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본좌 오딧세이] 조선시대 처녀귀신 본좌(5) - 드뎌 장화,홍련이다

 

 

 

2009.6.15.월요일

 

 

 

<장화홍련>, 스토리를 아시나?

 

<장화홍련>이라면 그 영화가 퍼뜩 떠오른다. 다들 아시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우리 근영이와 수정이를 팔도비빔면으로 만든 그 영화 말이다. 포스터 죽여줬지. 또 요샌 아침드라마로 <장화홍련>이 나오신다. 아침부터 뭔 <장화홍련>이냐.

 

 

근데 여러분은 혹시 <콩쥐팥쥐>의 결말을 아시나? 나 솔직히 몰랐다. 주변에 물어보니 나 말고 이런 얼빵들 많다. <흥부놀부> 결말은 모두 아는데 말이다. 국민동화 <콩쥐팥쥐>가 이럴진데 <장화홍련>은 말해 뭐하랴. 결말은 고사하고 스토리 자체를 제대로 모른다. 그러니 간딴시럽게라도 스토리나 좀 훑고 진도 나가자. Daum 백과사전에서 그대로 옮긴다.

 

평안도 철산지방에 실제로 있었던 계모의 흉계에 의한 원사(寃死) 사건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철산 좌수 배무룡에게는 장화와 홍련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부인 장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후실로 허씨를 맞게 된다. 허씨는 외모도 추했고 마음씨도 고약했는데 3형제를 낳은 뒤 장화와 홍련 자매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장화가 혼인하게 되자 허씨는 혼수가 아까운 나머지 흉계를 꾸민다. 허씨는 큰 쥐의 껍질을 벗겨 장화의 이불 속에 넣고 낙태한 것처럼 꾸며 장화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알린다. 배좌수는 크게 당황하여 허씨의 흉계대로 허씨 소생 장쇠로 하여금 장화를 못에 빠뜨려 죽이게 한다. 홍련은 언니의 죽음을 억울하게 여기다 못해 못에 빠져 자살한다. 그날 이후 그 못에서는 계속 울음소리가 났고, 그 고을에 부임하는 부사마다 원귀(寃鬼)에 놀라 연달아 죽었다. 이때 정동우라는 사람이 부사를 자원했다. 부임한 첫날밤 장화·홍련의 원귀가 나타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부사는 계모 허씨를 문초하여 모든 것을 밝혀내고 능지처참했다. 배좌수는 윤씨를 다시 아내로 맞았는데 꿈속에 장화·홍련이 나타나 못다한 부녀의 인연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뒤 윤씨는 쌍둥이 자매를 낳자 그 이름을 각각 장화와 홍련으로 지었다. 이들은 자라서 평양부자 이연호의 쌍둥이 형제에게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았다. 가정형 계모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많은 이본이 있으며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1928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요기서 좀 오락가락하는 점. "부임 첫날밤 장화홍련의 원귀가 나타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나오는데, 둘이 같이 나오는 버전도 있고 홍련 혼자 나오는 버전도 있다. 암튼 이 내용대로라면 타살된 장화와 자살한 홍련이 원귀가 되어 나타나 신임 사또들을 줄창 놀래켜 죽인다는 점에서 이 역시 아랑형 설화라 하겠다. 평북 철산에서 있었던 실화라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사또 앞에 나타난 홍련의 모습, 어떤 걸까?

 

아랑에서도 그랬듯 돗자리 관심은 원통하게 죽은 처녀가 귀신이 되어 나타날 때 모습이다. 소복이냐 산발이냐 피흘리냐 등등... . 그럼 <장화홍련> 텍스트엔 어케 나오나?

 

간만에 슬럼독 밀리어네어 스타일 퀴즈! 다음 이미지 중 사또 앞에 나타난 홍련의 모습은 어떤 걸까 맞춰보시라(교보에서 직접 디벼 고른 것들이다. 싸구려 복합기에서 스캔해서 화질이 그지같아 아쉽다).

 


                    ① D출판사                                            ② J출판사

                    ③ C출판사                                           ④ H출판사

 

우선 ②만 빼고 모두 머리를 풀어헤쳤다. 근데 나름 각각 개성있다. ①은 머리를 모두 뒤로 넘겨 달덩이 같은 얼굴을 환히 드러냈고(사또의 모습은 의연한 건지 경직된 건지 애매하다), ③은 지랄맞은 금시초문 메두사형 산발이다. ④야말로 괴기의 백미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뒷태만 보이며 피눈물을 스프레이로 뿜어댄다(앞태가 궁금하시겠지만 차마 못싣는다. 걍 <주온> 생각하심 된다). 옷차림을 보면 ④만 소복이고 나머진 제대로 갖춰입었다. 화질이 그지같아 잘 안나타는데, ②와 ③은 모두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 즉 녹의홍상(綠衣紅裳)이다. 사또 스타일도 각각인데 ①이 젤루 그럴듯하다.

