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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쑤 추천0 비추천0






1998.11.2.월

사회부기자 로이쑤



지난 호 치한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이 메일을 주셨다. 의외로 남성분들의 메일이 많았으며


" 실은 나도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여자들이 당하고 있는 것을 봤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눈 감고 자는 척 하거나 모른 척 외면한 적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안그러겠다"


라는 굳게 결의를 다지는 내용들도 많았음을 알려드린다.


그래.. 잘 생각하셨다. 앞으로는 다짐만 하지 마시고 반드시 실천도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자.. 이제는 한정된 공간인 버스나 전철안을 벗어나서 길거리.. 그리고 공원등 야외로 나가보자. 그 곳에는 치한이 없을까 ?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여자들이 주의해야 할 치한은 버스와 지하철 등 한정된 공간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야아한다. 어딜가나 미친놈들은 꼭 있기 마련. 이 놈들도 역시 주의해야한다.


몇가지 실화부터 보자.


 용감한 우리의 독자 나이뻐양(가명, 25세).


친구들과 모여있던 중 잠시 빠져나와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어떤 미친놈 둘이 다가오더니 그중 하나가 나이뻐양을 덥썩 끌어안아버리는거다.


너무도 놀랬지만 금방 이성을 되찾고, 열이 받을대로 받은 우리의 나이뻐양. 들고 있던 전화기로 그 놈의 마빡을 사정없이 냅다 후려쳤다. (공중전화의 수화기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다들 잘 아시리라). 그리고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열나게 뛰어갔다.


다시한번 명심하자.


소극적 대응은 상대에게 유리한 상황만을 제공할 뿐이다. 자고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여자들보다 조금 힘이 더 세다는 이유로 아무 죄 없는 여자들을 희롱하고 유린하는 놈들은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들이니 백번 천번 맞아도 싸다. 그 딴 놈들 마빡에 혹이 나건 피멍이 들건, 마음 아파하거나 안쓰러워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음이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숨을 고르지 못하는 나힘쎄양(가명, 26세).


이태원에 가방을 사러 혼자 나왔던 나힘쎄양.. 쇼핑을 끝내고 버스를 타러가기 위해 헤밀턴호텔 앞쪽을 지나고 있던 중,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남자 하나가 갑자기 자기 팔을 잡더니 " 너 이년 !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돌아 다닌거야 ! 빨리 집에 가자 " 며 끌고 가는 것이었다.


말대꾸를 할 겨를도 없이 마구 끌고 갔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납치라는 생각이 번쩍 든 나힘쎄양, 그 남자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단다. 그리고 마침 옆을 지나가던 군인아저씨를 붙들고 저 사람 치한이라고 도움을 청했더니 그 미친놈은 다시 덤비려 하다가 군인아저씨 뒤로 숨자, 절뚝거리며 도망을 갔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백주대로에서 갑자기 나타나 친한 친구인냥 아는 척을 하며 억지로 팔을 잡아끌고는 어디론가 데려가려는 미친놈도 있다. ( 설마 이런 경우가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경험담을 보내주신 몇 분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고 상당히 놀랐고, 또 본기자 주위의 한 여대생도 몇년 전 벌건 대낮 학교 앞 대로변에서 이런 경우를 당한 후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와지는걸 봤다. )


남들이 보기엔 마치 연인들이 사랑싸움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란다. 이거 장난 아니다. 쪽팔림이 문제가 아니다. 당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순간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로 공포감이 극에 달한다고 한다.


생판 모르는 놈이 갑자기 길을 막고 지 맘대로 이름지어 불러가며 " 그만 화 풀고 이제 가자 " 라는 둥의 이야기로 어리둥절해하는 여자를 마구 잡아끌고 가는데 겁에 질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으랴.


이 경우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이건 근처의 구멍가게건 누구든지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한다. 절대 부끄러워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말이 쉽지,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 왜 이러세요. 놔주세요.. " 이 정도 대응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이건 버스와 지하철의 치한으로 기인하는 <불쾌감> 수준을 넘어서 <생존에의 위협>까지 느끼게 하는 폭력일 뿐 아니라, 그 사태가 그저 <불쾌감>에서 일단락 되지 않을 <범죄>의 소지가 매우 크다.


이럴때 주변의 남자들 도움이 절실하다. 위기에 처한 그녀의 오빠가 되어주거나, 남동생이 되어주거나, 학교선후배, 회사동료 등등으로 변신하여 용감한 정의의 기사가 되어주시라.


 여기 또 하나의 미친놈이 있다.
전업주부 한미모씨(가명, 32세)는 남편과 함께 시내 백화점에 쇼핑을 나왔다. 모처럼만의 외출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쉬야가 마려워진 한미모씨... 남편에게 가방을 맡기고 잠시 지하철내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깥에서 아내의 핸드백과 짐들을 들고 기다리던 한미모씨의 남편...


아내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에 놀라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이럴수가 저럴수가... 여자화장실 한칸에 어떤 미친놈이 숨어들어 양변기 위로 올라가 옆칸 여자들의 쉬야하는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생긴 건 아주 멀쩡하게 생긴 놈이었단다.


그 이후 본 기자는 외출시 백화점이나 까페등 여러사람이 쓰는 화장실을 갈때마다 양변기뚜껑이 일부러 닫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봐도 여자 발이라고는 도저히 보여지지 않는 도둑놈처럼 왕따시 큰 발자국이 하얀 양변기에 떡~하니 찍혀있는 것을 수없이 보고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똥냄새 맡아가며 화장실로 숨어드는 미친놈들은 참말로 뭐하는 족속들인가. 아...썅... 이제 여자는 화장실에서 쉬야도 맘대로 싸지르지
못한단 말이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몇몇 미친놈들의 성욕분출구로 재수없게 걸려들어 심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여자들(특히 여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그 미친놈들은 알기나 하나 모르겠다. 주먹을 써야만 폭력인가. 한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고 피폐하게 만드는 그런 미친놈들이야말로 폭력중의 왕폭력꾼이들이다.


치한노무개쉐이들이시여. 아니꼽지만 제발 부탁한다. 너를 열달간 품었다가 목숨을 걸고 낳아주신 분도 여자이시며, 너를 사랑하여 너의 아내가 되고 너에게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온갖 수발 다 들어주며 챙겨주는 이도 여자이며, 너에게 아빠아빠 하며 이쁜 애교도 부리고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도 니 가슴에 달아주는 착하디 착한 니 딸도 여자이니라.


니 딸이, 니 부인이, 니 어미가 혼자 모처럼 외출했다가 버스에서 길에서 지하철에서 너같은 놈들을 만나서 호되게 당하고 눈물 질질짜며 들어온다고 생각해봐라.


너 기분 째지게 좋겠냐 ?


 


 이 야외에서의 치한은 버스, 지하철과는 다르게 워낙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기에 과연 어떻게 덤비는지 미리 알고서, 평소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다고 한번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이여 그대들의 극복담이 필요하다. 투고해 주시라.



- 사회부기자 로이쑤 ( loiskim@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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