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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3.월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대충이지만 울나라 벤처산업에 대해 쪼까 알아바따. 사실 벤처기업을 포함해서 이거저거 싸잡아 욕 허벌나게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댈 곳은 벤처기업(솔직히 말하면 중소기업을 지칭한다) 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정부 고위관료들과 수익율이라는 개념없이 무작정 몸집불리기에 나섰던 죄벌들 땜에 근면하고 알뜰하기로 세계에서 유명한 애꿎은 백성들만 졸라 고생하고 있다.


이미 굴러가는 기관차는 멈추기 힘들다. 죄벌을 위시한 대기업들은 브레이크없는 기관차다. 눈앞의 산을 보고나서 브레이크 만들고 장착하는 사이에 많은 기관차들은 뽀개질 것이다. 한국갱제의 희망이 중소기업에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막 출발한 신생기업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할 여지가 없고 운영중인 중소기업들도 워낙 갖춘게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와 시스템을 적용하기 용이하다. 다만 중소기업의 창업자나 경영자가 기존의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고로 전환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애물이다.


자... 그라모 새 맘 묵고 사업해 볼 생각이 있는 놈들은 우째 해야 될까? 바로 그 해답을 주기위해 본 기자 토욜 오후에 집에도 못가고 손꾸락 운동하고 있다는거 아이가.





 지가 할 사업의 꼬라지를 먼저 파악하자


사업이라고 다 같은게 아니다. 프리랜서와 SOHO에서 시작해서 동네 구멍가게 그리고 소위 말하는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과 규모의 사업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사업하면 기냥 주식회사 하나 세우고 엄마, 아부지 그라고 사돈의 팔촌 돈까지 끌어오고 좀 배운 놈 같으면 눈먼 기관투자자 돈 받아 내질르는게 사업인 줄 알고 있다.


본 기자 주장은 단순하다. 벌릴 판이 자기 혼자서 꼼지락거려도 충분한 것 같으면 혼자서 판 벌리고 지 혼자 벌일 판이 아니다 싶으면 큰 판 짤 준비 제대로 하라는기다.


벤처기업이랍시고 일 벌려놓는 대부분 아이템은 혼자 또는 몇명이서 모여서 잠 덜 자고 존나 일하면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없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경우 괜히 판 크게 벌려 더 먹자는 욕심 부리느라 아는 놈 모르는 놈 돈 끌여당기면 그대로 패가망신한다. 따라서 지가 벌일 사업의 규모부터 먼저 판단하는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지 꼬라지를 알자


본 기자는 사람마다 타고난 그릇이 있다고 생각하는 놈이다(소위 그릇론인데 한 10년 뒤에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것 같다). 어떤 쉐이는 소주잔 만하고 어떤 씹새는 도라무통 만하다. 채울수 있는 물의 양은 그릇 크기와 같다. 그릇은 존만한데 물 팍팍 부으면 그 물 어디로 가나. 다 넘쳐 흐른다.


무신 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잘 생각해봐라 자기 자신을. 샐러리맹꽁이로 살다 디비지는게 상팔자인지 그치 않음 꼴리는대로 내 하고픈거 하면서 사는게 상팔자인지... 그라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냉정하게 함 생각해바라.


사람마다 능력은 다 다르다. 사업할 능력 없는 놈이 좋은 사업거리 있다고해서 덤비면 뼈빠진다. 중소기업들이 또 중견기업들이 왜 픽픽 쓰러지는 것 같은가? 잡소리 다 빼고나면 경영자가 기업을 감당하지 못하기 땜이다. 연 100억원 매출규모의 기업 경영자 중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기업을 경영할 수 있을 있는 사람 몇 될까 ?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울나라 기업들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다. 작은 기업 큰 기업 할 것 없이 말이다. 정리해고도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솔직한 해법은 사장 왕창 바까버리는거다. 한 70% 정도는 바까야 할 필요있다. 그 비율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그리고 벤처기업으로 갈수록 더 높아져야 한다. 벤처기업의 경영자야말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자원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창업형 경영자, 수성형 경영자가 있다. 벤처기업 경영자는 기본적으로 창업형 경영자다. 백지에 뎃생하는게 지 일이다. 제대로 뎃생끝나면 그나마 성공한 벤처기업이라는 소리 듣는다. 뎃생 끝난 담에 색칠하는거는 별게의 문제다. 뎃생 다르고 색칠다르다는 야기다.(원래 뎃생 잘 하는 놈 색칠도 잘 한다구? 씨빠... 나두 알어. 비유하다보니 잘못했다. 글치만 고칠 시간 없으니 각자 알아서 삼키자)


야튼 사업할 때는 지 그릇크기에 대한 깊은 도덕적, 심리적, 물리적 성찰하라는 말이다.


