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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4.금요일


파토


 


(필자 주: 토요일 현재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긍정적인 흐름들이 만들어졌다는 점 알려 드립니다. 한지수씨의 불구속 신청 관련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나 기사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1월 25일, 주온두라스 한국대사관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가 떴다.




이 공지를 보시고 트위터 등에서 많은 분들이 이제 일이 다 됐구나… 하고 생각들 하신 것 같길래 본 우원이 찬물을 좀 끼얹었다. 이런 공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제로 지수씨가 교도소 철문을 걸어 나와야, 그때 비로소 일이 된 것이다. 이 쿨해 보이는 공지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장애 요소와 불안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우원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장애 요소와 불안 요인의 핵심은 다름아닌 대사관 자신임이 조금 전 밝혀졌다.


 


비록 확정되기 전이라 지난 번 기사에 언급하진 않았으나, 현재 외교부의 김유철 재외국민보호과장과 변호사, 법의학자 팀이 온두라스 현지에 가 있다. 여러 가지 임무를 띄고 간 것이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바로 위의 대사관 공지에 나온 것처럼 ‘예방조치의 변경’ 신청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지수씨는 실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다음의 세가지다.



1. 보석금 (가족이 마련)
2. 지수씨의 특정 지역 거주를 위한 신원보증서
3. 영사(대사관)의 확인증


위에 대해 설명을 좀 드리자. 보석금은 이런 경우 필요한 일종의 보증금이니 긴말이 필요 없겠다. 지금 포인트는 2와 3이다.


 


원래 지수씨에 대한 신원보증은 가족이 대사관에 요청한 것이었다. 이 신원 보증은 지수씨가 제3국으로 도망가거나 숨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에서 확인해 주는 것이다. 현재 지수씨는 여권이 온두라스 측에 압수된 상태기 때문에 어차피 다른 나라로 도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사관이 이걸 해줄 수 없다고 해서, 본지 기사를 통한 촉구는 물론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공개리에 이를 요청한 바 있었고 그 자리에서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 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 위의 2와 3으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2의 신원보증서는 대사관이 발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한 목사님이 대신 하기로 되어있다. 왜 이런 형태로 되어 버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그리 좋은 모양새도 아니지만, 이게 유효하기만 하다면 크게 상관은 없을 거다.


 


그런데, 이것이 유효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3번, 즉 대사나 영사의 확인증이다. 그런데 지금 주온두라스 한국 대사관이 이를 발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조금 전인 한국시간 금요일 오전에 밝혀 왔다.


 


그럼 이 문서의 내용이 얼마나 엄청나고 무서운 것이길래 발급할 수 없다고 하는지 함 보시자.


 


로아탄 지방법원 판사 귀중


 


귀하에게 경의를 표하며, 주 온두라스 한국영사관은 일반살인사건 (사건번호 181-09)의 피의자인 한국국적자 한지수 양이 본인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온두라스 영토를 떠나지 못하도록 새로운 여권이나 여행허가서를 발급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



대한민국 영사 (서명)


 


엄청난 내용이기는커녕, 이 문서에서 영사가 확인하는 것은 ‘한지수에게 여권이나 여행허가서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 뿐이다. 이건 대사관에서 확인해주기 너무도 쉬운 일이다. 그저 여권이나 여행허가서의 발급이라는 실무 절차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 대사관은, 본국 외교부 과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그 이유조차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문서가 없이는 목사님의 보증은 일개 개인의 보증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수씨의 불구속을 위한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은 아래의 두 가지다.


 


첫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국민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온두라스 대사관에 실제로 한지수 신원보증을 위한 훈령을 내렸는가? 만약 그렇다면 현재 신원보증은 물론 단순한 확인서 발급도 거부하고 있는 주온두라스 대사관이 외교부에 항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외교통상부와 주온두라스 대사관 양쪽은 공히, 지금 즉시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신원 보증조차 아닌, 실무 절차인 여권 재발급을 해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혹시라도 지수씨가 일단 교도소 문을 나오면 슬쩍 여권을 발급해서 한국으로 보내 주려는 계획이 아닌 한(그러나 지수씨 본인 포함해 아무도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를 발급할 수 없다는 입장에 어떤 논리와 명분이 있는가?


 


대사관이 지수씨가 도망갈 까봐 우려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지금 대사관에 보증해 달라는 내용은 그게 아니다. 단지 실무절차를 안 해 주겠다는 것뿐이니 지수씨가 도망간다 해도, 그럴 리도 없지만, 대사관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여기에 대해 온두라스 대사관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즉각 방침을 철회하고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상황 전반에 대한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럼 이제 이런 상황에서 주온두라스 네덜란드 외교관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한번 말씀 드려 보자.


