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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일 2013년엔 직계존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2017년 대선에 출마할 때는 어머니 재산공개를 거부한 심상정처럼 문재인이 재산공개를 거부했다면?

 

만일 안철수의 계단런을 문재인이 했다면?

 

만일 황교안의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엘리베이터 의전이나 서울역 플랫폼 의전을 문재인이 받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보다 중립적인척함으로써 누구보다도 정파적인 기자들에 의해 맹폭격을 당해 가루가 되었을 거다.

 

아니라고? 처마연장을 불법건축물로 둔갑시키고 양말과 의자가 비싼 거라며 문제가 있다는 듯 얘기한 기사를 본 적 없나?  

 

문재인 의자 기사.JPG

<기사 링크>

출처 - <인사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갈 사저를 무슨 대단한 사치라도 부리는 듯이 여론에 불붙여보려고 한 기사들 못 봤는가?

 

노무현의 호화 요트와 노방궁 경험을 가진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불붙이는데 실패한 거다. 안 그랬으면 무슨 큰 문제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졌을 거라 확신한다.

 

수구 언론들이 별문제가 아닌 걸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치고 나가면 진보 언론들이 옳다구나 받아썼을 것이고,

 

같은 진보 진영에서도 문제라는 걸 보니 정말 문제가 있는 거 라고 지적하는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들과 정치인들의 말로 모든 포탈 기사와 댓글이 도배됐을 것이고,

 

여론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변했을 거다. 늘 그랬듯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고점 일 때는 80%를 상회했고, 조국 장관 국면에서는 잠시 40%를 하회하기도 했으나 40% 밑으로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권 기간 동안 지지율은 5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이 사실은 뭘 의미할까?

 

 

잘못 인식되는 정치 지지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의미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소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최대 포털인 네이버 댓글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미만이어야만 한다. 모두 문재인 아니 문재앙을 욕하고 있다. (다음의 댓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트래픽 점유율은 82 수준이다. 의미 없다)

 

지지율대로 따지면 댓글의 절반 가까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두둔해야만 한다. 최소한 3분의 1이라도.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민주 진영 사람들은 자신들을 실제보다 소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하다. 기사들을 봐도 포털의 댓글을 봐도 민주 진영에 적대적인 댓글이 많다.

 

언론의 책무가 권력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집권하는 지금, 기자들이 쓴 기사의 대부분이 민주당에 비판적인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때 G20 경제효과 450조 같은 기사나 박근혜의 패션쇼나 외국어 실력에 감탄하던 기사의 양과 최근 카타르 LNG선 수주 기사의 양을 비교해 보면 비판이 의무라는 기자들이 하는 말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일 수는 없다.

 

박근혜 신년간담회.jpeg

 

국회에서 탄핵되어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던 박근혜에게 공손하던 기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던 문재인에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김예령 SBS.JPG

 

이런 언론/댓글 지형 하에서 사람들의 인식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밴드 웨건 효과나 침묵의 나선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강자처럼 혹은 다수처럼 보이는 쪽의 의견을 따라가는 사람이 생기면서 숫자가 늘어나고, 숫자가 늘어나니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되먹임 현상이 생긴다.

 

자신을 소수 혹은 약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되고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더 소수로 인식해 더욱 입을 다물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실제로는 소수인 사람들이 다수로 보이고 다수인 사람들이 소수처럼 보인다.

 

조국 사태 때 보았듯이 처음에 조국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숫자가 몇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서초동 집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가지고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총선 때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은 샤이보수 타령을 하면서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하며 자기들이 1당이 될 거라고 큰소리쳤고, 민주당 정치인들은 과반은 거의 불가능하고, 1당조차 불안 불안하다 말했으며 정의당은 자신들이 원내 교섭 단체까지는 몰라도 10석 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샤이보수.JPG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는 저 모든 말이 다 헛소리라는 걸 안다.

 

 

두 가지 잘못된 인식

 

이게 단순히 뒤처진 쪽에서 치는 큰소리나 부자 몸조심인 걸까? 유시민이 180석 얘기를 했을 때 민주당에서 보인 신경질적인 반응이나 선거 결과를 예측하던 통합당, 정의당의 태도를 보면 부자 몸조심이나 큰소리라고만 생각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

 

통합당에서는 극우 유튜버들의 말만 듣고 여론조사는 틀렸고, 유시민은 턱도 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라는 식으로 반응했고 민주당 쪽에서는 유시민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나 그 똑똑하던 유시민도 이제 감을 잃었구나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유시민2.jpg

 

유시민을 제외하면 정치권이나 여론 조사전문가들이란 사람 중에 2018년 지선이나 올해 총선에서 민주 진영의 압승을 비슷하게라도 예측한 사람이 없다(선거 당일이 아닌 그 전부터 민주 진영의 압승을 예측한 사람은 유시민뿐이었다). 전부 바보라서 그런 걸까?