 


 판 벌이기 전에 최소한 수개월 준비하라.


앞뒤 안 가리고 대가리부터 처박는거 울 배달민족의 특기이자 장점이다. 지금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기니 나발이니 하지만 함 생각해바라. 헌대가 이거 저거 쪼가리 모아 자동차 맹근지 30년 좀 지났다. 30년만에 울나라 자동차만한 제품 딴나라에서 나온적 있는가. 앞으로야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린 구멍만 있음 가리지 않고 대가리 처박아서 이렇게 성장해왔다. 문제는 이제 대가리 박아 되던 시절 다 끝났다는거다.


벤처기업한다는 사람 만나면 진짜 허폐가 히떡 디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나면 대강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글마 : 마... 이 사업은 노다지요 노다지. 돈 태우는 놈은 땡잡은기라... (어떠카든 꼬셔야 되는데...)

나 : 그래요? 얼마전에 이거랑 비스무리한 거 하다 말아먹은 사람도 있는데... (이걸 사업이라고 가져왔나...)


글마 : 아따... 그거는 글마가 빙신이라서 그런거요. 내가 하면 되지... (날 믿어조...)


나 : 사업계획서 보니까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모르겠네요. (아이구... 3년뒤에 매출 3,000억원이라고...)


글마 : 그거야 내 머릿속에 있지... 함부로 노출시킬 수 있나... (알면 썼지 내가 왜 안 썼겠냐...)


나 : 그래도 영업방법이나 자금조달방법 같은게 있어야지 우리가 예측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 주위사람 여럿 고생시켰겠구나...)


글마 : 아이고 그런거 할 줄 알면 내가 당신자리에 있지 뭐할라고 이 고생하겠소. (임마 나도 하다하다 안돼니까 온거 아냐...)


나 : 자금은 얼마나 필요하죠?


글마 : 글쎄... 많으면 많을수록 존거 아뇨? 푸하하하!!!


나 : ... (니미 뽕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줄 모르는 창업자가 의외로 많다. 사업계획서는 단순히 금융기관을 후리기 위해 만드는게 아니다. 사업계획 없는 창업은 나침반없는 오리엔티어링과 같다. 사업계획은 사업을 원할히 수행하기 위한 내부자원의 존재와 조달여부를 체크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창업자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목표시장을 파악하여 영업할 수 있는 능력과 기업의 성장과정에 따른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벤처 창업이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활발히 탄생하고 있는데 제품개발력은 기업 경쟁력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은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사장하고 싶은 놈은 몇 개월간 재무, 인사, 마케팅 등 경영전반에 관한 공부를 해라는거다. 그라고 아무리 취직하기 어렵더라도 졸업하자 마자 혹은 대가리 피도 안마르고 창업 좀 하지마라. 창업할 생각 있으면 월급 10만원 받더라도 기업에서 근무경험을 쌓도록 해라.


빌게이츠는 대학 중퇴했다고? 씨바 니가 빌게이츠냐?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이미 일 벌려 놓은 인간들은 우짜노..


본지가 나오기 전에 나는 벌써 저질렀다라고 외치는 인간들이 있다. 이제 이 인간들을 위한 야기를 하자.


저질러놓은거 우짤수 있나 뭐... 제대로 정리정돈하는 수 밖에 엄따.


지금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인간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이 더럽게 안돈다는거다. 머니 머니해도 money가 최고고 돌고 돌아야 돈이라는데 지금 자금시장은 꽉 막혀있다.