 


불과 며칠 전, 온두라스에서는 지수씨의 공소취하 및 불구속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온 회의가 있었다. 여기에는 온두라스 검찰총장을 필두로 검시의 등 의사 3명, 김유철 과장과 주온두라스 한국대사관 영사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자리에 갑자기 Kluck 네덜란드 영사가 등장한다. 지수씨가 온두라스로 압송되던 당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만난 바로 그 사람이며, 온두라스에서는 대사 대리나 다름없는 지위에 있는 자다. 그는 회의 자리에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좌중을 휘저으며 사사건건 말을 끊고 들어와 훼방을 놓았다.


 


여기서 그가 한 말 중에는 다음과 같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비하하는 듯한 것도 포함 된다.



너희들만 정부가 있고 여론이 있는 줄 아느냐.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일찍 왔다. 여기서 이런 것을 다룰 때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던 네덜란드 정부가 무슨 상관이고 또 악담인가? 그들은 원한다면 그들대로 활동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외교 분쟁을 일으킬 발언이며 월권이다. 본국의 방침에 항명을 해서 징계를 받은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 아닌가.


 


여하튼 이런 상황 속에서 지수시의 공소 취하와 불구속을 논의하려던 회의는 흐지부지되고, 아무 결과도 끌어내지 못한 채 종결되고 말았다. 와중에 현지의 우리 영사는 회의에 30분간만 참석하고 나가 버렸다고 한다.


 


이 네덜란드 영사는 현재 www.freejisoo.org 를 운영하고 있는 현지의 미국인 Steve Craig 에게 다음과 같은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다.



“You need to stay quiet. I can make life difficult for you. I can make you disappear from this island. Don’t interfere. If you know what’s good for you, you will keep your mouth shut.”


 


‘조용히 있어라. 내가 니 인생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니가 이 섬에서 사라져 버리게 할 수 있다. 간여하지 마라. 너 스스로한테 좋은 게 뭔지 안다면 입 다물고 있어라’


이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영사가 현지의 외국인에게 한 말의 수준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본 위원은 지난 기사로 온두라스에서 현지화된 네덜란드 외교관과 명예영사들의 힘의 실체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기사링크 http://www.ddanzi.com/news/1263.html) 거기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품은 분들도 있겠지만, 그 실체는 지금 현재 바로 이런 식으로, 예상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사관은 시시한 실무적 확인서 하나 써주지 않으려 한다. 대사관으로서는 별 부담도 없는, 그러나 지수씨의 불구속 전환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무게가 담겨 있는 확인서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서슬 퍼런 네덜란드에 대응할 수 있는가?


 


그간의 모습들이나 회의에서의 상황에서 보듯, 저쪽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칠게 나오기로 이미 마음을 먹고 있는 듯 하다. 이 기사를 포함해 사건 관련된 한국의 각종 기사들도 모두 모니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 위원 역시 전략적인 입장에서 앞으로는 다소 조용히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럴 때가 아니다. 네덜란드는 대놓고 우리와 현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마 얼마 전까지 자기들 뜻대로 잘 되어가던 것이 조금씩 제동이 걸리자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미 여러 번 강조했듯이 우리도 그만큼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도 외교부에서 김유철 재외국민보호과장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도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저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저쪽도 초조해 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지 외교부 팀은 정해진 일정이 끝나 이번 일요일에 귀국해야 하고, 이제 지수씨는 다시 온전히 주온두라스 대사관만을 의지해야 한다.
 
이 와중에 우리 외교부가 내부에서 지금 같은 혼선을 보이고, 현지의 대사관이 사소한 도움조차 주기를 거부한다면 이는 필패(必敗)의 지름길이며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어리석은 짓이다.


 


 


...본 위원이 선동한다고 욕을 먹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과연 여기까지나 왔을지, 또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현실은 아직도 이 지경이라는 사실을 직시해 주시기 바란다.


 


온두라스는 15일부터 연초까지 긴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된다. 그래서 11일까지 서류를 접수하지 않으면 모든 조치는 무조건 내년 초로 미뤄지게 된다. 주말을 빼면 다음 월요일부터 불과 5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가항력적 상황도 아닌, 사소한 확인서 발급 거절로 그 기회를 놓친다면 자칫 지수씨는 추운 겨울 내내 아무 의미도 없이 온두라스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와중에 네덜란드의 차가운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이 다시 어떻게 바뀌어 갈지, 어렵사리 만들고 있는 불구속 방향으로의 이 흐름이 어떻게 끊어져 버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원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그리고 열분들을 위해서는 아래 주온두라스 대사관의 각종 연락처와 외교부의 민원 게시판 주소를 붙여 두었다.


 


지금 다들 많이 바쁘신가?


 


전화:  (504) 235 5561~3
팩스:  (504) 235 5564
메일: 
info@koreaemb.hn
외교부 게시판: http://www.mofat.go.kr/participation/nationalparticipation/freeboard/index.jsp


 


 



딴지 논설위원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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