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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월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기아입찰 결과이후 이제 한국경제가 단기간에 예전의 소비-투자를 되찾을 길은 사라졌습니다. 경제주체들의 투자 Mind가 해빙되는 것은 앞으로 최소 6개월은 걸리게 될 것입니다. 정책당국의 의도는 앞으로 노정되어 있는 바와 마찬가지이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한국경제 회복의 조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는 오리무중입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산업구조와 경제구조를 통해 최소 다음의 부분을 살펴보아야할 것입니다.

 


 한국경제 활성화의 단기 리트머스는 자동차산업


97년 7월 기아사태가 웅변하듯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한국 자동차산업 특유의 비효율성에 의해 엄청난 산업파급 효과를 가질 수 밖에 없도록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호황유무가 사실상 한국경제의 사이클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요.


일단, 한국자동차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1980년대 중반으로 노정한다면(본격적인 산업으로서의 규모를 갖춘 시기, 다시말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규모가 갖추어졌을 시기) 한국은 최소 2010년까지는 자동차 산업과 단기경제상황의 사이클이 동조할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비효율성은 사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1,2차 부품업체들의 존재를 가져오게 하였고 따라서, 사실상 한국의 제조업은 자동차 소재-부품 제조량에 의해 그 명운이 좌우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자동차들이 전자제어 장치를 대부분 구비하고 있음에 의해 이른바 비 메모리 반도체 역시도 한국에서는 사실상 자동차산업에 종속되다 시피하고 있지요.. ( 최근 휴대폰 사업에 의해 일부 개선되었지만.. -> 혹시, 후진시 갑작스런 과속의 원인(?) )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이 효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제조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자동차를 주축으로 단기 사이클이 계속적으로 동조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의 중장기 열쇠는 중공업 분야의 산업 창출능력


한국은 또한 엄청난 물량의 중간재를 생산해내는 중간재 생산기지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철강을 생산해내는 한국이고 보면 그리고 이러한 철강을 수요로하는 이머징 마켓이 존재하는 한, 철강과 플랜트 그리고 조선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의 중공업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철강과 플랜트, 조선은 그것을 수요로 하는 이머징 마켓의 존재에 의해 존립합니다. 최근처럼 이머징 마켓이 흔들리고 있을 때 한국 산업의 중추인 중공업이 흔들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요.. 그래서, 1980년대 초반처럼, 1998년의 IMF시대에도 중공업 분야가 언제나 구조조정의 첫 대상이었습니다.


1980년대가 H그룹 중공업의 구조조정,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 D그룹 중공업구조조정, 1990년대 후반이 S그룹 중공업분야 구조조정이라고 본다면 이제부터 한국은 한국중공업을 포함하여 Big 4와 특수 전기설비 중공업이 H중공업에 의해 황금분할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의 중장기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한 것은 과연 이들 중공업사들이 일본의 1류 중공업 회사들처럼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의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한국 섬유산업을 괴멸시킨 가와사키 중공업(제작소던가..)의 워터제트같은 것을 제작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템 개발이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한국의 중공업 회사들도 그 정도 기술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노우하우와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있는가 입니다.


현재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대형 SOC발주에 의해 일단은 건설 중장비 사업이 확대 될 것이며 그로 인한 매출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현재와 같은 "적극적인" 적극재정이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극재정은 선진 각국의 예를 보아도 길어야 3년입니다. 그 이상은 엄청난 재정적자 때문에 그 재정적자를 메우기위해  연속적인 재정적자를 내지요.


결국 중공업 회사들의 아이템 개발로 새로운 제조기계를 생산할 수 있는가 결국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한국경제의 내일이 노정될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의 특성상 장사가 된다고 하면 거의 소나기처럼 제품 혹은 아이템 혹은 해당 분야 자체가 쏟아지니까요.. 이른바 스티커 사진기 기계처럼 말이지요... 리스료는 낼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중공업 분야의 아이템 개발 능력에 의해 한국은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지가 결정 될 것입니다. 아이템 개발이 안된다면 아예 가서 보고 베끼기라도 해야겠지요..


 


 서류가 바뀌는 기업에 의해 지식산업이 정착될 것임


한국에서의 지식산업이란 이른바 고부가가치가 되는 부분, 예를들면 주요 컨설팅 업무부분은 이미 외국업체들에 의해 선점 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에 의해 이른바 "공신력"이 확보되므로 싫든 좋든 고 부가가치부분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식산업이라고 꼭 고 부가가치가 보장 되는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중-저 부가가치가 보장되는 부분 예를들면 SI와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현재, 한국의 상황은 엄청나게 축소된 시장을 누가 얼마나 최소의 인력으로 시장쉐어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이제 예전처럼 마켓팅 강화가 엄청난 인력의 확충과 "접대비"의 폭발적 증가로 상징되는 시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는 매출 넘버원이 적자 넘버원이 될 정도로 시장은 축소 되었습니다.


결국, 마켓팅 강화는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한 정보를 기업조직이 전달해 줄 수 있느냐의 효율성 확보차원으로 점차 넘어가고 있습니다. S그룹의 모 계열사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면서 새로운 데이타베이스를 구입하는 것도, 메인 프레임이 다시 각광을 받는 것도,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은 정보를 사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결국 업무 전산화의 진척도와 경영 프로세스의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일반 사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업무 보고서의 서류양식이 이전과는 혁신적으로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주요 국제기구에서는 이번 아시아 외환위기를 통해 Global Standard에 의한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나의 지침으로 두고 이를 통해 Risk 회피와 효율적 투자를 국제금융계에 권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결국 구미의 프로세스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일부기업은 이미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업무 History와 숫자들입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데이타 베이스할 것이며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정보"로 가공할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한국은 이 부분에 있어 구미에 비해 거의 20년 가까이 낙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구미에서도 계속 갱신되는 것이며 따라서 20년 낙후 되었다고 그렇게 걱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문제는 경영층의 마인드가 이것을 인식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주요 외국계 기업들은 이러한 History들을 매트릭스 형태로 만들어 놓고 한국기업들과 상대할 때 각종 비즈니스 케이스에 적용합니다. 당연히 상대가 안되지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이익을 올리고.. ) 따라서 기업의 경영 노우하우를 어떻게 데이타 베이스화 하느냐, 결국 기업의 서류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지는가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혁명이 필요하다.


이제 기존의 시장쉐어는 너무 축소되어 이전의 매출을 올리기에는 힘에 버거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축소된 시장에서는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직장수를 만들어내기도 어렵습니다.


남은 것은 결국 새로운 산업분야의 창출인데, 이것은 기존의 사고로서는 어렵습니다. 건설경기부양 - 중공업분야 활성화 - 부품소재산업 활성화의 한 사이클과 일반가계 소득증가 - 시장확대 로 이어지는 두개의 사이클이 기존의 한국에 있어 경기부양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산업의 창출과 그것에 대한 투자로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산업의 창출은 결국 한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변화를 요구합니다.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특히 10대와 20대에 의한 하나의 문화혁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기존의 상식에 너무나 근거한 것이면 어렵겠지요.. 어쨌든, 스티커 사진기의 발달은 한국으로 하여금 디지탈 카메라와 이미지 처리 분야의 사람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였습니다.


시장의 정체기에 시장의 창출로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앞으로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입니다.



 


-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 seokjeff@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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