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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7.월요일
구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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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꿈 



 


나는 아이돌 빠다.


 


정확히는 어린 시절 가까스로 모은 코 묻은 돈으로 쿠도 시즈카의 씨디를 사 듣던 중학생 때가 내 기억으로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빠돌이 짓의 적극적인 시작이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강수지와 하수빈에 열광하는 중/고딩시절을 거쳐, 대딩시절 핑클과  S.E.S를 만나면서 한국에도 이런 본격적인 아이돌이 생겼다는 감개무량함에 씨디와 초판한정 포스터까지 모았었더랬다.


 


그 당시 팬클럽까지 가입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팬덤의 권력을 둘러싼 쿠데타 문제에 연류되기 바로 직전에 환멸을 느끼고 관두게 되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아마 빠돌이 짓을 하던 내 기억 중에 가장 씁쓸한 기억일 거다. 이제는 30대 중반이 된 지금.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아이돌의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이만큼 들었으면 한 장쯤 사줘야지 하는 생각에 아이돌의 음반을 사고 방송을 다운받는 소극적인 빠돌이 짓을 하고 있다.


 


초/중딩의 애매한 지점부터 시작한 이 아이돌사랑은 바로 지금. 30 중반의 지긋한(?) 나이까지 끊기지 않고 이리도 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물론 나는 남자고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이 아이돌 사랑은 대개의 경우 걸그룹 혹은 걸에 국한되지만 가끔은 남자고 뭐고를 떠나서 찬양해마지않는 아이돌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은 샤이니의 종현이 그렇다. 다만 링딩동은...캐안습이지만...)


 


각설하고, 그런 내가 방에서 아이돌 고화질영상이나 다운 받아서 바지나 내리고 있을 것이지, 왜 이 아까운 시간에 친히 글을 작성하고 있을까? 그건 바로 파토님의 소녀시대를 다룬 글이 불편하게 느껴져서이다.


소녀시대를 순정으로 사랑하는 한 중년남자의 고백이 왜 불편했냐고?
난 중년의 아이돌 매니아.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



아이돌은 뭘까?


 


글쎄... 이것 저것 같다 붙일 것도 많고, 하나로 딱 정의하기도 어려운 복합적인 어떤 것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가 뭐냐? 결국 소비되어지는 욕망의 집합체 혹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쾌락? 뭐 요정도로 정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게 좋은 노래나 춤, 혹은 외모나 패션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캐릭터가 환기시키는 어떤 환타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던 간에 이 모든 것들은 욕망을 소비하여 쾌락을 발생시킨다라는 근원적인 범주를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파토님의 글에서 아쉬운 건 바로 이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거기서 어떤 기준선을 긋고 애매한 순정드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토님이 말한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떤 식으로 그려냈는지 그 내용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것에 파토님이 울컥하셨겠지만, 솔직히 나부터 커밍아웃하겠다.


 


나도 소녀시대 노래 좋다. 춤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들을 욕망한다. 그럼 나는 뭐냐? 너는 불순한 욕망이 포함되었기에 진정한 소녀시대 팬이 아니라고 꼬리 자르기 할 것인가?


 


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즐기느냐, 돌려말하면 쾌락을 어떻게 발생시키고 수용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일 뿐이다. 파토님처럼 순정드립하면서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전방위적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나는 만화에서 묘사하는 하악대는 중년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 사실을 묘사하는데서 오는 비관용적인 태도가 불쾌할 수는 있겠지만 하악대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것이 왜곡된 시선일지언정 진실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들의 허벅지 18개가 나란히 서있는 것에서 정말로 숨막히는 욕정을 느낀다. 티파니의 바지사이로 터져나온 살을 보며 숨이 살짝 멎기도 하고, 수영의 기럭지를 보며 초절정 에로스의 롤러코스터를 그려보기도 한다. 물론 그와 동시에 윤아의 사슴같은 미소나 유리의 깝드립을 보면서 한없이 자지러진다.



