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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지난 편에서 ‘주로 어떤 사람들이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지’를 탐색해 보았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부모 같은 인물을 갈망하게 되고, 사이비 교주는 이에 대해 안성맞춤의 인물상을 제공한다.

 

더군다나 자존감이 약해진 상태에서 종교 집단에서의 칭찬과 인정은 이들이 따뜻함과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 체계가 혼란스러운 세계에 대해 명료한 설명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편에서 지적했듯, 이들이 종교에 빠진 진짜 잘못은 이들 스스로에게 있기보다 이들을 빠지게 만든 주변 세력들에게 있다. 취약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취약함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West는 실제로 사이비 종교인들이 종종 이런 취약한 사람들을 먹잇감 삼는다고 지적한다(West 1993). 돈 없고, 직장 잃고, 애인 없는 사람들이 타겟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 경험자의 약 4.4%가 ‘위장 포교’ 형식의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파이낸셜뉴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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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포교방식이 먹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즘은 전만큼 활발하지 않지만, 20세기 초에는 사이비 집단-영어로는 Cult(컬트)라고 한다-과 관련된 연구가 상당히 많았다. 

 

당시에는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요즘도 코로나 방역과 관련하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듯 하지만). 걱정이 얼마나 컸는지, 심지어 바티칸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하는 기술에 대해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다섯 가지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TheVaticanReport 1986).

 

1. 애정 공세의 사용 : 칭찬과 애정을 제공하기

2. 유혹하는 기술의 사용 : 미인계(혹은 매춘)를 이용하기

3.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기 : 심지어 예수를 까내리는 과정을 통해 지도자의 위상을 세우기

4. 고립시키기 : 과거의 삶과 단절되게 만들기, 모든 외부인 및 친지들과 연락을 못 하게 하기

5. 집단압력 가하기 :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따르도록 압박하기

 

얼핏 보면 그냥 사기 쳐 먹는 기술들의 나열에 불과한 것 같지만, 사실 이 기술들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전략들에 가깝다. 

 

1, 2는 인간이 가진 ‘애착의 욕구’를 건드리고, 3 ‘최면 효과’를 이용하는 면이 있다. 4, 5 ‘인지적 왜곡’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아랫글을 통해 사이비 종교인들이 사람들을 낚는 다양한 방식들과 그것이 먹혀드는 이유를 역동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한다.

 

(지난 편과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지난 편 ‘싸이코다이나믹스 사이비 종교 1: 우리는 왜 사이비에 빠지는가 (링크)’에서는 어떤 이들이 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쉬운지, 또 이들(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이비 종교에 어떤 매력(?)들을 느껴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다루었다. 

 

이번 편에서는 사이비 종교(가해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떤 전략들을 사용하는지를 다룬다)    

 

 

애착의 욕구를 건드린다: 애정 공세, 유혹하는 기술

 

살다 보면 무너질 때가 있고, 멘탈이 붕괴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누구나 함께 울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누군가 함께 울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애착 욕구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애착이라는 것을 조금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 애착은 엄마 아빠로부터 제공되는 것뿐 아니라 동료들로부터 제공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고, 이런 집단으로부터 인정과 공감을 바란다. Kohut은 이런 것을 인간 정신의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로 보기도 한다(2013). 

 

컬트 집단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은 영화 <미드소마(Midsommar, 2019)> 는 이런 측면을 상당히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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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 컬트 집단에 가담하게 된 주인공이 기이한 일을 겪다가 파국적 결과를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중간 중간 이 집단 구성원들이 보이는 태도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영화 초반 주인공은 여동생이 자살한 뒤 큰 상실감에 빠져 있다가 남자친구의 권유에 따라 함께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하지 축제에 참가하게 된다. 여기서 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은 그녀를 따뜻한 태도로 맞이하고,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이들 무리 속에 빠져들어가고 만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기이한 의식(儀式)이 진행되는 것을 본 주인공은 집단의 실체를 알아버린 뒤 오열하며 뛰쳐나간다. 이후 한 무리의 여자 신도들이 그녀를 쫓아가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바닥을 치고 오열하는 그녀의 옆에서 여자 신도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코러스들처럼, 그녀의 울음에 맞춰 함께 오열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그녀의 울음소리에 그들의 울음소리를 동기화하기 시작한다. 마치 귀뚜라미들이 주변 귀뚜라미 소리의 진동수에 본인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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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울어줄 것이다.

