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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할 딴지 편집부, 나 혼자 잘먹고 잘 살고 싶었는데! 

모든 금융상품에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개편안이 논란이다. 양도세라는 건, 주식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했을 때 여기에 세금을 물리는 제도이다. 주식 종목당 10억 이상을 소유한 투자자에게만 부과해왔던 양도세를, 2023년부터 모든 투자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보자. 개편안 이전의 양도세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허점 투성이다. 한종목에 대한 보유금액이 연말 기준으로 10억을 넘어가면 양도세를 내왔다. 여기서 포인트는, '한 종목'과 '연말'이다. 전체 주식 보유액이 10억이 넘더라도, 이게 한종목에 10억 이상 몰빵되지만 않으면 양도세를 피할 수 있다.

 

또한, 10억 이상 한종목에 투자 중이라도, 연말 전에만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피해나갈 구멍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양도세를 내는 것은 기업을 소유한 오너 일가, 아니면 투자금액이 너무 커서 돈을 움직이기 힘든 큰 손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금융 소득에 대한 양도세 제도를 언제가 되었든 손 볼 필요성이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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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큰 액수로 주식하는 사람 입장에서 갑자기 안 내던 세금을 내야 되게 생겼으니 솔직히 아깝다. 이런 내 심정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않는 딴지일보 편집장은, '종부세 논란 때처럼 부자들 세금 걱정하게 만드는 찌라시발 서민 삐라가 대량 살포되었다'며 흥분, 나한테 주식 양도세에 관한 기사를 쓰라고 압박을 보냈다. 이 자리를 빌려,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주식 양도세 확대 결사반대! 나 세금 더 내기 싫다! 나 혼자 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2. 근데 경제지랑 보수언론, 니네가 왜 내 걱정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경제지 등과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주식 양도세 확대를 비판하거나 우려해주는 기사들을 접했다. 누군가 내 이익을 대변해서 기사를 써주고, 거기에다 댓글까지 달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들 중 절대 다수는 양도세를 낼 걱정이 없는 사람들인데도 나를 이렇게 걱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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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도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주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고점에 물려있는 개미들은 자동 탈락. 그리고 제일 중요한 공제액을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다. 금융 소득에 대한 공제액이 무려 2천만 원이나 된다. 한해 주식으로 2천만 원 보다 더 수익을 내지 않는 이상, 양도세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된다. 일 년에 2천만 원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억 단위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서 시드가 작은 일반투자자들도 탈락.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은 거의 부동산에 몰빵되어 있다. 순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있다. 참고로 미국과 일본은, 부동산 등 비 금융자산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다. 우리나라처럼 주식 보유금액이 적은 나라, 흔치않다. 이런 나라에서, 나처럼 억 단위를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양도세 확대는 주식투자자 중 금융 소득이 많은 상위 5%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 상위 5%를 걱정해 주는 기사와 댓글이 이렇게나 많이 달리다니! 솔직히 가슴 좀 찡했다. 종부세를 낼 일 없는 사람들이 종부세 걱정을 대신해 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런 문제들이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감능력이 참 뛰어난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한테는.

 

 

3. 너네가 좋아하는 미국 얘기도 해보자   

일부 사려깊은 분들께서는, 우리나라가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 해외 주식으로 자본이 빠져나갈 걱정을 하고 계신다. 일단,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이미 양도세가 도입되어 있다. 국내 자본이 세금 때문에 갑자기 해외로 도망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그렇다면 외국자본은? 음, 글치, 외국인도 이럴 때만 사람이지. 그런데 걔들도 지들나라에 이미 내고 있을 걸?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주식을 하는 나 같은 경우, 한국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 미국 국세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 세법상,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 또한 미국에다가 내야 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미국인이 아닌데도 말이다. 미국에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은 국외 소득에 대해서도 미국에다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미 미국에다가 세금을 내더라도, 한국에 양도세가 생기면 세금을 두 번 내는 거 아니냐고? 뭐 그렇긴 한데 더 내진 않을걸?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와 조세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협약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낸 세금만큼 다른나라에다가는 세금을 덜 내도 된다.

