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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15.월

한려대학교 교수협의회



<딴지일보>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려대학교 교수협의회입니다. 점점 쌀쌀해지는 겨울, 건강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얼어붙은 일터, 혹독한 살림살이가 해빙될 날이 머지 않아 오리라 믿습니다. 추운 겨울, 희망마저 얼어붙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올 한해 희망의 양지가 확 트이길 함께 기대해 봅니다.

요즘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로 지난 번 파렴치한 이순원 사건에 이어 법조계에 다시 큼지막한 지뢰탄이 터졌습니다. 변호사, 검사, 판사 가릴 것 없이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돈독이 오른 우리네 법조계 어르신네들, 참 보기 좋습니다. 사회의 각종 비리를 척결해야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비리의 주범이 되고 있는 현실이 부패공화국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홍하씨의 법조계 주무르기


법조계의 부조리한 현실은 눈으로 드러나는 비리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정작 더 분통터지는 일은 드러나지 않는, 그냥 참을 수밖에 없는 짓밟힌 법의 양심입니다.


법의 정의가 사라진 채 학연·지연·돈줄에 얽힌 판결들, 돈 있고 빽 많은 범죄자들에게 정상참작이니 사회기여니 하는 명목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죄과가 면죄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려대, 서남대, 광주예술대, 광양대 등 4개 대학의 설립자이자 3개의 병원과 3개의 고교를 설립한 호남의 사학재벌 이홍하씨가 지난 12월 23일 2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실이 바로 드러나지 않은, 법의 정의가 실종된 단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아무리 사법부가 교육 문제에 문외한이라 해도, 학생들의 등록금 409억을 횡령하고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했으며 어린 학생을 자신이 직접 돈으로 매수하려 하고 교수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자에게 교육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내린 것은 너무도 부당한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이홍하씨가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법조계에 어떤 로비를 해왔는지, <법조인>들이 마땅히 지켜야할 양심이 더러운 돈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고발하고자 합니다.


이홍하씨는 97년 4월, 409억 횡령 및 공·사문서 위조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2월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선고량도 아주 최상의 예우로서, 최저형량인 5년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이홍하씨는 겨우 2개월 동안만 유치장에 갇혔을 뿐 곧바로 1억원의 거액을 보석금(이 돈 또한 당연히 학생들의 등록금이었을 것임)으로 내고 풀려나 산하대학의 전체교수회의를 주재하는 등 과거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저희 교수협의회에서는 이홍하씨가 금보석으로 나온 후에도 계속해서 부당하게 모든 학교운영에 간섭하는 것(교육부조차도 그를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게 지시했습니다)에 대한 문제들을 재판부에 탄원서를 통해 제기했고, 이후에 저지른 비리들(가령 계속된 등록금 전용/변칙적인 학교운영/교수폭행 등)에 대해 추가로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와 검찰은 저희들의 요구에 묵묵부답 아니면 극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국민의 검찰 맞아?). 재판부의 판결문 그 어느 구석에도 횡령한 금액에 대한 각 대학으로의 환수조치 명령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적으로 횡령재산을 환수하려면 해당 대학의 재단이 환수를 위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재단 이사진이 이홍하씨의 친인척과 측근들이므로 그런 소송은 불가능합니다.


실례로, 이번 재판에서 4개 대학 이사들이 이홍하씨를 위한 변론에 나서서 "4개 대학의 모든 권한을 이홍하씨에게 위임했으므로 이홍하씨는 무죄"라고 변론을 했을 정도로 이홍하씨의 꼭두각시 역할밖에 못 했습니다. 결국 그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등록금 409억원 횡령에 대한 처벌이 겨우 "(징역 1년 8월) 집행유예 2년"이라면 1억원 정도 훔친 도둑은 훈방하고 1천만원 밖에 못 훔친 은행강도는 격려금을 주어 내보내는 것이 현 재판부에 어울리는 판결일 것입니다.


 정상참작을 가장한 사법부의 정의불감증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합니다.


이홍하씨에 대해 온전한 법의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 책임이 재판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와 검사측 모두에게 해당되는 법조계의 총체적인 복지부동주의·무오류주의·묵인주의·금전주의의 결과입니다.


이홍하씨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 중의 하나입니다. 잘 나간다는 말은 서민들과 법의 정의편에서 양심있는 변론을 잘해서가 아니라 수임료 높은 변론이라면 의뢰인의 죄질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입니다.


이번 변론엔 몇 억이나 받았을까요? 그야말로 이종기 변호사의 경우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홍하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위해 변호사 수임료로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거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다하다 안되니까 마지막 변론에는 서울에 있는 고참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여 광주에까지 불러 와서 변론을 맡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담당 재판부는 과연 이홍하측 변호사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일까요?


결국 그는 기성 법조권력의 비호하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남았습니까? 아무리 변호사가 누구라도 변호할 권리가 있다해도, 학생들의 등록금을 횡령해 학교를 황폐하다못해 참으로 처참하게 만들어 놓은 자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고 어떻게든 법망에서 빠져 나오게 온갖 술수를 쓰는 자가 진정한 변호사입니까?


