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이너뷰] 주대환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의장


2008.01.18. 금요일


대선 패배 후 민노당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당 안팎으로 탈당과 분당, 그리고 재창당 등의 주장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민노당 내의 고질적인 정파적 갈등이 임계치에 달한 듯하다. 용암이 분출하듯 당내 자주파의 친북 민족주의를 겨냥한 분노의 분출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분당 등 파국 직전으로까지 몰려있는 민노당의 자세한 내막을 염탐하고자 본지는 민노당 내 저명한 논객으로 알려진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을 찾았다. 80년대를 관통한 386 학생, 혹은 선진 노동자였다면, 김철순이라는 필명으로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과 한국사회주의노동당에서 활약했던 이론가로서의 주대환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너뷰가 예약된 날 공교롭게 어떤 모임 술자리에 붙들려있던 그는 불콰한 얼굴로 나타났다.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인 듯 싶다. 이너뷰는 자연스레 취중진담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본지에서는 논설위원 직빵맨과 신짱이 출동했다.



 





 


논설위원(이하 논): 반갑습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긴 하셨지만 같은 길을 걸으셨던 노회찬 의원에 비해 대중정치인으로서는 덜 알려졌는데, 혹시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그 동안 살아오신 역정을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주대환(이하 주): 제 경력이라면 1992년에 한국노동당 창당 준비위원장 했던 거는 뭐, 영광이라면 영광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통합민중당을 거치고, 개혁신당, 국민승리21 등을 거쳤지만 아시다시피 진보정당이라는 게 장사가 잘 안 됐고요.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동당 창당하고 창원에서 권영길 선거대책본부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뭐 두 번 지역구(마산)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를 했고요, 2004년 원내진출 이후에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1년 5개월 정도 중앙정치, 여의도 생활을 조금 했죠.


논: 20년 가까이 진보정당 외길을 걸었던 것으로 아는데 요즘 민노당의 붕괴를 보는 심정은 참 남다를 것 같습니다.


주: 글쎄요... 아주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정치 제도나 문화적 풍토를 볼 때 진보정당이 이 땅에 뿌리내릴 가능성은 제로다, 이런 명제로부터 전 출발을 합니다.


논: 의외네요. 진보정당을 하는 사람들, 아니 정치하는 사람들은 희망적 전망이 동인(動因)아닙니까? 스스로든, 대중을 향해서든 말이죠.


주: 네...허허...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냐 이렇게 힐난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내가 대답이 궁해질 때 불교가 신라에 뿌리내린 과정을 예로 듭니다. 신라의 불교, 지금 경주가면 온통 불상과 불탑이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원래부터 불교 나라인줄 아는데 그게 아닙니다.


1만 6천킬로미터쯤 됩니까? 당시로 보면 지구 서쪽 끝 저 멀리 떨어진 인도 유럽인들의 세계관은 우리 민족의 지배적 뿌리인 몽골족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의 세계관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상이었던 거죠. 불교가 이런 토양에 뿌리를 내린다는 거 자체는 기적이었다고 봅니다.


논: 그럼 진보정당을 뿌리내리고자 했던 지난 십 수 년의 활동은 결국 이차돈의 순교 행위겠네요?


주: 사람들의 오랜 생각, 상식, 문화를 바꾸는 데는 때론 이차돈이 필요하죠.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그런 희생이 필요합니다.


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원내 제3당으로 단숨에 올라있는 민노당은 이미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거네요?


주: 아닙니다. 기적이 일어날 뻔 한 정도죠. 아직 뿌리를 내린 상태는 아닙니다.


논: 기적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뿌리 내리기 쉽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주: 한국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이 우선 달라요, 완전히. 사상, 주의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하죠. 정치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포장마차에서 정치인들 다 도둑놈 개새끼들이라고 씹는 그런 문화, 냉소주의 같은 거죠. 그러나 유럽에서는 정치는 지식인들의 의무로 되어 있잖아요? 유럽에서는 정치한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냉소하지도 않고 그런거 같습니다. 나는 뭐 편하게 잘 사는데 그래도 공직, 의원을 하는 자들... 그 자들은 조금 뭐 그래도 잘났다고 의무적으로 하는 자들이다, 우리가 좀 도와줘야지, 대략 이런 정서인거죠. 근데 한국에서는 정치하는 새끼들 다 개새끼들 도둑놈들, 그러면서 자기는 정치 후원금 한 푼도 안 보태잖아요. 그게 한국 사람들의 의식에 뿌리내린 정치 문화인거죠.


신짱(이하 신): 근데 그건 굉장히 결과론적인 이야기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럼 애초에 왜 그런 정치문화 풍토가 생겼을까요?


주: 저도 평생 화두로 삼아 고민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한국도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원래는, 그러니까 한국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라 하는 것은 어떤 이상의 실현, 어떤 이념의 현실화, 뭐 그런 거였겠지요. 그러니까 대중들이 정치에 대해서 최소한의 존경심을 가지고 그 정치한다는 한량들에 대해서 나하고 생각이 같고 이상과 꿈이 같으면 지지도 하고 참여도 하고 이랬던 거 같은데, 한국 전쟁 이후에는 이제 그런 개념의 정치는 완전히 없어져버렸어요.