문제는 이 것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욕망을 왜 그렇게 억지로 선을 그어서 순정드립을 치냐 이것이다. 솔직하게 엔터테인먼트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게 이상한 거냐? 나이든 남자가 어린아이들을 욕망하는 게 이상한 거냐?


 



이거 얘들 데뷔작 '다시만난세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일본에서 빤치라 컨셉 가져와서 그대로 전시한 이 안무를 시전할 때 얘네는 미성년자 투성이였다. 솔까말 욕망 어쩌구 이럴 거면 이런 거를 보면서 느끼는 그 미묘한 불편함과 쾌감에 대해서 좀더 심도있게 얘기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이야기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엔터테인먼트가 구성되었을 때, 이것들을 대상화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얘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반응에 대해서만 국한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식의 선긋기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


 


파토님이 만화를 보고 느꼈을 불쾌감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그걸 보고 순정드립한 글을 읽은 나 역시 파토님의 글에서 불쾌감을 느꼈다. 우리 솔직해 지자. 파토님도 본인 글에서 충분히 그 전제를 깔아놓고 있다.


 


'이런 환상도 머 따지고 보면야 유전자와 본능에 프로그램 된 것이긴 하다. 결국은 종족 보존을 위한, 섹스를 끌어내기 위한 추진력일 것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는 마치 이 욕망을 부정하듯 아주 좋지 않은 예를 바로 밑에 붙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어떤 넘들은 성폭행 같은 아주 나쁜 방식으로 이 본능을 충족시키려 들기도 한다.'


 


마치 이 욕망이 부정적인 듯한 인상을 전면에 남기고 있다. 그래놓고는 '우리 대부분'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말투에서 동의를 구하고 선한 욕망(혹은 선하다고 인정받는 욕망들)을 구체화시킨다. 그것도 모자라 노래가 완성도가 뛰어나다면서 쉴드치기에 여념이 없다.



수십년 전부터 아바의 팬이라는 이른바 수준드립부터 시작해서 펑키 기타와 퓨전팝까지 끌어들이면서 쉴드치는 건 정말 갈수록 가관이다. 아바의 팬이라고 해서 음악의 감식안이 검증되는 것도 아니지만, 검증된 감식안이라고 해서 수준 높은 (이 말 자체가 어처구니 없지만) 콘텐츠를 100퍼센트 필터링 해낼 수 있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는 결국, '음악적으로 전혀 싸구려 댄스 팀이 아니'라는 그 결정적인 쉴드질은 정말이지 손발이 오그라든다. 소녀시대가 노래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거 아시나? 오래된 아이돌빠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정도 수준은 이미 핑클과 SES가 설치던 십년 전에 완성되었었다. 의심스럽다고?


 


밑에 노래는 핑클 1집에 실린 노래다. 지금부터 무려 11년전인 98년. 말 그대로 뽕댄스와 저질랩이 설치던 그런 시절에 데뷔한 걸그룹의 앨범이다. 중간에 들리는 저질랩이 당시의 가요풍토를 생각나게 하지만 전체적인 사운드와 진행의 세련됨은 꽤나 수준작인 이른바 퓨전팝이다. 설마 이거보고 가창력 어쩌구 이런애들은 없겠지. 설마...


 





그리고 이게 한때 차트를 흔들었던 2000년작 Feel your love다. 허비행콕이나 스티비 원더를 떠올리게 하는 소울풀한 클라비넷 소리와 당시 유행하던 전형적 힙합비트가 얹혀진 사운드다. 사족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핑클멤버들이 본격적으로 포텐셜이 터진 역사적(?) 순간이다. 특히 이효리의 상의 집어던지기는 지금의 섹시아이콘 이효리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한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그리고 이게 2005년도 보아의 노래다. 말 그대로 소녀시대 나오기 전부터 완성된, 혹은 존재했던 것의 SM버전, 다른말로는 켄지(작곡가이름)버전이다. 뭐... 까고싶은 사람들은 왜색이 잔뜩 들어가 있는 켄지식의 퓨전팝이라는 혹평도 할 수있겠지... 그 왜색이 나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말야.