 

아니다. 다 똑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두 가지 잘못된 인식 때문에 이들의 예측은 전부 틀렸다.

 

삼분된 진영이 양분됐다고 생각했고, 언론/기자들 여론지형과 국민 여론 분포 지형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다.

 

인간은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하면 입을 다무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쪽에서 상대방과 같은 목소리를 내면 더욱 위축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가 넘는데 포털 기사들 댓글은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댓글로 가득하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엔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기사들은 비판적인 기사들뿐이다.

 

기사를 봐도 댓글을 봐도 적대적이니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소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호적인 말은 없고 비판만 들린다.

 

특히나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진보 언론도 족벌 언론사들과 같은 논조로 비판을 한다. ‘어라? 우리 편까지 비판하는 걸 보니 뭔가 잘못하긴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오랫동안 착각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진영이 진보진영이 아닌데도 진보진영을 지지하고 있다고 착각했고 언론사/기자들의 지형이 국민 여론 지형과 비슷하다고 착각했다.

 

언론도 예전에는 진보진영이라 뭉뚱그려 말했고, 요새는 범진보 진영이라는 말로 이런 착각을 공유하거나 부추겼다. 이런 착각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아니 지났다.

 

2016년 총선부터 2020년 총선 결과를 보면 민주 진영 지지자들의 숫자가 가장 많고 보수 진영 지지자들이 그다음 그리고 진보 진영 지지자들이 가장 적다. 민주/보수/진보의 비율은 541이나 63.50.5 정도로 볼 수 있다. 정당 지지율 조사가 말해준다.

 

리얼미터.jpg

 

 

언론의 역설

 

언론 상황을 보면 전혀 다르다. 방송사는 정부의 관리와 허가 대상이라 명확하게 진영을 나누기 어려우니 여기서는 빼고 얘기하겠다.

 

조선, 중앙, 동아와 매경, 한경 같은 경제지 등 거의 모든 매체가 보수 진영과 비슷한 논조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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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과 비슷한 논조의 매체로는 한겨레, 경향 등 소수 매체가 있고, 민주 진영과 비슷한 논조의 매체는 없다고 말해도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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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정치 성향 분포는 실제 여론 분포와 더욱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본 적이 없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볼 때 631 내지는 72.50.5의 분포다.

 

보수/민주/진보의 순서가 아니다. 보수/진보/민주의 순서다. 민주 진영을 지지한다는 기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천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기자 사회에서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기자는 별종이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자기가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말하는 기자들도 당연히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기가 어느 진영을 지지한다고 밝히지는 않지만, 사석에선 정치 성향을 곧잘 말하고, 기사에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다.

 

진보 성향 기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만,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기자들은 이단아 취급을 당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저거 뭐야? 병신이야?’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기자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기자들이 정치 진영 분포를 착각하고 있으니 언론에 드러나는 정치 지형 분포에 대한 인식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이런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결정적인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어떤 사건일까?

 

-계속

 

 


덧붙이는 말, 심상정 대표에게

 

심상정 대표는 나중에 어머니의 재산을 공개했다. 아마 어머니가 재산공개를 원치 않으셨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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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상정 대표가 이런 부분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한다. 심상정 대표는 선명성을 내세우느라 타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매몰차게 대한다.

 

류호정 의원이 롤 대리로 문제가 되었을 때 사과했으니 봐달라는 식으로 얘길 했는데 그럴 수 있다.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면 따뜻하게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진짜 진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심상정 대표는 조국이나 윤미향에게 칼날이 겨눠졌을 땐, 데스노트 타령을 하며 매몰차게 대했다는 점이다.

 

본인이 재산공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작 본인 모친의 재산은 공개하지 못했던 과거를 잊지 않고, 어떤 사안이 있을 때 한 번쯤 타인의 사정을 헤아려보려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또한 정의당이 약자들의 편에 서려는 소수정당이라고 해서 4선 의원인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심상정 대표는 본인을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4선 국회의원이 사회적 약자라면 대체 누가 사회적 강자인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싸우는 것과 사회적 약자인 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