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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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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2015년을 결산하고 있다!


영화라면, 연말은 스타워즈 같은 신작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시기지만 IT 쪽이라면 11~12월은 신제품 출시 가뭄의 시기다. 미국은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주 금요일 부터 크리스마스,새해시즌)기간동안 지금까지 나왔던 제품들을 싸게 푼다. 이 시기에는 주력상품의 악세사리는 나올지언정 주력 상품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미국만 여기 해당 되는 건 아니다. 너무도 유명한 중국의 Alibaba도 11월 11일(솔로의 날) 하루에 우리 돈 10조 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말로는 싸게 팔았다고 하지만 쌓여있는 상품의 재고를 처리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12월은 원래 하드웨어 신제품 출시가 잠잠한 달이지만 이런 할인 기간에 신제품을 내놓을 이유는 더더욱 없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신 제품을 싸게 풀 수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 최신 제품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루머만 풍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2015년을 뒤돌아 보면 성공적인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마디로 "혁신이 없었다" (이 흔해 빠진 기사 제목 문구를 필자가 인용할지 몰랐다.) 작년에는 잘한 놈 3개, 못한 놈 3개를 골라 나름의 편협한 상벌을 준 바 있는데 올해는 이렇게 하면 특정회사가 너무 독식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잘한 놈을 선택할 때도 애플 제품들을 못한 놈을 고를 때도 애플 제품들을 선택할 것 같다는 얘기다. 이런 독식을 애써 피하려고 해봤자 이미 외신과 국내 뉴스에 좋든 나쁘든 애플은 계속 언급되어 버린 상황이다. 2015년 결산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TV, 애플 펜슬을 언급 안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필자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아니 언급하기 싫다. 그러다 보니 삼성, 엘지, 샤오미 등도 덩달아 언급을 안 하게 된다. 구글, 애플, 삼성은 2015년 내내 등장했고 내년에도 계속 등장할 거다. 덕분에 잘한 놈, 못한 놈 구도로 글을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구글, 애플, 삼성 이야기를 건너 뛰자 올해가 IT계에서 유독 근 미래 얘기를 많이 한 해였음이 보인다. 그 중심에 당당히 오른 기술이 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IT와 관련이 적었다. 그런데 이 원칙이 2015년 자동차 계의 기존 시장과 신 시장에서 모두 깨졌다. 기존 시장의 폭스바겐, 그리고 신 시장의 테슬라에 의해서 말이다. 

올해 최대 이슈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이다.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의 비도덕성에 기인했다. 하지만 단순한 비리 부정 사건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지금까지 자동차 효율의 상징이었던 디젤이 더 이상 비전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된 사건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도 전세계적인 환경 규제 흐름에 따라 내년부터 유로6를 의무화한다. 다시 디젤로 이 기준을 만족시키려 노력하는 회사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어쨌듯 올해는 상징적으로나마 자동차 기술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해였다. 그래서 1빠로 테슬라를 이야기 해야겠다.




1. 테슬라 라이징, 모델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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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공개한 모델 X는 전기차라는 점에 더해 안전과 실용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안 있으면 제주도에서 테슬라를 탈 수 있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이 뉴스는 금세 SNS를 뒤덮었다. 우리나라에 상품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부각되고 있을까?


테슬라 성공의 절반은 CEO의 지명도에 있지 않나 싶다. 2015년 엘론 머스크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만큼이나 많이 언급되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어릴 적 꿈이 우주여행이라는 것, 그래서 우주 비행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엘론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스페이스X는 재활용 우주선 착륙에 성공하였고 우주 비행의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엘론 머스크의 이미지는 '현실'이 아닌 꿈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와는 다른 지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욕망을 새로운 제품으로 투영시켰고 그 제품을 소비자들이 원했던 제품인양 착각하게 만들었다.(이것도 현실 왜곡의 장이라 해야할까?) 잡스는 있었을 법하지만 현실에는 없었던 아니면 미숙하게 있었던 제품을 완벽히 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잡스는 전문 장사꾼에 비유될만 하다. 잡스는 누구보다 구매자의 '욕망'을 잘 다루었다.


엘론 머스크는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욕망보다는 자신의 욕망 실현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엄청난 부자이지만 전기 자동차와 우주 비행에 헌신적으로 투자하며 지금 당장 '돈' 버는 것에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한다.