몇 개의 죄벌그룹을 제외하고는 어음 와리깡하는데도 할인율 여전히 높고 그나마 쪼만한 회사건 해주지도 않는다. 매일매일 돌아오는 어음 막느라 불철주야 낑낑거린다. 단기간내에 자금사정이 호전될 수는 없다. 이미 자금시장의 기본인 신용이 붕괴되었기 땜이다. 따라서 지금 기업을 하는 사람은 극히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그 기본은 매출의 포기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수 밖에 없다. 불량 매출처에 대한 거래를 중지하고 매출채권기간 줄이고 매입채무기간 늘려라. 모든 경영자들이 똑같이 똘똘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아직도 기회는 있다는거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도 안되면 빨리 문닫아라. 여기저기서 돈끌어와서 막아도 며칠뿐이다. 현금이 왕이다라는 구호는 두샨그룹만의 것이 아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현금이 나오는 곳은 정부 밖에 없다.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을 제외한 총력을 정부자금을 받는데 사용하라. 공동과제를 수행하든 구조조정기금을 받든 정부의 자금지원에 신경을 집중하고 관련기관에 수시로 방문하라. 정부자금 지원의 문제점을 별개로 한다면 그 자금은 결국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에 가게되어 있다.


저비용의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은 기업의 핵심적인 능력이다. 개만도 못한 기업에 정부자금이 가고 좋은 자기회사에는 자금이 안 온다고 툴툴거리지 마라. 자금조달력도 중요한 기업능력임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는 창업자의 과다한 기득권을 포기하라는거다.


골때리는 것 중 하나가 벤처기업이 성장하면서 창업자는 댓가를 받는데(주식가치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사장하면 폼나잖아~~) 직원은 대부분 개털이라는거다. 우리나라에서 동업하면 뽀개진다는 통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실을 나누어 가지는 풍토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내부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보다 과감하게 하고 창업자 자신의 그릇에 비해 회사규모가 넘친다 싶을땐 과감히 물러나라. 주주로서만 존재하라는거다. 뺀질이처럼 안된다 싶으니까 회사팔고 부사장하는 그런거 말고 잘되는 회사 더 잘되게 하기 위해 물러나는 창업자를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발 좀 투명한 경영을 해라.


100% 지 돈가지고 회사하는 놈은 구멍가게든 자본금 1조원의 주식회사든 별 문제 없다. 그렇지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직원들 주머니 쌈지돈으로 우리사주조합 만들고 외부 기관투자자나 엔젤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반드시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


투명경영의 첫걸음이 제대로 된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비를 이연자산처리하는 짓 좀 하지마라. 회계기준이 바뀔 것 같은데 (확정된 지 모르겠다만) 연구개발비는 당기비용처리해야 한다. 연구개발비는 계속 발생하는 경상비용이다. 손익계산서의 흑자를 위해서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계상하는 기업들을 보면 골이 아푸다. 잘 알려진 벤처기업의 반기결산에서 매출액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올린 걸 봤는데 이건 회사가 아니다.


물론 제대로 결산해서 적자가 나면 당장 은행거래가 막힌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조금이라도 흑자를 내야하고 그러다보니 분식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행히도 무식한 울나라 금융기관들도 변하고 있으니 적어도 그 템포엔 맞추어 투명하게 하자.


직원들에게 회사의 모든 것을 공개해라. 주주명부에서 월별경영실적까지... 직원이 일할 수 있는 동기와 참여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내가 누구를 위해 뼈빠지게 일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 회사 잘되기 어렵다.


 


 다 같이 힘을 모을 때다.


암에푸와 함께 우리의 약점은 이미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이제는 이를 수긍하고 고쳐나갈 때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세계공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다소 지나가자 벌써 우리는 망각의 강을 건너려고 하고 있다.


아직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다시 피를 토할 지 모른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 굳건히 서자. 나를 포함한 여러분은 모두가 상품이다. 우리 모두가 최고의 상품이 된다면 우리도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될 수 있을게다.


우리도 제발 명랑사회 함 만들어보자.











 기사후기

과기부를 과기처라고 표기했다고 항의한 독자가 있었다. 죄송함을 표시함과 동시에 공짜신문의 한계임을 알아달라. 과기처뿐만 아니라 날림으로 기사 쓰고 제대로 수정도 못해 오타도 꽤 있었다. 그것도 공짜니까하면서 좀 봐주시라.


그동안 벤처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멜보내 주신 분께 감사드리고 답장 전혀 안해서 미안하다는 말씀 드린다. 나중에 시간나면 답장하겠다. (그 때 되면 멜 받고 임마가 누꼬? 하겠지..) 첨 이 시리즈를 생각하면서는 많은 분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기사가 되었음하고 바랐는데 본 기자 먹고 살기에도 바뿌고 게을러서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다. 시리즈는 끝났지만 단편기사로 기회가 될 때마다 울나라 벤처에 대해 기사 올리겠다. 이상.  


 


-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
young@lee.ma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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