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88lights 추천0 비추천0

2009.12.11. 금요일


88lights


 


 


 


 


1


 


 


눈을 감고 당신이 중세시대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


.


.


.


.


.


.


.


 


 


근대사회가 보이시는가?


 


 


 


맞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그게 끝인가? 보이지 않았다면 없는 것인가?


 


르네상스라는 시대 구분이 있다. 이걸 근대로 넣어 말어,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 근대철학회에서 공저한 근대철학사에서는 근대에 넣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정내리고 있다.


 


뭐.. 넣거나 말거나.


 


르네상스라는 중세시대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 중세는 근대로 갑자기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 르네상스라는 매개가 있었고 그 매개는 중세로 '잠정' 규정되고 있다는 점. 즉 이 매개는 중세라는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점.


 


둘, 이 르네상스 시대에 벌어진 일들은 시스템 외부로부터의 자극이었다는 점. (고대 희랍의 문서들의 역수입 등등).


 


근데 좀 복잡하다. 하나는 시스템 내부에서 변화가 가능하다 말하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의 외부에서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 같고.. 그러나 복잡할 것 없다. 시스템 외부의 자극 자체가 중세 시스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령 교회의 동방원정, 교회의 극심한 부패로 인한 자기 정화운동(종교개혁), 교회의 학문활동(신의 질서를 파악하려는 물리학, 천문학의 연구) 등은 중세 시스템의 산물이다. 르네상스가 던져주는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는 하나로 통일된다. 중세의 시스템은 근대를 낳았다.


 



숨어있는 근대를 찾아보아요.


 


노무현이 MB를 낳고, 영삼이가 김대중을 낳고, 노태우가 영삼이를 낳고, 전두환이 노태우를 싸고, 박정희가 전두환과 노태우라는 똥 두덩이를 싸 놓은 것처럼... 그럼 박똥은 하늘에서 떨어졌나? 오호... 신의 똥덩어리!!


 


자.. 질문을 다시 해보자.


 


"눈을 감고 당신이 중세시대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근대사회가 보이시는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씨바. 그러나.. 내가 지금 있는 그 중세가 르네상스라고 후에 칭해진 그 시기라면, 최소한 그와 근접한 시기라면, 나는 뭔가 느낄 수도 있는 거다.


 


 


2


 


그렇다고 이렇게 질문하지 말자. 명박스럽게, "르네상스가 오기 전에 르네상스를 봤어?" 물론 못 봤다. 그러나 그 근접한 시기라면 르네상스라는 그걸 보진 못했도 느낄 수는 있지 않겠냐.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변화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이 말. 사실 투덜이가 하는 말하고 많이 다른 것이 아니다.


 


김규항이 하는 말하고도 많이 다른 말 아니다


 


아니 그럼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그것을 위해 뭔가라도 해야 세상이 변하지 그냥 변하냐? 근데... 왜 투덜이가 인용하고 김규항이 말한 근대캉 중세캉 을 나는 씹어돌리고 있는가?


 


사람들 머리가 딱 명박다울 때, 내가 하는 말은 투덜이 말과 하늘만치 땅만치 차이나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에 '대운하' 탁 박히면,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대운하'. 측근 비리가 터져도 '대운하', 나라가 거덜나도 '대운하'.


이렇게 딱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을 때는 말이다.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과 유시민을 지지한다는 것(나는 지지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이 전혀 양립 불가능한, 명박이와 쥐덫이 양립 불가능하듯 생각되기 때문이다.


 


'개혁은 진보가 아니다'


 


김규항의 단골 멘트고, 맞다.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이 '개혁은 진보에 대립한다'를 의미할 때 이 말은 깔끔하게 틀렸다. 수치가 입증한다. 누가 통계자료 찾으면 갖다 붙여 줘라.


 


진보 진영(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지지율과 열린 우리당의 지지율은 역관계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적어도 내가 접한 통계에서는) 단 한번도 그렇게 진행된 적이 없었다. 노무현 탄핵이 민노당에 금뱃지를 달아주었다. 아무리 양보해도 딱 두개 빼고는 노무현이 달아줬다. 그리고 그 여파를 보라. 10년간 MB를 낳기 위해 힘써주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있었기에 오늘날 그 파탄난(매우 안타깝다) 진보진영에서도 여전히 금뺏지가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 그 '광란'의 신자유주의 10년이 진보진영에게 '설마' 하는 기대를 줬던 10년 아니었냐? 이렇게 진행되면 정권도 잡을 만하다 생각했던 10년 아니었냐? 아니냐?


 


요즘 노동계 봐라. 말 더 할까?


