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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신(新) 기타스토리 9


2009.10.23.금요일
파토



진정한 즉흥연주의 황제, 존 스코필드


지난 몇 시간에 걸쳐 펜타토닉의 응용 및 확장법을 소개해 드린 바 있다. 허나 실천하기 좋고 쉬운 쪽으로 접근하다 보니 너무 간단한 것들만 언급이 된 것 같아서, 오늘은 좀 (혹은 열라) 복잡한 이야기를 드려야겠다.


지난 글의 댓 글에 결국 마이너, 메이저 펜타토닉을 섞어 쓰라는 말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비록 내가 설명한 내용은 그런 관점은 아니지만 (M7음은 메이저 스케일에는 포함되지만 메이저 펜타토닉의 음은 아니고, b5th는 펜타토닉은 물론 메이저나 마이너 스케일에도 포함되지 않는 음이다) 여하튼 그것도 하나의 접근법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 이제 여기서 우리는 펜타토닉의 확장과 관련해서 하나의 중차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펜타토닉을 대신할 수 있는 음, 혹은 스케일들은 전부 어떤 것들이 있나? 앞에서 나왔던 것들 외에 어떤 다른 접근들이 가능한 거냐?


이 질문을 좀 더 음악적으로 바꾼다면, 아래와 같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블루스를 치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음들은 무엇인가.


마 여기서 블루스란 건 굳이 12마디 전통 블루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고, 블루스에 바탕을 둔 형태의 음악이 될 거다. 즉 우리가 시도 때도 없이 펜타토닉을 사용하는 많은 스타일과 장르의 음악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블루스로 표현을 하자.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C (다 장조) 기준으로 썰을 풀어 본다. 블루스의 경우는 7 코드가 기본이고 그 음은 아래와 같다(참고로 이 7 코드는 메이저7 코드하고는 다른 것으로, 정확한 명칭은 도미넌트 7 코드다. 하지만 이게 더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냥 7 코드 하면 이걸 뜻하는 게 불문율로 되어 있다).


C7 코드


C   E   G  Bb
1  M3  P5  b7


● M는 장음정, b는 단음정, P는 퍼펙트(완전음정) 로 표기한다. 음정관계 모르는 분들은 알아서 공부 좀 하고, 일단 여기서는 그냥 갈 수 밖에 없다.


이제 이 C7 코드 위에서 칠 수 있는 음들을 따져보자꾸나.


1. C   E   G  Bb 


이건 위 코드 음과 완전히 똑같은 거라 100% 매치다. 이렇게 연주한다면 코드 알페지오를 치는 개념이 된다. 물론 흔히 말하는 통기타 알페지오처럼 이 음들을 반주로 쓴다는 게 아니라 분산화음의 구성음들을 솔로 연주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절대 어색하거나 틀릴 수 없는 음들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계속 이 음들만 쓴다면 엄청 지겨워 지는 것은 당연.



이렇게 알페지오 치는 것 아니니 혼동 마시라


2. C  Eb  F  G  Bb


우리가 줄창 사용하는 마이너 펜타토닉이다. 위의 두 가지와는 달리 이넘에는 Eb, 즉 b3 음이 들어 있다. 모든 스케일과 코드에서 3도는 장조와 단조, 장음계와 단음계, 장화음과 단화음, 즉 메이저와 마이너 라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색깔을 규정하는 음이기 때문에 고전 음악이론에서는 C7코드 위에 사용할 수 없는 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맨날 쓰고 있는데, 이게 바로 서양 음악과 흑인 음악이 결합된 블루스라는 짬뽕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거고, 또 이로 인해 블루스 특유의 색깔을 낼 수 있게 되는 거다.



이분으로 대변되는 소위 정통 블루스의
맛은 바로 장3도의 반주와 단3도의 멜로디의
맛있는 충돌에서 나온다.


3. C  D  E  G  A


소위 말하는 메이저 펜타토닉 스케일 이다. 손 버릇처럼 사용하는 마이너 펜타토닉과 같은 스케일 블럭을 사용하되 다른 음을 1도로 잡는 거다. 이 스케일은 컨트리 블루스 같은 곳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 넘과 위 2번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 블루스나 록 연주자들이 흔히 접근하는 방식이다.


그럼 이제 정리를 해 보자. 위 음들을 모조리 아래에 나열해 본다면,


C  D  Eb  E  F  G  A  Bb
P1  M2  b3  M3  P4  P5  M6  b7


이렇게 된다. 입으로 이야기한다면, 도 레 미플렛 미 파 솔 라 시플렛… 이렇게 되는 거다.


여기에서 우리가 추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메이저 스케일의 다섯 번째 모드인 ‘믹솔리디언 모드’ 가 된다. 어려운 분들은 너무 하나하나 복잡하게 생각할려고 하지 말고 일단 전체 그림만 보시자.


4. C  D  E  F  G  A  Bb  : 믹솔리디언 모드


이건 잘 보면 바로 위의 짬뽕 음들에서 b3만 뺀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믹솔리디언 모드는 이름은 어렵지만 사실은 메이저 스케일과 같은 스케일 블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넘.