 





이외에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故김성재의 유작 '말하자면'(1995)같은 노래는 말하자면 입만 아픈 걸작들이다. 
 
이런 정도의 노래는 당시 태동되었던 아이돌들의 앨범을 구입해서 청취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익숙한 수준이다. 그리고 차트를 휩쓸지는 않았어도 듣기에 좋은 노래들에 대한 수준들은 공공연히 이런 노래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높아졌다는 거다. 텔레비전만 잠깐 보고 붕어껍다구들이 뻐꿈댄다고 뭐라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도 수준은 늘 존재했었고 진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수준들이 하나 둘 쌓이고 그것들이 전략적인 검증을 통해서 좀 더 다듬어진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소녀시대라는 거다.



그러니 이제와서 그런 거 귀에 들렸다고 소녀시대가 그 무슨 미덕을 최고옵션으로 두른 듯한 얘기는 기도 안차는 얘기다. 그리고 파토님 개인의 음악적 내공이야 알겠지만 그런 권위에 기대서 소녀시대 쉴드 쳐주고 결국은 욕망의 순수함에 대한 증거로 들이대는 건 생각해도 너무 손발이 오그라 들지 않냐?


'수준 높은 엔터테인먼트' 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감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욕망이나 흑심과는 차별화된다라는 것일텐데 그게 정말 사실이냔 말이다. 파토님이 말한 것들은 결국 소녀시대라는 다양한 쾌락을 발생시키는 종합선물세트의 한 일면들일 뿐이지 않냐?


 


그렇다면 소녀시대에 하악대는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나는 괴물이냐?


어린 시절 친구의 애인? 친구누나? 친구동생? 결국 그거 로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딸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거 모르냐? 결국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인 것이다.



세상에 일어나기 힘든 일이 막상 벌어졌을 때의 그 순간을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뭐라 하는지 아냐? 자기들이 믿고 싶은 대로 부르는 거다. 우연이거나 기적이거나. 마찬가지다. 남자들의 로망이거나 딸감이거나.


 


친구누나 안꼴리냐? 친구 여동생 안꼴리냐? 친구 애인 안꼴리냐?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나의 뇌내망상에만 있는 거 억지로 끄집어낸 거야? 그런 거야?


 


물론 '흑심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히 얘기해보자. 남자가 여성에게 품는 마음의 궁극은 결국 섹스다. 근데 그거 아냐? 섹스는 그저 중립적이다라는 걸. 그 섹스를 원하는 것은 그저 욕망 그 자체일 뿐이다. 그 욕망을 어디까지 선을 두느냐 하는 것에서부터 가치판단이 시작되는 것이다. 근데 아이돌보면서 내가 방에서 바지를 내리던, 사진에 침을 바르던, 조용히 정좌하고 '소원을 말해봐'를 순결하게 바라보던 그 차이들이 도대체 뭐냐? 개인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게 나쁜 거냐는 말이다. 내가 소녀시대의 침실에 쳐들어가 강간하지 않는 이상 그건 나쁘다 좋다라고 가치판단을 할 꺼리조차 못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상황을 미화시키거나 혹은 삐뚤게 바라볼 필요도 없단 말이다.


 


파토님의 글은 결국 본인이 불쾌감을 느낀 만화의 시선과 교묘하도록 닮아있다. 배제하고 타자화시키고 가치판단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좋으면 된다. 좋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꼴리면 꼴린대로, 순결하면 순결한대로 인정해라. 그리고 그게 뒤섞여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엔터테인먼트는 바로 그런 거다.



집요하게 비추는 로우앵글을 통해 그녀들의 거뭇한 가랑이 사이에 본능적으로 포커싱이 안되는 수컷들이 얼마나 되겠냐? 치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팬티가 아니라 속바지라는 것에 아쉬워하지 않는 수컷들이 또 얼마나 되겠냐?


