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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쭝앙일보 마라톤대회를 고발한다 !

1999.9.15.수요일
딴지 수포추 수습기자

지난 9월 12일, 13000여명의 사람들이 쭝앙일보에서 개최한 서울하프마라톤을 참가하기 위해서 잠실주경기장에 모였다.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분들에서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마라톤을 위해서 모였으나, 그날의 마라톤은 마라톤이 아니라 특수 극기훈련으로 끝을 맺었다.

 

 무성의한 행사준비

 

이른 아침부터 잠실경기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쭝앙일보측의 어수선한 운영으로 시작부터 좋지가 않았다. 운영요원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남녀 탈의실은, 텐트 2개동이 전부였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만 3여천명이 그 작은 텐트에서 어떻게 옷을 갈아입나. 무슨 국민학교 운동회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나마 남녀 구분이 표시가 안되어 있었고, 터무니없이 작은 텐트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구석에서 옷을 갈아 입었고, 밖에서 옷 갈아 입기가 불가능한 여자분들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개인물품 보관소라는 곳은 경기장 외부 시멘트바닥에 비닐봉지에 물품을 넣고 참가자번호를 유성펜으로 쓴 다음, 번호순으로 바닥에 늘여 놓는 곳이었다. 잠실주경기장 안에는 수많은 빈 방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품분실 우려가 있는 시멘트 바닥에 그냥 보관할 수 밖에 없도록 행사준비를 한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민학교 운동회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참가자 중 일부는 응원나온 사람에게 짐을 맡기거나, 한강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자기 차에 갖다 놓고 온 사람들도 있고, 아예 자기 가방을 멘 체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쭝앙일보 사장의 개회사선언 후 몸풀기 운동을하고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학생체육관 앞까지 13000명의 참가 선수들은 이동을 했다. 하프(22.0795km), 10km, 5km 참가선수들의 구분을 운영요원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가선수들은 마이크를 쥐고 폭력적이고 고압적으로 어린아이에게 지시하듯 고함을 질러대는 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동을 해야했다. 노인들도 있었고, 어린 학생들도 있었고, 외국인 참가자들도 있었는데 도대체 그게 뭔가.

 

 무뇌(無腦) 행사진행

 

쭝앙일보에서는 5km 지점에서부터 5km마다 물을 공급하여 준다고 했으나, 선두그룹에 낀 선수들조차 3km 정도 달렸을 때 이미 거의 물이 떨어져 5km 참가해 후반부에 달린 선수와 10km, 하프에 참가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 한 번 구경하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만 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에게 물은 곧 생명수다. 참가자 수를 감안해 물을 준비해야되는 건 기본 중에서도 기본 아닌가. 목이 말라도 참고 죽어라고 결승점까지 무조건 뛰라는건가? 도대체 이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은 마라톤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인지 모르겠다. 아니 마라톤을 직접 해보지는 못했었도 마라톤 하는 것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본 적이라도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말도 안되게 턱없이 부족한 물, 바짝 마른 스폰지.. 마라톤을 하던 일반인들은 심한 갈증과 더위에 너무도 고통스러워했으며, 중도 탈락자들이 속출했다. 물 공급만 제대로 되었으면 중도 탈락자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스스로를 시험해보려던, 혹은 마라톤을 사랑하는 대다수의 일반시민들에게 오히려 좌절감을 안겨준 참으로 안타까운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참가자들은 뛰다말고 근처 식당과 주유소에 쳐들어가서 물을 얻어 마셔야만 했고, 하프구간에서는 식수차에 운반되어 온 식수라고는 믿겨지질 않는 미지근한 구정물을 마시면서 뛰어야했다.

 

사전에 경찰과 준비했어야할 교통통제, 이것 또한 문제가 많았다. 사전에 제대로 홍보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행사를 전혀 알지 못하고 나선 운전자들이 경찰과 여기저기서 말다툼을 하였으며, 레이스 도중에 마라톤을 하던 선수들을 멈춰서게 하고 차량을 통과시키는 헤프닝까지 일어났다. 이게 도대체 공인된 마라톤대회인지, 아니면 눈치를 봐가면서 죄스런 마음으로 길 한귀퉁이에서 뛰어야 하는 동네체육대회인지 분간이 안 갔다.

 

하프코스를 뛴 하위그룹은 차량통과를 이유로 지하도를 이용해서 길을 건너야 했다. 20km를 달리는, 마라톤을 하는 선수들에게 계단을 이용해 지하도로 코스를 지나가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구간에서는 아예 인도로 뛰게했다. 인도로. 정말이지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달리기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교통통제에 대한 사전홍보 부족으로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체계 행사마무리

 

결승점까지 힘들게 들어온 선수들은 또 한번 기분이 상했다. 일반관객도 아니고 마라톤선수들까지 잔디밭 보호를 이유로, 골인해서 기진맥진한 선수들이 경기장 잔디밭에 쓰러지지 못하게 했고, 어디 있는지도 안내도 해주지 않는 물, 바나나, 곡물과자를 먹기 위해서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아수라장에서 땀으로 흠뻑 젖은 거지들이 동냥하는 모습을 연출해야만 했다. 

