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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만에서 클롱 뜨고 에좃티 조땐 사연

1999.9.15.수요일
딴지 대만 특파원

 귀하는 대만이 어떤 나라인지 아시는가.

 

중국어에 관심이 좀 있는 아해들을 제외하면 아마 다들 잘 모르실 게다. 한땐 아시아 반공전선의 혈맹으로서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적도 있으나 지금은 외교관계도 없고 각종 교류 역시 뜸한 그런 밍밍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 역시 그러한 외교관계 실태를 벗어 나지 않는다. 암것도 모르거나 이름 정도 아는 수준... 신문 좀 보는 넘이라면 요즘 중국과 양국론인가 뭔가로 분위기가 좀 심상찮은 동네라는 것까지는 알 것이고.

 

 그럼 대만이 아는 한국은 얼마만큼인가.

 

거의 비슷하다 할 수있다. 즉, 조또 모린다. 좀 열받는 것은 우리는 옛날에 신문들이 한창 떠들어 댔던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랭이니, 아시아 신흥공업국이니 해서 홍콩, 대만 그리고 싱카폴이 우리와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산업화가 진척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던 것에 비해 이 대만넘들은 한국을 저개발국가에서 좀 벗어날만 하다가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간 그런 나라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대만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방식과 - 우리가 과거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던 사연을 떠올려보시길 -  졸부근성을 가지고 있는 대만대중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문제는 오늘 다룰 얘기가 아니므로 여기서 줄이기로 한다.

 

앞의 얘기들은 다 독자제위께 어떠한 분위기를 전해 주기 위해서이다. 한국 가수들이 대만에서 활동한다는 데 그 구매자들인 대만 일반대중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 것인지, 대충이나마 감을 전해 주기 위해서이다. 

 

한국을 예로 들어 보자. 한국에서 뜬 필리핀 3인조 댄스 그룹? 태국에서 날아 온 태국 최고의 틴에이저 그룹? 이런 소리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가짜 근대화의 논리에 오염된 한국 아해들은 노래도 근사한 미국과 일본의 노래만 듣는다, 아닌가?

 

본기자 감히 단언한다. 우리를 something cool 로 봐 주는 사람들은 대만에는 거의 없다.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현상만을 두고 말한다면 한국은 대만에게,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일으키는 그 어떤 cool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뭐 꼭 잘 보이려고 할 필요도 별로 없지만, 대만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젠 기본 분위기가 전달됐으리라 보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이런 대만에서 클론이 떠버렸다.

 

외국에서 한국어 앨범이 반 년만에 30만장 넘게 팔린 일은 아마 단군 이래 처음일 것이다. 조용필도 서태지도 못 해냈던 일이다.

 

전말은 이렇다.

 

작년 월드컵을 전후로 우연히 대만 Mtv에 클론의 월드컵 응원가가 소개되었고 예상 외로 좋은 반응에 고무되어 내친 김에 소개된 빙빙빙 뮤직 비디오가 말그대로 떠버렸다.

 

당시 대만에 있던 기자는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한국어로 된 빙빙빙 노래를 들으며, 이거 낯선 것에 호기심이 많은 대만인들의 특성 탓이려니 하며 곧 지나갈 현상 정도로 치부했었다.

 

본기자가 틀렸다.

 

각종 챠트를 휩쓸고 뒤늦게 앨범이 발매되고 암튼 클론 열풍은 식을 줄 몰랐다.

 

얼마 뒤 클론 본인들이 대만을 방문하고 공연에서 클론이 보여 준 뛰어난 춤 솜씨와, 특히 구준엽의 섹쉬한 몸매는 그 열풍에 불을 질렀다. 뭐 대충 이렇다. 클론의 3집은 대만에서도 동시에 발매되어 그들의 2집만큼은 아니지만 어쨓든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 IFPI Taiwan International Top 10 -
Year: 1998 Week: 36 (1998/09/14 - 1998/09/20)















































































 
This Week Last Week Wks. on chart  

Peak Position

Title Artist
1 2 4 2 Bing Bing Bing Clon
2 1 16 1 Where we beiong Boyzone
3 3 4 3 Shine LunaSea
4 6 6 1 海之Yeah All Stars
5 6 2 5 Maxi Kingdom 5 Various
6 4 3 4 Armageddon O.S.T.
7 7 2 7 Love Diary Various
8 Re 21 1 Auqa Auqa
9 9 1 9 Back to titanic O.S.T
10 NEW 1 10 Now,thats what I call love Various
 
 



 
 

- 대만 국제차트에 등장한지 4주만에 정상을 차지한 클론...

 

일이 이쯤 되니까 한국의 기획사들은 이거 뭔가 껀수가 터졌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영어로 노래 부르고 밖에 나가서 녹음하고 외국 가수랑 같이 녹음도 하고 암튼 한국의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기를 쓰고 해도 잘 안된 해외진출인데 잘 알지도 못하고 생각도 안하던 대만이란 나라에서 한국어로 된 앨범이 그렇게 많이 팔리다니.

