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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딴지스, 부산 가다
-  잃어버린 취재를 찾아서(1)

 

2009.10.12.월요일
신짱

 

 

0. 취재를 찾아 떠나는 취재

 

본지가 일일 업데이트 체제로 전환된지도, 어언 5개월째. 일전에 본 기자가 출제한 시사능력시험에서 가능성 제로에 수렴하는 보기로서 본지의 일일 업데이트를 꼽은 게, 불과 2년 전이다. 사실 이 상황은 독자늬덜도 당황스러웠겠지만, 무엇보다 편집부 스스로가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딴지일보 11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니까.

 

자랑질 하려고 이 야그 꺼낸 건 아니고, 남들 다 하는거 비슷하게 하는데 11년 걸린만큼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 편집부의 단호한 의지란 점, 이거 야그하려고 꺼낸 거다. 이건 자랑 맞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데이트는 매일 되지만 이래저래 편집부의 고민이 많다. 그중에서 현재 편집부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게 있었으니...

 

편집부 과로사에 대한 우려?
현 정권이 갑자기 선정을 펼쳐 본지가 다시 월간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아니다.

 

편집부의 현 최대화두는 바로, 취재다.

 

돌이켜보면 본지의 본의 아닌 일일 업데이트도 바로 취재에서 시작됐다. 두 전직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반강제적으로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땡볕과 비바람 속에 상가집을 전전해야 했던 편집부의 사정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거다.

 

원래 책상머리에서 혹은 방바닥에서 배때기 깔고 누워있다 잔대가리 풀로드로 기사 작성하는 게 본지의 특기라지만, 직접적인 현장체험이 전해주는 생생함은 그 울림이 다른 것이다.

 

해서 편집회의의 결론은 항상 원점으로 돌아간다. 현장취재의 강화.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남들과 똑같은 현장취재라면 의미가 없다. 본지만의 최첨단 취재환경으로는 재래식 언론의 재래식 취재환경이 제공하는 속도를 따라갈 길이 없다. 속도를 따라간다고 쳐도 문제는 남는다. 딴데랑 비슷하게 쓰면 늬덜, 욕할 거잖아? 아니냐? 딴데랑 비슷하게 쓴다고(표절 말고) 욕 먹는건 딴지밖에 없다.

 

요는 타 매체와 구별되는 딴지만의 취재기사는 어떠해야 되는가. 이게 포인트다.

 

그리고 본 기사는 바로 이런 고뇌의 산물이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고뇌의 과정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번 취재 내내 본 기자를 괴롭힌 취재라는 화두. 이 점 염두에 두시고 기사 따라오시라.

 

 좋지 아니한가

 

 

부산영화제 취재.

 

순간 귀를 의심했다.

 

올해 사람 많은 곳, 참 많이도 갔다. 근데 죄다 상가집이다. 장례를 축제로 묘사한 임권택의 영화도 있었지만, 영화제야말로 어떤 비유도 필요없는 말 그대로의 축제 아니던가. 그러나 들뜬 기분도 잠시. 두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취재컨셉의 문제.

 

봉하취재나 천성관 취재의 경우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제 취재는? 본지가 영화전문지는 아니잖은가. 게다가 본 기자 달랑 혼자 가는데 그 많은 영화 언제 다보고 리뷰를 쓴단 말이냐. 심사위원장 맡은 장자크 베넥스나 코스타 가브라스와의 이너뷰? 독자 뉘덜, 이런거 원하는거 아니잖어. 솔직히 갸들 이름 여기서 처음 들어본다는 데 낭심 한알 건다. 본 기자도 전공이 영화여서 여차저차 주워들은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듣도보도 못했을 이름들이다. 우리 피차 솔직해 지자.

 

결국 이 문제는 가서 직접 부딪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뭐 가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두번째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다.

 

이번 부산 취재는 영화웹진 기자 두명과 같은 숙소를 쓰게 됐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여차저차 알음알음 남의 콘도에 기숙하게 된 거다.(잠깐 눈물 좀 닦고).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데스크탑이 괴나리봇짐인양 가볍게 등에 멘 채 부엉이바위와 정토원을 날라댕기고, 맞춤법 하나 제대로 못 지키는 주제에 지 낭심에 대한 집착 하나로 소녀시대 랭킹에서 유리를 배제한 40대 중늙은이 파토와도 동숙을 했던 본 기자다. 가난이 죄가 아닐진대 이정도야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본 기자와 며칠간 동숙을 하게 될 멤버들의 성염색체가...

 

XX염색체라는 거다.

 

게다가 대략 고2 남학생과 성욕으로 맞짱을 뜬다는 20대 중후반 여기자 두명과의 혼숙.

 

순결한 본 기자. 인간적인 두려움에, 취재결행까지 적잖은 망설임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최소한의 자위수단 확보차원에서 그녀들에게 메신저상으로 내몸에 손대지 말 것이란 각서를 요구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흘러나온 그녀들의 대답.

 

"......"

 

많은 의미가 내포된 대답이다. 왜 확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가. 각서 한장 쓰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것일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여섯개의 점으로 구성된 저 말줄임표의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점 사이에서 모니터 너머 새어나오는 깊은 아쉬움의 한숨을 캐치할 수 밖에 없었던, 본 기자의 예민한 촉수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못 찾은 넘덜은 다시 한번 잘 봐라.  

