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2.7.월
만약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그대는 순식간에 정보화 사회를 역행하는 졸라 나쁜 넘이 될 수도 있다. 헉.. 두렵지 않은가. 누군가 갑자기 다가와 은밀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 당신은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 하고 물어온다면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아.. 과연 정보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마시라. 본지가 알려주께. 정보란 무엇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으리라. 밖에서 싸고 싶을 때... 어렵게 찾아 낸 건물의 화장실 문이 굳건히 닫혀있는 반민족적 상황을. 화장실에 돈 숨겨 놓은 것도 아니고 숨겨놓은 거라곤 똥 밖에 없는데 왜 잠굴까. 답은 하나다. 지저분해진다고. 그 씨바할 작은 이유 하나때문에, 똥꼬가 찢어질듯한 고통을 견디며 겨우겨우 화장실 앞까지 기어온 사람들은 화장실이 잠겼음을 확인하는 순간 손톱으로 문을 긁어내리며 울분과 고통에 절규한다. 그 고통... 괄약근이 열려오는 것을 총화단결의 정신력으로, 좀만 더 참으면 풀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토록 힘겹게 오므려 왔건만, 문이 잠겨 열리지 않을 때의 그 허탈감과 분노와 절망감...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해이해진 정신력의 틈을 타서 서서히 확장을 도모하는 괄약근... 이런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바로 정보다. 제대로 된 정보만 있었다면 이러한 위기는 아예 오지도 않는다. 그렇다. 정보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자 이제 오늘의 정보를 알려주마. 이런 것이 바로 정보다. 어느날 오후 3시 홍대 앞. <오늘의 정보 - 화장실>을 취재해 오라는 총수님의 명령을 받들어 디지틀카메라를 메고 취재로의 첫발을 내디딘 본기자. 솔직히 그때까지는 뭐 대충 찾아봐도 길가의 화장실이야 수두룩할텐데 굳이 취재를 할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얼른 해치워버리고 룰루랄라 놀아버릴라고 굳게 맘먹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후. 본기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길 한가운데 멍청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건물이란 건물을 죄다 들어가보고 화장실 문을 열어봐도... 씨바 열린 곳이 한군데도 없지 않은가! 난감했다. 본기자가 너무 얕보고 있었던 거였다. 하긴... 그렇게 생각처럼 많은 화장실이 열려 있었다면 길에다 똥싸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역시... 이래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구나... 라고 깊이 반성한 본기자. 새삼 딴지의 기자임이 졸라 자랑스러워 졌다. 그리고 다시금 정신을 똑바로 차린 후 진지한 표정으로 본격적인 활짝 열린 화장실 수색작전 에 들어갔다. 그렇게 한 30분여를 헤맸을때 본기자는 드뎌 첫번째 활짝 열린 화장실을 발견해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활짝 열린 화장실 첫번째, 커피숖 "싸카"네 꺼. 홍대정문 맞은편의 놀이터 근처 이층에 자리잡고 있는 커피숖 "싸카". 간판이 하도 콩알만해서 첨에는 거기에 그런곳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그냥 무심결에 그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문이 열려있는 화장실을 발견했고 너무나 기뻐서 미친듯이 뛰어 들어갔을때야 비로소 커피숍이 있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장사가 될지 모르겠다. 어쨋든 이제부터 "싸카"의 화장실을 함 까발려보기로 하겠다. ( 근데 여기서 하나 밝혀줘야 할게 있다. 이 화장실의 취재를 위해 직접 종업원과 지배인에게 여러가지 사항을 물었었는데 갑자기 지배인이 "저희 커피숍이 무슨 홍대주변 명소같은데 뽑혔나요?" 라고 묻길래 그냥 귀찮아서 그렇다고 대답해 버렸다. 지금까지도 아마 그렇게 알고있을 것이다. 화장실만 보는거 였는데... 나중에 사죄해야지 ) 시설 및 규모 소변기는 어디서나 볼수있는 평범한 누름버튼식 이고 대변기는 5분을 넘기면 다리에 쥐가나기 시작하며 10분을 넘기면 일어설수조차 없게 된다는 변비인의 숙적 쭈그리고 앉아싸 형 이며 당근 휴지는 없었다. 대변실 잠금장치는 모두 이상없이 작동했고 세면기에서도 물 잘나왔다. 비누가 쪼가리 하나만 달랑 남아있긴 했지만 즉각 교체할 예정이라고하니 믿어주자. 역시 당근 수건은 없다. 공기정화용 팬이 있어서 똥냄새는 별로 나지않았고 오히려 숨을 깊숙히 들이마시면 싸아한 나프탈렌 향기가 코를 자극하여 머리를 상쾌하게 해준다. (상쾌한거 맞나) 직접 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편안한 배설을 즐길수 있을것 같다. 평점 B 이용 가능시간 기타 사항 그리고 이 커피숍 지배인과 아르바이트 종업원... 직접 가보믄 알겠지만 둘다 상당한 쭉쭉빵빵 미녀다. 지배인은 좀 헷갈리지만 아르바이트 아가쒸는 당근 미혼인듯 싶다. 관심있음 함 쳐들어 가보던가... 