그러니까 이제 정치라는 게 뭐냐,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명예욕과 권력욕의 추구가 되고 그래서 또 비아냥거리고 비웃고 욕하는 대상이 된 거 아닌가. 그러니 정치라는 게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이상과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개인 권력욕 명예욕의 추구로 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비웃는 것이 예사로 된, 그것이 한국의 정치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논: 그런 걸로 보면 한국전쟁 전이 아니라 구한말 같은 경우에 부정부패가 굉장히 만연했고, 위정자들이 굉장히 무능했고, 또 입신양명이라고 하는 유교적, 이른바 출세지향주의적인 토양도 한편으로는 돼 있고, 그런 거 아닙니까?


주: 글쎄,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근데 어쨌건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독립운동을 거치면서 그래도 해방 직후에는 좌든 우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정치가였습니다. 그러니 민중이 정치가에 대해서 기본적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좌든 우든 말이죠. 최근에 읽고 있는 역사책을 보면 제헌 국회, 2대 국회만 해도요, 이게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식으로 돈 많은 놈이 돈 뿌려가지고 하는 이런 식이 아니었더라고요, 보니까. 처음에 어떤 독립운동 시절의 명망이 있는 분들, 이런 분들이 주로 국회의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제 한국전쟁 전 상황은 그런 게 있죠.


논: 나름대로 정치의 본령인 이상이나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가 있었다...


주: 즉 다시 말해서... 사상과 정치가 분리가 안 돼 있었다 이 말입니다. 지금은요, 사람들이 정치, 하면 사상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논: 이권하고 관련 있다고...


주: 그렇죠, 정치는 개인의 영달, 출세욕, 명예욕에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상, 사상 가진 사람은 무슨 학자를 하거나 최소한 시민운동 정도까지는 몰라도, 정치는 아니라고 본다는 거죠. 운동하고 정치는 다르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자네같이 고상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하려고 그러나, 이렇게 묻는 식인거죠. 이럴 때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몰라요...허허..


논: 그러니까 정치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상하고 지조가 있고 이런 사람들은 가는 곳이 아니다, 시궁창 같은 곳이다. 이런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거네요.
 
주: 그렇죠


신: 이번에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가 있는 건가요? 이명박의 도덕성이나 이념 주장 같은 것은 아무 관계 없이 묻지마 지지로 귀결되었는데요. 이미 정치에 대해 그런 기대심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지지가 가능하다 이런 해석으로 연결되는 건가요?


주: 근데 우리나라 국민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이중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에 대해서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고 비웃으면서도, 그것이 자기들 생활에 굉장히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굉장히 실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국민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맥락이 그렇게 되는 거겠죠. 아마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도덕성 하고는 상관없이 또는 굉장히 실리적으로, 그러니까 어느 때는 박정희를 전두환을 지지했다가, 또 발로 차 내버리고, 또 김영삼 김대중을 지지했다가, 뭐랄까, 이기적이라고 하면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좀 굉장히 실리적인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거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논: 정치를 그런 실리적인 면으로 사고한다면, 서민들의 복지 혜택 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할 수도 있고, 그렇게 보면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실리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정당정치의 본류로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도 있을텐데...


주: 그러니까 우리가 보면 너무 단기적 이익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장기적 이익을 이야기하는 그게 곧 사상과 결부되는 영역이잖아요.


신: 그렇다면 보수정당은 단기적 이익이라도 서민들에게 어느 정도 가져다 줄 수 있나요?


논: 가령 경상도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하면 우리 지역은 얘네들이 키워주겠지, 지금 이명박이 대운하라든지 경제 살리기가 성장을 지금 바로 시켜주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  이런 식의 단기 실리에 민감하다 이런 이야깁니까?


주: 허허... 내가 깊이 연구를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 정치의 특성을 설명하다가 이렇게까지 왔는데, 예를 들어 경기 부양을 한다든가 해서 떡고물이라도 좀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 그런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있겠죠. 공화당시절, 전두환 시절을 경과하면서 극빈국에서 경제성장이 엄청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서민들도 생활수준이 높아졌던.. 그런 경험의 원형이 대중들에게 깊이 남아있는 거겠죠.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잘 볼 수 없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토지개혁이에요. 한국은 건국 당시 소농의 나라로 출발을 한 거에요. 전 국민이 조그만 땅뙈기들을 다 나누어가진 거예요. 예를 들어 집값이 올라간다 땅값이 올라간다, 그래서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이 세상에. 지금은 60년이 지난 후에 토지소유도 많이 양극화 되었습니다만 그간의 경험으로 본다면, 옛날 그 잘살거나 못살거나 해도 시골에 조그만 땅뙈기를 다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개발되면 버는 거에요. 그러니까 충청도나 경상도나 어디에, 우리 동네 무슨 공단이 들어선다, 개발한다, 이런 것에  그 지역민들이 다 기대를 관심을 갖는 겁니다. 나름대로 조금씩 다 나눠 가지고 있거든. 브라질이나 남미 필리핀 이런 데는요, 대개 대지주, 대토지 소유자와 토지 없는 농업노동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농촌 사회가. 한국은 토지개혁을, 우리 조봉암 선생이 주도를 했어요, 토지개혁을 해서 그래요. 그게 참... 그게 근원적으로 박정희 시절의 급속한 경제발전 혜택을 전 국민 골고루 볼 수 있었고요, 또 바로 그것 때문에 급속한 성장 자체가 가능했어요.


논: 그것 때문에 경제 발전이...


