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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논평] 2009년 5월 28일-오세훈의 승리

 



2009.5.28.목요일

 

 

 


 

어제 이어 오늘 치 틈새논평 간다. 어제 마지막에 광장개방 건 이야기했으니 거기서부터 이어가자.

 

 

 

 

27일 오전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만난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들은 서울광장 개방할 거라는 듯이 보도했다. 오세훈이 "광장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면서 "이러한 뜻을 정부 측에 전달하겠다“고 했으니까.

 

 

언론들은 이 말을 오세훈의 광장개방 의지로 읽었다. 그러니까,

 

 

1) 개방하고 싶다.

 

그러니,

 

2)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

 

 

이렇게 읽은 거다. 허나 본지는 그 말, 정반대로 읽었다. 해서 그 보도를 접하자마자 개방은 안된다 결론 냈다. 왜냐.

 

 

서울광장의 시설주는 서울시다. 정확하게는 서울시청 총무과 소관업무다. 당연히 서울시장이 하면 하는 거다. 그러니까 시장이 "허용할 수 있다" 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끝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뒤에 "정부 측에 그 뜻을 전달하겠다"는 토를 단다.

 

 

그러니까 이 말의 속내는, 순서를 거꾸로 해야 비로소 읽히는 거다.

 

 

1) 정부 측에 전달하겠다. 즉, 결정권은 자기한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 나는 서울광장을 개방하려고 했던 사람임을 제발 좀 알아 달라.

 

 

이런 소리다.

 

 

오세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광장개방 안 된다는 걸. 실제 청와대의 광장불허 방침은 27일 시민단체가 서울시청을 방문하기 전부터 이미 나 있었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라며 광장 개방에 대해 "수석들 대부분이 부정적"이란 기사가 이미 그 전날 벌써 나왔다. 대부분 부정적이라 완곡 표현됐다만, 한 마디로 안 된단 소리지 뭐.

 

 

오세훈이 우직했다면, 그냥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불허 통보해버렸을 게다. 그 공간의 총책임자가 자신이니까. 자기가 총대를 메야지. 그런데 정치인 오세훈은 거기서 이명박과 함께 죽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이명박을 거스르고 자기가 개방을 결정할 배짱도 없었고. 그러니 27일 오전의 시민단체 접견의 본질은, 오세훈에게 자신을 변명할 절호의 기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세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는 빠져나가고 그 책임을 정부라는 모호한 단어로 뭉개서 넘겨 버린다. 하여 광장개방불허 사건의 유일한 승리자는, 바로 오세훈 되시겠다.

 

 

 

 

광장 이야기 나온 김에 좀만 더 하자. 이게 사실은 현 정권의 작동방식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세훈이 저만 살겠다고 쏙 빠지자 이제 소위 정부라고 언급된 누군가가 나서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전까지 일선, 그러니까 서울시 담당자 수준에서의 공식답변은 "경찰의 요청 때문에 광장을 개방하기 힘들다" 였다. 여기에 서울지방경찰청의 홍보담당관 수준에서의 답변은 "광장 개방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수준이었고. 평소라면 이 정도 답변이면 된다.

 

 

근데 서울시장이 긍정 답변을 해버렸다. 이제 그 수준에 맞는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여기서부터 아주 재밌다. 그 정부라는 곳이 서울지방경찰청은 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왜냐. 서울지방경찰청장이면 1급 관리관, 차관보 급이다. 그 위로 정무직, 선출직 대충 따져도 차관,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장... 줄줄이다. 서울시장은 장관급이고. 게다가 지자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후, 서울시장은 거물정치인의 대통령 도전코스다. 그 파워, 장관 따위 넘어선다. 그러니 1급 관리관 정도가 서울시장이 직접 하겠다고 한 걸, 하지 못하게 명령한다면 말이 안 되는 거거든. 이걸 바보 같은 일부 언론들이 여전히 서울지방경찰청의 입장이 그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더라. 그거 아니다. 생각 좀 하자.

 

 

더구나 그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장이 “서울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보호조치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해 버렸고,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시설사용 허가 여부는 서울시가 결정할 문제”라는 서울시로 떠넘겨버렸거든. 사실 공식적으로는 이게 맞는 답변이다. 그런데 오세훈이 도망가 버린다. 흐.

 

 

그렇다고 그 정부의 실체인 청와대가 나설 수도 없다. 청와대는, 모든 욕을 이명박 홀로 다 꾸역꾸역 잡숴줘야 했던 지난 촛불의 과오를 되풀이 않겠다며, 예민한 사안이 있기 전엔 각하를 아예 외국으로 빼돌리는 신공까지 구사하며 결사적으로 각하를 뒤에 숨겨 왔거든.