여기까지는 열라 상식적이고, 또 학원이나 학교에서도 7코드에 가장 잘 맞는 스케일이라고 가르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 관점은 여기서 멈출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다. 가는 김에 뽕을 뽑아 보시자들.


기억할랑가 모르겄지만 우리는 앞 시간에서 M7 음을 일종의 경과음(패싱 노트. 정석 스케일이나 코드 음 사이에서 빠르게 연결하는 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 봤다. 그 관점을 적용시킨다면 아래와 같이 된다.


5. C  D  E  F  G  A  B ? 메이저 스케일


글타. 이건 그냥 도레미파솔라시도다. 그리고 위의 믹솔리디언 모드와는 B 한음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래서 믹솔리디언에 비해 C7 코드와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M7, 즉 B음을 경과음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직 멀었다..


6. C  D  Eb  F  G  Ab  Bb ? 내추럴 마이너 스케일


이게 안 될 건 또 머냐? 이 중 5개의 음, 즉 C, Eb, F, G, Bb은 우리가 맨날 쓰는 마이너 펜타토닉에 어차피 들어 있는 음이다. 그럼 나머지 D와 Ab인데, D는 그냥 2도니까 별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Ab은 G#과 같은 음, 즉 #5th 이기 때문에 역시 경과음으로 흔히 쓰인다. 콜.


7. C  D  Eb  F  G  A  Bb ? 도리언 모드


위에 것이 된다면 이건 또 왜 안될 것인가? 차이는 A 하나다. A는 6도 음이고 도리언 특유의 색깔을 특정 짓긴 하지만 C7 코드에 적당히 섞어서 쓰는데 별 문제 없다.


8. C  D  Eb  F  G  A  B ? 멜로딕 마이너 스케일


위 6,7번이나 거의 같은 것인데 7도만 M7이다. 7코드의 b7과 단2도 충돌이 있지만 역시 경과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지난 시간에도 바로 위의 메이저 스케일에서도 살펴봤다. 가능.


9. C  D  Eb  F  G  Ab  B ?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


위에서 A만 Ab으로 바꾼 것. 6번 내추럴 마이너와 8번 멜로딕 마이너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이것도 가능.



하모닉 마이너는 잉베이만 치라고 있는 게 아니다


10. C  Db  Eb  F  G  Ab  Bb ? 프리지언 모드


Db이라는 새로운 음이 나와 있지만 경과음으로 얼마든지 사용 가능


11. C  Db  E  F  G  Ab  Bb ? 프리지언 도미넌트 모드


위의 것과 E음 하나만 다른 것. E음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것은 메이저 펜타토닉 등에서 이미 언급했음.


12. C  Db  Eb  E  F#  G  A  Bb - 디미니쉬드 하프/홀 스케일


위에 다 나온 음들.


13. 그 외 수많은 다른 스케일들...


자. 이 정도 했으면 좀 정신 없을 법도 하다. 그리고 혹시 기타를 학원이나 학교 등에서 배운 분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른다. 학원이나 학교에서는 가급적 정확하게 코드와 맞는 스케일들을 쓰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나도 영국에서 그렇게 배웠다).


그 이야기는 좀 이따 하고 이제 위에서 나온 음들을 아래에 몽땅 나열해 보자.


C  Db  D  Eb(D#)  E  F  Gb(F#)  G  Ab(G#)  A  Bb  B


어라.  12개의 음이 전부 다 나와 버렸네... 이기 머꼬.



역시 즉흥연주의 귀재 스캇 핸더슨


진정하시고 이제 설명 들어간다.


위에 많은 스케일을 예로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중 아무거나 하나 붙잡고 그것만으로 솔로를 하라는 건 아니다. 물론 마이너 펜타토닉으로는 다들 그렇게 하고 있고, 또 메이저 펜타토닉이나 믹솔리디언 등 기존의 상식에서 코드 음들과 잘 맞는 스케일들로 그것이 가능하긴 하다. 많은 연주자들이 그런 연주를 하고 있으며 그게 틀린 건 당근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 하려는 포인트는 바로 확장 이다. 필자의 경우 25년 정도 기타를 쳐 왔는데, 어느 시점이 되자 늘 치고 있던 똑같은 펜타토닉이 지겨워서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두 가지 경과음들을 섞어 치기 시작했고(지난 시간들에 이야기한 것),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더 많은 스케일과 용법들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로웠지만, 일단 특이한 스케일들이 귀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저 조금 더 복잡한 차원에서 여전히 똑같은 연주만을 하고 있는 느낌이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신선한 음, 새로운 음들을 섞어 쳐 보려는 시도를 계속하다 보니 블루스나 펜타토닉의 영역을 넘어 나름 아래의 진리를 깨닫게 된 거다.


어떤 코드에서던 12개의 모든 음들을 사용할 수 있다


글타. 앞에서 보여드린 7 코드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코드에서도 유사한 논리로 모든 음을 다 쓸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열분들은 지금 즉시 기타를 잡고 코드에 관계 없이 아무 음이나 닥치는 대로 솔로하거나, 아니면 손가락 연습에 사용하는 크로매틱 스케일을 위 아래로 줄줄 긁으면 된다.