주: 그렇지, 조그만 토지들 나눠주고 나니까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요, 새벽부터 밤까지 그 조그만 땅뙈기에서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 먹이고, 소 두어 마리 길러가지고 대학을 보내는 겁니다, 아들은, 큰아들은 반드시 보내지. 그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든 근본적 원천이라고 볼 수 있겠죠. 뭐 박정희 리더십이 대단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논: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안 된다는 회의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주: 내가 그거를 느끼게 된 거는요, 대중정당 하기 전부터 느꼈어요. 대중정당 하기 전 십 수년 이상을 저는 맑스-레닌주의자로써 살았잖아요. 맑스-레닌주의, 이 진리를 선전해가지고 사람들이 어, 맞네!하고 동조자들이 마구 늘어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좋은 생각, 사상, 훌륭한 이념을 막 듣자마자 노동자들이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안 하더란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상, 주의 이런 게 잘 장사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자꾸 고민을 한 거죠.


논: 오래 전부터 회의주의자가 되었군요.


주: 아니, 그래서 이제 장사하는 방법을 바꾸게 된 거죠. 이제 한국에서는 사상은 장사가 안 되는구나, 그래서 보니까 사상을 안 팔고 진보정당을 만든 나라가 있더라구요, 영국노동당이 그렇더라구요. 영국에서도 사회주의가 인기가 없었어요, 사회주의가 도대체 장사가 안 되는 나라였어요.


논: 실용주의가 바탕이 된 나라라...


주: 글쎄요, 왠지 모르겠는데, 영국은 노동자들이 사회주의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거기선 사회당이나 사회민주당을 만든 게 아니라 노동당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방법으로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한 게 92년부터, 16년 된 거죠. 의식적으로 영국노동당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면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이 영국노동당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논: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성장 전략이 그런 것과 연관되어 있군요.


주: 그렇죠. 97년에 권영길 당시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논: 그때는 국민승리21이었죠?


주: 네.. 그렇죠. 그 양반이 어떻게 보면 노동운동의 분위기는 전혀 성숙되지 아니했을 때 본인이 대선 출마를 결단해서, 한 동안 맥이 끊어졌던 진보정당을 다시 시작을 했죠. 얼마 전 한겨레 신문에 단병호 위원장도 얘기했잖아요. 당신 스스로 이야기하길 4시간 동안 말렸다고, 4시간 동안 이야기했는데도, 묵묵히 듣고만 있으니까 자기가 지쳐가지고 그럼 출마하시라고 그랬다는 거예요. 그만큼 그 길의 시작도 순탄치 못했죠.


논: 그러면은 그 당시 심상정 의원도 단병호 의원과 비슷한...


주: 그렇죠, 시기상조론자.


논: 시기상조론자로서 대선이라든지 진보정당 이런 일에 조금 소극적이었다...


주: 그렇죠,


논: 그런 분이 민노당의 간판급 대표 주자로써 떠올라 있으니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주: 세상 일이 원래 그렇죠.


논: 그 분들이 평등파라고 불리우는 민주노총의 중앙파-전진파 이런 계파의 대표적인 사람들이죠?


주: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얘기하죠.



논: 그렇다면 당시에 민주노총에서 초대 위원장이 권영길씨였는데, 그 권영길씨가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고, 나머지 사람들, 특히 그 당시에 이른바 중앙파라고 하는, 지금 평등파의 주 원류,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소극적이었다는 거네요?


주: 국민파든 중앙파든 다 노동조합주의자들이죠. 그런데 상대적으로 어떻게 보면 국민파가 덜 조합주의적이죠, 왜냐하면, 국민파라는 이름이 왜 붙었습니까? 국민과 함께 가는 노동운동이라는 슬로건에서 붙여진 거 아닙니까? 국민을 의식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좀 덜 조합주의적인 노선으로 갈 수 있는 거죠.


논: 민주노총의 계파를 분류하면 크게 국민파와 중앙파로 대별된다고 하는데, 그 두 계파의 차이는 노선상 어떤 점에 있는 겁니까?


주: 대체로 강경 노선(중앙파)-온건 노선(국민파)로 대별되는 듯 합니다만, 뭐 딱히 어떤 분명한 이념을 두고 다투는 분파는 아닙니다. 다만 민주노총 초기 중앙 집행부를 강경 노선 쪽이 장악을 하고 있어서 중앙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고, 그들 강경노선에 대한 반발 세력이 국민파로 이름 붙여지는 셈인데, 그러니까 통상 이념적 분파와는 거리가 있는 것인데요. 지금은 소수파(중앙파)-다수파(국민파)같은 개념 정도로 생각해도 되겠네요.
 
논: 대체로 보면, 민주노총의 중앙파는 민노당의 평등파(PD)와 친화력을 갖고 있고, 반대로 국민파는 NL 세력들과 연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주대환 씨의 경우에는 당 내에서 NL-주사파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비판적이신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이하게 국민파에 더 친화력을 갖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주: 예, 어찌된 인연인지 저는 줄곧 국민파와 함께 민주노동당을 해왔습니다.


논: 민노당이 정파연합당이라고도 불리우지 않습니까? 처음 창당할 때부터 그랬나요?