커피숍 내부 인테리어나 전망, 분위기도 좋은편. 첫번째 화장실의 취재를 끝낸후 본기자는 한결 개운한 마음으로 다음 장소의 수색에 들어갔다. 원래 홍대주변을 5개의 구역으로 나눠 한구역당 하나씩 취재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홍대근처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돌아댕긴다는, 하루 유동인구가 3만을 넘는다는, 먹자골목 코스로 향했다. 유흥가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당근 쉽게 찾을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바뜨, 여기서 본기자는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다. 왜냐믄 그 수백개의 술집과 노래방, 식당들 중에서 화장실을 밖에서 설치해놓은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여기서 많이 찾아내야 정말 유용한 정보가 되는건데...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주변 모든 건물을 꼭대기층까지 하나하나 다 뒤지더라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똥고집으로 한시간여를 헤맨 끝에 본기자는 드뎌 세군데의 활짝 열린 화장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군데도 아니고 두군데도 아니고 세군데다. 왜 일케 많이 찾았냐... 당근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바지에 쌀지도 모르는 엽기적 만행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딴지가 독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보통 이정도다. 씨바... 좀 알아달라고. 활짝 열린 화장실 두번째, 파파이스 옆 "대하빌딩"네 꺼 홍대쪽으로 자주 다니시는 분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만남의 장소 파파이스 앞. 공휴일이나 주말 저녁에 여기 가보믄 이런 돗대기 시장도 엄따. 암튼 그렇기 때문에 이 근처에는 반드시 활짝 열린 화장실이 있어야만 한다. 다행히도 있었다. 바로 파파이스 옆 대하빌딩 화장실. 이곳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왜냐믄 기달리는 사람이든 파파이스에 뭐 먹으러 온 사람이든 화장실은 항상 이곳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뭐... 하도 유명해서 본지 독점취재라고 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그래도 함 봐주믄 고맙겠다. 그럼 이제부터 까발려보자. 시설 및 규모 화장실 사진을 찍으려하자 아줌마가 갑자기 옆에 다가와서는 "사진 찍어요? 화장실 깨끗해요. 보세요." 라며 아양을 떨었다. 구청직원이라고 구라를 풀어줬다... 소변기는 빌딩 화장실답게 일 끝난후 버튼 안누르고 그냥 냅다 튀어도 지가 알아서 물나오는 센서형 이었고 대변기는 신문구독뿐 아니라 편안하게 휴대폰으로 통화까정 하면서 배설할수 있다는 양변기였다. 근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빌딩 화장실인데다가 방금 아줌마가 청소하고 나왔으믄 당근 휴지가 있을줄 알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휴지가 없는것이 아닌가! 애처롭게 달랑 혼자 걸려있는 휴지걸이... 본기자 이럴때 참지 못한다. "아줌마! 여기 화장실에 왜 휴지가 없어요? 똥꼬는 뭘로 닦으라고!" 암튼 휴지는 없었고 대변실 잠금장치는 이상없이 작동했다. 세면기에서도 물 잘나왔으며 특히 무심코 꼭지를 돌리자 온수가 마구 쏟아져 나왔을때 상당히 감동받았다. 온수... 멋졌다. 비누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데다가 싸구려 애경비누가 아닌 오이비누 였고 깨끗하게 마른 수건도 준비되어 있었다. 세면시설 초특급. 그래... 화장실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야지. 팬이 잘 작동하고 있었기때문에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으며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원래 향수까정 뿌린다고 한다. 또 믿어주자. 여기서는 본기자가 직접 약간의 실습을 해보았다. 큰걸로. 역시 예상대로 안락하기 이를데없는 배설을 할수 있었고 일을 마친후 따뜻한 온수에 손을 씻을때는 작은 행복감까정 느낄수 있었다. 평점 A 이용 가능시간 아니? 인터넷 게임방? 저게 언제 생겼지? 깜딱 놀라 디비질 일이었다.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대하빌딩에 인터넷 게임방이 들어선 것이다. 그 순간 본기자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워 졌다. 본래 인터넷게임방이라는 것은 24시간 풀타임 개방을 원칙으로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새벽시간에도 빌딩문을 닫지 않는다는 얘긴데... 설마 화장실도? 취재를 위해서라면 목숨만 빼고 다 바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바 있는 본기자.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억누른채 어디에서건 불친절하고 삭막하기로 정평나 있는 무시무시한 사회지도층 계급의 빌딩 관리인 아저씨 에게 다가갔다.