 

그나마 5, 10km 선두그룹으로 도착한 선수들은 물과 바나나, 과자를 먹을  수 있었으나 그 이후에 도착한 대다수의 선수들과 하프를 뛴 선수들은 빈 물통과 바나나 껍질만 구경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또, 경기전에 맡겼던 개인물품을 찾기 위해서 40여분간 줄을 서야했다. 번호순으로 보관되었어야 할 가방들은 뒤죽박죽 섞여 있었고, 완주를 하고 피곤한 몸을 쉬지도 못하고 40여분간 짜증을 내면서 기다린다는 것은 마라톤을 뛰는 것 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주최측에서 말한 샤워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밖에서 소방호수로 뿌려주는 물로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을 수 밖에 없었다. 야외에서 소방호수로 뿌려주는 물로 씼었다...

 

젖은 옷을 갈아입을 만한 장소도 없었으며, 그나마 갈아입을 수 있는 경기장 내의 반 방들은 모든 문이 활짝 개방이 되어 있어서 남자선수들도 속옷을 갈아 입기 불가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귀가했다.

 

경기 도중 탈진해서 쓰러진 선수들을 위해서 구급차가 와서 인근 병원으로 수송 했으나, 경기운영요원들은 어떤 참가자가 어떤 병원으로 수송 되었는지도 몰라서 참가자 가족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으며, 다른 참가자가 목격한 바로는 경기 도중 한 선수가 탈진해서 쓰러지자, 쭝앙일보 보도차량이 쓰러진 선수 곁에 다가가 구호조치는 커녕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사람의 생명 보다는 기사거리가 더 중요한가.

 

참가비 3만원, 돈을 내면서 참가한 마라톤 대회다. 그러나 쭝앙일보에서는 너무나 큰 실망과 고통만을 주었다.  

 

처음 주최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미흡한 점이 많았고, 그 미흡한 점 때문에 마라톤에 참가 선수들이 탈진으로 생명이 위태로와질 수 있다는 것을 거대 얼론사인 쭝앙일보에서는 정녕 몰랐단 말인가.

 
 

서울하프마라톤 홈페이지 토론광장에는 쭝앙일보를 규탄하는 글들이 하루에 수백개씩 올라왔다. 그들은 미흡했던 경기운영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쭝앙일보의 불매운동까지 벌일 생각이었다. 항의가 밀려들자 쭝앙일보 측에서는 글쓰기를 금지시켜버렸다.

 

그 모든 무질서와 무성의와 불만, 분노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기사에는 모든 시민이 하나되어 만족하게 진행된 신명난 마라톤이었고, 이제 새로운 시민의 축제로 자리잡았다는 자화자찬하는 기사가 신문 전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자기들이 주최한 마라톤이었기에 스스로 나쁜 소리하기 싫고 또 그런 큰 대회를 어쨌든 주최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웠기로, 소수 선두권 선수를 제외한 많은 수의 참가 시민들이 다시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엉망으로 진행된 대회를 두고 어쩌면 그렇게 뻔뻔스럽게 시민축제 운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래놓고 항의가 빗발치자 어디에 있는지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마라톤 홈페이지에 사과문 몇 줄 올려놓은 것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 거대 언론사가 이래서는 안된다. 3만원이나 내고 물 한모금 먹지 못했으니까 3만원 돌려달라는 차원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공식적인 대회라면, 새로운 천년을 향해 뛰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진행한 그런 대회라면, 잘못이 있을 경우 공식적으로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처음 해봐서 미숙한 점도 있었다고, 다음해부터는 보완해서 잘하겠다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구석탱이 행사홈페이지 말고 신문지면을 통해 공식으로 공개사과해야하고, 쪽팔려서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쭝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전면에라도 참가자와 제대로 홍보하고 준비하지 못해 교통피해를 준 주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어찌 한국을 대표한다는 4대 일간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씨바 !!

 

쭝알일보 서울하프마라톤대회 게시판에 올라 온 게시물 한 편을 옮긴다.

 
 



 
쭝앙일보 주체의 마라톤 대회를 뛸때는 미리 다음 사항을 각오하고 참가할 것을 제언하고 쭝앙일보도 앞으로는 대회 안내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반드시 첨부하여야 할 것임.

1. 대회 내내 갈증해소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뛰기 전에 돈을 미리
지참하고 목이 마르면 자기 돈으로 도로변 편의점을 이용할 것.

 

2. 선두에 뛸 자신이 없으면 방독마스크를 준비하고 뛸 것 - 왜? 코스 중 터널이 있을 경우 매연을 마시면서 뛰어야 하니까 (교통통제가 안됨)

 

3. 주최측이 제공하는 바나나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빨리
뛰고 인격모독도 감수할 자신이 있을 것 - 왜? 주최측은 바나나를 제공하는 하훼와 같은 성은을 베푸니까, 무지한 참가자는 욕 정도는 감수하여야 하니까(씨XX...)

 

4. 주최측이 참가비를 어떻게 사용하는 관심도 갖지 말 것 - 왜? 스트레스성 정신장애가 오니까 건강을 위하여

 

5. 미리 코스를 반드시 머리 속에 암기하고 수회에 걸쳐 답사바람 - 왜? 코스 안내를 기대하면 길을 잃을 수 있음

 

마지막으로, 지옥극기훈련과도 같은 마라톤대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참가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졸라! 

 

 

 

 

- 딴지 수포추 수습기자 김용 ( blueink@shinbir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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