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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조합 설립 지침서] 조까트면 만들어라! (1편)


2009.8.14.금요일



노동조합 혹은 줄여서 노조..


이 단어를 접하면 독자제위들은 어떤 생각들이신가..


아마도 두 가지 부류로 나뉠 것이다. 


딸칠 때 오른 손으로 치는 분들은 아무래도 집단 이기주의, 폭력, 불법, 광기, 붉은 색, 위장 취업 등이 연상될 터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취업 비리, 성추행 등 일련의 사건으로 그간 그나마 근근히 유지하고 있던 “도덕적” 이미지도 퇴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왼손을 즐기시는 분들은 “전태일”로 상징되는 거룩한 계급 투쟁의 선봉장격으로 노조를 생각하곤 한다.




가카는 과연 어느 쪽...


이 얼마나 상반된 이미지인가.


한쪽에서는 당장 근절되어야할 집단이기와 폭력 시위의 소산으로 치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급 투쟁 최후의 보루격으로 신성시 하고 있는 아이러니... 그게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이 자리한 위치이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이런 상반된 시각들은 노동운동의 본질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더구나 알려진 몇몇 노동조합의 투쟁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아주 극히 일부 방식인 투쟁만이 이슈화 되어 더더욱 본질에 접근하긴 어려워진다. 과연 이런 현상은 올바른 방향일까?


산업 독재의 터널을 지나 수립된 민주 정부 10년 동안에도 노조에 관한 이미지는 항상 그 자리였다. 좆같거나 혹은 거룩하거나...


그러나 이 엄청난 소모적 논란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실상 입 닥치고 떠들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다.


헌법이다.


그 어떤 법규보다도 상위에 있다는 헌법, 헌법 정신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싸지 않아도 법치국가라면 누구든 따라야할 헌법에서 노동조합은 당당히 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3권의 보장이라는 것이다.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매우 매우 노동 친화적 국가에서 왜 이렇게 노동조합이 매번 논란이 되고 시끄러워야 하는 거냔 말이다.
그건 바로 노동조합이 생활 속에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왠지 모르게 우리네 일상에서는 먼 발치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손 딸을 치던, 왼손 딸을 치던 말이다.



 태일이 형님의 이 거룩한 피눈물만이 노동조합의 전부는 아니다.


북유럽의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는 사업장이 만들어지면 거의 자동빵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된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며 생활이다.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우리도 노동조합은 과연 어떤 존재이며, 또 그 노동조합이 내 생활속에 스며들면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이제 슬슬 한번씩들은 경험해보기 시작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겠나? 왜?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필자... 한 조그만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쌍용자동차에서 보듯 볼트 새총, 무시무시한 공권력 등등의 뉴스에서만 나오는 그런 존재만이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아직 멀었지만 노동조합은 그리 치열하지 만도, 또 한없이 거룩하지 만도 않은 우리네 일상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 연유로 졸필이나마 딴지 독자제위들에게 과연 노동조합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며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것을 경험을 토대로 알려드리고, “노조 만드는 것이 제일 쉬웠어염”이라는 얘기들이 창궐할 수 있도록 생활화 해보자는 취지로 본 연재를 시작하는 바이다.


 
잡설이 길었다. 본격적으로 출발해보자.


 때려칠 것이냐, 개길 것이냐


우리네 평범한 샐러리맨들 회사 다니다 보면 조까튼 일 엄청 많이 구경하고 다닐 것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입에 “씨바”를 달고 다닐진대 하물며 쥐(가카?)조옷만한 중소기업 규모의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야 매일 보는 것들이 그 “조까튼 일”들일 것이다.


그것이 운 나쁘면 조까튼 일이 본인의 일이 되기도 하고, 가까운 동료의 일이 되기도 한다.


