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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3.월

딴지과학부 엽기애정행각 파트 기자 이드니아 콘체론



이제 우리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애정행각의 지침서가 시급히 마련되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어그래씨브하고 진보된 애정행각의 한 형태인 헌팅과 관련한 세계최초의 엽기보고서에 이어, 그 세부기술에 관한 메뉴얼이 본지의 엽기과학부 애정행각 파트의 기자 이드니아 콘체른과 그 일당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현재까지 2부가 진행되었다. 이 보고서가 완성되는 순간 더 이상의 헌팅보고서는 있을 수 엄씀을 선언하는 바이다.


( 혹자는 본 엽기보고서를 보고 혹시 실험을 하지도 않고 구라를 푸는 것이 아니냐.. 는 발찍한 발언을 한다. 조디를 쎄리삘라.. 본지 엽기과학부를 모독하지 마시라. 오로지 민족 애정행각의 미래를 밝히는 횟불이 되고자 가열차게 헌팅하고 있는 그들에게 뜨거운 격려는 못할 망정 조작이라니. 본지 명예를 걸고 선언하는 바 본 실험은 실제상황이다.  


* 주의 : 본 기사를 읽기 전, 지난 보고서 < 헌팅의 조건과 가능성><헌팅의 세부기술(1)>을 반드시 먼저 읽으시기 바란다. )





(1부에 이어) 본기자는 성공의 기쁨을 꾹꾹 눌러참으며 그 처녀분을 따라 바로 코앞에 있던 모카페로 향했다. 의정군과 필승군이 멈칫멈칫 따라오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본기자가 오른손을 뒤로 돌려 살며시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자 이내 체념한 듯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드뎌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은 본기자와 처녀... 속으로는 좋아 날 뛸 지경이었으나 진지한 표정을 계속 유지하며 쓸쓸히 창밖만 바라보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후 마침내 그 처녀분이 입을 열었다.



처녀 :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성함을 물어도 될까요?
본기자 : 아예... 안자 세자 현자를 씀다.
처녀 : 아 네... 저는 김자 민자 정자를 씁니다아.
본기자 : 그러시군여... 반갑습니다.
처녀 : 네에... 저도...


졸라 어색했다. 원래 본기자 천성대로라면 버얼써 정신없이 이빨을 풀어댔어야 정상이겠으나 현재 처녀에게 각인된 본기자의 이미지는 세상을 비관하여 자살하려고하는 불쌍한 청년이므로... 터져나오려는 수다를 꼴딱꼴딱 삼켜버려야만 했다. 주문한 레몬차와 커피가 나온 뒤 잠시후... 또다시 처녀분께서 입을 열었다.



처녀 : 저...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왜 죽으려고 결심하셨는지... 제가 알수 있을까요?
본기자 : 후후후... ( 아...가증스러 ) 글쎄요. 뚜렷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제 삶의 모든게 힘들어서죠.


씨바...이게 아닌데... 다시금 삶의 희망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 후 처녀와 알콩달콩 앤사이가 되야하는데... 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처녀분이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본기자에게 질문을 해댔기땜시 본기자 역시 심각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상태에선 일단 새로운 주제를 터트려 심각함에서 탈피해야 했지만... 본기자가 워낙 얼굴 철판이 얇은지라 쉽사리 분위기를 전환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럴때 뻔뻔하게 말대답할 수있는 구케의원들의 두 얼굴이 졸라 부러웠다. 약 10분여동안 심각한 몇마디가 오간후, 드뎌 기다리다 못한 의정군과 필승군이 미적미적 카페에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정말... 설사나게 반가웠다. 넘들이 입구쪽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고 앉아 멀뚱히 본기자를 갈구고있을 때 본기자는 살짝 테이블 밑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본기자 : 핸드폰 때려줘 ( 수신호 )


