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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논평] 거짓말은 청와대가 했다. 

 



2009.6.15.월요일

 

 

 

 

 

 

간만에 틈새논평 좀 하자.

 

 

 

 

최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기사가 하나 있다. 지난 월요일자(2009.6.9) RFA(Radio Free Asia) 발 기사다. (http://www.rfa.org/korean/in_focus/envoy_prevent-06082009112039.html)



 

제하의 이 기사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일행의 방한 시 북한에 억류 중인 여기자들 석방을 위해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려 한다고 하자, 이명박 정부가 이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단 내용이다.


그 이유인즉슨 "미국인 여기자의 억류 문제를 놓고 미북 간에 진척이 있을 경우, 소재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유씨 문제(간첩혐의로 억류 중인 개성공단 현대아산 근로자)가 한국 내 여론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 이란다.


니들만 문제를 풀면 우리가 욕먹게 생겼으니 니들도 좀 일부러 늦게 해결해주면 안 되겠니, 하는 소리다.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무능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단히 뻔뻔하기까지 해야지.


이 뉴스를 국내언론이 받아 전한 다음 날 소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나도 보도를 봤는데 그게 말이 되겠나"라며 사실관계를 부인한다. 지난 한 주간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특종이다. 왜냐.



 


1) RFA가 어떤 기관인지부터 보자. 그래야 이 뉴스가 제대로 재밌다.


RFA는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었던 1942년, 미 전시정보국이 시작한 VOA(The Voice of America)가 모태다. 일본과 남태평양,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지에 송출되며 對나찌 선전방송으로 시작된 이 단파 라디오 방송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그 주 대상을 구소련으로 바꿔 이어지다, 91년 구소련 붕괴를 전후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이미 세계적 네트워크가 구축된 만큼 구소련이 붕괴됐다고 접지 말고 오히려 방송 범위를 미국식 세계질서에 호응하지 않는 모든 국가로 확대하고, 산재한 여러 방송국의 관리를 민간조직을 신설해 일괄 이양한단 논의가 시작되어 결국 1994년, 클린턴 정부는 국제방송법(International Broadcasting Act)이란 걸 입법한다.


그런데 같은 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핵무장을 선언함으로써 소위 1차 북핵 위기가 닥친다. 이에 아시아를 별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결국 2년 후인 1996년, 체코에 본부를 두고 유럽의 구소련 위성국가를 대상으로 방송했던 RFE(Radio Free Europe)를 벤치마크, 아시아 전담방송국이 만들어진다.


RFA의 탄생이다.


아시아 대상국들의 반응은 당연히 격렬했다. 96년 9월 송출된 RFA의 첫 對중국 방송이 겨우 30분에 불과했음에도 인민일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격분한다. RFA 방송을 체제전복을 위한 책동으로 간주하는 북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의 반응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러나 이미 반세기나 방송을 유지해왔던 미국도 나름의 정교한 대응논리가 있었다. RFA 방송이 체제전복을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는 비난에 이렇게 답한다.


RFA는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준수하며, 모든 내용은 정확하고 공정하며 균형을 갖춘다. (Strict adherence to the highest standards of journalism is at the very core of RFAs mission. Our broadcast and online stories and programs must be accurate, fair, and balanced.)


RFA 윤리강령의 첫머리다. 정치적 선전선동이 아니라 불편부당한 팩트만 보도한다는 거다. 이 기조는 VOA 첫 방송 때부터 유지된 것이다. 1942년, 진주만공습으로부터 79일째가 되던 날, VOA의 첫 방송은 이런 유명한 멘트로 시작된다.



뉴스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겠지만 우린 진실만 전하겠다.
The news may be good or bad. We shall tell you the truth


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누린단 자부심과 상대 국가들은 그렇지 않기에 통제된 팩트만 유통시켜도 내부로부터 붕괴될 것이란 자신감이 만들어낸 방침이다. 실제 VOA는 클린턴-르웬스키 섹스스캔들처럼 미국의 치부에 해당되는 뉴스도 꾸준히 보도한다. 그러나 미국 내 인종갈등 따위는 다루지 않는 등 한계 역시 자명했다. VOA 전국장인 존 챈슬러는, 그래서, 그들 임무의 딜레마를 “저널리즘과 외교술의 교차로”(the crossroads of journalism and diplomacy)에 있다고 했었다.