 

이래서 디바가 두번째로 대만을 오게 된다. 이번엔 사전 준비도 꽤 했었고 클론이란 처음의 대성공 직후라 대만언론도 적잖은 관심을 보여 주는 등 사전 분위기가 상당히 유리한 편이었다. 결과만 말하면 디바도 성공이었다.

대만 아해들의 돌연한 한국 노래열풍은 대만사회에서도 상당히 기이한 현상이었다. 분분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본기자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식 댄스음악의 독특한 멜로디와 리듬감이 대만 아해들의 귀에 상당히 어필했다는 것, 그리고 대만, 홍콩의 어느 가수도 따라 할 수 없는 신출귀몰한 춤솜씨. 아마 한국의 기획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드디어...

 

우리의 에좃티가 대망의 대만정복에 나서게 된다.

 

결과는... ?

 

다섯 마리의 춤추는 펭귄이었다.

 

노래가 전혀 안 뜬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연장에서의 관객들의 그 차가운 반응, 아마 에쵸티 갸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럼 왜 실패했을까.

TV로 공연을 보던 본기자의 친구 왈, 쟈들은 춤을 저리도 춰대면서 어떻게 노래까지 저렇게 잘하는감? 아... 본기자는 그 때 깨닫고 말았던 것이었다. 립싱크는 너무나 한국적인 문화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끼린 그냥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거지만 이 잘 모리는 대만아해들에겐 그저 거부감을 일으킬 뿐이라고.. 립싱크하며 춰대는 저 현란하고 격렬하고 희한한 한국 10대 댄스그룹의 춤솜씨도 기냥 아크로바틱 체조로 보일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에좃티의 뒤를 따른 젝수키수의 처참한 실패 역시 기자에겐 예상된 귀결이었다. 한국에서 제일 잘 생기고 노래도 제일 잘 부른다... 어쩐다나 하는 말또 안되는 광고를 내세우며 왔다가 비슷하게 망신만 당하고 간 우리의 두 그룹...

 

현재 한국의 가요시장을 양분한다는, 그러나 밖에 나가서 도저히 진짜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우리의 두 그룹. 한국엔 10대 댄스그룹 밖에 없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주고 간 우리의 두 그룹...

 

그리고 이름을 알리는덴 어느 정도는 성공했지만 이번에 반짝한 홍보활동이 끝나도 그들의 앨범이 과연 계속 팔릴지 의문스럽다는 점에서 에쑤이에쑤와 핑콜 역시 애써 만들어진 한국노래 붐을 진정으로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게 할 만한 인재가 아니었다는 점에선 동일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제 립싱크는 대만의 언론에서도 잘 모리는 대만시청자들을 위해, 저건 노래에 맞춰 입만 벌리는거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그런 단계에까지 왔고 이런 기회가 일방적인 문화수입국이었던 우리가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어떤 계기가 되기를 바랬던 기자는, 클론의 30만장 앨범 판매의 신화가 말 그대로 신화가 되어 버릴 것 같아 착찹하기 그지없다.

 
 

우리의 가수들이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외국넘들 돈 뺏어 올려고? 그냥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 일방적으로 문화상품을 수입하고 일방적으로 우리끼리 좋아하는데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동등하게 교류하고 수입하고 수출하고 상호반응하는.. 뭐 이런 문화적 발전을 바라는 것이다.

 

우리도 대만에 가고, 일본에 가고, 필리핀에 가고 또 더 나아가 서구시장에 가서 우리 걸 보여 주고 그 동네애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그런 반응과 대응 속에 진짜 문화의 힘이 길러지지 않겠는가.

 

한국의 대중음악은 정말 10대 댄스그룹밖에 보여 줄 것이 없는가.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인가. 본기자 아니라고 믿는다. 근데 자꾸 붕어처럼 입만 뻥긋거리고, 아크로바틱한 춤만 줘대는 10대 떼거리 아쉐이들만 대만까지 와서 모처럼의 기회를 망쳐 놓는 것 같아 정말이지 안타까울 뿐이다.

 

대만 전국의 음반가게에 버젓한 한국코너가 생길 날은 우리가 잘만 하면 온다. 돈도 돈이지만 문화가 이미 21세기의 전략이자 무기라는 것쯤은 말 안 해도 딴지독자들이시라면 다들 잘 아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대만, 대만엔 누가 와야 하는가. 누군 안 오는게 도와 주는 것인가...

 

본기자 입으론 말 몬하겠다. 특정팬들한테 맞아 죽을까바서리...

 

담엔 화교 얘길 좀 해 볼까 한다.

 

그럼 담 기사까정 안냥. 짜이찌엔. 꾸바닥.

 

 

 

 

- 대만 딴지특파원 대우 ( ben000@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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