눈치빠른 의정군, 본기자의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즉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드는 것이 보였다. 절대로 놓칠수 없는 기회! 본기자는 첫 번 신호가 울리자마자 날렵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본기자 : 잠시 실례하겠슴다. 여보세요...(졸라 힘없이)
의정 : 나다...(은밀한 목소리로) 잘되가는 것 같은데 어쩔테냐?
본기자 : 응... 그래...
의정 : 뭐가 응, 그래냐. 어쩔꺼냐고! 우리 그냥 갈까? 너 저 색시랑 같이 있을래?
본기자 : 뭐어? 됐다고? 그럼 수출 하는거야? ( 잠시 모 주유소 CF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
의정 : 지랄... 너 또 쇼하는구나...
본기자 : 와하핫!! 그럼 술 한잔 해야지!!
의정 : 미친넘. 목소리 좀 낮추지... 암튼, 빨랑 결정해서 다시 전화해라. 차 안시키고 앉아있기 눈치 보인다...
본기자 : 오케!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적절한 대사였지 싶었다. 본기자가 전화를 끊고 환희에 찬 표정을 지어보이자 처녀분의 입가에도 약간의 미소가 비쳤다.



처녀 : 무슨 좋은일 있나봐요?
본기자 : 아네!! 실은 저랑 제 친구가 공동투자로 함께하는 조그만 사업이 있거든요. (실제로 계획은 있다. 군고구마 장사...) 지금까지 그 일이 잘 안됐었는데 드뎌 오늘 수출이 트였대요!! 와하하핫!!
처녀 : 어머? 그러세요? 축하드려요!


씨바...거짓말한게 엄청 찔렸지만 일단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한 듯 했다. 남의 일인데도 졸라 기뻐해주는 처녀... 맘에 들었다. 다시 한번 절대로 놓쳐선 안된다고 굳게굳게 다짐해버린 본기자. 바야흐로 본격적인 후리기가 시작되려는 바로 그때였다.



처녀 : 그럼 저는 더이상 도움드릴게 없겠네요. 그냥 그쪽 얘기나 들어주려고 했는데 일이 잘되셨다니... 이제 죽으러 가실일은 없겠죠 ?
본기자 : 예? 아예... 그야...
처녀 : 저는 좀 바빠서요. 부디 잘되시길 빌어요. 차값은 제가 낼께요. 그럼...
본기자 : 아니, 저... 아가쒸...


뭐라 말릴새도 없었다.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버린 처녀분. 백을 매고 계산서를 집어들더니 냉큼 카운터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그냥 보내버리면 닭 쫓던 멍멍이꼴 되는거였다. 절대절명의 위급한 순간! 급한김에 소리라도 질러보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막 입을 열었을 때였다.



본기자 : 아갹...


씨바... 본기자는 정말 때려죽여도 싼 놈이었다. 어쩌자고 그 위급한 순간에... 그따구 장면이 눈에 들어왔을까. 하늘하늘한 흰색 스커트를 입고 있던 그 처녀분. 그래... 스커트가 너무 얇았던 탓일게다. 그래서 그토록 조심스레 행동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똥꼬 사이에 스커트가 낑겨버린 것이었다. 아...


본기자는 평생에 첨보는 희귀한 명장면을 놓치고싶지 않았던 나머지 그만 잡을 생각조차 안하고 카페를 나가는 처녀분의 특정부위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입가로 약간의 침을 흘리며...



의정 : 야! 뭐하냐? 저 아가씨 그냥 가잖아!!
필승 : 안잡냐?


처녀분이 나가자 본기자에게 몰려와 도대체 일이 어케 돌아가는거냐고 닥달해대는 넘들. 바뜨... 본기자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되었다. 한 가련한 인생을 위해 처녀분이 보여주었던 그 순수하고도 빛나는 희생정신을 더럽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궁금하다고 계속 옆에서 깐죽대는 넘들을 생까고 쓸쓸히 카페를 나선 본기자. 당근 처녀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밖은 어두운 한밤중... 다정히 팔짱을 낀채 뭐가 그리 우끼는지 열라 웃어제끼며 길을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졸라 부러웠다. 씨바... 독신생활 하루이틀도 아닌데... 갑자기 절절한 외로움이 가슴속에 밀려들었다. 암튼 헌팅은... 반쪽자리긴 하지만 성공이었다.







