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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씨랜드피해자 쌍둥이엄마입니다.

1999.7.26.월요일
딴지편집부


 쌍둥이 엄마의 17번째 편지글 - 1차시위를 하고나서

드디어, 오늘 우리는 유족회 전체가 외부적인 시위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기도의 무성의함을 참다못해, 어제까지 다섯 차례씩이나 국무총리실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오늘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의 기자회견이 끝난 시간에 강동교육청을 출발하여, 정부 세종로청사 정문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앉아있기를 무려 4시간!! 어떤 사람이 유족들앞으로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사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무총리가 뉴질랜드 총리와 면담을 할 예정이니 30분만 조용히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찬송가와 진혼곡 등을 크게 틀어놓고, 국무총리가 유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랫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소리가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 시간!!! 하루종일 우리는 아이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놓고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그 안에 있던 공무원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그곳에 앉아있는 동안 우리 모두는 이미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정치인들이 왜 그렇게 권력에 대한 싸움을 끊이지 않고 계속하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앉아있던 우리들은 무력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선거때가 아니면,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것 같았습니다. 오늘아침 기자 회견 때 "조금 더 봉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남겠다"라고 말하던 총리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 분의 말은 진심이었을까요?


 쌍둥이엄마의 18번째 편지글 - 2차시위를 하면서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더군요. 오늘도 우리는 세종로청사 정문앞으로 일찍 출발했습니다. 어제 시위를 했던 탓인지, 경찰들이 아예 차문을 막고 꼼짝도 하지 않더군요. 어차피 그 비를 맞아가며 시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그들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엄마들은, 비를 맞고 서있는 그 젊은이들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차안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는 동안, 밖에다가 스피커를 내놓고, 우리는 음악을 틀거나 엄마들의 절실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그곳에서 낭독했던 편지 두 통을 계속해서 올리겠습니다. 편지를 쓴 엄마가 끊어질 듯 흐느끼며 끝까지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차안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다른 피해자 부모님들의 호소문








- 정선교 엄마의 호소문 -


존경하는 총리님!


하늘이 무너질 것 같고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것만 같던 끔찍한 비보속에 하루하루가 흘러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뭔지 몰랐습니다. 자식은 죽은 뒤 에미 가슴에 뭍힌다고 했는데 날이 갈수록 우리의 가슴은 갈기 갈기 찢겨져 나가고 있습니다.


실신에 실신을 거듭해 나가면서도 목숨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자못 질기게 느껴집니다. 이 나라에 작은 소시민으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행복했었는데, 맡은 일에 소신껏 일하고, 생활가운데 어려움을 느껴도 예쁜 내 자식들 키워가며 그 아이들에게 꿈을 안고 살아왔는데, 도대체 우리의 삶이 뭐가 잘못된건지요?


선생님을 믿고 유치원에 보냈고, 캠프도 교육이라고 생각했기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보냈습니다. 엄마 품을 떠남에도 불구하고, 뒤로 안 돌아보고 떠났던 내 아들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는 그 조그만 몸뚱이가 내 아들이란 말입니까? 그 무서운 불속에서 엄마를 외치며 서서히 꺼져간 무수한 저 어린 생명들... 우리 부모들은 절규합니다. 자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존경하는 총리님! 저희들은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들은 이대로 있을 수 없어 이렇게 일어섰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갔지만 죄 없는 아이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헛된 죽음으로 놔 둘수만은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교사의 직분을 망각했고 물질만능의 어른들의 놀음속에 우리 아이들은 무참히 희생당했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우리 아이들이 밀알이 돼서 이땅에 다시는 아까운 생명들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이러한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되고 어느 곳에 내놔도 아이들을 걱정하지 않는 그러한 사회속에 살고 싶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 부모들이 더 이상 실망치 않고 지치지 않도록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우리는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이렇게 일어섰습니다.
존경하는 총리님! 우리에게 힘을 주십시오.