그 결과가 바로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징이 되었다. 테슬라의 신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건 테슬라가 어찌 되었든 자동차의 '미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가 돈 버는 것이야 어찌되었든 마케팅 측면만 보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


구글이 시연한 자율 주행이 더 훌륭하다는 것에 아랑곳 않고, 2015년 10월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자율주행자동차 기능을 넣어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스마트 자동차가 급부상하자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의 성능은 연비, 속력 등 물리적인 것에 우선 좌우 되었지, 부가 기능에 해당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자동차라고 해봐야 그냥 컨셉일뿐이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의 보급과 스마트 폰의 급 부상으로 자동차는 첨단 IT 기술을 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기술은 자동차 회사들이 절대 가져본 적이 없는 기술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OS를 연동시켜야 하는데 OS를 잘 다루는 회사는 IT 기업이기 때문이다.


IT 기업들은 이 시장을 야금야금 접근했다.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IT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인 OS를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카 오디오 처럼 '부가기능'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있으면 편하고 없어도 무방한 기능이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욕망은 그것에 있지 않다. 멀리 보면 '자율주행자동차'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테슬라는 특히하게도 자동차 회사가 모여있는 미국 동부에 본사가 있지 않고 IT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다. 이는 테슬라가 태생부터 자동차를 하나의 IT 기기로 보며 출발했다는 근거다. 엘론 머스크의 욕망은 보다 멀리 있다.


모델 X는 2013년에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몇차례 미루어지다 2015년에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SUV는 보다 소비 지향적이다. 무엇보다 실용성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델 S는 세단으로 성능을 내세웠다면 모델 X에서 내세우는 건 '안정성'과 '실용성'이다. 테슬라가, 아니, 전기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더욱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델 X에 담겨있다.




2. 오픈 소스 커뮤니티 사이트 깃허브(Git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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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생소한 GitHub,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사이트다.


2015년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픈 소스 바람은 IT계의 기인 스톨만이 선포한 1984년 GNU프로젝트에서 기원한다. 하지만 기원이 거기 있다고 그 정신까지 공유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스톨만은 프로그래머이자 사상가였다.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버는데는 관심이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과학지식과 같이 공공영역에 속하게 하여 모든 사람에게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었고 그것을 구현한 것이 FSF-GNU(Free Software Foundation)였다. 그는 이를 적용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을 공표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의 생각은 특정 회사에서 배타적으로 자사의 수익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스톨만은 MS를 겨냥했고 빡친 MS 빌게이츠는 2005년 오픈 소스를 공산주의라며 종북몰이했었다.

이런 똘끼충만한 스톨만의 생각이 '리눅스'를 통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게 되었고 소프트웨어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많은 IT 기업들이 GPL은 아닐지라도 '오픈 소스'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많은 수혜를 받고있다. MS마저도.


앞서 언급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 소프트웨어 특허기술을 2014년 오픈 소스로 공개하였다.


구글은 2015년 11월 머신러닝 핵심소프트웨어인 '텐서 플로우'를 오픈 소스화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애플은 지난 10월 자사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 Swift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였고 리눅스에서 구현하였다.


오픈 소스에 반기를 들었던 MS 마저 2015년 11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2015년 오픈 소스는 스톨만의 사상보다는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이용되지 않나 싶다. 다시 말해 선점효과를 노린 꼼수가 느껴진다는 거다. 사람이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듯 컴퓨터도 그러하다. 지식이 선점되면 이를 번복하기란 매우 어렵다. IT에서 이를 가장 빨리 간파한 인물이 바로 빌게이츠다. 빌게이츠는 DOS를 통해, 그리고 그와 연결된 윈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선점하였다. UI가 훌륭한가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점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번복하기란 매우 어려우니까. 많은 기업들이 오픈 소스화 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직도 오픈 소스의 정신, 철학을 이어가고자 하는 곳은 존재한다. 2015년 구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곳,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개발자들의 소셜 네트워크라 불리는 곳, 바로 깃허브(GitHub)다. 


깃허브 소셜 네트워크는 아니고 소스 코드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의 위력은 구글을 능가한다. 구글은 구글 코드라는 깃허브와 비슷한 소스코드 공유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5년 3월 12일, 10년간 운영되었던 구글 코드 사이트가 7년내기 깃허브에 백기를 들었다.


