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반론] 분노해야 할 죽음이 노무현의 죽음 뿐인가

 

2009.6.5.금요일

 

 

 

올 것이 온 것인가?
편집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상기한다면 물음은 좀 구체적으로 바뀔 수 있다.
결국 딴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인가?

 

간단히 얘기해 우리는 크게 대통령, 국회의원 정도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머지 행정,사정,사법 분야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편할지도 모른다.
금권은 의회가 감싸고 행정이 돕고 사정이 눈을 감고 사법이 구멍을 만들어 준다.
말 그대로 한 몸처럼 돌아간다. 운명공동체가 된다.

 

어찌보면 국민에게 주어진 투표권이라 하는 것은 극히 미미한 권력이다.
과연 통쾌한 복수는 가능한가?

 

언제나 먼저 맞기 시작하는 것은 겁도 없이 광장에 나갔던 사람들이다.
얼마전 옥외집회 신고와 그에 따른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제기.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합헌.
억압하는 통치를 법치라 말하는 이명박 정부다.
사법적 판단은 법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

 

집시법이 헌법과 일치됨에도 악법이라 한다면
그 법을 운용하는 사람만 바꾸면
억울하게 두드려 맞고 피흘리는 문제는 없어지는가?

 

당연히 아니다.
김대중 정부건 노무현 정부건 불법 시위에 관용을 베풀겠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
피 튀기는 건 매한가지였다.

 

방패에 찍혀서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사진들 찾아봐라.
말 그대로 자비가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명박 정부의 진압에서는 분노를 느끼는가?

 

그건 집권기반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민이나 노동자, 그것도 비정규직이거나 하청업체와 같이 주변부에 속한 집단일수록 시위를 진압하는 수준도 덩달아 강경해졌다.
그런데 이명박의 집권기반은 그 전과는 달리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 점에서 보면 이명박은 상당히 일관적이다.
오히려 촛불이 일관적이지 않다.
농민이 분신했다고 노동자가 목을 맸다고 어디 촛불 들자 하던가.
광우병 쇠고기는 당장 신경쓰여도, 그들의 희생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사람을 바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제도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방울을 걸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게 호랑이 목이라도 걸려고 해야 한다.
근데 과연 그렇게 했나?

 

얼마전 시청앞 광장 인터넷 방송에서 민주당 의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봤다.
지하보도 출입구부터 봉쇄하고 있는 전경들에게 책임자 나오라 요구하는 장면이었다.
얼마 뒤 지휘관이 와서 해명을 하고 나서야 전경을 뒤로 물렀다.
시민들에게 조금 위로가 되었을까?
나는 그저 답답했다.
아무런 가이드가 없다. 그 상황에 전경 부대를 어떻게 배치하는 지에 관하여 권한이랄지 그에 대한 제약이랄지 아무런 가이드가 없다.
막말로 지하철 출입구부터 봉쇄해도 그 근거를 물어볼 규정 자체가 없지 않냐, 이말이다.
정말 한가하게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야 유유자적 의원 몇 명이 나타나 책임자 놓고 설득을 해야 하는 지경.

 

이거 기회 없었던 거 아니다. 자그만치 10년이다.
하지만 집시법이라는 이 편리한 몽둥이를 포기하지 않은 건 민주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집시법에서 형벌조항만 수정했어도, 몽둥이 가지고 칼춤 추는 사진은 그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상황이 7,8년 전과 다를게 없다는 상황인식.
동의한다. 심각하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해야겠다고 벼르고 별렀고 그렇게 했다.

 

정권은 바뀌었다. 민주화를 열망한 시민들이 정권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그 바뀐 정권이 바꿔놓은 건 무엇인가?

 

집시법
국가보안법
주민소환제

 

결선투표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신문방송관련 법안
신문공동배달제
방송통신윤리위원회 문제

 

노동조합법
파업 관련 조항
상근자 임금 문제

 

사립학교법

 

비정규직법

 

나는 정말 궁금하다. 내가 단지 알지 못하는 것인가?
지난 10년간 쟁점법안 중에 무엇을 제대로 손봐놓았는지 눈에 띄는 게 없다.

 

그저 그들이 앉았던 자리에 우리 사람 들어가면 개혁이 그걸로 끝나는 것인가.
당연히 아닐 거다. 그건 그냥 시작일 뿐이다.