주: 지금 같은 정파 갈등은 당시에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2000년 1월에 창당하고 그 해 4월에 총선을 치루었습니다. 지역구 출마자는 21명이고요. 총선 직후부터 사실 민노당의 창당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갔죠. 2004년도까지...그때 123명 출마했으니까 그 사이에 많이 조직이 갖추어졌다고 봐야죠. 그런데 바로 그 과정에서 NL-PD 운동권들이 막 들어온거죠. 민주노총 조합원만으로 당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빨리 지구당 조직이 될 수가 없었을 겁니다. 어쨌든 그런 지구당 조직들은 주로는 운동권 NL-PD가 하게 됩니다. 당원들의 절반은 노동자들이 점하고 있지만, 그들은 당비만 내고 당 활동에 적극 참여를 잘 안하죠. 그러니까 이게 이원화가 되었습니다. 당의 주인이 노동자들인데, 그들이 주인 노릇을 해야 하는데, 머슴들-운동권들이 당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논: 근데 2004년도에 원내 진출에 성공을 하고 그 직후에 당직 선거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 때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되시고 중앙당에 근무하시게 되었는데, 그때 민노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파 갈등’을 많이 느끼셨습니까?


주: 아주 그냥, 아주 아주 심.심.심.심하게 느꼈죠!


논: 하하.. 아주 심하게 느끼셨나 보군요. 그 전까지는 마산 지구당 위원장으로 있었죠? 지역위원장으로 지구당... 그러다가 올라와 보니까 생각보다 심각하더란 얘기죠?
 
주: 뭐 지역에서도 느꼈지만 이제 그런 정도는 비교할 수가 없었겠죠. 왜냐면 지역은 뭐 내가 지구당 위원장하고 있으니까 대충 뭐… 그런데 중앙에 오니까 소수파가 됐으니까요. 2004년부터 소수파가 된 거죠.


논: 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최고위원회인가요?


주: 13명의 최고위원회...


논: 그럼 그 속에서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주: 국민파가 한 5명, NL-주사파가 5명, PD파가 2명, 사민주의자는 나 단 한 명... 이런 식으로 분포되었네요.


논: 그럼 그 당시 당의 노선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노선 대립을 많이 겪었습니까?


주: 노선 대립 이전에 상식(=국민의 상식)과 비상식(=운동권의 상식)의 충돌이 당선 첫날 회의 때부터 있었습니다.


논: 누가 상식이고 누가 비상식입니까?


주: 제가 볼 땐, NL이고 PD고 간에 당시 운동권 계파 모두가 비상식이었어요. 13명입니까? 12명 모두가 비상식적인 운영 방식을 고집하더라고.


논: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주: 쉽게 말하면은 정당법대로 당 운영을 안 한다는 거야.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잖아요.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국고보조금은 받으면서 정당법대로 안 하는 거야.


논: 그 정당법이라는 것이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인 세칭 오세훈 법이죠?


주: 그렇죠. 돈 잡아먹는 하마인 지구당을 폐지하자는 것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루어졌어요. 한 달에 예사로 수천 만 원 깨지는 지구당을 운영하게 되면, 그 운영비 마련을 위해 정치인들이 음성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정치 부패의 근원으로 지목된 거 아닙니까? 때문에 국민적 지지도 받은 거고요. 민노당 입장에서 보아도 그것이 또 불리한 법도 아니에요. 저도 지구당 사무실을 수년간 운영해봤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걸 ‘악법’으로 규정하고 불복종 운동을 한다는 발상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사업비로 써야할 재정을 200개 가까운 지구당에 편법으로 지원하고 그러다보니 중앙당과 광역 시도당의 사업비가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중앙당의 전문 인력의 인건비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이직이 속출하고 그 마저도 제때 지급조차 못하게 됩니다.


정당법상 유급 사무원은 중앙당 100명, 광역시도당 100명, 이렇게 200명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나라당같은 거대 정당도 200명인데, 의원 10명의 민노당은 얼마인 줄 아십니까? 지구당 사무국장들의 월급까지 책임지면서 400명의 유급사무원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러다보니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정당이 되어버렸어요. 이런 상식 밖의 운영에는 좌파다 우파다, NL이다 PD다 하는 것도 다 나발 부는 소리입니다. 모두가 한 패거리인 셈이죠.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한 일이 뭔지 아세요? 그 40명이 넘는 정책연구원들한테 일을 시키고, 닦달하고, 야 니들 법안 언제까지 만든다더만 왜 아직 안 된거야, 만든 자료 갖고 와봐 이래야 되는데, 저가 한 일이 주로 노동조합 위원장이나 할 일. 본인들이 뭔가 일은 해 놓았는데 사업비는 안 나와 있고, 본인 카드 긁어가지고 어떻게 뭘 했다는 하소연 들어주고,  저녁 되면 아 이 짓은 못해먹겠다, 월급이 처음에 채용할 때의 약속과 다르다. 결혼한 사람들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이런 하소연을 소주 한 잔 먹으며 석 달만 참아줘 하면서 달래고...


논: 그들이 지구당 폐지를 반대하는 데는 지역 정치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우고 있잖습니까? 또 중앙당 상근자와 지역 상근자를 왜 차별 두느냐는 평등 원칙을 주장할 수도 있지 않나요?