                      -씨 랜드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에미가-


 








- 천수영 엄마의 호소문 -


국민 여러분! 저는 천수영의 엄마입니다. 사랑하는 내 자식하나 지켜주지 못하면서 엄마라는 호칭을 쓰는 못난 에미랍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지 벌써 20여일이 지나갔지만,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아이들을 아직도 그 불속에 놓아둔 듯한 생각뿐입니다.


이 세상의 마지막이 너무 무서워서 울고 있었을 때, 안아주지도 못하고 손도 잡아주지 못한 것이 내내 가슴을 찢어지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으며 몸부림 칠 때, 누구 한 사람 지켜주는 사람이 없었다는게 더욱 이 에미의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내 딸아이 수영이는 작은 나 였습니다. 애답지 않게, 하는 짓이 저와 너무 닮아서 제 남편이 지어준 별명이었습니다. 내 아이, 내 딸,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딸 수영이는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탐내고 예뻐하던 아이였습니다.


딸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난히도 애교를 부려 사랑을 받고 멋부리는 것도 너무나 좋아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딸이, 그렇게도 예쁘고 사랑스럽던 내 딸이, 내 아기가 "엄마, 캠프 잘 다녀 오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내 딸을 왜 그 불덩이 속으로 보냈는지, 밀려드는 건 후회뿐이고 엄마로써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것을 수영이에게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온 집안 구석 구석에, 교회 가던 길, 시장가던 길에도, 유치원 차를 기다리던 곳에서도 수영이의 흔적뿐이고, 그 또래의 아이들만 봐도 수영이로 보여서 눈을 뗄 수 조차 없는데 그런 수영이를 보내고 저희 가족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요?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보내고 엄마, 아빠로써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고작, 불쌍하고 억울하게 간 내 딸과 친구들이 행복한 하늘나라 아기천사가 되길 기도하고,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이땅에 발 붙이고 살 수 없게 하는 일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내 딸을 빼앗아가고 그것도 부족해서 아이들의 시신을 보고도 아무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니 그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되나요?

도저히 우리가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드는 건, 뻔한 자신의 죄조차도 인정을 않는 겁니다. 불쌍하게 죽어간 것도 억울한데 그런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는 사람도 아닌 놈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쉬며 사는게 치욕일 뿐입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그 어린것들을 그대로 방치해 둔 걸 정말로 미안해하고 이제서라도 명백하게 그 당시 상황을 밝히고 가슴에 지우지 못할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저는 슬퍼만 하지 않으려 합니다.이제는 일어서려 합니다. 슬퍼하고 눈물만 흘려서는 억울하게 간 내 딸 수영이에게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탈옥범 신창원의 검거와, 미국의 전 대통령 아들의 죽음이 열 아홉명의 어린 천사들의 죽음보다, 그 아이들을 구하려다 눈 감은 네명의 꽃다운 젊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 세상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 하지 마시고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우리 못난 어른들의 잘못으로 꿈조차 펼치지도 못하고 간 내 딸 수영이와 친구들을, 그리고 사는 동안 매일 매일을 아파하며 살아갈 저희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 땅의 죄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이런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나중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십시요.


 





 쌍둥이엄마의 편지글 - 감사한 분들께 7월 22일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계속해서 이곳에 다녀가시는 분들중에 서울시의원이신 차성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아주 젊고 잘 생기셨더군요. 초기에 분향소에 들르셨던 분들 중에, 이번 일은 순전히 여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던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나, "나는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닌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말하며 흐느끼는 유족들을 떼어놓기에 바빳던 당시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었던 김영배의원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에 비교하면 차성환의원께서는 진심으로 우리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어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밤늦게도 가끔 들르시는가 하면, 유족들과 함께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하고 한번은 분향소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똑같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유족의 입장에 서서 열심히 일해주고 계시는 안병희 변호사님과 백승헌변호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쌍둥이 엄마의 편지글 -7월 23일 3차 시위


