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7.6.화요일
그사이 약간 외도하긴 했지만, 또 이번 대대적인 그룹 구조조정에서 다시 한번 급속 승진하여 비서실장 이라는 권력의 노른자위에 앉게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연애부 기자로서 본연의 임무를 잊은적은 없다. 진짜다. 좀 믿어줄래... 솔직해 지겠다. 본기자 헌팅 시리즈 연재하면서 최초 3회까지는 정말 수많은 격려멜들을 받았었다. "넘 잼있어여" "오빠 사랑해여" 등등... (확인된 바는 당근 엄찌) 근데 이게 날이 가면 갈수록 "씨방새야 지겨워, 그거 그만해" "정말 할일도 없으신가 보죠" 이런 멜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아예 관심을 끊어버리는 사태까정 이르르게 되었다. 마지막 헌팅기사의 조회율이 초창기보다 30%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본기자의 그 참담한 기분...독자분들은 이해 하실려나 몰겠다. 아흑흑... 그렇다. 거국적인 헌팅붐을 함 일으켜보자며 기획했던 지방순회 헌팅과 직딩 미링파리가 계속 연기되었던 (무산된거 아니다. 곧 한다. 진짜다) 이유중에는 이런 본기자의 자신감 상실도 큰 요소로 작용했다. 외도하게 된것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는 궁여지책의 얍삽한 편법이었을지 모른다. 아...절라 죄송하다. 이 자리를 빌어 독자제위께 사과 드린다. 꾸벅~ 어쨌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겨우 원상태를 회복한 본기자의 현재 기분은 날아갈듯 가볍다. 이제 다시금 21세기 명랑 에로스피아를 위해 힘차게 달려나갈 것을 저 펄럭이는 태극기 앞에 굳게 다짐한다. 서론이 길었다. 바로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자. 한달쯤 전의 일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은 밝았고 생업에 종사하는 본기자는 상쾌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부지런히 사무실로 출근했다. 독자제위께서야 뭐 별로 알고싶지도 않겠으나 본기자 맘대로 대략적인 아침 스케쥴을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
이때쯤되면 다른 사람들이 슬슬 출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는데... 본기자의 업무는 제일 먼저 새로 도착한 메일을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서 그날도 어김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아웃룩 익스푸레스를 살포시 누질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었다.
제일 먼저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메일에 적혀 있는 단 한줄의 문장.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간 기자생활을 해 오면서 욕설이 섞인 메일을 받아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마치 본기자와 철천지 원수라도 진듯 이렇게 직설적으로 공격해 온 사람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것은 보낸이의 이름 석자였다.
분명히 뇨자 이름이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나에게 이런 멜을 보냈을까...내가 뭔 죄를 지었지...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본기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중 하나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릴수 있었다.
어쨋거나 아무튼. 일케 상황을 일단락 짓고 낼름 멜을 지워버린 다음에 평상시처럼 룰루랄라 생업에 종사하던 본기자는 오후에 접어들어 다시 한번 멜통을 확인하는 순간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를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역시 같은 사람으로부터 온 메일 이었다. 이쯤되면 제 아무리 얼굴에 철판깔고 사는 사람이라도 약간 바르르 떨리면서 당황하지 않을수 엄따. 이 두번째의 멜로 미루어보아 일단 위에 열거했던 가능성들중 4번과 5번은 거의 제외된 셈이고 글타면 남은것은 1번부터 3번까지의 이유들중 하나라는 얘긴데...아 씨바. 골아팠다. 대체 모야...할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해보란 말이야... 버트 이정도에서 모든 상황이 종결 되었다면 본기자 이딴거 기사거리로 삼지도 않는다. 진짜 사건은 바로 그 다음날에 터졌다. 전날의 기억은 까맣게 잊은채 룰루랄라 출근 하자마자 젤 먼저 멜통을 연 본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허거덕! 무려 40통의 폭탄메일...글타. 길게 말 안해도 당근 아시리라. 바로 어제의 그뇬 이었다. 왠만하믄 참고 넘어가려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씨바. 대체 몰 잘못했는지나 알아야 겸허히 수용하든지 반박하든지 할것 아닌가. 본기자 상당한 분노를 느꼈으나 아직까지는 점잖게, 즉시 그뇬에게 답장을 때렸다.
그날은 하루종일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1분 간격으로 멜통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그뇬의 메세지가 도착했나 확인했고 혹시나 잠깐동안 서버가 마탱이 간 사이에 멜이 오지 않을까 싶어 틈만 나면 케이블과 허브를 점검했다. 그리고 드뎌 늦은 오후. 문제의 뇬으로 부터 답신이 도착했다. 절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펼쳐보자...거기엔...
크억...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서운 분노가 골수에 사무쳐옴을 느끼며 본기자는 즉시 엄청난 속도로 답멜을 때렸다.
그날밤 본기자가 제대로 잠을 잤을거 같은가. 당근 아니다. 한잠도 못잤다. 태어나서 글씨 몇자 보고 일케 열받아 본적이 없었기땜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만약 내일도 그따구 멜을 보낸다면 진정 가만두지 않으리라 맹세하면서... 담날은 넘 화창한 토요일 이었다. 멜통을 열어야 하는데...그뇬의 폭탄멜이 넘 두려워 차마 실행에 옮기질 못하고 낑낑대던 본기자, 이윽고 마지막 용기를 끌어내어 힘차게 익수프레수를 누질렀다. 헉! 아니나다를까. 이틀사이에 벌써 낯익어 버린 그뇬의 이름 석자가 젤 먼저 눈에 띄었다.
