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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5. 21. 금

딴지명랑사회부 및 똥고추적팀



본지는 그녀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녀를 주양이라고 하기로 한다.

99년 5월 11일 본지 18호에 게재되었던 [호소] XX이를 도와주세요 기사와 관련하여 기사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제보를 99년 5월 15일 접하고 그 사실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주양과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가 거의 명백하게 밝혀졌다. 본지 착찹하다...

거의라고 하는 이유는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고 그 부분에 뒤에서 다시 거론하겠다.





 일지

자, 일단 이 사건의 진행과정부터 한 번 보자.

 주양에 관한 사연이 인터넷에 최초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2일 SBS 게시판 <감동이야기> 코너에서였다.

이 게시물은 사연을 딱하게 여긴 사이판에 거주하는 백모씨에 의해 그로부터 20일 후인 4월 22일,

청와대 사이트의 <대통령에게 편지를> 코너를 통해 대통령비서실에 <접수번호 904-2255호>로 접수되었고, 비서실에서는 지방관할관청에 민원해결 공문을 내렸다.


 위와 별도로, 이 사연은 4월 23일 아지메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에 의해 본지 독자투고란에도 옮겨지게 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주양에게 연락을 취해 사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여,


<최근 5개월간의 입출금내역 통장사본>,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아기 출생증명서>, <아기와 주양의 건강진단서>, <주양 출산 당시 임산부 건강진단서>, <아기 사진>, <의료보험증 사본>, <생활보호대상자 증명서>


를 받았다.

서류로 증빙될만한 것들은 거의 서류로 받았고, 당시 동사무소 직원과의 통화에서 문제점 없음을 확인한 본지는 ( 성폭행 부분의 경우 서류로 증빙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생략했고, 그녀가 그녀의 아기와 함께 미혼모로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 자체는 매우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 5월 11일 기사로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대통령비서실의 공문을 접한 광주 북구청 복지과에서는 생활 실태 조사를 하고, <민원대상에 대한 현지확인 및 처리결과 보고>를 했다. 그 결과보고를 요약하자면,


주양이 미혼모로 5세때 父가 사망하고, 현재 광고전단을 돌리며 아이 우유값, 생활비 문제로 어렵게 생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이 없다고 했으나 같이 살진 않지만 생모가 살아 있고, 강간을 당해 아이를 낳았다고 했으나 생모에 의하면 중 2때 가출을 하여 97년 7월경부터 한 남자와 동거하다 아이를 낳았으며 남자가 무능력하여 헤어졌다고 한다...


는 내용이었다. ( 물론 본지는 민정비서실에서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 민정비서실에서도 본지에서 기사화하려한다는 사실을 몰랐겠지만.. )

위 보고를 근거로 성폭력에 의한 출산이 아니라 동거남과 아이를 낳았다는 기사가  무등일보에 실린 것이 본지가 기사를 게재한 4일 후인 5월 15일이었으며, 이 기사를  접하고 본지는 다시 한 번 사실 확인을 위해 본지의 광주특파원을 통해 진위파악에 나섰다.

 조사

그리고 이때부터 일주일간의 추적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매우 긴박한 것이었다.

본지는 무등일보의 기사를 접하자마자 다시 확인을 하겠다는 속보를 내고 주양 기사를 내리자, 곧장 주양을 옹호하고 무등일보를 비난하는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주양도 본지의 의문제시를 강력히 부인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양의 글이나 발언을 그에 연관된 사람이나 기관들과 크로스 체크하고 주변인들을 탐문하고 서류를 뒤져보며 하나 하나씩 역추적해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밤 늦게까지 주양과의 통화가 이어졌다.

이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과거 동거남이 있었다 하더라도 바로 그 동거남에게 원치않는 성폭행을 당했을 수도 있고, 동거 중이었다 하더라도 그 기간 내에 다른 남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을 수도 있는 일이며, 동거남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증명할 자료가 없었고, 또 성폭행을 당했다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증명할 방법도 없었으며, 성폭행에 의한 출산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역시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주양은 동거남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고, 생모에 의하면 동거남과 헤어졌다는 데 그 동거남을 찾아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그리고 이 모든 확인작업을 여하간 개인적으로 매우 불행하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주양을 대상으로 해야 했기에 더욱 더 쉽지 않았다. 주양을 범죄자 다루 듯 할 수는 없었다.

한편 무등일보 쪽에서도 다각도로 사실 확인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에 본지와 무등일보는 본격적으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기 시작했고 취재 역시 공동보조를 맞추었다. (광주취재시 무등일보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이번 취재 이야기 정말 길다. 그러나, 긴.. 우여곡절은 생략하자. 여하간 이 집요한 취재와 인터뷰 결과 마침내 거의 모든 사실관계가 밝혀졌다. 충격적이다. 이제 그 사실관계를 보자.