 

만에 하나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본 기자 홀로 감내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터. 이 모두가 대의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순결한 몸뚱아리 하나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긴 본 기자의 결단이 초래한 것이다. 본 기자의 고뇌를, 독자 늬덜만큼은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부산 입성

 

출발 당일. 마음이 무거운 탓이었을 게다. 마치 소풍날 아침처럼 이른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등에 멘 데스크탑과 카메라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발걸음이 가볍다.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은 등에 맨 배낭의 무게를 잊게 하고 발걸음 마저 가볍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로운 깨달음이다. 늬덜도 내 처지 되면 이해할 거다.

 

룰루랄라~ 이야에로~

 

같은 맥락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일기예보의 노래를 흥얼거렸을뿐, 다른 뜻은 없다.

 

부산역 도착.

 

 

일정이 촉박한 관계로 곧장 해운대 부근의 숙소로 이동하기로 한다. 이동중 한컷. 부산항의 모습이다.

 

 

크레인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정말 크긴 크다. 이 큰 크레인이 몇년 전 태풍으로 자빠졌었다니. 지금도 불안한 게 어제까지만해도 태풍 멜로르의 영향으로 강풍이 장난 아니었다고 한다. 과거 모종의 취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다행히 지금은 비도 바람도 모두 멎은 화창한 날씨다. 왠지 기분 좋은 예감. 본의 아닌 재해 현장 취재는 하나로 족하다는 하늘의 계시일 것이다.

 

숙소 도착. 오옷~ 숙소의 위용을 보라.    

 


 

콘도 내부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간지나지 않는가. 이거 이번 취재의 컨셉이 신짱의 럭셔리 취재여행이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으허허허.

 

 낭심과 양심사이

 

짐 풀고 바로 프레스센터가 있는 센텀시티로 직행. 오늘은 부산영화제 개막일이다. 오후 1시 반부터 개막작인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기자 시사와 기자 간담회가 이어지고, 저녁에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개막식이 펼쳐진다.
            
요기서 프레스카드와 개/폐막식 입장카드를 배부 받고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시사회장으로 이동. 영화는 고만고만했다. 자세한 리뷰는 패스. 포인트는 기자간담회다. 원래 만석이었던 극장 안에 영화 끝나자마자 개떼 같이 몰려든 취재진들.

 

 

다 이유가 있었다.

 

와우, 연예인이다!

 

 

그러나 최초의 충격과는 비교도 안되는 무언가 우월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

 


 

오...올레!

 

 

플래쉬도 없는 주제에 그 어두운 곳에서 정신없이 셔터질을 하다보니 핀 나가고 구도도 엉망인 사진들이 대부분. 다음 사진 역시 핀 나가고 구도도 엉망이다. 근데 사진을 정리하다 우연히 이 사진의 진가를 발견해 냈다. 브레송의 결정적 장면이란 바로 이런 순간을 두고 일컫는 말일 터.

 

 

 


보이시는가.

 

여기서 프레임의 중앙과 하단에 집중하는 넘덜 분명히 있을 거다. 맨날 그림은 한가운데만 쳐다보는 총수 수준의 무지몽매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이거나, 감히 소녀시대 앞에서 낭심을 운운하는 파토같은 저질, 둘중 하나다. 이 사진은 본 기자 같은 따뜻한 휴머니즘을 가진 사람에게만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허락된 사진이다. 좌측 경호원의 모습을 유심히 보라.

 

 

눈동자를 기준으로 우측에 흰자위가 거의 없다. 몸, 얼굴, 고개 모든 각도가 정면을 향해 있는 상태에서 얼핏 보기에 직무를 방기하고 은근슬쩍 한채영씨를 흘겨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모든 사람을 낭심에 따라 판단하는 자에게나 이런 해석이 가능할뿐,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본 기자는 그런 해석을 용납치 않는다.

 

또다른 증거사진.

 

 

그는 시신경상의 사소한 장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사소한 장애에 굴하지 않고, 경호원이란 살벌한 세계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 어쩌면 이번 부산 취재의 컨셉은 인간승리나 휴머니즘이 될지도 모르겠다. 왠지 가슴이 뭉클해온다.

 

 

 

 

어쨌거나 기왕 취재를 왔으니, 중계는 계속하도록 하자.

 

일단, 이런 사진은 하나 넣어주는게 예의인 것 같다.

 

 

뭐, 좋은 말씀들 많이하셨다.

 

이제부터는 본 기자의 혼신의 힘을 다한 취재의 결과물들.

 





 

 

이 와중에 여성독자분들을 위한 배려샷. 

 

 

본 기자가 사심 없이 취재에 임했다는 증거물들.

 


 

그외 떼샷.

 

 

협소한 장소와 수많은 취재진들 때문에 원하는 프레이밍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 기자뿐 아니라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공식기자단 외에는 아마도 비슷한 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때는 크롭만이 살길. 한채영씨 옆에 있었다는 죄로 수없이 크롭질 당했을 임하룡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바이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은 낭심보다 양심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딱히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크롭 없이 원본 그대로 올리는 임하룡씨, 한채영씨 사진. 본 기자의 휴머니즘 가득한 프레이밍에 주목해 주시라.

 

 

to be continued

 

2회 예고  :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펼쳐진 개막식 현장 생생취재.  레드카펫 함성지수로 본 최고의 본좌 연예인은 누구? 본 취재의 테마를 럭셔리 취재여행으로 자기매김하기 위한 등심과 육회 테러 현장!

 

그리고...

 

그녀과의 첫날밤... 

 

신짱(woolala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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