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1.23.월
그러나 역쉬 역부족인가.. 아이디어 배설이 도통 되질 않고 헛방구질만이 본 우원의 맘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대목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발라버리는 총수 및 기자단 배신자들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아, 창녀촌 취재때의 악몽이 또다시 머리를 때리는구나.. 이때, 아니나 다를까 전화벨이 울렸다. 당근, 날렵하게 받아내었다.
장시간의 똥꼬스토밍으로 확장된 항문을 포도주병에 낑겨있던 코르크를 빼서 급히 막고 김상병을 만나기 위해 그리로 달려갔다. 가서 술사주고 밥사주고 청량리 588까지 보내주며 다 취재해 버렸다. 민간인 사이에서는 그냥 상병 고참급 군기반장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짬장의 세계.. 자 이제 그 실체를 국민정부를 맞이하여 열라 까발려 알려주련다.
짬장.. 그 개념과 역할을 말한다. 군 현역병 기준 짬장의 계급은 상병 말호봉이다. 이 시기는 군생활 1년6개월 이상의 생활로 눈치가 빠르고 처신에 능하여 노련한 주임상사나 인사계(현 보급행정관)등의 중상사계급 정도가 아니고선 이들을 감히 견제하지 못한다는게 군내부의 분위기다. 어설픈 중대장이나 갓 부임한 소대장들은 잘못 앵겼다간 짬장 및 그 졸개들의 무언의 개김과 따돌림으로 항문이 후벼파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유일한 짬장의 배후에 대해서도 세인들의 썰이 분분했지만 그 윗계급인 병장 3,4호봉선이라는게 작금 정설로 확립되어 있다. 즉, 짬장의 배후는 병장 3,4호봉이고 그 견제세력은 주임상사 또는 인사계가 되겠다. 짬장의 어원은 짬밥에서 나온다. 군대밥을 뜻하는 짬밥을 훈련 중 배식하고 식기세척을 담당하며 기타 배급된 주부식 관리를 도맡아하는 위치가 고참급인 짬장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짬장의 역할에 대해선 각 부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다음과 같은 3가지 역할이 정썰로 통한다. 먹거리 관리자 썰 식사 후 반납한 식기를 취합해 세척하며 식기세척장 출입관리의 엄격함을 강조키 위해 경례를 철저히 받고 있으며 식기세척장에 종종 쫄따구들을 집합시켜 군기를 잡고 간혹 열받을시엔 빨래비누나 주전자를 던지거나 바가지로 호박을 쎄려 공포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시어머니 썰 내무반의 청소상태관리 및 각종 비위생범 척결을 위해 쫄병들 빤수와 손발톱에 낑긴 때를 검사하고 대변 후 똥을 제대로 닦고 들어오는지를 감시하고, 발냄새가 어디선가 나기 시작하면 끝가지 추적해 범인을 잡아 응징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일당 백 썰 고로 자신들이 함 삽질하면 어설픈 일이등병 수십명이 삽질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며 자신이 빗자루 함 들면 연병장 낙엽은 단 몇분에 싹쓰리 한다는 다소 과장된 주장도 한다. 허나, 군생활 수십년씩한 하사관들은 이러한 썰에 대해 헛웃음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병장들의 주장인 알랑방구썰과 장교들의 주장인 잔대가리썰이 있는데 군사학계에선 지지기반이 적은 싸이비썰로 치부하고 있어 취재할 필요가 없는 썰이라고 본 우원에게 멸공연구원의 한 관계자가 실토했다.
짬장.. 그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베일에 쌓인 짬장의 권력실체를 규명하고자 본 우원은 국방부와 각군본부 및 3군사령부를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취재했다. 이미 창녀촌 취재사건으로 가정과 친구들 사이에서 버림받은 본 우원..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었다. 다 나와라 씨바들아! 아, 흥분했다. 진정해야쥐.. 짬장권력은 내무반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 한마디에 일이등병들의 항문이 벌렁거리는 긴장감을 유발하고 눈알을 상하방 45도 각도로 함씩 부라리면 내무반 청소상태 및 군기가 신속히 확고해진다. 대체 그 경외스런 힘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국방대학원에서 짬장학을 수강생 없이 홀로 8년여간 연구 강의하는 정재슥 교수를 통해 그 힘의 원천에 대한 비밀스런 자료의 일부를 입수할 수 있었다.