 

그럼 이 중 정답은? ②다. 머리를 곱게 빚고 녹의홍상을 입은 단아한 모습, 저게 텍스트에 충실한 홍련의 모습이다. 부임하는 사또마다 놀래켜 죽게 하려면 ③이나 ④여야 하는데... 텍스트가 그러니 뭐 우짜겠나(1910년 이후 <장화홍련전>에 일케 나온단 거다. 1900년대 이전에는 쫌 다르다).

 

 

 

녹의홍상(綠衣紅裳)에 따로 또 같이

 

<장화홍련> 버전은 무수히 많다만 그 모습은 얄짤 없이 똑같다. 첫째, 모조리 녹의홍상(綠衣紅裳), 그니까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 다른 표현으로 연두저고리에 다홍치마다. 둘째, 산발이란 표현이 암데두 없다. 따라서 생시 모습 그대로 나타난 거 되시겠다.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안난다. 그니까 산발에 소복에 피흘리는 그런 이미지는 여기선 지워버리시라(특히 ④).

 

근데 문제는, 신임 사또 앞에 장화와 홍련 둘이 같이 나타나냐 홍련 혼자 나타나냐다. 돗자리라고 <장화홍련전> 모든 버전을 디빈 게 아니라 단정할 순 없다만, 1900년대 이전 필사본에는 장화와 홍련이 같이 나타난다. 그러다 1915년 이후 활자본 <장화홍련>에서는 홍련 혼자 나타난다. 또 그 내용도 그게 그거다. 예컨대 1915년만 해도 표현 몇 개만 다른, 사실상 같은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단 거다. 이제 그것들 디벼보자.

 

[A]
① 公이 철산에 부임하여 원귀의 사실을 듣고 밤에 촛불을 밝히고 서상에 기대어 조으는데, 두 미녀가 뜰에 들어와 울면서 호소하기를... (원문: 박인수作 한문본 <薔花紅蓮傳>, ≪嘉齋事實錄≫, 영조대 18세기?)

② 사방의 등촉을 돋우고 잠감 누워 등 비몽간에 녹의홍상으로 처자 둘이 문을 열고 완연이 들어와 앉거늘 천연이 문왈 너 어떠한 처자관대 무슨 연고로 깊은 밤에 왔느냐(<장화홍련전>, 김상선 필사본, 癸巳年[1893?])

③ 사방의 등촉을 도두고 잠간 누어 등 비몽간의 녹이홍상으로 쳐자 두리 문을 열고 완연이 드러와 안거날 쳔연이 문왈 너 엇더한 져자관대 무삼 연고로 깁푼 맘의 왓나냐 하니(<장화홍연젼이라>, 김광순소장필사본 을사[1905?] 사월 이십팔일)

 

  A그룹에 실린 건 모두 손으로 직접 쓴, 그니까 필사본이다. 이것들 말고도 필사본은 많지만, 근데 하두 필체가 어지러워 해당부분 찾기도 어려울 뿐더라 찾아봐야 내용이 거의 같다. 암튼 여길 보면 옷차림은 녹의홍상이고 장화·홍련이 함께 사또 앞에 나타난다.

 

[B]
① 공당에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있어 고서를 열람하더니 밤이 삼경은 하야 홀연 냉풍이 일어나며 촉영(燭影)이 부치더니 녹의홍상의 일 미인이 영창을 열고 엄연이 드러서서 공손히 예 하거늘(<장화홍련전>, 동명서관, 1915)

② 객사에서 등촉을 밝히고 주역을 낭독하더니 밤이 깊은 후에 문득 찬바람이 일어나며 정신이 아득하야 아무런줄 모르더니 홀연 난데없는 일위 미인이 녹의홍상으로 문을 열고 완연이 드러와 절하거늘(<장화홍련전>, 경성서적업조합, 1915)

 

③ 객사에 가 등촉을 밝히고 주역을 열남하더니 밤이 깊은 후에 홀연히 찬바람이일어나며 정신이 아득하여 아모란쥴 모드러니 홀연 난데없는 일위 미인이 녹의홍상으로 문을 열고 완연이 들어오아 절하거늘(<장화홍련전>, 영창서관, 1915)

 