 


김대중 노무현 노동계 탄압했다. 맞다. 그런데 MB는 고분고분 대해줘서 그렇게 소프트하게 물러서서 노동계 붕괴를 오늘내일 기다리시는가? 솔직히 말하자. 그러나 솔직히 말하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실히 하자. 노무현 김대중 노동계 탄압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권 설립한 이래 노동계가 가장 편했던 10년이 김대중 노무현의 노동탄압 10년 아니었냐? 아니냐? 생존이 아니라 뭔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던 것이 그 노동탄압 10년 아니었냐? 아니냐?


 


꿈은 꿀 수 있는 상황이란 게 있다. 잠을 자야 꿈도 꾼다.


 


자 다시 상상해보자. 그리고 또 묻자. 나는 중세에 있다. 근대가 보이냐고?


 


보이지 않는다, 또. 씨바. 그런데 나는 뭔가를 느낄 수 있고 점점 더 잘 느낄 수 있다. 중세 시스템 하에서 뭔가가, 이름하여 '개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십니까?"


햇볕이 가려져도 몸으로는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쉽게 하기 위해 질문을 바꿔보자.


 


"눈을 감고 당신이 지금 고대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근대가 보이시는가?"


 


절대 안 보이고 느낄 수도 없다 (느끼면 니가 명박이다.). 


근대는 중세라는 잠 속에서라야 꿈이라도 꿀 수 있고, 르네상스에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뭔가를 느낄 때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3


 


내가 꿈꾸는 사회는 프랑스식의 사민주의다. 이것을 기준으로 우파좌파 기준으로 왔다갔다 하는 거다. 보신당이 추구하는 정책노선이 현재 이 기준에서 조금 오른쪽인거 같다. 그러나 나는 다음 대선에서 진보신당이 집권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가능이라도 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혹 계시는가들?


 


집권한다면 본인들도 당황할거다. 시스템을 바꿀 힘은 커녕 지금 시스템을 돌릴 힘도 없다. 그러나 다음 정권에서 한나라당에서 또 집권하는 것은 그냥 상상하기도 싫다. 쥐새끼 정권 말기에 노동계는 거의 초토화되어 있을 거이고, 이런 정권 5년이면 진보진영은 미안하다, 사라질 것이다


 



"우와, 노동자다!"


"때리자!"



 


진보진영은 개혁진영과 공생관계다.혹 역겹더라도 지금은 그렇다 그게 사실이다. 반대로 개혁진영도 진보진영과 공생관계지 먹여 살리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해야한다. 진보진영을 포섭하지 못할 때, 친노세력은 진보진영과 함께 사라질 것이고 민주당은 로또 맞는 것보다 조금 높은 확률로 지역당으로나마 남을 것이다.


 


이런 정치에 대한 책임질래야 질 수도 없는 훈수, 매우 싫어하지만 딴지라 한 번 해본다.


 


짧은 생각에, 개혁진영은 서울 시장 노회찬에게 주고 복지부 장관자리 심상정에게 약조해줘라. 그리고 진보진영은 나머지 다 줘라. 그게 현 상황에서 양쪽에게 가장 좋은 결실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내게 묻지 마시라.


 


 


4


 


사람 머리는 놀랍고 다양하다.


 


명박이처럼 '대운하'하면 그것만 생각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메트릭스 같은 영화를 찍는 사람들도 있다(근데 미안타 사실 난 이 영화 별로다).


 


사람들아. 최소한 명박처럼은 되지 말자


 


왜 두 사안이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시스템 내에서의 변화는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철학사에 그런 주장이 있었다. 소위 구조주의라고 하는 것. 그런데 이런 변화 불가능성은 구조주의라는 사유의 비극적 결론이었지 전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결론에 의해 구조주의라는 사유는 적어도 철학의 영역에서 중심의 위치를 잃는다.


 


왜?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그 주장은 틀렸기 때문이다. 중세 시스템은 근대를 준비할 수 있다. 혹은, 중세 시스템만이 근대를 준비할 수 있다.


 


노무현이 성공적이었다면, 어쩜 사람들은 심상정과 유시민(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이해찬일 것 같으나)의 대선 빅매치를 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 진보진영과 개혁진영의 빅매치를 준비하자. 그러기 위해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시스템 내의 변화가 필요하다.


 


근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진보정치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세계를 꿈꾸면서 오늘을 준비하자.


 


김규항 자신도 하는 일이다. 그의 고꿈사(애 키우신다면 이거 다들 하나씩 구독하시라)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있다. 현 시스템 내에서 작동한다, 그 시스템으로 다른 세상을 준비한다.


 


졸라 길었다 미안타.


다 읽었다면 그대는 멋쟁이.


고맙다.


 


 


 


 


정치불패


88lights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