여기서 잠깐 짧은 개인광고.

그때 그냥 가버리셨던 민정님... 어찌 그리 무정하셨나요... 차라도 다 마시고 가실것이지... 으흑흑... 혹시 이 기사보시면 지발 연락좀 해주세요... 신세 갚을께요. 그리고 혹시 주변에 김민정이라는 20대 초반 정도의 친구분이 계신 딴지독자님들... 함 물어봐주시기 바람다. 10월 10일날 홍대 나왔다가 왠 미친넘 만난적 없냐고... 만약 그런적이 있다는 분이 계시면 부디 본기자에게 멜때려주시기 바람다. 함께 밥사겠슴다. 끝


 





오후 7시 / 홍대 정문앞 번화가


다시 자리를 옮겨 커피숍들이 산재해있는 정문앞으로 이동한 일행. 드뎌 우리팀의 막강 호뿌... 의정군의 차례가 왔다. 그나마 이자식이 마니 성공해야 보고서가 뽄대나는 이유로... 특별히 실험전에 본기자와 필승군의 아부성 안마시술이 있었다.



본기자 : (토닥토닥) 의정아 너만 믿는다. 닌 우리의 희망이다.
의정 : 음하하하~ 쉐이.. 걱정마라. 니꺼까지 챙겨주마.
필승 : (다독다독) 어.. 나도 해줄꺼지?
의정 : 그래그래.. 구여운 넘들.. 음하하하~ ( 씨바.. 꼴리는 배알...)


잠시후, 어느 정도 몸이 풀렸는지 의정군의 눈빛이 슬슬 날카로와지면서 모가지가 홱홱 돌아가기 시작했다. 똥꼬가 바싹바싹 마를 정도로 긴장한 일행...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후, 마침내 의정군은 바로 코 앞에 있던 한 커피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정 : 여기. 여기가 좋을 것 같다.


넘이 가르킨곳에는 본기자 군대 갔다온 사이 쥔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어버린... 본기자의 단골 커피숍이 있었다. 이층에 자리잡고있는 이 커피숍은 길가쪽이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전망이 쪼끔 좋은 편인 곳이었다. (아줌마. 저 광고해줬어요. 커피 꽁짜로 줘여...)



본기자 : 음...좋구나. 한데 왜 하필 여기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거냐? (솔직히 그냥 심심해서 물어본 말이었다)
의정 : 후후후...그래. 잘봐라. 지금 저쪽 오른쪽에서 두번째 창가에 앉아있는 처녀가 보이느냐? 또한 왼쪽 끝에 앉아있는 담배 피고있는 처녀 역시 보이느냐?
본기자, 필승 : 응. 잘보여.
의정 : 저 처녀분들의 공통점이 뭐같냐?
필승 : 어...음...아! 둘다 머리 염색했다..
의정 : 이런 미친쉐이...요점 파악을 못하는군...
본기자 : 마자. 난 두 처녀가 모두 혼자 있다는걸 금방 알았다.
의정 : 세현이가 좀 낫군. 바뜨...저 가운데있는 처녀도 혼자인데, 저분은 어케 설명할거냐?
본기자 : 어? 그러네...


본기자와 필승군이 한참을 낑낑대며 고민하고있자 답답해진 의정군이 마침내 정답을 알려주었다.



의정 : 쯧. 세현이말대로 두 처녀 모두 혼자계시다. 그럼 가운데 처녀는 뭐냐. 자, 잘보거라. 가운데 처녀의 테이블에는 맹물잔밖에 없다. 바뜨 양쪽에 계신 처녀들의 테이블에는 각각 커피잔이 하나씩 놓여있다. 이는 뭐를 뜻하겠는가?
필승 : ... 가운데 처녀는 돈이 없나보다.
의정 : (사정없이 필승군의 뒤통수를 갈긴 후) 에라이... 두눈 크게 뜨고 양쪽 두 처녀분의 커피잔을 자세히 보아라. 김이 안나고 있다.
본기자 : 어? 진짜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혹시 딴거 마시는 거 일 수도 있자나?
의정 : 쥐랄... 요즘은 커피잔에 콜라 담아먹나부지? 좋다. 결론을 지으마. 일단 가운데 혼자 있는 처녀. 맹물만 시켜놓고 있다. 이것은 저 처녀가 금방 도착할 예정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럼 양쪽 처녀분들은? 둘 중 하나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 먼저 커피를 시켰는데 그게 다 식을때까지 안 왔다든가, 아니면 아예 기다릴 사람없이 혼자 마시러 왔다는 거다.