주: 지역 정치 4년 동안 잘 했으면 지금 민주노동당이 이 꼬라지에요? 그러니까 활동비 좀 주고 말고는 상관 없는... 오히려 주면 어떤 사람들이 지구당 사무국장으로 오느냐 하면은 그 지역하고 아무 상관없는 운동권, 지역에 가 보면은 30대 후반은 PD, 30대 초반은 NL, 운동권들 이런 사람들이 옵니다. 근데 다른 보수 정당들의 당원협의회 사무국장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 지역에 뿌리 박고 있는 마당발들 영입하겠죠, 형님, 절 도와주세요 이러면서요. 그들은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동네 다니면 전부 형님 아우인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당원협의회 사무국장하지. 근데 우리당 사무국장들은요 지역 사회에서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민중연대, 진보연대, 통일연대, 집회 깃발 들고 나가고 그거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유급사무원과 자원 활동가로 구별해야 해요. 자원 활동가는 다른 당도 다 많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 유급사무원은 4대 보험 들어주고 월급도 어느 정도 시장 가격의 60-70%라도 맞춰주고, 노동3권 보장해 주고... 말하자면 전문직을 채용하는 거지, 대신에 정파에 가입 금지하고, 그럼 당의 관리 시스템이 구축될 거 아닙니까. 어떤 조직이든지 인력과 돈이라는 자원을 제대로 쓰지 않고서 성공할 수 있는 조직이 어디 있겠어요. 한정된 돈, 한정된 인력, 이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지.


논: 음...그렇다면 이런 현실에 대해 국회의원들이나 당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나요?


주: 그들 자체가 정파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인데 뭘 기대하겠습니까? 나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원내 진출한 합법 정당에서 정당법대로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요, 중앙위원회 열어가지고 그 때 개정 정당법 반대한다, 지구당 폐지 반대한다, 저항운동 한다 이렇게, 불복종 운동으로 결의했어요. 그러니까 12명은 그 당론에 따른 입장이었고요, 나는 당론이고 뭐고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다, 상식이 아니다 이렇게 주장했지만 12명이 나한테 설득 당할 리가 없지.


논: 그러면 현재 민노당의 위기나 붕괴가 정파갈등이나 그런 것보다 심층적으로 이런 배경이 있네요?


주: 그렇죠, 그렇죠. 원내 진입 이후 4년이 지난 오늘 당의 부채가 60억입니다. 60억. 이렇게 된 것에는 NL이다 PD다 하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논: 만약 과실 비율로 따지고 본다면, 현재의 당 위기에 대한 책임 비율은 그 두 정파 중에 어디에 더 있다고 봅니까?


주: 제가 볼 땐 5 : 5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지구당 폐지 반대 투쟁은 이른바 PD 쪽이 훨씬 더 적극적이었고요, 당직공직 겸직 금지라는 초유의 제도도 PD 들의 발상에 비롯되었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친북노선으로 당을 끌고간 것은 NL 주사파들이었던거고요.


논: 근데 원내 진출 이후, 당권은 주사파-국민파가 지금까지 장악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현 당의 위기에 대해 NL 계열의 책임을 묻는 것이 당내외의 여론인데요.


주: 근본적으로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절반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인데요, 그들의 대부분은 NL, PD가 뭔지 잘 몰라요. 그러다가 이야기했듯이 운동권들이 들어와서 운동권들이 당을 장악하면서 머슴들이 주인 노릇을 한 거죠.


논: NL이라든지 PD 이런 걸 떠나서 일단 운동권들이 당을 전반적으로 운영관리를 하면서...


주: 그게 문제라는 거죠.


논: 당을 말아먹었다?


주: 민주노총이 대 주주로써 주인 노릇 제대로 안 하고, 경영의 전략도 없이 그냥 투자만 한 거야. 실제 투자액 다 합치면 일 년에 민주노동당 조합원이 내는 당비하고 그 세액공제 후원금하고요 합치면요, 아마 이번에 대통령선거 나온, 돈 많은 문국현이 쓴 만큼 일년에 낼 걸요? 민주노총 조합원이 내는 당비와 후원금을 합치면요. 그렇게 많은 돈을 내요, 투자해요. 그런데 경영전략이 없어. 그래서 NL, PD 막 싸우고 있는데...


논: 그렇다면 주 선생님 보시기에 이른바 PD나 NL나 다 당을 말아 먹는 데는 거의 동일한...


주: 그럼요, 2004년 전까지는 PD가 당권을 잡고 있었고, 2004년 이후에 NL이 잡았는데요, PD나 NL이나 그 과오를 다 이야길 하자면 거의 비슷하죠.



논: 네. 그럼 이제 화제를 돌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죠. 이번 대선에서 당내 경선 때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셨죠?


주: 네. 그렇습니다.


논: 세간의 평가로 본다면 권영길은 주사파나 NL들이 전면적으로 내세운 후보라고 합니다. 물론 권영길은 NL이 아니지만 주사파들의 노선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렇게 따라가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았나 그런 비판들이 굉장히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본다면은 권영길에 비해서 좀 더 스마트해 보이는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됐다면...


주: 그 대목이 제일 나로서는 괴로운 대목인데, 권영길 대표가 NL이 아닌데, 분명히 아닌데... 왜 그런 말들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저로서도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진짜 그 대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12월 19일 이후에 내가 권영길 대표하고 두 번 통화를 했지만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 차마 면전에 대고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왜 그랬는지, 난 절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거든.


신: 정파지지 문제를 떠나서라도 대중적으로 볼 때 심상정씨라든가 노회찬씨에 비해서 권영길씨는 삼수잖아요, 약간 노쇠한 이미지가 있고, 특히 진보정당이라면 새로운 사고로써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게 무슨 이인제나 이회창처럼 조롱이나 비난을  받는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진보정당에서 인물이 그렇게 없냐, 그런 측면에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더라도 후보 자체 때문에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온 그런 측면도 있다고 보거든요.