최초의 오픈 소스 커뮤니티도 아니고 오픈 소스만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는 깃허브는, 그러나 어느 사이트 보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 답다. 위키피디아 처럼 사이트 방문자 여러사람들이 소스 코드를 다운로드 받고 수정하여 다시 업로드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와 다른 점은 Git(이 깃Git이란 용어의 기원은 리눅스에서 찾을 수 있다)이 수정의 이력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깃허브는 열려있다. 심지어 MS에게까지.




3. 소니, 풀프레임으로 미러리스 시장을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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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만 3백만 원이 넘는 미친 가격. 

하지만 풀프레임이라는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다. 

(사진은 작년 말 출시된 A7Ⅱ.)


미러리스를 이야기하면서 카메라의 역사에 대해 아주 조금 언급하고 싶다. 자동차 만큼이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진적으로 진화한 기기가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메라 기술 강국하면 라이카가 있는 독일, 캐논이 있는 일본을 떠올릴 수 있는데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한 국가는 지금은 명맥도 사라진 프랑스와 미국이다. 최초의 사진이라 인정 받는 건 1826(혹은 27)년 프랑스의 조제프 나세포르 니에프스에 의해 찍힌 것이다. 현재 텍사스 대학이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셀룰로이드 롤필름 카메라를 개발하여 현대식 상용카메라를 세상에 널리 퍼트린 건 미국의 조지 이스트만이었다. 이스트만이 설립한 이스트만 드라이 플레이트사의 1888년 코닥(제품명이 유명해져 이후 회사명이 된다) 카메라의 슬로건은 명문이다. '버튼만 누르십시오 나머지는 자동입니다.' (당시 코닥 카메라는 100장까지 찍을 수 있었는데 다 찍고 코닥 공장에 보내면 공장에서 인화해주고 다시 새 필름으로 교체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아득한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카메라의 역사는 190년이나 된다. 상용화 시기는 1888년으로 1985년 독일 카를 벤츠 3륜 자동차와 시기적으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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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1988년 DS-1P


그로부터 100년 후인 1988년 코닥의 필름 경쟁사 일본 후지사에서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인 DS-1P를 일본에서만 발매한다. (1981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라 알려진 일본의 소니 마비카는 'VCR' 방식이었기에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이 아니다.) 필름의 명가 코닥 또한 1991년 디지털 카메라 DCS-100을 내놓는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여 아날로그 필름에 매달리다 실패하였고 일본 회사 캐논, 니콘 등은 급부상하게 된다.


소니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선전하였지만 전문가용 DSLR이 활약하는 2000년대에는 니콘과 캐논에 다소 밀려있었다. DSLR은 우리가 일명 '똑딱이'라 부르는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하고 다른 사용자 층을 가지고 있었다. 렌즈 교환이 가능한 DSLR은 똑딱이에 비해 기능은 월등했지만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쌌다. 그리하여 성능은 떨어지지만 일반인들이 간편히 찍을 수 있는 똑딱이와 전문가용 고성능 DSLR로 소비시장을 양분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DSLR 제품들이 캐논, 니콘 등에서 나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DSLR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자 '똑딱이'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은 추후 DSLR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간편하게 찍고 SNS로 바로 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에 비해 DSLR은 성능이 훨씬 월등 했지만 너무 무거웠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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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의 구조(뷰파인더, 펜타프리즘, 미러)


렌즈를 통하여 화각을 볼 수 있는 뷰파인더는 카메라의 고유 장치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카메라 필름에 이미지를 착상(디지털에서는 이미지센서에 해당)하기 위해 셔터를 열었다 닫는 것이다. 이때 카메라에 비친 이미지를 렌즈를 통해 보게 되면 보다 정확한 구도를 볼 수있다. 뷰파인더에서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소위 거울이 있어야 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거울과 펜타프리즘을 통해 뷰파인더에 도달한다. 쉽게 어렸을 적 과학시간에 만져봤던 잠망경의 윈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뷰파인더는 렌즈를 교체하는 DSLR의 필수라 여겼고 지금도 고급 DSLR의 경우 뷰파인더가 필수로 들어있다. 문제는 광학 뷰파인더를 달려면 카메라 본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뷰파인더 역할을 LCD 스크린이 하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뷰파인더가 되었다. 많은 사용자들은 광학 뷰파인더 보다는 LCD 화면을 보며 구도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에 영향을 미쳤고 DSLR에서 광학 뷰파인더가 없는 제품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반사거울이 없는 '미러리스'이다.