엥? 그런데...럴수...놀랍게도 그뇬이 보낸 메일에는 아무런 메세지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신랄하던 욕설들 대신 달랑 한개의 피쎄쑤 번호가 얌전히 디비 누워있을 뿐이었다. 오호라! 글로는 더이상 감정전달이 안되니까 이제 설전으로 나가자 이거지? 좋다. 함 해보자. 그러나 당장 전화를 때려 한판 붙어보려고 수화기를 집어드는 순간,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얼핏 전두엽을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동안 신중하게 짱구를 굴려본 끝에 위와 같은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결론 내린 본기자는 그뇬에게 다시 답장을 보냈다. 내용은 본기자의 피쎄쑤 번호 달랑. 즉 한판 붙고 싶으믄 니가 먼저 전화해 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왠만하면 울리지 않기로 소문난 본기자의 피쎄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그뇬임을 예상한 본기자. 절라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아 들었다.
오라!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본기자 진정 두려웠다. 아직까지 누군가에게 말싸움으로 이겨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땜시 그 두려움은 더욱 컸다. 만약 이뇬이 다자고짜 멜에서처럼 야이 뭐뭐새꺄 이런식으로 강하게 나온다면 난 모라고 해야되지. 나도 끝단어만 살짝 년 으로 바꿔 맞받아쳐야 하는건가.
에엥?
예상외로 대단히 차분하고 상냥한 목소리. 오히려 그점이 더욱 본기자의 공포심을 증폭 시켰다. 혹시 은밀히 불러내서 아예 내 인생 끝장 내려는건 아닐까. 아니면 일부러 사람 많은곳에서 설전을 벌여 쪽팔리게 만들려는건 아닐까. 전화기를 든 손이 달달달 떨려왔다. 한판 붙어보려는 생각은 어느샌가 꼬리를 내렸고 본기자는 극도의 두려움에 빠져 거의 울먹이다시피 물었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수화기를 통해 전해진 그뇬의 한마디.
뭐?! 용기가 없으시군여? 남자의 자존심을 쑤셔놓는 절제된 한마디 였다. 특히 끝부분의 약간 콧소리 섞인 비웃음은 공포에 떨던 본기자를 순식간에 활화산처럼 분노케 하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약속장소로 그뇬을 만나러 가는 내내, 본기자의 머릿속에는 상상조차 할수없는 욕설들이 어지러이 난무했다. 어느 시기에 어떤 욕설을 퍼부어 주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그뇬의 염장에 기름 지를수 있을것인가 이딴것도 고민했다. 그래. 만나기만 해봐라. 니가 한거 고대로 다 퍼부어 주리라. 빠드득! 결전의 장소인 모카페에 도착한 본기자. 일단 최초부터 기선을 제압하는것이 중요했기에...문밖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후 누가봐도 터푸가이 처럼 보이도록 벌컥 거칠게 문을 밀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부를 휙 돌아봤다. 대략 문제의 그뇬으로 생각되는 인상파 여인네가 3명쯤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표독스런 얼굴들...헉...벌써부터 막 쫄아들라 그랬다. 바로 그때.
누군가 본기자의 뒤통수에 대고 넌지시 말을 건네왔다. 바로 이뇬이구나. 심장이 발랑대며 마구 떨렸다. 버트 약한 모습을 보여줘선 안되었기에 최대한 얼굴표정을 굳힌뒤 입술을 꽉 깨물고 홱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그랬다. 상상과는 달리 등뒤에는 긴머리의 아주 얌전한 아가씨가 생글거리며 서있었다. 본기자가 약간 혼란해하는듯 보이자 뇬은 다시 입을 열었다.
놀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울 뿐이었다. 만나자마자 한바탕 해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왜냐. 뇬의 외모가 가히 경국지색, 본기자가 지금까지 만나본 여인네들중 가장 이뻤기 때문이다. 자고로 미인 얼굴에는 절대 침 못뱉는다고 했다. 아님 말구... 버트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베어야 하는 법. 일단은 굳은 얼굴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 날카롭게 그뇬을 노려봤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표정이 한껏 부드러워진 이뇬이...폭탄과도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으아... 으아... 으아...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는 엄청난 혼돈의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할수 있었겠는가. 뭐라고 떠듬떠듬 말한거 같기는 한데 정확히 뭔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걍 차 한잔 마시고 밥먹고 헤어졌다는것만 기억날 뿐이다. 본기자, 새삼 헌팅계의 이 끝없는 가능성에 넘 감격해서 가슴이 벅차온다. 글타. 남이 가르쳐 주는대로, 남이 하는대로만 따라가서는 결코 남들보다 앞설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아연씨 처럼 새로운 연애행각의 나아갈 바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확립해야만, 비로소 21세기 명랑 에로스피아를 구현할수 있는 것이다. 명랑 딴지 독자분들의 색기발랄한 분투를 기원해 본다. 이상. 꾸벅~ 피에쑤 : 참고로, 이아연씨와의 현재 진행상황을 궁금해 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잠깐 알려준다. 아직까정도 앤없는 본기자, 첨엔 함께 희망찬 내일을 열어보려고 생각했으나... 아연이는 아직 10대였다 (정확히 18세). 6살 차이다. 어쩌다 옷깃만 스쳐도 엄청난 죄를 짓는거 같아 벌벌 떨었다. 그래서...걍 오빠 동생 하기로 했다. 씨바. - 딴지 연애부 대표기자 겸 그룹 비서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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