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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한 우려


2009.6.1.월요일


 







주의 사항


본 기사는 본지의 주된 논조와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이다. 이제 고인의 영결식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정치적 책임문제와 국민들이 취해야할 실천적 입장 마련을 위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보고자 마련된 기획꼭지라 하겠다. 이 점 참고하시라.


-편집자 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한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함은 한 인간으로 당연한 일이며 특히 자신이 인간적 정을 느끼는 이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전두환, 노태우 개새끼도 살아 있는데 노무현이 왜 죽어야 하는가는 상투적인 수사가 붙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만큼 한국 공직자들, 특히 고위층들의 도덕성은 비난 받아 마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설사 자신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조족지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거기다가 언론의 흠집내기는 언제나 그렇듯 도를 넘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모든 죄가 확정된 듯 다루었으니까. 여기에 연루된 한나라당은 조용히 숨겨두고 그저 노무현 전 대통령만을 공격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실천한 검찰에 대해서는 굳이 더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현재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부정적인 말을 하기 참 힘든 게 사실이고, 노무현이 감성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점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명박 대통령 책임론


많은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질책한다. 이 나라는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시키는 나라라고, 그의 정치적 꼼수가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한다.


노무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 대상이 대통령이라 더욱 강하게 부각되었을 뿐, 이는 한두 번 있어왔던 일이 아니다. 언제나 정치 스캔들이 터지는 시점은 그 상대 정당이 타이밍을 조절해왔다.


돌이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구설수에 휘말렸을 때도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따지고 보면 BBK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노무현 수사와 이명박 수사, 둘 다 모두 반드시 진위를 가야 하는 일이었으며 둘 다 상대 정당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물론 그 죄질의 차이는 클 것이며 그것을 수사하는 이들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기는 하지만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 갔다는 표현은 일정 부분 인과관계가 있을지언정 마치 수사 자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방향의 여론은 좀 곤란하다. 뭐, 여당 인사들까지 엮인 박연차 리스트 들고 나온 걸 보면 참 구차하기까지 하다만...


 


공인으로의 자살은 정당할까?


나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간은 내면에 충동성을 가지고 있기에 죽고 싶다는 이유로 쉽사리 죽음을 선택함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키울 뿐이니 이를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필요할 것이다. 하다못해 이혼마저 이혼숙려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자신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공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공인의 개념을 정의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며, 설사 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다고 해도 상당 부분의 유연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정도라면 공인이라는 범주에 들어간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권력자들에 대해 대단히 관대했고, 또 당리당략에 이용되는 하나의 협상 카드에 불과했다고 해도, 이는 고쳐 나가야 할 병폐이지, 물려받아야 할 유산은 아니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꼼꼼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이 더 나은 세상으로의 한 걸음이지 않았을까?


이런 점에서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매우 유감스럽다. 그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자살이라는 하나의 회피 수단을 이용했음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공인 중의 공인으로 공적 제도나 기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음은, 공적 제도를 통해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이가 취할 올바른 대응은 아니다.


 


죽음 후 펼쳐지는 착한 사람들의 행진


위 둘이 경계되는 부분이라면 이 부분은 한숨이 나오는 부분인데 살아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욕을 많이 먹은 정치인도 드물다. 그런데 반대로 죽은 후에는 정말 말도 못할 정도의 극찬들이 오가고 있다. 평소 독설로 이름을 날리던 진중권조차 "노무현은 내가 만나본 가장 매력적인 정치인", "언젠가 다시 평가받을 것"이라고 어울리지 않는 덕담을 할 정도다.


물론 공과 사는 다르다. 공적인 일로 비판을 하면서도 사적으로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분과 전체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지지를 보내면서도 부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물론이고 네티즌들의 태도도 왠지 하이에나처럼 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예로 진중권은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에 대해 "언급할 가치도 없는 죽음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출세를 하려다 발각이 난 것이고 그게 쪽팔려서 자살을 했다는 얘긴데, 한 마디로 웃기는 짜장면이다. 그렇게 쪽팔린 일을 왜 하는가?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는 놈이 비리나 저지르고 자빠졌냐?"라고 이야기하면서 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미사여구를 던질까?


진중권은 그래도 개인의 차원이지만 언론은 정말 할 말이 없다. 평소 비판을 위한 비판을 지향하던 언론이 뻔뻔스럽게 근조를 붙이고 있다. 그저 여론에 동조할 뿐,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상업언론이 이 마당에 욕을 할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 주었으면 한다. 이 점에서 조갑제는 차라리 소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


이런 점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시각에서 다소 경계가 들기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의 의미를 축소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유는 그가 자신의 한계이건, 사회의 한계이건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처음으로 희망을 노래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정치의 핵이 증오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정당에 대한 지지는 대개 상대 정당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누가 싫어서 누구 뽑고, 지지율 높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기 드물게 여기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도 정략이 밑바탕에 있겠으나 진실 역시 있을 것이고 여기에서 많은 이들이 인간적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때문에 그는 증오가 아닌 희망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유일한 인물이 될 수 있었을 테다. 역으로 희망이 실망으로 연결되며 많은 그의 지지자들이 집권 이후 등을 돌렸겠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 노무현에 대한 정은 떨쳐내지 못한 것 같다. 그만큼 그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마지막까지 희망을 보여주려는 모습을 보여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한국적인 인간적 매력을 전달하는 정치인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할 듯하다.


여하튼 시위대에 대해,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함으로 여전히 증오를 활용하고 있는 현 정부의 수장께서 서거하시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도덕적 결함 없이 출발했다고 하니까 구속수사 받을 일도 없겠지만.


 


이승환(hop2go@gmail.com)/(http://realfacto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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