짬장의 하루일과를 밀착 취재해서 알려줄란다. 그간 삐끼, 화장실 욕쟁이 아줌마, 창녀촌 등 사회엽기성 기사만을 취재하고자 하는 본 우원은 첨으로 특수조직인 군대조직, 그중에서도 입소문만 무성하고 그 정체를 정확히 아무로 몰라하던 짬장의 세계를 취재하고자 국내 가판대르뽀 사상 처음으로 강원도 화천의 모사단에 홀로 진격했다. 썬데이 서울.. 이젠 뉘들의 시대는 갔다. 지난번 창녀촌 기사로 인해 가판대 판매량에서 이미 썬데이 서울을 눌러버린데서 오는 자긍심으로 본 우원의 취재사기는 한없이 드높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위병소 정문에서 본 우원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아, 또다시 알권리가 유린되는구나. 자괴감에 몸을 떨며 다시 서울로 와서 국방부에 정론지 딴지일보 논설우원의 신분을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당근, 국내유일의 엽기정론지 딴지일보의 취재만큼은 성역없이 협조한다는 국방부 피엑수(PX) 화장실 청소부 아줌마의 3일 밤낮 계속된 휴지통 방치 및 청소거부로 관계자로부터 마침내 사단출입증을 발부받아 다시 가서 다 취재해 버렸다. 아, 내 언젠가 화장실 아줌마의 도움을 함 받을줄 알았다. 짬장의 하루일과.. 이제 국내 최초로 그것을 알려줄란다. 기상직후.. 빰빠라빰빠빠 기상나팔소리가 나면 짬장은 노련한 자세로 스무스하게 일어나 내무반 전체를 쫙 훑어본다. 일이등병들의 기상 및 침구정리 속도를 머릿속으로 함 체크하고 몇마디 소리를 내 질른다. 빨릿! 어, 동좍봐라 씹숑들. 이에 군기가 잡힌 일병이 그 아래 이등병에게 발길질을 좀 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병장들 침구정리를 도와서 일사천리로 정리를 완료한 후 아침점호 집합에 나선다. 아침점호 때 맨앞쪽에 먼저 나가 도열해 있는 일이등병들 뒤로 붙어서 점호진행상태를 체크 한다. 애국가나 군가 부를 때 소리가 작을시엔 뒤에서 함 중얼거려준다. 목소리 것밖에 안나와..씨방새들. 이렇듯 아침엔 주로 입으로 군기를 잡는 시기로 보면 되겠다. 아침식사전후.. 식사시간에 먼저 식사를 마친 후 세면장(식기세척장)에서 짬장들(상병 말호봉과 고참급 상병들)과 말 안듣는 고문관 고롭게 굴기 및 병장들에 알랑방구뀌기 및 인사계 피해서 짱박히기등의 논제로 명랑한 토론을 함 벌이고 식기세척준비를 한다. 세척장에 들어오는 졸병들의 아래 위를 야리기도 하고 때론 소리도 버럭질러 혼을 빼놓는 시기다. 상병들은 수북히 쌓인 고참들의 식기를 세척하고 짬장은 이를 감독, 관리한다. 일과 중.. 짬장에 대한 그 어떤 연구도 일과중의 짬장의 행태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괄약근에 박힌 똥가루들이 최후의 저항을 하며 몸을 숨겨도 찾아내고야 마는 본 우원의 정밀한 탐구정신 앞에서 성역은 없다. 일과 중의 짬장은 좀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허나, 주요 의사결정이나 매 고비고비마다 적시에 등장해 짬장의 역할을 다한다는게 본 우원의 레이다망에 포착되었다. 야전훈련나가서 제일 먼저 짬장은 야외변소건설작업을 주도한다. 똥뚝간이 서야할 자리를 풍수지리학적 구라로 지정해주고 신속히 구덩이 파는것을 독려하며 그 담에 야전텐트건설을 진두지휘한다. 