 

 

그러니 이제 어떤 정부가 나서 총대를 매줘야 하는데. 모든 매체 기자들이 사방으로 전화를 해대고 있는데. 오세훈은 도망갔고. 결국 행정안전부가 등판한다. 체계 상 지방경찰청이 행정안전부 소속이니까. 그런데 얘들이라고 해서 자기가 결정한 게 아닌데 답변이 준비되어 있을 리 만무하다. 급조된 답변이 걸작이다.

 

 

“29일 영결식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장관의 답변이다. 푸하. 그럼 행정안전부가 27일 밤, 서울광장에서 영결식 준비를 위해 거기다 뭔가 졸라 설치하고 있었나. 당근 아니지.

 

 

현 정권은 이렇게 작동한다. 정부 측 답변이란 게 언제나 조또 말도 안 되는 게 그래서다. 지들이 결정한 게 아닌데, 그걸 책임져야 하니까. 지들도 죽는다. 그래서 서로 떠넘기다 빠져나갈 데 없으면 적당한 거 주워 씨불이고 마는 거다. 웃기고 자빠졌다.

 

 

 

 

어제 담배 이야기 마무리 하자. 조선일보가 담배 이야기 거짓이라고 무척이나 퍼뜨리고 싶어 했단 거 이야기했다. 니들 슬퍼하고 그랬던 그거, 그거 다 거짓말이래. 이렇게 사람들 허망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던 거지. 진짜 비열하다. 그리고 그 담배 이야기, 사실 여부 확인하느라 어제 아침 일부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난리가 났었단 것도 이야기했다. 그걸 결국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단 것도. 그렇다고 경호관 행적에 대한 최초 진술은 거짓인데, 담배 이야기는 진짜랍니다 하고 따로 기사 쓰기도 애매해 그걸 별도의 기사로 내는 매체도, 어제 오후 기준으론, 없었다는 것도. 본지 빼고는.

 

 

본지 말고 과연 그거 누가 처음 언급하나 주시했다. MBC가 하더라. 어제 9시 뉴스에서, 경호관의 행적 재구성해 보도하다,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담배 있나?" 등의 대화는 6시 14분쯤

 

부엉이 바위에 도착했을 때 나눈 내용이라고

 

이 경호관은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경호관에 대한 1차 조사에서

 

의문점들이 너무 많아, 이후 3차례 더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라고 그림까지 넣어서 따로 짚어주더라.

 

 

사실 담배 자체는 경호관의 행적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다. 사건의 본질과도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그렇게 피지 못하고 간 마지막 담배 한 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우리 모두가 안다. 해서 MBC는 실제 노통이 마지막 남긴 말이, 담배 한 대를 찾은 게 맞다 고, 굳이 다시 알려준 거다. 허탈해 하지 말라고. 이러니 저리니 해도 역시 MBC가 제일 예민하다. 감수성이 살아 있다. 그리고 저쪽에선, 역시 조선일보다. 사악하게 머리 돌아가는 데는, 얘들 따를 곳이 없다. 그래서 둘이 앙숙인 거다. 서로 포인트를 정확하게 아니까.

 

 

뭐 그래도 예리한 건, 본지가 짱이다. 게을러 터져서 그렇지.

 

 

 

음모설. 그래, 본지도 안다. 그 억울하고 분한 마음. 안다. 본지도 그 설들 꼼꼼하게 다 읽어 봤다. 상식적이지 않은 구석이 있단 것도 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라. 경호관이란 게 대통령 대신 죽으라고 있는 건데, 그런데 대신 죽기는커녕 오히려 투신한 것도 모른 채 30분을 헤매다 그 처절한 장면을 발견한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절차고 나발이고 제 정신이었겠는지. 그게 상식이란 게 소용에 닿는 순간이겠는지. 당신 부모를 대입해 보라. 당신은 제 정신이었겠는지. 역사적으로 큰 인물 가고 나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반드시 음모론 있어 왔다. 엘비스가 어딘가 살아 있을 거라 믿는 사람들, 아직도 있다.

 

 

음모론 관해선, 한 마디만 하자.

 

 

그러지들 말자. 그 경호관, 고인이 마지막에 살리고 간 사람이다. 그렇게 고인이 살려 놓고 간 사람, 그러다 당신들이 죽이고 만다.

 

- 틈새논평 담당, 딴지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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