미러리스 이야기를 하기 위해 너무 돌아왔다. 어쨌든 미러리스의 등장은 소니의 위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DSLR 시장에서는 맹주가 아니었던 소니는 미러리스 DSLR 시장에서 강호였던 캐논과 니콘을 압도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캐논과 니콘은 DSLR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렌즈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지만 소니는 이미지센서에 더 많은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소니는 최강자가 되었고 스마트폰 뿐 아니라 경쟁사인 니콘도 소니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게 된다. DSLR계의 최강자인 캐논은 이미지 센서에는 소니만큼 투자를 안했고 결국 이 방면에서 소니에게 기술적으로 뒤지게 되었다. 


소니는 전통적인 DLSR 시장에서 캐논, 니콘과 겨루어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의 강점인 이미지 센서를 더욱 활용하여 DSLR의 전유물로 여겼던 풀프레임 기능을 2013년 10월 A7 미러리스 카메라에 도입하게 된다. 미러리스에 풀프레임을 적용한 건 미친 가격을 떠나 상당한 파격이었다. 이런 파격적인 적용은 미러리스가 DSLR에 비해 기능적으로 뒤쳐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각인하는 효과가 있었다. 경쟁사의 마켓 포인트가 DSLR에 비해 가볍고 싸다는 데에 방점이 있었다면 소니는 오히려 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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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에서 하지 않았던 풀프레임 기술의 과감한 도입으로 소니는 미러리스 시장에서 맹아가 되었다. 2015년 렌즈 교환식(SLR)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미러리스 60.4%, DSLR은 39.6%로 '미러리스' 천하가 되었고 소니는 미러리스 시장에서 56%를 차지하게 되어 미러리스=소니의 공식을 이루었다. 


소니 미러리스의 승리는 DSLR에 매달려 렌즈군을 다각화했던 캐논과 니콘과 달리 자신의 경쟁력인 이미지 센서를 꾸준히 진보시킨 결과다. 이 시장은 당분간 소니가 독차지 하지 않을까 싶다.




4. 스타트업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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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투자가 무색해진 Quirky


앞서 언급한 테슬라, GitHub, 소니 미러리스가 나름 2015년을 밝혔다면 쿼키와 에버노트는 2015년을 어둡게 한 사례다. 


꿈 공장으로 알려졌던 쿼키(Qurky)는 2015년 9월 22일 파산했다. 쿼키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냉장고 안에 계란이 몇개 남아있는지를 스마트 폰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장치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판매했었다. 한때 GE 등에서 1억 8천 달러 투자를 받고 1억 매출을 달성하는 등 잘 나가나 싶더니 파산이라니...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들어간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게 원인이라 한다. 


그도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에 팔리는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스마트 달걀판은 기능에 비해 너무 비쌌고(79.99달러) 달걀 자리만 바꾸면 새로운 달걀로 인식했다고 하니 상품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던 셈이다. 40만 달러 가까이 투자한 블루투스 스피커가 28개만 팔린 일도 있단다. 너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시장성 없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제품도 다수 나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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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또한 한때 가장 잘나가는 유니콘이었다. 유니콘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킨다. 그런 에버노트에게 2015년은 위기의 해였다. 2015년 7월, 창업자 필 리빈이 CEO에서 물러난 것이다. 


에버노트는 클라우드를 잘 활용하는 노트 앱이었다. 어느 기기에서 작업을 하든지 동기화가 잘 되었고 배너광고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노트 앱 중 가장 훌륭하다 할 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단지 유료 고객이 되길 꺼려했을뿐. 


인기에 편승하여 에버노트의 본연의 기능에 투자하지 않은 것도 위기를 초래했다. 거액을 주고 스키치를 인수하여 선보였지만 사용자 반응은 냉담했다.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새로운 앱을 내놓았지만 맹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회사의 비전에 의문을 표시한 많은 직원들이 스스로 그만두었다.


2000년에 조짐이 보였던 인터넷 버블이 2001년에 꺼졌듯 2015년 스타트업 기업들의 위기가 2016년에 봇물터지듯 나올까 걱정된다. 그래도 2001년 이후 구글과 같은 새로운 강자가 탄생했으니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2015년의 IT 업계 결산은 여기까지다. 2016년에는 또 어떤 IT 뉴스가 기다릴지 기대해보면서 독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tre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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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