아아... 정말 똥꼬주름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경이로운 추측이 아닐수 없었다. 뭐든지 감동하면 박수를 치는 버릇이 있는 본기자, 의정군에게 마구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힘찬 박수를 쳐 주려했을 무렵 갑자기 필승군이 토를 달았다.



필승 : 야! 하지만 저거 벌써 다 마셔버린 빈잔일수도 있자너.


아아... 필승군도 만만치않게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지가 말해놓고도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눈알을 빤히 치뜨는 필승군. 바뜨 의정군은 그따구 반응쯤 미리 예상한 듯 얼굴색 하나 안변한채 나직히 입을 열었다.



의정 : 그렇다면 더욱 다행이겠지. 동방예의지국에 사는 우리는 예로부터 커피숍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혹 먼저 시켜 마셨다 해도 절대 마지막 한방울까지 마시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알고 있다. 밥먹을 때도 꼭 한 숫가락은 남기지 않냐.
필승 : (무시당하자 열받은 듯 했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의정 : 따시가... 이미 다 마셔버렸다는 것은 더욱 더 기다릴 사람이 없다는걸 뒷받침해주지 않느냐는 말이다.


아아... 더 이상 어떤 씨바할 넘이 반박할수 있겠는가... 필승군은 의정군의 심오한 추측을 그제서야 이해한 듯 졸라 감동한 눈빛으로 본기자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내는데 손바닥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넘이야...


이윽고 의정군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커피숖을 향해 진군했다. ( 왠지 그 뒤를 따르는 본기자가 처량한 기분이었다 )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의 두 타겟들의 모습을 확실히 관찰할수 있었다. 역시 된놈은 보는 눈도 달라... 두 처녀분 모두 질질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머찐 스타일을 하구 있었다.


특히 왼쪽 창가에 앉아 담배피던 처녀분은 보는 일행들로 하여금 저절로 사타구니를 부여잡은 채 쭈그러들게 만드는 섹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필승 : 꼴딱... 주, 죽이는데... 근데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왠지 힘들것 같다...
본기자 : 꼴깍... 그, 글쎄... 너무 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아...
의정 : 쉐이들, 쫄기는...
필승 : 그, 근데 의정아... 정말 자신 있는거지? 혹시 잘못되믄 우리까지 싸대기 맞는거... 알지?
의정 : 어이구... 사내놈이 일케 자신감이 없어서야... 니네 봤냐? 우리 들어올 때 종소리 (문에 달아놓은거)가 꽤 크게 울려퍼졌는데도 저 처녀분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로서 당연빠따로 저 처녀분들은 기다릴 임자가 없음이 확실해졌다. 나만 믿거라. 음하하하...


커피숍의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일행. 의정군의 지갑이 얄팍했던 관계로 모두들 기냥 날커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 앞서 자금은 해당 실험인원이 부담한다는 수칙이 있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기서 잠시 나는 이 실험의 성공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때려죽여도 고급커피를 마시고야 말겠다는 필승군의 발악이 있었으나 의정군이 둘 다 성공하면 한처녀는 네차지 라고 속삭여주자 얌전히 날커피를 마시는데 동의하였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의정군의 커피에 손수 설탕 타주고 우유 타주고 차수저로 저어주기까지 하는 영악함을 보였다. 이따구로 세상살면 반드시 출세한다)


약간의 담소를 나누며 떨리는 가슴을 조금 진정시킨 일행. 글구 잠시후 의정군의 졸라 기대되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타겟은 오른쪽 창가에 앉아있던 지적인 미모의 처녀. 일단 자리에서 일어선 의정군은 카운터로 다가가 서빙보던 아가쒸에게 말을 걸었다. ( 첨엔 쥔아주머니 친구분인줄 알았다. 나중에 아줌마한테 들었는데 깜찍한 대학 1학년 새내기란다. 씨바..)