이렇게 우리의 기타 인생은 손쉽게 완성되는 것이다. 끝.


...당근 아니다.


12음을 다 쓸 수는 있지만, 어느 음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바로 이 연주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본 음들 즉, 위의 경우라면 코드 음 + 마이너 펜타토닉 + 메이저 펜타토닉 + 믹솔리디언 이외의 음들은 기본적으로 경과음으로, 음과 음을 연결하는 사이에서 양념을 쳐 주는 거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곡의 코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치거나 크로매틱 스케일로 막 친다면 12음을 다 쓰긴 하겠지만 이런 구별이 전혀 없어 음악적인 일관성이나 아름다움이 살아날 수 없는 거다. 이런 연주를 우리는 개마구리라고 부른다.


반면 필요한 음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재즈가 된다. 재즈를 치기 위해 이 음들을 치는 거라기 보다는, 늘 치던 것에서 벗어나 연주의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즈가 되어 버리는 거다.


참고로 아래는 마구리 (재즈) 연주의 좋은 예니 함 보시라들. 얼핏 재즈 비슷하기도 하지만 기타 치는 스스로도 전혀 자신감이 없이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하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한편 좋은 연주는 안정된 리듬에 테마와 기본 음, 경과음등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아래는 존 스코필드.





그럼 원칙들은 머가 있을까? 아래 한번 대략 열거해 보자.







1. 리듬을 중시한다.


개마구리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틀린 음보다는 오히려 엉망인 리듬에 있다. 순수 펜타토닉만 쳐도 리듬이 절면 마구리가 되는 판에, 확장된 음을 사용하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것부터 먼저 잡혀야 된다.


2. 경과음과 롱톤을 확실히 구별한다.


길게 끌어내는 음(대략 8분음표 이상)은 코드나 기본 정석 스케일과 연동되는 안정된 음이라야 한다. C7에서 Db 이나 F# 같은 아웃사이드 음을 길게 내는 것만큼 민망한 장면도 없다. 어설픈 재즈 초보나 숙련 마구리 연주자의 음악이 이상하게 들린다면 그 이유는 경과음을 길게 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실은 이 부분이 오늘의 핵심이다.


3. 프레이즈의 시작과 끝 음을 중시한다


시작과 끝 음은 모든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음을 다 쓸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위와 마찬가지로 역시 해당 코드나 정석 스케일 내의 음을 사용하는 게 요령.


4. 멜로디와 블루스를 중시한다


확장도 좋지만 계속 어려운 음들만 사용하면 음악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시로 곡의 테마가 되는 멜로디나 귀에 들어오는 간단한 반복 프레이즈, 혹은 블루지한 기본 펜타토닉으로 복귀해 줘야 된다. 모든 음 을 사용한다는 건 이게 바탕이 되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는 건 당근 아니다. 일단 기본적인 스케일과 모드들을 이해하고 코드와 연동되는 특성을 알고, 또 블럭들이 웬만큼 손에 익을 필요가 있다. 이건 공부가 없이는 되지 않는 일이고, 모든 음을 다 친다는 것은 그 후 더 이상 스케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도 이미 공부한 스케일 + 알파가 귀와 몸에 익은 상태에서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여기에까지 도달하기 위한 각종 이론과 스케일은 앞으로 이 란을 통해 다뤄 드릴 거다)..


거기에 빠르고 느린 프레이즈을 오락가락 할 수 있는 테크닉과 리듬감이 잡혀야 하고, 많은 좋은 음악들을 듣고 감각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런 관점 하에서 기타를 많이 쳐야 된다.


그럼 결국 한참 후에나 할 수 있다는 거네... 라고 생각될 것이고 사실이지만, 어차피 여기서 소개하는 관점은 속성 연주 요령이 아니라 일종의 연주 철학 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성질의 것이다. 기타치는 우리들은 어차피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냐?


그러나 이런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면, 모든 연주에서 ‘이 코드에서 쓸 수 있다’고 배운 스케일들만을 반복해 쓰는 것에 비해 보다 더 자유롭고 더욱 즉흥적인 연주를 구사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이론과 스케일에 집착해 스스로를 가두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마, 내 경우는 이걸 깨달은 게 연주에서 큰 터닝 포인트였다. 그리고는 이후 기타 연주가 훨씬 재미있고 또 자유로웠으며, 연주의 느낌도 한층 좋아졌다. 음악적 결과물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할 영역이 아니지만 최소한 내 자신이 더 즐기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그러니, 비록 지금 당장은 어렵고 혼란스럽더라도 앞으로 기타를 연습하면서 이런 부분을 한번씩 기억하고 또 단계에 따라 시도해 보자. 처음엔 니들 생각에도 이상한 연주가 나오겠지만 언젠가는 먼가 달라지는 날이 올 거다. 급할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시간부터 스케일에 대해 좀 차분하게 해 보자꾸나.



우아한 거장 팻 마르티노.
오늘 사진 나온 사람들은 굳이 재즈 팬이 아니더라도
꼭 함 들어보시기 바란다.



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world@gmail.com)
                트위터 :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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