주: 근데 삼수냐 사수냐 이런 문제는.. 글쎄요. 국민들이 이런 거죠, 싫으면 핑계를, 쉬운 핑계를 대는 거죠. 에이 그 친구는 얼굴도 시커멓고, 표정도 어둡고... 이런 식으로 하듯이, 쉽게 삼수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일반 국민들은 삼수인줄 잘 몰라요, 97년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텔레비전도 못 나왔구요, 2002년도 대선에 나왔는데, 삼수냐 사수냐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라 생각하는 데요, 굉장히 중요한 것은 삼수든 사수든 활기차고 뭔가 파격적인 모습을 또 보여줬으면 그런 말이 안 나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근데 그런 모습을 못 보여준 거죠. 문제는 거기에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일심회 사건 이런 것도 거쳤기 때문에 당의 이미지가 이렇게 친북으로 오해를 받고 있잖아.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명쾌하게 잘라서 국민 여러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그러나 우리 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가 아니다, 북한의 국가체제 문제가 많다, 북한 체제는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된다 하면서 조선로동당 2중대스런 이미지를 과감하게 떨쳐냈어야 되는데 그런 것조차 못 한거죠. 전 그렇게 할 거라 믿었어요.


논: 그런 믿음 때문에 권영길 씨를 지지했던 겁니까? 


주: 뭐 꼭 그거야... 셋 다 그건 비슷했고, 셋 다 누가 후보로 나왔어도 중간에 국민들로부터 그 요구를 받을 거고, 후보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자기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 당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게 생리죠. 그런 면에서도 할 거라고 봤죠, 셋 다 누가 나오더라도 할 거라고 봤죠.


논: 그러면 근본적으로 본다면 권영길 씨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뭡니까?


주: 그건 민주노총 집행부가 지지했으니까요. 돈 대고 몸 대고 조직 댄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미 권영길 씨를...


논: 그러니까 영국노동당의 길이라고 하는 애초의 노선에 가장 충실해서...?


주: 15년, 16년 동안 나는 오직 그 길로만 왔어요.


논: 그걸 놓고 보면은 권영길 지지는 새삼스러운 건 아니네요.


주: 16년 동안 나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노동당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논: 민주노총 같은 경우에 지금 보면은 국민파와 중앙파라고 이렇게 둘이 나눠져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런 정파적 시각으로 보면은 국민파가 지지한 후보다, 이렇게 또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민주노총 안에서도 중앙파들은 노회찬이나 심상정을 지지했잖습니까?
 
주: 소수파가 아니라 다수파, 집행부를 장악하고 있는 다수파가 그게 민주노총 조합원의 다수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소수의견을 우리가 따를 수 없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럼 그 소수의견, 다수의견 따로따로 당에 전달되다 보면 당이 이제 쪼개지는 거죠.


논: 만약 다수파가 심상정이나, 노회찬을 지지했더라면 그대로 따랐겠네요?


주: 당연하죠.


신: 영국노동당을 모델로 삼는다고 하지만 지금 사실 민주노총도 과거의 이미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정규직 귀족 노동자 이익집단이라는 비판도 거세고요. 그런 가치지향으로 생각해서 현재의 민주노총이 그렇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들을 그대로 추수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요.


주: 그러니까 이런 거죠. 한국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고, 그것을 바꾸어나가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거죠. 텔레비전에 나오는 노동자 투쟁 화면, 외국 노동자들 보면 깜짝 놀라요, 한국 노동운동 저렇게 엄청나나하고 한 번 놀라죠. 거리에서 막 과격한 투쟁을 하는데 알고 보니까 목적이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몸을 막 불사르는 게 아니고요, 딱 저거 회사 월급 때문에 막 몸을 불사르는, 놀래버리는 거지 또 한 번. 한국 노동자들이 20년을 그래 왔거든, 87년부터. 그러니까 지금 오늘날의 민주노총의 모습은 그 20년의 노동운동의 결과죠. 그게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다시 말씀드리면 대기업 정규직 이기주의같은거 그게 어제 오늘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닙니다. 전두환 시절이라 하더라도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특별한 투쟁을 했던 것도 아니고요. 그 때부터 그 뿌리가 그렇게 된 거죠. 이런 노동운동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그에 따른 욕은 먹어가면서, 민주노총당이라는 말을 감수해 가면서 갈 수밖에 없어요. 노동당은. 다만 조선로동당 2중대란 말은 우리가 들어서는 안 된다...


논: 민주노총당이라고 하는 그런 욕은 감수해 가면서도?


주: 감수해가면서, 왜, 그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주의라는 것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민주노총 안에서 그런 변화가 이제 생겨나고 있어요, 왜냐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비를 걷어 그 사업비를 가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사업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점차 점차 그런 방향으로 우리가 계속 교류하고 해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말하자면, 좁은 직장의, 좁은 우리만이 아니라 넓은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한 노동운동을 해야 된다, 이걸 계속하고 있거든요. 이건 시간이 걸리는 문제니까, 지금의 한계 속에서나마 산별 노조나 또는 기업별 단위노조하고는 다른  총연맹의 입장에서 끊임없는 교육 같은 걸 통해서, 이념을 가지고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는 거니까요.