국민여러분!! 오늘 우리는 정말 기가막힌 일을 당했습니다. 부패투성이인 경기도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정부당국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기 위해, 거의 보름동안이나 계속해서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결국은 지금 이시간까지 묵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유족들 모두가 직접 세종로청사 앞으로 가서, 면담요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아예 차를 세울수 없도록 경찰버스를 모두 배치시켜 놓았더군요. 결국 문앞에 차를 세웠는데, 잠시후에 커다란 견인차가 한 대 오더니 막무가내로 유족들이 탄 차를 견인해서 후문앞에 있는 좁은 길에 옮겨 놓고는, 앞뒤로 차를 세워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더더욱 웃기는건, 엄마들이 화장실에 가기위해 한시간 동안이나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차도 움직일수 없게 하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 나중에는 화장실에 가는 엄마들 2명에 전경 3명이 따라붙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불에 타서 죽은 것도, 얼마나 기가 막히고 원통할 노릇인데, 이제는 우리 엄마. 아빠들까지 정부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신창원의 거짓말에 조롱당하고 있는 언론과 경찰은, 이렇게 기가 막힌 국민들의 현실을 알고 있기나 한지 모르겠습니다.


 쌍둥이엄마의 편지글 - 특별위로금에 대하여


저는 지금 온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북받쳐 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변호사님께서 사건의 진행사항을 가끔 설명해 주셨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엄마들은 모두 자리를 뜨곤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에미의 죄인된 심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조차도 너무 괴로워서, 두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전 부터 엄마들도 회의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라는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별위로금이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던 우리 엄마들은 자세한 설명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에는, 그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특별위로금 이란게 있다는군요. 성수대교 붕괴때는 1억5천, 삼풍백화점 붕괴때는 1억7천,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때는 1억7천만원이 지급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도대책본부에서는 6천만원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 산정근거가 너무나도 기가 막힙니다. 1995년 8월20일 경기도 직할 부녀복지원 이라는 곳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그곳은 가출 유부녀들이나 윤락여성들을 포함한 여자기술원생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는 곳이었는데, 훈련생들중의 일부가 탈출을 하기위해서, 직접 문에 불을 질렀고, 방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포함한 훈련원생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때 경기도가 지급했던 특별위로금의 액수가 바로 6천만원 이었다는군요.


우리 아이들의 순수하고 여린 영혼들을!! 어른들의 잘못으로 비참하게 죽어간 불쌍한 내 자식들을!! 어떻게 그런 고의적인 방화사건에 비교할수 있는지!!! 경기도대책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식도 없답니까? 자기네 자식들은 평생 아무일도 없이 잘 자란다고 보증해주는 사람이 있답니까? 이렇게 까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그들이 정말로 증오스럽습니다.


 쌍둥이엄마의 편지글 - 7월 24일 4차시위


- 7월 24일 새벽 6시30분!!


합동분향소에 있던 우리 유족들은 갑자기 분주해 졌습니다. 정확히 7시에 강동교육청을 출발하여, 8시가 채 못되어 세종로 청사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차에서는 내려보지도 못하고, 우리 유족들이 탄 차는 앞. 뒤에 경찰버스 두 대가 막고있는 가운데, 문 까지 경찰들이 겹겹이 막고 선 채로 우리는 포로신세가 되었습니다.


차안에 있던 우리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싸우던 사람들이 그동안 왜 그렇게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되었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청사안에 있는 공무원들!! 진심으로 그들에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이 나쁜 XX들아!! 네 자식들 몽땅 데려와라. 콘테이너 박스속에 가둬놓고 모기향에 불붙여서 새까맣게 태워보자. 그때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가!!"


성실했던 아빠들을, 평범하기만 했던 엄마들을!! 도대체 누가 이렇게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입니까? 우리는 그냥 딱 하루, 조용한 침묵시위를 했을 뿐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누가 뽑아준 대통령입니까? 국민여러분!! 우리국민 누구 한사람 이런 일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내 자식을 돌아보고, 내 조카를 떠올리며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딴지편집부 (bluesens@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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