의정 : 아가쒸. 여기는 빈잔에 리필 안되나여?
서빙녀 : 아... 벌써 다 드셨세요? 죄송해요. 여기는 원두커피가 아니믄 리필이 안되요.
의정 : 아뇨. 지 말구 저어쪽 창가에 앉아계신 처녀분요. 잔이 빈 것 같던데...
서빙녀 : (놀란 표정으로) 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셨세요? 안그래도 빈잔이라 치울까말까 고민했더랬는데... 아시는 분인가요?
의정 : 아뇨. 이제부터 알려구 하지요.
서빙녀 : 예에... (이해가 안가는 듯 했음) 근데 저분도 커피가 아니라 둥굴레차를 시키셨는데...
의정 : 그렇군요. 그럼 저도 둥굴레차 한잔 주세요.
서빙녀 : 네에. 근데... 관심 있으신가봐요오... ( 남의 일에 참견이 많은 스타일인 듯 싶다 )
의정 : 어허... 그건 묻지마시구... 암튼 빨리 주세요.
서빙녀 : 네에...


잠시후 둥글레차가 준비되자 의정군은 자신이 서빙보는 사람인것처럼 손수 쟁반을 들고 처녀분께로 향했다. 드뎌 온 세계가 주목하는 첫번째 엽기형의 후리기가 시작되었다!!



의정 : 차 나왔슴다.
처녀 : 예? 저 안시켰는데요...
의정 : 아, 그렇습니까?


바뜨 의정군은 처녀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들고있던 쟁반을 테이블위로 힘차게 패대기치듯 내려놓더니 빈잔과 새잔을 교환하였다. 벙찐 표정의 처녀분... 이를 보고있던 본기자와 필승군은 대체 넘의 계획이 무엇인지 졸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처녀 : 저기요...(조심스러운 말투를 들어보니 보기와는 다르게 청순가련순진무구형인 듯 했다)
의정 : 예.
처녀 : 저 안시켰다고...
의정 : 아, 알고있습니다. 이거 제가 사는겁니다.
처녀 : 예?
의정 : 아... 제가 왜 그 쪽분께 차를 사느냐구요. 그냥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왠지 쓸쓸해 보이셔서요.
처녀 : ... ? (혹 날라리나 사기꾼은 아닌가 경계하는 듯 했다)
의정 : 식기전에 맛있게 드십시오. 그럼...
처녀 : ...


당황스러워하는 처녀분을 뒤로하고 카운터로 돌아와 쟁반을 반납하는 의정군. 일행이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와서는 태연히 담배를 피워물기 시작했다. 도대체 넘의 계획이 무얼까... 졸라 궁금했으나 의정군의 표정이 하도 진지했기땜시 일행은 그냥 얌전히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후, 힐끔힐끔 일행의 눈치를 보던 처녀분은 자신을 갈구는 의정군의 사악한 눈빛이 아무래도 거슬렸던지 그 비싼 둥글레차를 다 비우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버렸다. 허걱! 이럼 안되는데? 실험 실패자나?



필승 : 야야!! 처녀분 나가시잖아!! 뭐하냐?!
의정 : 쉬잇! 조용히하고 가만있어라. 다 계획대로 되가는 중이니까.


이윽고 카운터로 다가가 계산을 하는 처녀분...긴장한 일행은 꼴딱꼴딱 침을 삼켜댔다.



서빙녀 : 네에...9천원입니다.
처녀 : 네에?


지갑을 꺼내려다 디비지게 놀라는 처녀분. 당연했다. 우리가 듣기에도 분명히 두번째 차값은 의정이놈 지가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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