미국 내에서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지난 99년부터는 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완충역할을 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라는 독립기구에 맡겨, 방송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을, 최소한 구조적으로는, 확보했다.


RFA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확, 공정, 균형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건 그래서다. 정치적 공작이란 비난을 정확한 사실보도로 넘어서겠다는 거다. 하여 구성원들도 직업적 저널리스트로 채운다. 더구나 운전자금이 100% 미 의회로부터 나오는 이상, 거짓 정보는 오히려 미국에 도덕적 타격이 될 터이고.


물론 사실관계가 정확한 것만으로 공정과 중립까지 절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실을 보도할 것인가 선별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정치니까. 그러나 최소한 그들이 다루는 사실관계에 대한 신뢰도는, 전술한 이유로, 높다. 국내외 언론들이 이 RFA 보도를 인용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자, 그런 RFA에서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대북특사를 만류했단 보도를 했다. 이 보도는 두 가지 점에서 재밌다.


먼저, RFA는 그 존재목적상 도저히 친북일 수가 없는 미디어다. 명시적 임무가 북한주민들에게 통제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거다. 그러면서 정권이 아니라 인권을 말한다. 그게 VOA 이래로 축적된 노하우다. 정치공작이란 역공을 비껴가며 인도주의적 명분도 얻는 거다. 식량지원조차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인권은 끊임없이 거론하는, 우리 보수진영의 위선적 대북전술이 그 뿌리에서 나왔다.


RFA는 그렇게 북한에 관한한, 이명박 정부와 명백히 같은 편에 서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무능한지 그리고 그 무능을 감추느라 부리는 수작이 얼마나 찌질한지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보도가, 그런 RFA에 의해 이뤄졌다.


이거 참 웃기다.


이 보도, RFA가 말하는 공정과 균형의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유, 불리를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실보도 한다는. 그러나 남한 보수단체의 삐라살포 정당성을 열 번 보도하면, 그에 대한 진보단체의 문제지적은 한 번 전할까말까 한 게 RFA다. 뭐 공정과 균형이란 강령도, RFA의 존재목적보다 상위가치일 순 없을 테니까. 이해는 간다.


그런데 이 사안은, 어떤 국내언론도 몰랐던 사실을, 따로 잡아내 보도한 거다. 뭔가 최소한의 균형을 잡아줄 사안도 아니고, 북한주민에 도움 될 뉴스도 아닌데 말이다. 공정과 균형 차원에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RFA 같은 곳에서 보기에도, 뉴스가 될 만큼 멍청했단 소리다.


이명박 정부의 실력이, 기습적으로 폭로되는 적나라한 장면. 그것도 같은 편에 의해. 이명박 정부가 같은 편에게도 이런 취급받는 걸 보며 한참 웃었다. 역시 바보짓은 누가 봐도 바보짓이다.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지켜본 RFA에서 한국정부를 이렇게 엿 먹이는 기사를 본 건 처음이다. 이 뉴스가 개인적으로, 지난주의 특종인 이유다.


두 번째로 재밌는 건, 청와대의 반응이다. 보도를 접하자마자 RFA라면 이 스트레이트 기사, 사실일 공산이 높다 봤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해서 청와대의 반응이 궁금했다. 언제나 반응은 그 자체로 많은 걸 드러내니까.


그런데 국내기자들의 확인요청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란 자는 “말이 되냐”며 간단하게 부인한다. 확인도 않은 사안을 그렇게 자신 있게 부인하긴 어렵다. 청와대를 대변해 기자들을 상대하면서. 더구나 “나도 보도를 봤다”고 했다. 이미 보도된 지 이틀이다.


그런데 부인했다. 둘 중 하나다. RFA가 오보를 했거나 아니면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RFA의 오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다음 수순은 정정보도 요청이나 해명자료 배포 혹은 세게 나간다면 기사삭제 요구 정도가 될 게다. 국내외 언론들을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은 물론이고 억대 손해배상 청구도 서슴지 않았던 그동안을 보자면 말이다. 지난 수요일 아사히 TV의 김정운 사진 오보에 엄청난 속도로 대응했던 것처럼, 오보에 대한 평소의 청와대 리액션 타임으로 보자면, 한 주 정도면 충분하다.