사격장에서는 사격장 군기를 잡는 장교들과 합세하여 군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며 작업시에는 삽쥐는 자세에서 삽질하는 요령에 이르기까지의 제반 메뉴얼을 일이등병들에 전수하여 작업효율을 극대화하는등의 순기능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기를 빙자한 잦은 집합과 기합으로 전투력을 저하시키며 짬장들끼리의 담합으로 기름진 음식이나 빵,우유등을 독점해 장병들의 영양불량상태를 유발하기도 하는 등의 역기능적 측면도 있다고 한 일병이 야윈 갈비뼈를 본 우원에게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일과 후 취침 전.. 이 시기가 짬장의 파워가 빛나는 때다. 일과 후에 짬장은 내무반의 제반 군기를 장악, 확립한다. 병장들의 안락한 휴식보장과 간부들의 개입방지를 위해 내무반 곳곳을 동에번쩍 서에번쩍 휘젓고 다니는 시기다. 이때 주목할 군기는 내무반 청결과 TV시청 군기로 압축할 수 있다. 내무반 청결을 위해 이등병은 쓰레기통 비우기와 걸레빨기, 일병 초봉그룹은 침상걸레질, 일병 중말호봉급은 빗자루질 및 군화닦기, 상병 초봉그룹은 관물대 및 위생상태점검을 하며 상병 중말호봉급은 식기세척 및 주부식관리등의 역할을 하도록 세분화해주고 짬장은 이에 대한 총감독을 한다. 만일 이병이 일병이 해야할 빗자루를 잡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즉각 개입해 찐하게 한딱까리를 함으로써 시정조치한다. TV시청시 앞부분에 병장들이 난잡하게 드러누워 보고 그 뒷편 첫줄엔 갖들어온 신병그룹이 그 뒤로 서열에 따라 바른자세로 도열해 시청토록 관리한다. 과거 병장들로부터 짬장의 달인 칭호를 받았던 모 전방사단 출신의 홍모씨는 취재 중 본우원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업적으로 명절날 연휴때마다 TV방송순서를 신문에서 오려 TV밑에 붙였던 점과 이병 중 날쌘넘으로 하여금 리모컨이 되도록 해 병장들의 TV체널선택을 편안케 했다고 자랑스레 웃었다. 조또.
사회의 구석구석에도 짬장은 살아있다. 병사 중에서 최고참급인 병장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길목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몸부림 치는 상병말호봉 짬장의 암묵시적 역할에 대해 취재하던 중 본 우원은 군조직이 아닌 우리사회 곳곳에도 이와같은 짬장들이 설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 짬장은 사회에서도 살아있던 것이다. 위로부터의 그 어떤 지시도 안받았는데 자신들이 마치 윗분의 분신인양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자신의 행동이 마치 윗분의 뜻인양 스스로 착각하여 오버액션하는 넘들이 그런 넘들이 되겠다. 무슨무슨 실세니, 무슨무슨 측근이니 하며 국민들을 호도하는 이와 같은 짬장들이 사회곳곳에서 설쳐대는 것을 보자니 명랑사회가 조또 꽝되겠다는 우려감이 밀려온다. 김데중님은 현 정권 아래서 유독 큰 목소리를 내며 좌충우돌하는 짬장세력들을 걍 두지 말고 상병계급장 달아주고 군대보내 버려야 한다. 아울러 회사조직이나 기타 조직체에서도 아랫사람을 조져서 윗사람에 아부하느라 과도하게 거품무는 짬장들에게 가차없는 똥침을 쏴주셔야 할줄로 안다. 더불어 사는 21세기 초우량 명랑사회에선 군조직에서와 같은 짬장은 필요 없다는게 본 우원의 마지막 취재소감이다.
- 논설우원 안동헌 ( p7170@mail.hite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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