이홍하씨가 쓴 재판비용은 다 누구의 돈입니까? 뼈빠지게 일해서 어렵게 장만한 학보모님들과 학생들의 피땀어린 등록금이 고스란히 이홍하씨의 재판비용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량한 민초들의 돈이 사악한 권력자들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되는 세상, 그래서 범죄자는 자기 돈 하나 안 쓰고도 코 한번 제 손수건으로 안 풀고도 멀쩡하게 활개치는 세상, 정말 분통터지는 웃기는 짜장, 그냥 확 엎어버리고 싶은 현실이 아닙니까?


재판부는 이홍하씨의 오랜 교육경력을 정상참작의 사유로 들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가중처벌의 사유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이홍하 산하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낸 등록금에 걸맞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자신들의 향후 사회생활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홍하씨의 교육경력은 정상참작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처벌 요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가 세운 학교에서 지금까지 졸업하거나 재학하는 수만명의 학생들이 참으로 비참한 교육을 받았고, 검찰조사로 밝혀져 재판에 회부된 것만 1년 9개월간 409억원이니 그가 20여년 동안 횡령한 등록금 액수는 적어도 1~2천억에 육박할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한 409억원 횡령액이 사복(私腹)을 채우는 데 쓰이지 않고, 교육적으로 투자되었다는 것을 정상참작의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것도 참으로 어불성설입니다.


예를 들어, 한려대학교에서 110억원을 횡령하여 서남대학교 부속병원(광주 남광병원, 녹십자병원)을 매입하고, 또 다른 대학을 세울 부지를 매입했는데, 이것들이 소위 교육적인 투자라고 하여 정상참작이 된다면 한려대학교 학생들이 4년 동안 받은 피해는 도대체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이 재판부의 논리대로 라면 도둑이 그 부장판사의 집을 털어 룸싸롱에서 돈을 소비해도 그 돈이 결국은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되었다는 이유로 정상참작하여 풀어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홍하씨는 학생 등록금과 국가보조금을 횡령하여 자신 및 부인명의로 서남대 부속병원과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자 명의만 학교재단으로 변경하여 횡령혐의를 벗으려 했지만, 사실상 각 재단 이사들은 이홍하씨의 꼭두각시이므로 그 재산의 주인은 여전히 이홍하씨 내외입니다.


이러한 앞뒤 정황은 누구라도 뻔히 알 수 있는데 유독 재판부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재판부의 눈에는 무엇이 씌인 것일까요? 이번 사안에 꼭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도둑이 물건을 훔친 다음 붙잡혔을 때 훔친 물건을 되돌려 주면 명의를 변경했으니 집행유예로 나와야 한단 말인가요?



 그래도 지구는 돌고 우리들의 법적 투쟁도 계속될 것입니다.


반교육자 이홍하씨의 구속 수사 및 엄중처벌은 이미 시민사회단체에서 계속해서 요구해 온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학의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부도덕한 설립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심판이 내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광주전남 소속 220여명의 교수들이 이홍하 구속을 촉구하는 서명을 재판부에 제출하였고, 부추련(부정부패추방 시민연합)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이 탄원서와 진정서를 재판부에 수없이 제출하였으며, 광양시민과 한려대학교 교수협의회 및 학생들이 수차례 이홍하의 엄중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일방적으로 계속해서 이홍하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시 말하자면 추상 같다는 법의 엄중한 논리가 권력과 금전, 비호와 묵인의 논리로 둔갑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담당검사마저 우리들이 신뢰하기엔 너무도 안이했습니다.


항소심 재판 중에 담당검사가 교체되었고, 교체된 검사는 이후 이홍하측 변호사가 요청한 세 차례의 변론공판에서 단 한차례의 반대심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고 공판이후 <교수협의회>에서 대법원에 항고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럴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담당 검사나 그 직속상관들은 과연 이홍하측 변호사들과 생면부지일까요? ( 다시 묻습니다. 국민의 검찰 맞아?)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 검찰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작년 5월 이래로 교수협의회에서 이홍하씨 비리에 대해 추가로 고발한 사건이 20여건에 달하는데, 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이홍하씨의 비리는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건만 잡아 당겨도 줄줄 잇달아 모든 죄상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 이번 재판은 95년 7월부터 97년 4월까지의 1년 9개월간에 저질러진 횡령에 대한 재판일 뿐이므로 그간 이홍하씨가 등록금을 횡령해온 총체적인 비리들, 즉 그가 처음 서남대학교를 설립한 91년부터 지난 학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더 횡령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주십시오.



세째, 이홍하씨가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중에도 산하 4개 대학의 모든 학생등록금이 여전히 광주에 있는 옥천여상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집행유예로 풀려 나온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그러한 불법적인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한 바, 이홍하 산하재단의 자금관리실태를 조사해 주십시오.





<딴지일보> 네티즌 여러분! 이번 이홍하씨의 집행유예가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은 절대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투쟁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결코 한 개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한국 사학들의 구조화된 부조리, 잘못된 학교운영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리고 이런 저항은 우리 사회가 사람이 숨쉬고 살 만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는 진정한 법의 양심이 확인될 때까지 끝까지 합법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이순원 변호사에 이어 이종기 변호사의 수임비리 사건들을 계기로 사법부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한 곳이 바로 <시민단체>입니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시민단체>들의 민주적인 역량이 사법부 개혁의 주된 동력이 되어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반교육자 이홍하씨 교육계 퇴진과 한려대학교 시립화 추진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 여러분들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저희들이 현재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다면 정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모두 힘이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올곧은 지지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희들의 힘이 되어주십시오..








전자 항의할 게시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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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주실 곳 kyohyub@mail.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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