 

사이비 집단은 때로 이성에 대한 애착 욕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짝을 만나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하지 않나. 

 

사이비 집단은 아니지만, 과거 한 교회에서는 여성 신도들의 얼굴 사진이 실린 전단물을 배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뉴스앤조이 2012). 최근까지 신천지에서는 대학생들이 자주 보는 <대학내일> 잡지를 사칭해 순진한 대학생들에게 접근하거나, “첫사랑 이벤트를 했는데 누군가 당신을 첫사랑으로 지목했다”는 식으로 미끼를 던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기독교포털뉴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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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 링크>

 

사실 여기까지는, 좀 화가 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매춘을 알선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티칸 보고서에 ‘미인계 포교(Flirty Fishing)’라는 내용이 있는데, Fishing이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가 좀 아이러니하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건데, 문제는 Flirting(추파던지기)로 사람을 낚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 신도들은 자신의 몸을 성적으로 이용해 남자들을 유혹하도록 강요받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가 종교를 위해 봉헌되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세뇌를 당하게 된다. 상당히 비열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종교 집단이 이런 애착 욕구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이유는 그게 단지 ‘좋은 수단’이어서는 아니다. 단순히 ‘잘 걸려드는’ 방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효과적인 무기가 되는 이유는 오히려 그런 ‘애착의 욕구’가 종교에 대한 사람의 욕구와 근본적으로 유사한 뿌리를 갖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에서 종교를 찾게 되는 것, 누군가 의지할 대상을 찾으려는 것은 모두 애착의 욕구와 연결돼 있다. 

 

자신이 끌려들어 온 곳이 사실 사이비 집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에도 쉽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최면 효과를 이용한다: 지도자에 대한 복종을 위해

 

사이비 종교인들은 피해자를 무의식적인 최면에 빠지게 만들어 자신에 대한 복종을 내면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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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최면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티비에 나와 전생을 탐색한답시고 연예인들에게 최면을 걸기도 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이 명령에 복종하는 이상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들은 레몬을 먹으며 달다고 이야기하거나, 바늘에 찔리고도 아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런 면들은 사이비 종교에서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신도들의 모습을 닮았다. 바티칸 목록의 경우로 치자면 ‘무조건적 복종’의 항목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면이라는 게 실제로 가능한지 묻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실제 현상이다. 치료 현장에서도 필요한 경우 최면이 진행되곤 한다. 정신분석학의 발달은 사실 최면 현상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 

 

최면 현상을 통해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있었던 갈등을 이야기했고, 그런 억압된 감정들이 분출됨에 따라 움직이지 않던 팔다리가 다시 움직이게 됐다. 이때부터 프로이트는 어떤 정신적인 과정이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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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고,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다.

 

무의식 속에 억압돼 있는 갈등들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팔다리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이 ‘히스테리(정신적,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증을 뜻하며, 이상 성격을 의미하기도 한다.-편집부 주석)’의 발견이다. 그는 히스테리라는 현상을 연구하게 되면서 인간의 무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흔히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들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최면 감수성에는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치지만, 주로 그 사람의 과거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가령 누군가가 아버지에 대해 엄청난 권위 의식을 느꼈고 그런 아버지상에 대해 복종적인 무의식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했을 때, 치료자가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제공할 경우 최면이 더 잘 걸릴 수 있다. 

 

말하자면 최면에는 어떤 ‘권위’ 같은 것이 강력한 요소로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면을 거는 기술은 이런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Spiegel은 최면의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Spiegel 1959). 

 

첫 번째는 아우라(aura)의 단계다. 여기서 최면을 거는 사람은 어떤 아우라를 제공한다. 최면을 거는 사람이 거렁뱅이 같은 옷차림에 말도 더듬고 어딘가 멍청해 보인다면 아우라가 생기지 않고, 그만큼 최면이 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사회적 명성의 징표를 보이고 있고, 멀끔한 옷차림에 뭔가 있어 보이는 말투로 말을 건네면 아우라가 작동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사이비 종교의 지도자들이 종종 스스로에게 전지전능한 인물의 권위를 부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권위가 부여된 사이비 지도자들에게 더 쉽게 빠져든다.