 

나처럼 미국에서 한국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의 경우, 만약 한국에 양도세가 생기더라도, 전체 세금의 양이 크게 변할 일은 없다. 왜냐하면, 한국에다가 낸 세금만큼 미국에다가 덜 내도 되거든. 바꿔 말하자면, 현재 나는 한국 정부가 양도세를 안 받아 가니, 그 양도세를 미국정부에다가 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외국 거주자가 세금이 무서워서 한국 주식을 사지 않을 일은 거의 없다.

 

미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국의 양도세는 살벌하다. 엄청 많이 떼가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모든 금융 소득을 단기금융소득과 장기금융소득으로 나눈다. 단기금융소득은, 보유한지 1년 미만의 주식에서 발생한 소득을 의미한다. 미국은 단기금융소득에대해서, 월급과 동일한 일반 소득으로 인식한다. 이거 엄청나게 살벌한 규정이다. 금융소득이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다. 월급 등의 일반 소득과 합산시켜 무지막지한 소득세를 때린다. 고소득자의 경우 최대 40.8%까지 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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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지 1년 이상의 주식에서 발생하는 장기금융소득은 그나마 좀 낫다. 최대 세율이 20% 수준이다. 하지만, 직접 세금 내본 사람들은 안다. 이게 얼마나 빡치는건지. 기본세율이 20%라는 것뿐이지, 여기에 오바마 택스라고 불리는 건강보험료 비스무레한거를 3.8% 가산해야 한다. 오바마케어 찬성하는 사람들도, 이 세금 내야 될 때는 오바마 욕을 하게 된다.

 

여기에 플러스로 주세도 내야 한다. 내가 사는 버지니아주의 주세는 5.75%이다. 나 같은 경우 이것저것 떼고 나면, 장기금융소득이라고 하더라도 30% 가까이 세금을 내야 된다! (그나마 버지니아는 주세가 낮은 편이다. 캘리포니아나 뉴욕 사시는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를).

 

결과적으로 나는 주식으로 딴 돈의 삼분의 일 가까이를 미국에다가 세금으로 갖다 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금융 소득에 대해서 똑같이 세금을 물리는 것이 일반적인 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양도세 20% 물린다고,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걱정까진 안 해주셔도 된다.

 

마지막으로 혹자는, 주식에 양도세를 매기는 것이,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주장을 한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유일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주식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다가 양도세를 물리는 건, 개미들이 부자가 될 기회를 막는 것 아니냐는 거다.

 

주식 팔아 집 산 나로서는 솔까 반박 불가다. 근데, 나같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주식에 몰빵하는 경우가 과연 일반적일까. 이 기사를 압박한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이 나보고 미친사람 같다고 그러던데(본인이 더 미친 건 모르는 모양?), 이런 비정상적인 경우를 마치 모두의 경우인 것처럼 다루는 게 지금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실태다.   

 

난 모르겠다. 설령, 나 같은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주식을 일확천금을 위한 도박판으로 장려하고,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여기에 면세 혜택까지 주는 게 옳은 정책인지, 모르겠다.

 

아참, 그리고, 로또에도 세금은 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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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번 정책의 핵심은?   

이번 양도세는 소득이 난 곳에 과세를 한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금융 소득에 대한 과세가 말 그대로 쌍팔년도식이라, 현실에 맞게 고쳐보려는 시도다. 그나마도 공제액 2천만원을 준다. 실제로 양도세 내는 건, 주식판에서 돈 잘 버는 상위 5% 랭커다. 

 

이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부동산가격 문제까지 끌어들이는 건 좀 구차하지 않나? 부동산은 부동산 가격이 그 나름대로 문제이고, 부동산 정책으로 풀어야 된다. 지금까지 주식에 양도세가 없다시피했다고 여유자금이 전부 주식판으로 옮겨갔나? 아니잖냐.

 

나는 그냥 경제지와 보수지는 이제 솔직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세금 덜 냈으면 좋겠다고, 내가 더 잘 먹고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들의 따뜻한 진심은 이미 내 응꼬까지 잘 전해지고 있다. 내 걱정을 이렇게 많이 해주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가. 

 

근데 니들이 이렇게 재벌 편, 있는 자 편 열심히 들면서 있는 힘껏 핥아댄다고 걔들이 니들을 언제까지 챙겨줄지는 모르겠다. 

 

그래, 열심히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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