논: 최근 들어서 일부 평등파들을 중심으로 분당론이 당 안팎으로 거셉니다. 당내의 주사파들과는 도저히 같이 못하겠다는 주장인데요. 주 선생님 입장은 어떻습니까?


주: 난 분당은 반대... 아니, 분당을 할 때 하더라도, 먼저 세게 붙어야지...


논: 아! 세게 붙어야 된다?


주: 당 노선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갑자기 이혼선언을 해버리니까 노동자들은 좀 어리둥절합니다. 맨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부인이 갑자기 이혼 해! 이러는 거지, 동네사람들이 너 왜 이혼하자는데, 한판 붙어야지 남편하고, 폭력 남편하고 붙어야지, 왜 문제가 되는지 다 알고 동네사람들이 야, 너희들 도저히 안 되겠다 이혼해라 할 때까지 가야 되는 거에요. 지금 분당론자들은 지금 사실상 탈당을 하겠다는 거거든요. 이건 뭐 미리 포기하는 패배주의잖아요.


논: 당직 선거라든지 비례의원 선거라든지 이런 데 있어서 계속 패배해 왔잖아요.


주: 패배를 왜 했는데, 왜 했습니까? 


논: 다수파가, 머리수가 더 많아서 그런 거 아닙니까?


주: 노동자들이 그들 PD파를 안 도와줬지, 그들 편이 아니었거든. 굳이 이야기하면 민주노총 집행부 국민파 이쪽이 NL편에 손을 들었잖아요. 실제 NL친구들이 대중사업적인 면에서 보면 훨씬 합리적이에요. 실제 아주 구체적 실천적 문제에서 현실적이에요. 자기들의 어떤 종교, 신앙은 감춰놓으면서 말이죠. 반면에 PD친구들은 지들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 보니까 세상 상식을 무시하고...


논: 그러면 지금 보면 홍세화, 조승수 또는 손호철이나 진중권 씨 등 당 안팎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 얘기도 이미 임계점에 왔다. 싸워봐야 어차피 화해가, 봉합될 수도 없는 거고, 이럴 바에야 빨리 나가서 새 살림 차리는 게 낫다, 이런 얘기들로 분당을 부추기지 않습니까?


주: 그렇지 그런 얘기까지 포함해서 모두를, 이제 지금까지 숨겨놨던, 덮어놨던, 그 문제들...


논: 친북 문제 같은 것...


주: 그렇죠. 그것을 드러내서 이제 한 판 붙어라, 그런 얘기입니다. 한 번 붙어라, 드러내라, 드러내라, 숨겨놓지 마라, 이미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논: 그렇다면 한 편으로는 무대책인 거 아닙니까.


주: 일단 드러내면 무조건 바로 가게 돼 있습니다. 왜냐면 노동자 당원들이 문제가 뭔 줄 잘 몰랐거든, 그러면서 평소에 친하고 성실한 NL 애들-PD애들은 안 성실하거든, 말만 많고 만나면 지겨워- 문제가 다 드러나면요, 애들도 문제가 많구만... 이렇게 알게 된다 이 말입니다.


논: 그렇다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심상정의 비대위가 - 만일 수립이 된다고 가정했을시 - 현재의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을 들고 나와야 되나요? 


주: 우선 대법원 확정 판결 난 일심회 관련자들을 출당시키고, 국정원 가서 데모하고 법정에서 소란 피우는, 그 사건에 대한 대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합니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해 당론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공약 폐기를 선언해야죠. 이렇게 하여 훼손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 즉 소박한 노동자의 대중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북한 체제를 변호해주는 조선로동당 2중대 같은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이 첫 번째 단추고요. 두 번째는 정당법대로 운영하여 제도권의 공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세 번째는 가난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보정당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반드시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논: 그렇다면 만약에 그게 제대로 안 될 경우에 어떻게 됩니까? 그런 방침이 채택이 안 됐다, 중앙위원회라든지 대의원 대회 등의 의결기구는 여전히 NL-주사파쪽이 다수가 아닌가요?


주: 글쎄요...


논: 그렇게 된다면 총선을 앞두고 탈당하여 신당을 차리고 총선 채비하거나 이런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냥 총선을 앞두고 평등파 계열이 대거 탈당하여 그대로 주저앉는 그런 파국적 상황도 예상되지 않을까요? 


주: 글쎄, 민주노총 집행부나 무당파적인 사람들, 즉 NL, PD 아닌 제 3세력이 나서가지고 당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국민들이 우리 얘기를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듣질 않잖아요. 믿을 수 없는 놈이 이야기하면 얘기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다 안 좋게 들리는 거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당의 핵심 과제인데, 이것을 하기 위해서 재창당을 하든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안 된다면 끝내야죠, 진보정당 끝내야죠.


논: 분당이든 할 것도 없이 그냥 진보정당 끝난 것이다?


주: 그렇지. 몇이 나가가지고 그게 되겠어요? 아니 이 한국의 사회에서는요 애초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건데요,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념, 사상 가지고는 정당이 안 됩니다. 그거는 학문적 서클, 연구단체는 될 지 몰라도 정당은 안 되게 돼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요. 한 100년 후에는 어떨지 몰라, 근데 지금은 그래요. 지금은 그렇고요, 한국에서 유일하게 진보정당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노동당 외에는 될 수 없어요.


논: 사회당이 아니라...