 

그동안 맞았던 놈이 때릴 수 있는 위치에 가는게 복수라면 복수일 수 있어도 그게 정치 개혁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 위치란 건 4,5년 마다 한 번씩 바뀌고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애들은 때려왔던 놈에게 줄 섰거나 빚진 놈들이 대부분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잘못이 없으면 못 때리게 만들어 놔야 한다.
잘못이 있어도 있는 만큼 때리게 만들어 놔야 한다.
노무현 검찰조사는 불의고 조중동 세무조사 하는 건 정의다, 이런 식의 냄비근성은 좀 버려라.
이런 식으로 100년 끓어봐야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제도를 고치는데 실패했다면 인사관리라도 했어야 했다.
정권을 이양하더라도, 갑자기 충실한 번견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없도록.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그러나 개혁추진 과정에서도 그를 달가워하지 않을게 뻔한 관료를 설득하거나 교체하기 위한 시도 역시 지리멸렬한 수준이었다.
삼성장학생 회전문 인사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 않는가.

 

제도도 그렇고 인사도 그렇다면 국정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은 했는가?

 

일단 일 벌려놓고 보자는 식이었던 것은 꼭 이명박정부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도 없고 노선도 딱히 없는 지방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3567억 비행기 이착륙이 6개월간 없는 공항
울진국제공항 1147억 공사가 중단
김제국제공항 480억 부지만 사놓고 끝

 

뒤늦게 사업타당성조사 보고서를 찾아봤지만 증발된(?) 인천국제공항철도.

 

예상규모 30년간 13조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424101422&Section=02

 

말이 필요없다. 새만금 간척사업.

 

10년 동안 1조2000억원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로 이름만 바꾼, 명칭은 아무래도 좋을 그 삽질에 쓰일 돈이 지금 예상으로 3~4년간 20조원 규모라고 한다.
새만금을 시작할 당시에 사업규모가 총 18조원에 이르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자.
과연 삽질은 이명박 정부만 한다고 할 수 있나?
삽질은 이미 그동안 할 만큼 해왔고 그 꼬라지가 작금의 경제상황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건 불가능한가?

 

염려스러워서 한마디 덧붙인다.
난 지금 노무현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을 당선시켜 청와대에 들여보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걸 한번쯤 되돌아보라는 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빨대 역할을 했던 인물을 색출해내고 처벌하는 것과, 무리하게 보이는 수사의 근거인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것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게 끝나는 문제다.
이 비극에 어떤 해석을 붙이건, 어떤 정치적 과제를 덧붙이건 그것은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검찰에 국한하자면 일은 그렇다는 거다.

 

그 간단한 복수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마땅히 헤아려야 할 다른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한 방에 눈 앞에서 사라진다.
사라졌다고 그게 해결되었다는 뜻일까?
전혀 아니다. 지난 세월이 그 증명이다.

 

다시 말한다.
범인을 찾으라고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잘못된 일이 추진되는 데 소위 민주정권이 앞장서서 나서게 된 이유는 뭔가?
그걸 고민해 보자는 얘기다.

 


그런데 벌써부터 비판적 지지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누가 그랬다. 대선 투표 D-Day까지 한달의 시간은 조선왕조 5백년의 시간이라고.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고 그게 어디로 튈지 모른다.
30일이 5백년인데 이명박의 잔여임기는 1600일+@.

 

그 전에 선거가 한 둘인가.
그걸 죄다 비지론으로 메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건 이미 할 만큼 했다.
그리고 망가질 만큼 망가졌다.

 

물론 때가 때인 만큼 연합 자체에 된다 안된다 단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도 오리무중이다.
뉴 민주당 플랜이라고 나온 것을 보라.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이상한 반성 끝에 나온 결과물을.

 


깃발을 드는게 문제가 아니다.
저 쪽은 이 비극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박근혜가 0순위 후보다.
노무현 서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면 예의 박근혜스런 답이 나올거다.
박정희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
노무현이 아내를 두고 정면돌파 했듯이 그도 그렇게 정면돌파 하면 된다.
비장하면 할수록 허탈해질 일 밖에 없는거다.

 

결국 뭔가 바뀌는 게 선결과제다.
그것도 상당히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비지론에 당장 환성을 지르면 과연 바꾸겠나?
뭘 반성할지도 감 못잡은 애들을 두고?

 

갑자기 3년상을 치르겠다 하지만, 관은 이미 나간지 오래다.
아마 IMF를 극복했다 선언하던 그 때 언저리였을거다.
그리고 그 후로 대한민국은 계속 줄초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다.

 

분노해야 할 죽음은 노무현의 죽음 하나가 아니다.

 

 

 

헐렁이(딴지독투 게시판)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