 

두 번째는 정신생리학적 향상(psychophysiological enhancement)이다. 쉽게 말해 자기충족적 예언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면을 거는 사람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마치 자신이 미리 점친 것처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담배 연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면 머리가 핑도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최면을 거는 사람이 “당신이 이 담배 연기를 마시고 나면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경우, 마치 최면 거는 사람이 그런 현상을 야기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교주가 “곧 세상이 멸망한다”고 말해도 믿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셋째는 빠져들기(plunge) 단계다. 이것은 말 그대로 최면 속으로 푹 빠져드는 단계를 말한다. 최면에 완전히 빠져든 사람은 최면술사에 대해 복종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즉, 그는 이 관계 속에 “얼어붙는다“. 

 

무의식적인 세계 속에서의 관계, 가령 어릴 적 가졌던 부모와 자신 사이의 관계 속에 고착되어버리는 것이다. 최면술사가 그들을 깨우기 전까지 말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 종속적이고 노예화된 관계 속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에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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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방영된 <PD수첩> 방영분. 신앙훈련을 한다는 명목하에 ‘인분 먹기’, ‘매맞기’ 등을 교인들에게 강요한 빛과진리교회의 엽기적인 행각에 대해 다뤘다.

 

자발적으로 자기 굴종과 복종의 태도가 나타난다는 것은 인간 무의식의 흥미로운 면 중 하나다. 다만 슬픈 점은 이런 복종이 마음이 취약해진 사람들에게서 더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시궁창이고 주변에 나쁜 사람들밖에 없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현실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현실을 부인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만약 현실을 수용하면, 삶은 공허하고, 무의미하며 절망감만 남게 된다. 그러나 모든 불행이 나의 탓이라고 여기게 되는 경우, 나 자신을 개선하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Fairbairn 1943).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학대하고 복종시키려는 인물에게 더 이끌리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최면은 잘만 이용하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재활성화하는 가운데 억압해 두었던 갈등을 이야기하게 하면 이것이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적 측면을 악용할 경우, 오히려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사람을 거의 복종상태에 묶어 둘 수 있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피해자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피해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피학적인 관계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이런 고착된 관계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피해자들이 반복적으로 자기 비난을 하게 강요하기도 한다(West 1993). 자기 학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낮추고, 복종하는 태도를 내면화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인지적 왜곡을 시킨다: 고립과 집단압력을 가해서

 

인간의 믿음 체계는 언제나 주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고립(isolation)과 집단압력(peer pressure)은 사이비 집단이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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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pressure는 일반적으로 ‘또래 압력’이라고도 번역되는데, 원래는 학교나 직장 같은 집단 속에서 같은 또래들끼리 주고받는 압력을 지칭한다. 어떤 집단이든 그 집단만의 룰이나 믿음체계가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룰과 체계를 따르도록 압박당한다는 것이다. 

 

사이비 집단은 어느 집단보다도 이런 압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그들은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압박하면서 이들이 자율적인 판단을 하지 못 게 만든다. 집단이 지시하는 가치를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고립, 집단압력과 관련해 다루어 볼 수 있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하나는 동조(conformity)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공유 정신병(Shared psychotic disorder) 개념이다. 

 

먼저 ‘동조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Solomon Asch의 실험은 개인들의 사고가 집단사고의 영향력에 의해 쉽게 지배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Asch 1956).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아래의 두 그림을 보여준 뒤, 왼쪽 그림에 있는 막대와 동일한 길이의 막대를 오른쪽 그림에서 고르도록 했다. 사람들은 주저 없이 A를 골랐다(사실 실제 실험은 이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이해를 위해 간략히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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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과 동일한 길이의 막대를 찾으시오

 

이후 두 번째 실험은 바람잡이들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미리 각본대로 행동하도록 약속한 바람잡이들이 C를 선택하고 나서 옆에 있는 실험 참가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놀랍게도 사람들은 바람잡이들에 부화뇌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바람잡이들의 의견을 따라 C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실험이 끝난 뒤 몇몇 참가자들은 집단의 압력에 못 이겨 C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더러는 실제로 C가 정답일지도 모른다고 믿기까지 했다. 동조 실험은 인간들이 집단의 압력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정신의학에서 ‘공유 정신병’ 개념은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는 이 현상이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 속에서 나타난다고 해서 Folie à deux(폴리 아 두; 둘에게 나타난 정신병)라고 부르기도 했다. 