 사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1. 주양의 아이는 과거 조직폭력배였으며 전과도 화려했던 동거남 김모(32, 무직)씨의 아이라는 것. 김씨는 주양과 동거기간 중에도 여자관계가 복잡했으며 이미 주양 아이 이전에 14세의 아이가 있다는 것.

2. 그동안 주양은 김씨에 의해 다방에 넘겨졌다가 선금을 받고 도망치는 수법의 사기행각에 수차례 동원되기도 했으며, 도망갈 경우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김씨의 협박과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

3. 주양은 청와대비서실의 지시에 의해 실사를 담당했던 쪽의 보고와는 다르게, 통신공간에 사연을 띄울 당시에도 김씨와 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

4. 통신공간에 주양 이름으로 계속해서 사연을 올리고 답변하고 항의하고 했던 것은 주양이 아니라 바로 김씨였다는 것.

5. 5월 20일 새벽 12시, 광주 북부 경찰서 불심검문에 의해 김씨가 검거되어 위 사항들을 전부 자백했다는 것.

6. 현재, 주양이 생모 품으로 돌아갔고, 실제로는 통신공간에 띄웠던 사연 이상으로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


현재까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


1. 주양을 돕는다며 중간에 자주 등장해서 취재를 혼란스럽게 했던, 주양이 다니던 교회의 한집사의 사건 개입 정도 - 한집사는 동거남 김모씨의 어머니로 밝혀짐.

2. 이렇게 해서 모금된 액수와 사용했다면 사용처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사업실패로 돈이 필요해진 김모씨가 주양의 불쌍한 상황을 이용, 사이버 상에서 치밀한 사기극을 벌이려 했던 것이었고, 그녀는 김씨의 폭력과 협박에 그의 각본대로 전화하고 답변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주양은 김씨에 의해 전면에 내세워진 꼭두각시 사이버 앵벌이 였던 것이다.

 수습

결국 주양 건은 이렇게 밝혀졌다.

하마터면 그저 불쌍한 미혼모의 이야기 혹은 뻔뻔한 미혼모의 동정심 유발 연극 정도로 넘어갈 뻔 했던 이 건이,

사실은 주도면밀한 사이버 앵벌이극이었고 이 극을 주도한 사람이 범죄자였다는 것을 끝가지 추적해 밝혀낸 것은 놀라운 것이다. 결국 주양을 구출한 것이다.

본지의 집요함, 이거 훌륭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본지 주양 건에서 있어서 애초에 실수를 하며 시작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지는 주양의 사연을 접하고 나름대로 챙길 서류는 거의 챙겼다 판단했으나 빠뜨린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이 결국은 아주 중요했었다라는 것. 그러니까 주양이 호주로 되어 있는 호적등본만 확인했지 그녀가 호주가 되기 이전의 호적을 확인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는 말만 듣고.

아마 애초부터 의심과 조사 차원에서 시작했다면 그런 서류까지 확인해봤겠지만, 기본적으로 의심에서 시작한 조사가 아니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의 서류 챙기기였기에( 사실 챙긴 서류의 종류는 적지 않았다 ) 할머니와 같이 살았었다는 시절의 호적까지 확인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그 당시로는.

당시 정작 중요하다고 판단되었던 것은 그녀가 실제로 미혼모인가 아닌가,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조사결과 실제 미혼모이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는 사실관계는 명백했고,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도 문제없음을 확인받았기에 그녀를 도와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본지를 신뢰하고 주양을 도와주었을 많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꾸벅.

사과는 사과고 그래서 그 모금된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또 다른 이야기다. 제도권언론에서야 모아놓고 지들끼리 누굴 도와줬는지 어쨌는지 한 번도 말하는 걸 들어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지만, 무슨 일이던 끝까지 책임지는 본지로서는 당근 그럴 수 없다.

 본지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 사건을 추적 보도할 것이고, 물론 금액도 밝혀낼 것이다. 그러나 5월 21일 현재로서는 4일 동안 본지를 보고 그녀에게 보내진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통장의 액수 전체가 모두 본지를 보고 보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리고 그 금액의 처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현재 법률적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돈을 보내신 분들의 의견도 기다린다.

예를 들면 기왕에 기부한 돈이고, 알고 보니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은 주양에게 전달하자던지, 아니면 현재 힘든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거짓사연이 들어간 이상 전부 받아 각자에게 돌려주자던지... 하는 의견 부탁드린다.

한가지 확실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은, 기사가 올라가 있던 3박 4일간 본지의 보도를 보고 송금된 돈이 얼마건간에, 이미 체포된 동거남 김씨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이상으로 1차 보고를 마치며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즉각 업데이트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전모를 보시고 허탈해하거나 화나신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금만 뒤짚어 생각하면, 이제야 말로 주양을 도울 수 있을 때라고. 주양 뒤에서 돈을 뜯어가던 나쁜 놈이 이제야 비로서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겠냐고... 




 


- 5.21일자 무등일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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