로 인정해줄만큼 그네들의 음반디자인에 대한 프로페셔널리즘은 대단하다. 그래서 예전 비틀즈의 명반이라 불리는 음반들의 디자인에서 부터 락 매니아라면 한번쯤은 심취했을 핑크플로이드나 롤링스톤즈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반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또한 앤디 워홀같은 인정받은 상업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음반디자인에까지 넓히기도 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결과 몇몇 외국의 일류 음반전문 디자이너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보수를 받고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즉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라고 하겠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불과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겐 음반표지까지 신경을 쓸 겨를과 여유가 없었다.그래서 대충 촬영한 사진을 위주로한 형편없는 레이아웃으로 제작된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90년대의 문턱을 넘어 물질적 풍요를 맛볼즈음, 외국직배사들의 국내상륙으로 인해 국내 음반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문제는 달라졌다.넓어진 국내 음반시장에서 빨리 음반 만들어 한몫 챙기려다 보니 가요계는 당연히 노력이 필요없는 일본팝을 무분별하게 표절하는 붐이 일어났고 덩달아 음반 디자인에 대한 것도 일본인들의 그것을 따라갔다.

일본은 아티스트의 천국이라 불린다. 그도 그럴것이 씨디앨범 한장 가격이 우리돈으로 3만원이 넘는게 많다. 미국과 비교해도 거의 두배에 가깝다. 당연히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인세 퍼센티지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니 직접적인 음악 제작비 외에도 앨범 표지및 속지 디자인에 많은 돈을 들인다. 대부분 일본음반의 디자인은 호화롭기 그지없다. 음반 디자인에 들이는 돈으로만 치면 미국의 두배가 넘는다고 보면된다.










  사용되는 종이의 질도 다른나라의 것보다 월등히 높으려니와 BOOKLET과 TRAY LINER라고 하는 속지 하나하나에 대한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보면 되겠다.
<날로 다양화 해가는 일본의 음반 디자인>  

오늘날 산업전반에 관련된 디자인에 관한한 세계최고수준을 자부하는 일본인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우리도 얼마전부터 거의 모든 메이저급 가수들의 음반디자인에 과거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음반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생겨났다. 발매되는 모든음반을 평균적으로 따져 디자인에 책정하는 예산으로만 본다면 이젠 오히려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이렇데 된데에는 물론 음반일 지언정 과거의 구매층에 비해 시각적인 면을 보다 중요시하는 지금의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함도 있다고 볼수 있지만 그보다는 현재의 아이돌중심의 스타시스템을 위주로한, 즉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없는 가요계처럼 되다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도 할수있다. 왜냐구?

음반 디자인에 돈은 많이 들이지만 정작 있어야할 디자인이 상실된 절도품인게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창의적인 장인정신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우리네 가수의 앨범을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주로 일본음반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그대로 베끼다 시피 한게 더 많다. 가요매장을 지나다 보면 그런것들이 한두장이 아니다. 버트, 본기자...아쉽게도 가요앨범을 몇장밖에 소장하고 있지 않은터라 요사이 기사작성을 위해 친구에게 빌린 최신 음반 두장을 예로들까 한다.

조숭모의 신보 슬픈영혼식 VS 우타다 히까루 FIRST LOVE

8월에 발매된 조숭모의 앨범 슬픈영혼식은 한국가요계를 석권중인 베스트셀러라 할만큼 폭발적 수요를 보이는 음반이다. 가수 자신이 훌륭한 가창력과 비디오를 갖춘덕에 요사이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군림하고 있다.예전 표절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다지만 본기자는 문제의 그 노래를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논하지 않겠다.

뉴욕 이민자 출신인 17세 일본 소녀
우타다 히까루는 뛰어난 영어실력과 작편곡 능력,흑인음악창법으로 데뷔음반인 FIRST LOVE를 발매한지 불과 2개월만인 지난 5월, 종전 일본의 락밴드인 BZ이 보유하던 일본내 단일음반 최다 판매기록(510만장)을 가볍게 갱신하고 지금은 600만장 판매에 도전하며 일본 팝계를 석권중인 귀여운 아가씨다.

먼저 이 두음반의 커버디자인을 함 비교해보자.
















  음반 속지에 사용된 고급 코팅지의 재질부터 똑같다. 사용된 색상에서부터 옆에붙은 광고라이너의 레이아웃도 똑같다. 한자로 표기된 조숭모의 이름과 놓인 위치도 실소를 자아낸다. 아예 사용된 폰트까지 똑같다.

우연일수도 있다?
이것가지곤 베꼇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할 독자들도 있으실지 모르겠다.
<조숭모 슬픈 영혼식>  
 
<우타다 히까루 FIRST LOVE>  

그럼 커버를 한장 넘겨 속지 첫머리를 보자.






이거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내친김에 다음 페이지도 함 바보자.





왼편 가사의 레이아웃과 크레팃표기의 정렬방법이 똑같음은 말할필요가 없고 두 가수의 얼굴표정마저 흡사하니 피식~하는 웃음부터 나오지 않는가?
13페이지가 공히 넘어가는 두앨범의 BOOKLET 구성이 메 페이지 이렇듯 똑같다고 보면된다
. 하나하나 스캔받아 올린다는것 자체가 통신비 낭비일 정도로...

자, 그럼 뒷면 TRAY LINER 안쪽을 함 바볼까?


 


은색위에 놓인 똑같은 폰트와 똑같은 정렬...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하나 날려보자. CD FACE 라고 하는 CD 표면 디자인이다.







이제 우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수 있을것 같다.

"아..씨바...."

아직도 음반구매자들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보는걸까? 아니면 그저 돈 몇푼 욕심에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은 애초부터 없었던것일까? 그도저도 아니면 제작사측이 우타다의 음반처럼 공전의 히트를 치고싶은 열망에 휩싸여 디자이너에게 표절을 의뢰한것일까? 무지몽매 한 우리네 대중들로서는 그분들의 고귀한 의도를 알길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먼저번 미국음악의 세계제패이유"기사에서도 목놓아 외쳤지만 창의성을 길러주지 않는 입시위주의 예능교육은 제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육성한들 결과는 신통치 못할것이다. 음반디자인에 사용되는 주된 툴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그리고 QUARK 이면 족할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창의적인 사고와 미학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그저 단순한 툴을 다룰줄 알게 만드는 기계식 교육에 매달리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것이다.

또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건 음반제작을 하는 사람이건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건 최소한 그가 프로페셔널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진정한 쟁이로 불리고 싶다면 우선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존심을 먼저 지켜야 할것이다. 돈 몇푼에 내 스스로가 내팽케친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존심....결국 되돌아 오는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마감시간을 넘겨 쫏기다 시피하며 작성한 졸필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 딴지 전임 논설위원 겸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crit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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