직장 동료들끼리 싸움이 났으면 나중에 쏘주 한잔 먹고 풀면 되는 거고, 일이 잘 안되면 야근이라도 해서 메꾸면 되는데, 회사 경영하는 꼰대들이 꼬장 부리는 거.. 이건 내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근데 어쩔껴...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이런 조까튼 씨방새들아" 한마디 외치고 멋지게 꼰대들 쌍판에 사표 던지고 나오고 싶지만 그게 되냐..
노동조합은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서 TV에서 보는 화물연대 아자씨들처럼 쇠파이프들고 출근할 순 없는 노릇이고, 또 그래봐야 큰 이득도 없다.
그러나 아주 지극히 당연한 내 권리, 내 동료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은 확보해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거 하려고 만드는 것이 노동조합은 아닌 것이다.


솔직히 얼마나 조까튼 일이 많냐.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주 지극히 최소한의 근로환경도 만들어주지 않고 일을 잘하느니 못하느니 씨부렁대는 꼰대들이 얼마나 많은가...
연월차 수당은 남의 나라 얘기고, 개나 소나 다한다는 주5일 근무도 신의 직장에서나 가능한 얘기이고, 툭하면 "짤리기 전에 졸라 일해 씨바들아"라는 말 들어가며 툴툴거리며 일하는 우리네 군상들... 조낸 많지?


특히 캐듣보 중소기업에서는 당연한 근로자의 권리가 회사사정으로 인해 묵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 몰랐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이 있더라.
모르겠으면 오늘이라도 독자제위들께서는 회사에서 대우해주는 것들을 쭉 정리해보고 근로기준법 전문을 다운 받아서 함 비교해봐라...


꼭지돌아 소주찾고 난리 피울 확률??


백푸롬다~ 


울나라 근로기준법이 OECD 국가들 수준에는 못 미친다만, 그나마 그 기준대로만 시행되어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명랑 빠굴의 시대가 도래 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마저도 안지켜진다는거...


더 큰 문제는 당연한 내 권리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까라는 대로 까는 우리의 무지몽매한 군상들이 너무 많다는거... 


그러기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우리 사장님은 그래도 참 착해... 다른 사장님들이랑은 달라...”


조까는 소리다. 자본가들의 특성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본성이 착한거랑 자본가들의 속성이랑은 별개의 문제다.
알게 모르게 내꺼 죄다 삥 뜯어가고 있다고 보면 99.99345%는 맞는 얘기다.
거기에 성격도 조까튼 사장이면 뭐 안드로메다인거고...


 노동조합에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


난 노동조합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싶다.


자신감이다. 


솔직히 노동조합 만든다 해서 한방에 내가 받는 대우가 "신이 내리다 못해 귀신들린 작장 공기업"수준으로 격상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관리하려면 짜증나는 일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더 솔직히 말해 근로환경이 좋아지려면 꼰대들이 얘기하는 회사사정이 좀 좋아져야 하는 건 맞는 애기다.


1년에 매출 10억에 직원 10명 두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수준의 월급을 달라할 순 없는 거 아니냐..


다만 바라는 건 그 회사의 사정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핵심인거지...그러나 이것저것 따져서 나름 그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대우를 Max로 받는다 해도금방 피부에 와 닿는 환경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궁극적으로 좋은 근로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는 자신감 있는 직장생활이라는 가치가 더 크다고 본다.

내 권리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

부당함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자신감...

싫으면 싫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

이런게 더 중요한 거다.



또한 당장의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한다면 전략적으로도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이다.


뒤에 썰을 풀겠지만 이거 부딪치다 보면 존나 복잡한 일들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자칫 환경 개선에만 포커싱이 된 협상을 하다보면 되려 당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긴 호흡을 갖고 앞으로 꼰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우리들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수준으로 접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환경 개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서두에도 얘기했듯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하기가 쉽냐는 것이 핵심이겠다. 그래도 쉽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야 십새야... 너는 이미 만든 놈이라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만 새로 만들기가 쵸낸 어렵지 않겠냐?"


라고 질문 던지는 딴지스들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쵸낸 어려울 수 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무책임한 궤변이라고 욕하지 말고 이제부터 하는 얘기가 진짜다.


실무적인 얘기가 좀 나오게 되니 프린팅 준비하고 중요한 부분에 그을 수 있도록 형광펜도 갖다 놓고 다음 편을 기다리면 되겠다.


에버프리(ahj2006@naver.com)


 

운영수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