해서 일주일 내내 흥미진진 지켜봤다.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할까. 청와대의 요청에, RFA 본사가 있는 워싱턴 현지에서 백악관 출입기자 통해 사실관계 재확인하는 2차 보도나 정정 보도가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정말 오보라면.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RFA 기사를 클릭하며 기다렸다. 이제야 기사를 쓰는 이유다.


그러나 정정보도도 반론보도도 기사삭제도 손배청구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해당 기사는 아무 탈 없이 메인화면에 게재 되어 있다가 토요일이 되어서야 다른 기사에 밀려 메인에서 사라졌다. 물론 아무런 정정도 없이. 기사는 여전히 DB에 그대로 존재한다.


이거 참, 재밌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건 간단한 일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6.2일 저녁 방한해 6.5일 새벽 중국으로 떠날 때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명단은 이미 공개됐다.


3일 오전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권종락 제1차관, 한남동 외교통상부 장관공관에서 유명환 장관, 오후에 용산구 국방부에서 이상희 국방장관, 저녁에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4일 오전에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 한승수 총리 그리고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이명박.



확인할 사람 몇 없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의 소관은 아니다. 결국 외교통상부 장, 차관 통일부 장관,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 그리고 이명박. 못 찾을 리 없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들 후안무치를 폭로하는 뉴스에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거짓말은 청와대가 한 거다.


청와대의 거짓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 건 처음 본다. 웃기다. 그리고 뻑하면 국가 브랜드 운운하는데, 국가 브랜드는 이럴 때 정말 떨어진다. 바보들.


 




1)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명박을 독재라고 한 DJ를 김대중씨라 했다. 박희태 대표는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한다며 비아냥거렸고.


이 두 인물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몇 년 전 한나라당과 조중동에서 그렇게 나라망신이라고 떠들어댔던 노벨평화상 로비설이 생각난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에서도 주구장창 이 로비설을 들고 나왔었다.


박희태 당시 의원은, 2002년 10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첫 질의에서 이 로비설부터 제기한다. 이 날 안상수 당시 의원도 한 건 한다. 한나라당의 로비설에 민주당이 이회창 비자금설로 응수하자 안상수는 이렇게 소리친다. “미친 놈 아냐” 그래도 계속되자, 안상수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만해라, 씨발.” 이거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거다.


그때 그 인물들,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 참 웃긴 역사다.


이런 국내 공방이 오가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룬데슈타트 총장이 금전 로비설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무례한 건줄 아냐며 위원회 심사절차에 얼마나 무지했으면 그런 말을 하냐는 인터뷰가 국내언론을 통해 전해졌었다.


또 정치학을 전공한 한 국내 대학교수가, 2000년 11월초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 도중 한 독일인이 던진 DJ의 노벨평화상 로비설에 대한 질문에, 노벨연구소의 올라브 욜스타드 연구실장이 했다는 답변을 국내언론이 전하기도 했었다. 당시 노벨연구소 실장의 답변은 이랬다.


“그렇다. 한국으로부터 로비가 있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김대중 정부로부터의 로비가 아니었다. 정치적 반대자(야당) 등으로부터 상을 주면 안 된다는 로비가 있었다.”


한나라당의 DJ 콤플렉스는, 앞으로도 영원할 건가 보다. 쪼다들.


 


2) 그 외에도 DJ 발언이 여럿 바보 만든다.


이회창 총재도 한 마디 했다. DJ는 독재자를 말할 자격이 없단다. 웃기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독재를 말할 자격이 DJ보다 있는 정치인이 어디 있나. 자신이야 말로 그 시절 뭘 했다고.


청와대 멘트도 코미디다. “국민의 뜻에 대해, 특히 540만표라는 사상최대의 표 차이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인 양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라. 표차 큰 게 독재와 무슨 상관인가. 무식하면 씩씩하다. 그럼 아예 그런 표차조차도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된 전두환은 민주주의 꽃인가. 정권의 독재 여부가 어디 선출의 방식이나 표차로 결정되나. 통치의 방식으로 결정되는 거지. 빙신들.



그러나 가장 압권은 이명박의 6.10 기념사다. 민주주의가 후퇴한단다. 6.10이 없었으면 그래서 직선제가 쟁취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제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건만. 무임승차한 가장 큰 수혜자가 하는 소리 봐라. 이래서 역사를 모르는 자는 절대 대통령하면 안 되는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


- 틈새논평 담당 딴지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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