④ 차갑고 물같은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니 한 미소녀가 녹의홍상으로 부사의 앞에 나타나(細井肇, <장화홍련전>, ≪조선문학걸작집≫, 自由討究社, 1922)

 

⑤ 객사에서 등촉을 밝히고 주역을 낭독하더니 밤이 깊은 후에 문득 찬바람이 일어나며 정신이 아득하야 아무런줄 모르더니 홀연 난데없는 일위 미인이 녹의홍상으로 문을 열고 완연이 드러와 절하거늘(<장화홍련전>, 대창서원,보급서관, 1923)

 

이것들 말고도 동양대학당판(1915)·조선도서주식회사판(1915),한성서관판(1916),박문서관판(1917),대창서관판(1923) 등이 있단다. 절라 많다. 이것들은 한결같이 홍련이 녹의홍상 입고 단독출연한다. 나중에 원한이 풀린 뒤 사례를 할 때는 같이 나온다만.

 

 

 

독자제보(신사동 백님). 감사드려요

 

불초소생에게 또 주옥같은 제보가 들어왔다. 신사동 백님, 감사드린다. 소개하면 담과 같다.

 

신사동 백이라고 합니다.
소복이 등장하는 시기는 한일합방 후 뭔가 알 수는 없지만 일본쪽의 영향을 받은 학자? 맞나?들에 의해 씌여진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중략) 걔네들이 하얀 소복, 게다가 일본식의 통이 좁은 기모노라기 보담 한국의 소복의 실루엣에 가까운 흰옷을 입고 머리에는 삼각건?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보면, 일본형 처녀귀신입니다. 눈은 찢어지고 빨간칠 하거나... 외눈박이거나... 약간의 변화와 변형들이 있지만 큰 형태로 보아 한국의 처녀귀신과 굉장히 흡사한 형태입니다. 그네들이 입고 등장 하는 의상은 제가 알기로는 일본 여성의 수의로 알고 있고요. (중략)
구술에 의지한, 시각적 자료가 빈약했던 한국의 처녀귀신 설화들이 당시, 기술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월등했던 일본의 인쇄, 영상매체를 만나게 되고 창의력이 부족했던 글쟁이 중 하나가 이걸 보고 차용해낸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한국처녀귀신의 소복의 등장은 영상매체와 함께 큰 붐을 일으킨 것 같은데요. (중략) 해방 후 한국에서의 영화제작은 일제시대 때 일본인 소유의 영화제작소에서 근무하시던 분들이 대부분 담당을 맏았고, 영화의 기술 또한 일본을 통해 들어 왔으니 왜색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혹부리영감>에 나오는 도깨비(크런치코팅한 방망이, 유니콘 또는 트윈콘, 한쪽 어깨죽지 드러낸 호피 원피스...)가 일본의 요괴 오니라는 건 들어봤지만 처녀귀신까지 그렇다는 건 잘 몰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는 일본인 교수님께 물어봤더니, 이런저런 주변설명이 많았지만, 결론인즉 일본 처녀귀신은 소복에 산발이란다. 흠... 그런가? 이 역시 식민지문화의 잔재인가? 그래서 <링>에 나오는 애들 꼬라지가 이렇고 우리 <장화홍련전>의 포스터가 이랬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쫑).

 

 

 

 




 
 

돗자리의 본좌 오딧세이 역사 편
[본좌 오딧세이] 조선시대 처녀귀신 본좌(1)
[본좌 오딧세이] 조선시대 처녀귀신 본좌(2)
[본좌 오딧세이] 조선시대 처녀귀신 본좌(3)
[본좌 오딧세이] 조선시대 처녀귀신 본좌(4)

 

 

 

 

 

 

 

 딴지 역사 본좌론 강사 돗자리
딴지  본좌 오딧세이 편찬위원회(woolala74@gmail.com)

 

 

 

 


 

 

 

 

 

 

 

 

 

 

 

 

 

 

 

 

주요 기사  
금주의 필독 기사  

-[화제의 신간]대한민국 수정헌법
-끝나지 않은 좌우 갈등에 관한 소고
-저 검사, 어디서 봤더라?
-그는 왜 쥐라고 불리는가?
-[PD수첩]검찰청 어린이들
-본지 신짱 기자의 양심고백
-[읽은척 매뉴얼]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본지 공식 시국선언문

총수 틈새논평  

-오바마 시국선언 사건
-거짓말은 청와대가 했다
-사과 따위 필요 없다
-영결식의 결정적 장면들
-오세훈의 승리
-담배의 진실

노무현 추모기사  

-그래, 난 삼년상 치를 거다. 이 씹새끼들아!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명문감상]천국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