잠시 공포의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본기자는 정말 날아갈듯 기뻤다. 대하빌딩 화장실은 24시간 개방이다!! 낮이든 밤이든 아무때고 생각날 때 찾아가면 기꺼이 반겨줄 화장실이 이토록 가까운곳에 있었다니... 쓸데없는데 감동받기를 즐기는 본기자는 하마트면 울뻔했다. 어쨋든 그래서 대하빌딩 화장실은 하루 왠종일, 24시간 사용 가능하다. 평점을 수정한다. A+ 기타사항 활짝 열린화장실 세번째, 먹자골목진입로 소주방 "두꺼비핵교"네 꺼 하지만 장소자체가 구석진 곳에 숨어있고 그나마 화장실의 입구가 진입로의 직각으로 꺾어져 있기 때문에 거기에 화장실이 있는 걸 알고있는 사람은 한번 와봤던 사람들 말고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제 알려준다.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시설 및 규모 소변기는 누름버튼식 이지만 감히 손가락을 댈수 없을정도로 때가 많이 끼어있다. 소변기가 이러한데 대변기는 어떻겠는가? 당근 쭈그리고 앉아싸형 인데다가 가끔 발을 어디다 놔야할지 모를 정도로 잔해들이 널려있는 경우가 있다. 청소상태는... 사진을 보면 알수있 듯 중학교 단체화장실 정도의 수준이다. 왠만한 깡다구가 있는 사람이라믄 견딜수 있겠다. 휴지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니 정신이 이상한것으로 봐야하며, 세면기에 비누가 있다거나 온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니가 크게 잘못한거다. 하지만 거울은 있다. 여자들한테는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팬이 있긴 하지만 돌고 있는 것을 한번도 못봤기 때문에 한냄새한다. 앞서 말했듯 공간이 대단히 좁기때문에 화장실 내부에서 한사람 이상이 대기하는것은 무리다. 평점 C. 이용시간 기타사항 활짝 열린 화장실 네번째, 먹자골목내 "오락실"네 꺼. 홍대 근처에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무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락실. 이곳은 이름이 없다. 그냥 오락실이다. 예전엔 쎄븐오락실인가 하는 이름이 있었지만 어느날부턴가 그냥 오락실로 불리우게 되었다. 오락실 죽돌이들은 알겠지만 어느 오락실이든 당근 화장실이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 게다가 이런데 화장실은 졸라 드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분들도 부담없이 사용할수 있는 장소가 되겠다. 이제 또 까발려보자. 시설 및 규모 아쉽게도 세면기에서 온수는 나오지 않지만 비누는 오이비누가 놓여있기 때문에 주부습진이나 손이 거친 사람은 이걸로 함 씻어보기 바란다. 팬이 항시 돌아가고 있으며 가끔 정체모를 괴이한 향수도 뿌려놓기 때문에 냄새는 별로 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꽤 괜찮은 수준의 화장실이라고 말할수 있겠으며 평점은 B+ 이용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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