 

공유 정신병에서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망상적인 사고를 가진 와중에 나머지 한 명이 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고 복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망상적인 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이 현상은 대체로 두 사람이 고립된 상태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제정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 사이비 집단에서 관찰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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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ie à deux : “나 말이지,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적이 있어.” “사실은 나두…”.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도되었던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은 공유 정신병과 유사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디스패치 2015). 이 사건은 2015년 한 여성이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네O트 판과 유튜브에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과 두 아들이 목사인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왔으며, 심지어 신도들 여러 명과 함께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두 아들은 기자회견에 나와 “아빠와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최음제를 먹이고 강간했다”며 당당하게 자신들이 겪은 일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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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이어나갔고, 이들의 주장에 상당한 허점들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대부분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사실관계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보도진은 끊임없는 추적 끝에 결국 이들의 배후에서 ‘이모 할머니’라고 불리는 무속인 김 씨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김 씨가 “너희는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거짓 기억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머니 또한 세뇌를 당했다는 정황이 밝혀진다.

 

이 사건이 매스컴을 탄 이후 사람들은 이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냈다’며 비난했다. 누군가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뻔뻔함에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방송을 보던 필자는 이들이 거짓말을 한다기보다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들을 면담해본 적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목사(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바티칸 목록(앞에서 말한 20세기 초, 바티칸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하는 기술에 대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당했고, 그런 와중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모 할머니 밖에 없었다.

 

 

나가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음모론이 판치고 있다(BBCNEWS 2020). 이들은 현재 코로나 사태가 모두 음모이고, 그런 음모의 배경에는 소아성애자들이 이끄는 비밀 집단이 놓여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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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보도된 BBC News 코리아 뉴스 (링크)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난국을 해결해줄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으며 트럼프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립을 야기하고, SNS라는 제한적인 정보망이 사람들의 시야를 좁게 만든 탓이다. 사람들은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 지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의존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이 모든 현상은 어찌 보면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난데없는 재앙을 맞이해 취약한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증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취약한 상태에 빠졌을 때, 사이비 집단종교 지도자를 비롯해, 심지어 정치적인 조직들은 이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이들 입장에서 이런 군중들의 취약성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최근 특정 기독교계 지도자를 중심으로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천지 사태가 얼굴을 바꾸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본다. 

 

신도들은 집회에서 제공되는 고립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것을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을 악마화하는 가운데 자신들을 핍박받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의 지도자야말로 모든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는다.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방역 요원을 협박하는 일도 서슴없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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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3시 30분경 서울 성북구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작업 중 교회 측 사람들이 방역요원의 멱살을 잡으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다. 멱살이 잡히는 과정에서 방역요원의 마스크가 일부 벗겨졌다. 일부의 교회 측 사람들은 물을 뿌리기도, 다른 일부는 주먹을 쥐어 들며 위협을 하기도 했다.

 

사이비 집단과 정통성 있는 집단을 구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유물론자의 눈에는 모든 종교가 사이비로 보일 수도, 영적인 사람에게는 모든 종교가 진실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그것이 사회 규범에 해악을 끼칠수록 우리는 그것이 더 사이비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정통성을 갖고 있는 집단이라도 그 구성원들을 고립시키고 세뇌시킬 수 있다면 사이비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집단들은 언제나 세력과 추종자들을 동반하며, 결국 사람들의 믿음 체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사이비 종교란 무엇인가? 현시대의 종교는 사이비 종교와 어떤 점이 다른가? 이런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종교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준다.

 

 

REFERENCES

 

(1) Asch SE. Studies of Independence and Conformity: I. A Minority of One against a Unanimous Majority. Psychological monographs: General and applied 1956;70:1.

(2) BBCNEWS.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음모론의 정체." 2020.

(3) Fairbairn WRD. Psychoanalytic Studies of the Personality. Taylor & Francis;1943. 

(4) Kohut H. The Analysis of the Self: A Systematic Approach to the Psychoanalytic Treatment of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s. University of Chicago Press;2013. 

(5) Spiegel H. Hypnosis and Transference: A Theoretical Formulation. AMA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1959;1:634-639.

(6) TheVaticanReport. A Psychiatric Overview of Cult-Related Phenomena. Cultic Studies Journal 1986;3:69-84.

(7) West LJ. A Psychiatric Overview of Cult-Related Phenomena.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Psychoanalysis 1993;21:1-19.

(8) 기독교포털뉴스. "신천지, 카카오톡 이용한 미인계 포교." 2017.

(9) 뉴스앤조이. "'여자 친구 있어?' 소개팅 미끼 전도지 돌린 교회." 2012.

(10) 디스패치. ""역대급 충격 반전"…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전말 (그알)." 2015.

(11) 파이낸셜뉴스. "사이비 종교 위장포교까지… 취업사기에 구직자 두 번 운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