 



도대체 이걸 보면서 꼴림포인트를 못찾는다면 그게 수컷이냐?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 어린애들을 욕망하는 게 쪽팔린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인간 사이의 선을 긋고 사람을 배제시키고 타자화시키는 그런 식의 선 가르기가 쪽팔린 거다. 어른이 된다고 어느 시점부터 어른되는 버튼이 생기는거 아니지 않냐? 그냥 어릴 때랑 똑같은 거고, 다만 그런류의 자연발생적인 욕망들을 어떻게 조절하고 운용하는가를 배우고 익숙해졌을 뿐 아니냐. 소녀시대보고 꼴린다라는 말 못하겠으면 그냥 섹시하다라고 말하면 그만인 거다.


 


파토님은 순정을 상기하며 '소원을 말해봐'의 세련된 곡구성에 감상포인트를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소원을 말해봐라는 구체적인 명령에 아주 구체적으로 내가 말할 소원을 상상했었다. 왜 말 못하겠냐? 난 니네들이랑 떼씹하고 싶다고. 내가 나쁜놈이냐?


 


팬티나 다름없는 꼭 끼는 핫팬츠에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교태를 부리는 한창때의 여자아이가 나에게 소원을 말하기를 종용한다. 난 그렇게 이해했다.


 


물론 그렇다고 곡의 세련됨이나 안무의 즐거움. 그리고 개벌적인 상황과 인물에 따른 감상포인트가 따로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간 건 아니다. 바로 그 모든 것이 들어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술 한잔 하면서 입으로 애들 강간하다가도 파토님처럼 어린 시절 향수도 얘기하고 뭐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 소비되기 위해 만들어진 쾌락의 총집합이자 엑기스가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 소녀시대이다. 그걸로 그 애들은 돈을 벌고 우리는 소비하는 거 아닌가?


제발 중장년층이 어린애들 욕망하는 거. 그거 잘못 보신 겁니다라고 말 좀 하지 말자.
그거 오해입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지 않냐?


 


이제는 더 이상 아이돌을 보는 중년들의 시선에 대한 쉴드치기는 그만하자. 언제나 잊을만하면 누군가가 이 떡밥을 무는데, 솔직히 말해 웃기지도 않다.
난 파토님처럼 결혼도 안하고 애도 없어서 그런지 자동으로 마음속의 경계가 생기지 않는다. 결혼하고 애 생기면 그런 거 생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써 그걸 부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인간의 쾌락의 범주는 결국 학습에 의하여 체화된 시스템 아니겠냐? 그 범주가 시대마다 다르듯이 사람마다도 다른 거다.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소녀시대를 소비하면 그만인 거다. 기형적인 음악시장 속에서 아이돌과 함께 성장한 우리 세대와 우리 밑의 애들이 어릴 때부터 보아온 것들의 새로운 버전을 즐기는 것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이냐? 또한 이제 와서 새롭게 눈에 들어오게 된 또 다른 영역의 즐거움에 대해 뭐 그리 치사하게 이것저것 변명을 늘어놓느냔 말이다.


 


정녕 나이든 남자로서 어린 여자들을 욕망하는 것이 혹은 쳐다보는 것이 부끄럽거나 옳지않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쉴드치지 말고 왜 그런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앞서 말한 쾌락의 메카니즘도 좋고, 성의 상품화도 좋고 다 좋단 말이다.


 


왜 아바를 좋아하고 기타를 전공하며 놀라운 정치평론과 음모론의 달인이었던 사람이 어느 한순간 아이돌에 녹아내렸는지. 그것이 오로지 순도 120%의 놀라운 음악적 완성도와 애틋한 향수때문인건가? 정녕? 정말?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다. 허벅지를 보고도 허벅지라 말 못 하는 게 아니라 허벅지가 보이지 않았던 거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타인도 본인과 같다고 생각하는 그 무서운 획일화가 나같은 중년을 불편하게 한다. 난 변태 아니다.(솔직히 변태의 기준이 뭐냐? 애널섹스냐? 스트리킹이냐? 복장도착이냐? 소아성애냐?) 그냥 내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렇다고해서 사회적인 금기나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면서까지 본인의 욕구를 실현하려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거냐? 나 때문에 도매금으로 중년들이 변태취급 받는다고 돌을 맞고 배제되어야만 하는 거냐? 나 같은 놈들은 발찌차고 국가의 감시아래 두어야 하는 거냐?