주: 사회당은 아니에요, 사회민주주의적인 지향 가진 노동당... 이념은 그런데 실제 생존 전략은 노동당, 딱 영국노동당이죠 그게 바로. 그 모양 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논: 독일의 사민당이나 이런 모델은 안 된다는 거죠?


주: 독일 사민당이나 공산당 이런 거는 아니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민주화 됐으니까, 그런데 이제 이념 사상으로 사람을 모은 그런 사회주의정당이 아니고 노동당밖에...


논: 그럼 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거는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거네요.


주: 사각의 링에서 죽을 때까지... 그러니까 챔피언 최요삼의 일기에 링 위에 올라가기 전의 두려움을 써놨잖아요. 링 위에 올라서면요 승패를 보기 전까지는 지 마음대로 내려갈 수 없잖아요. 이거는 민주노동당의 노선 투쟁은요, 여기서 끝장을 봐야 돼요.


논: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렇다면은 12대 1로 처음에 붙으셨다고, 주 선생님 같은 NL도 아니고 PD도 아닌 이른바 제 3 세력, 그 같은 경우엔 세력이 지금 굉장히 미약하잖아요.


주: 지금은 NL 대 나머지 모두의 싸움이니까요.


논: 아 그렇게 보십니까


주: 네 그러니까 당장은 NL이 문제니까요. NL이 6 대 4로 우세라고 하는데,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문제를 정확히 인식을 하면 바로 거꾸로 6 대 4가 되죠. 바로, 지금은 NL이 6 PD가 4라고 돼 있는데요, NL, PD 구도가 아닌 말하자면 중간에 SD(사회민주주의), 이렇게 되면은 NL이 4가 되고요 SD가 2가 되고요, PD가 4가 되죠.


논: 언론에서는 민노당을 NL과 PD, 또는 자주파와 평등파 이런 이분화된 구도로 보잖아요, 그런데 이 구도가 아니고 제 3의...


주: 제 3 세력을 SD라고 부를 수도 있고요, 그거는 이제 NL, PD, 이런 식으로 부르다 보니 SD인데요 굳이 말하면 SD인데, 그러나 원체 보면은 그냥 노동자죠, 노동자. 그냥 노동자가 최소한 20프로 있는 거에요. 물론 노동자 당원은 50프로쯤 되지만, 그 중에서도 정파적으로  있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 그런 사람 다 빼고도, NL, PD 영향권에 있지 않는 최소한 20프로는...


논: 그런 사람은 굉장히 소극적이지 않습니까?


주: 그러니까 그런 거 다 감안해서 20%의 세력은 된다고 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는 주로 NL쪽에 주로 손을 들어줘 왔습니다. 그들이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점잖은 이덕우 변호사까지도 막 하고 이러니까, ‘뭐 문제가 있는 거야?’ 이렇게 만나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판단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지금의 탈당사태나 기타 등등 이런 소란스러운 것도 다 그 20%를 깨우기 위한 행동으로서 의미가 있어요. 당이 정상화 되면 탈당했던 사람들이 다 돌아 올 겁니다.  주인이 주인 노릇하고 머슴이 머슴 노릇하게 될 때 돌아올 겁니다.


논: 결국 정리하면 새로 딴 집 살림이라든지 이런 거 해봐야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런 승산이 없고, 보려면 여기서 끝장을 봐야 된다, 이 말씀인거죠?


주: 여기서 끝장을 보고 여기서 안 되면 진보정당을 접어야 됩니다. 미국식의 양당 체제로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처럼 소수의 진보세력 들은 자유주의 정당에 수렴되겠죠.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결선투표제가 없는 대통령선거제 하에서는 다당제는 불가능하고요. 결국엔 양당체제거든요.


논: 그럼 영국처럼 노동당이 자유당을 넘어서 보수당-노동당 양당 체제로 굳어지든가, 아니면 미국식으로 보수당-자유당 양당 체제로 굳어지든가 둘 중 하나다...


주: 그렇죠, 둘 중에 하나죠. 장기적으로, 둘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논: 알겠습니다. 지금껏 장시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주: 네 고맙습니다.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밤부터 9일 새벽사이에 이루어졌다. 


인터뷰 직후 민노당은 탈당 선언이 속출하는 가운데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평등파 일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당의 움직임은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홍세화, 조승수 등 민노당 내 40여명의 인사들은 신당창당 선언으로 그 노선을 분명히 하고있고, 노회찬, 심상정 등 당의 주요 인사들은 재창당론에 준하는 당 혁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NL-주사파의 노선은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한국에서 상식적인 진보정당을 기대하는 국민들은 그래서 ‘평등파’에 주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평등파가 분당론과 혁신론으로 분열적인 모습을 답습한다면, 진보 세력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들어보는 주대환의 ‘당 혁신’이라는 해법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그 상식이 당 내에서 관철되기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간단한 문제였다면 오늘날 민노당이 이런 위기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패배주의’라고 일갈하였으나, 분당론자들이 지닌 절망감의 무게는 그래서 가볍지가 않다.


어쨌든 평등파를 주축으로 한 심상정 비대위는 출범했다. 그가 주문한 방안 대로 비대위가 혁신에 성공한다면 분당론은 혁신론에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라면 민노당의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갈 것이다. 진보정당에 일말의 애정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수령의 상황을 김득구의 마지막 라운드를 보듯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볼 터이다.


 


딴지 논설위원 직빵맨(freechhb@naver.com), 신짱(redpia@hanmail.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