나같은 이를 분명 타겟으로 한 만화가 순수한 파토님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나 역시 다른 방식으로 파토님처럼 소녀시대를 소비하는 팬일 뿐이다. 그리고 나 같은 녀석도 품는게 그게 똘레랑스 아니냐? 어떤 기준을 두고 그 기준에 벗어나면 이러쿵 저러쿵 배제하는 거. 그런 게 나쁜 거라는 거 잘 알고들 있잖아.



그냥 좀 솔직해지자고. 본인이 그렇지 않더라도 타인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런 걸 비꼬는 시선이 불쾌할 수는 있지만, 그건 그 시선을 드러내는 애들의 저열함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일 뿐이야. 그리고 솔직히 그 시선은 어느 정도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 이런 놈 저런 년들이 다 엮여서 사는 거지 뭐.


 


마지막으로 파토님을 달래는 한마디.


뭐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실 양반이겠지만, 그냥 소녀시대 줄세우기를 넘어서서 순수하게 '낭심'으로도 한번 느껴보세요.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답니다.



보너스 하나. 나도 해보는 소녀시대 줄 세우기.
나는 5위까지 가지도 않는다.


 


두둥~


1위. 효연빼고 모두다.


 


얼굴로 사람 가르는 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거 안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이런 행동을 유발하게끔 만들어진 게 소녀시대다. 사용설명서에 포함되는 거라고.



결국 이전 순위에서 5위까지 머무는 건 이런 비난을 피하고 싶은 얄팍한 마음의 커다란 우회로 아니겠어? 난 솔직하게 내 머리 속의 할렘을 작동시킬 뿐이다. 아 그리고 난 소희빠다.


 


둘. 훈훈한 급마무리를 위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무대를 올린다.


지겹게 본 거 왜 올리냐고? 잠깐만 들어봐라. 이 무대는 말이야 아이돌을 열렬히 챙겨보는 내가 꼽는 베스트영상이다. 특히 태연빠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지. 아마도 여기 올 사람들은 이런 거 챙겨보지 않을 거 같아 내가 특별히 콜렉션을 전시하는 기분으로 공유하는 거다.


 


일단 애들이 골고루 가장 예쁘게 나온 순간이다. 아쉽게도 모자 때문에 수영은 얼굴의 단점이 노출되서 수영만 좀 안습인 게 슬프지. 거기에 SBS 카메라맨들은 확실히 나랑 취향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욕망에 충실하지. 소녀시대의 안무와 아이들의 순서, 그리고 꼴림포인트를 정확하게 찝는 카메라워킹이 일품이다.


 


그리고 5분 10초 근처에 나오는 태연의 솔로는 유심히 좀 봐주길 바란다. 이 무대 즈음으로 해서 이후에는 태연도 조금 민망한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엉덩이 흔드는 안무다. 그런데 이 무대 바로 전 타방송 컴백 무대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태연이 아마 지적을 들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생각에는). 그래서 이 무대에서 (내 예상으로는) 작심하고 적극적으로 춤을 춘(엉덩이를 흔든)다. 근데 그걸 또 귀신같이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한다. 거기에 이제는 전설적인 움짤이 되어버린 핫팬츠가 비명을 지르는 티파니의 뒤태가 그 뒤를 이어 5분 35초 근처에 작렬한다.


 


말 그대로 가장 베스트 퍼포먼스에 베스트 영상. 그리고 초레어 태연 엉덩춤 클로즈업과 티파니의 비명팬츠가 존재하는 기적의 영상이다. 즐감하던 즐딸하던 그건 당신들의 몫이다. 아참! 앞에 나오는 발라드는 소시빠가 아니라면 조금 참기 힘들지도 몰라. 그러니 그냥 스킵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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