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별거 아닌 일이 별거가 되고, 별거인 일이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는 요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최종 2인에 올랐습니다. 

 

00000000000000208521.jpg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겠으나, WTO 수장이야말로 별거 중에 별거죠. 피부에 와닿을 만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작년,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했었죠. 이런 부당한 사례를 중재하는 게 WTO, 세계무역기구입니다. 

 

WTO 수장이 한국 사람이면 한국에 유리한가,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일 때도 우리나라에 큰 이익이 있었는가 되물을 수 있겠습니다만, 눈에 보이지 않게 따라오는 이득이나 국가 차원의 혜택이 무척 많습니다(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주제와 맞진 않으니 다음 기회에). 이렇게 세계 경제를 주물럭 하는 기구에 대한민국 국기가 박히는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외교적 성과는 김대중과 노무현부터

 

'정부가 얼마나 외교를 얼마나 잘했느냐'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부분이 '세계 기구에 대표를 진출시키느냐' 여부입니다. 얼마나 타국으로부터 표를 얻어오느냐가 외교적 성과 중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죠. 득표를 통해 선출이 되면, 그만큼 외교를 잘했다는, 그러니까 관계가 좋았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어떤 인물들이 세계기구에 진출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자 흔히 알고 있는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이 있죠. 그런데, 그 이전에 이미 세계 기구의 사무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위인. 지금도 WHO의 전설로 남아있는, 걸어다니는 백신이라 불리는 고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입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며 소아마비, 한센병, 결핵, 조류독감, 에이즈 퇴치에 힘썼습니다.

 

jwleeofficial.jpg

 

매우 뛰어난 실적도 있었지만, 이종욱 총장이 WHO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에는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노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팔방미인이라 해도 개인의 노력만으로 세계 기구의 수장이 되는 건 불가능하죠. 각국의 대표들에게 표를 구하기 위해 일일이 설득을 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개인이 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 정부 말미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든 외교력을 총 동원해서 표밭을 잘 다져놨고, 참여정부가 남은 역량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쾌거 중에 쾌거. 당시의 언론도 지금과 같이 냉랭해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낸 외교적 성과입니다. 

 

이후 탄력을 받은 참여정부는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UN 전체를 총괄하는 유엔사무총장에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반기문을 후보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결국 유엔사무총장에 앉혔습니다. 언론은 지금도 반기문 개인이 뛰어났다고 말하지만(케네디를 만났네, 어려서부터 영어를 잘 했네, 뛰어난 외교관이네 등), 사실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던 데엔 고 이종욱 총장에 대한 그리움 플러스, 노무현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WHO를 시작으로 UN까지 접수했습니다.

 

 

외교 변방국이었던 나라에서 어떻게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변방 취급을 받았습니다.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독재정치를 했던 정치적으로 후진국이며, 전시작전권도 없는 군사/외교적으로 주도권이 없는 국가로 평가되었습니다. 여기에 일본이 때마다 훼방을 놓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지금도 그러고 있죠).

 

이러한 기류를 단방에 뒤엎을 수 있었던 건 계기가 있었습니다. 김대중과 국민의 정부의 등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언론이 보도를 안 함),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에서는 높이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민주화운동을 위해 고문을 당하고 사형집행 전까지 갔던 인물이 정권을 잡은 것 뿐 아니라, 5년 임기를 마치고 권력을 딱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 후 인기와 상징성 때문에 독재자로 거듭(?)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22791986_1685349868155834_7973424975833983828_o.jpg

 

지금도 동아시아 정치학에서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중을 꼽기도 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아무에게나 줄까요? 트럼프도 노벨상을 타고 싶어 노력했지만, 노벨상 위원회에서는 쳐다도 안 봅니다. 미합중국 대통령이라 해도 받을 수 없는 게 노벨평화상입니다. 그만큼 김대중 이름 석 자가 가진 가치가 있었다는 뜻이겠죠. 

 

김대중 이후 대권을 잡은 이가 바로 노무현이라는 점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최전방에서 독재타도를 외쳤던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 거대 야당과 언론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지요. 이 쟁취에 대해 높이 평가를 했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버킹엄 궁에 국빈으로 초청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물론 이것도 언론이 보도를 제대로 안 해서 잘 모르지만). 

 

왜 그랬을까요? 지금은 영국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의 미국보다 강대국이었습니다. 전세계에 연방국이 있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까지 가졌던 나라로, 현재도 영연방국가가 50개국이 넘습니다. 과거 무분별한 식민지 개척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 국가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끝에 지금까지 영연방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교를 정말 잘 한다는 뜻이겠죠. 그런 영국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그것도 '국빈'으로 초청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WTO 사무총장 가즈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 최종까지 올라갔습니다. 일본이 쌍수를 들고 반대를 하고 있고, 중국도 일대일로의 대상인 아프리카(최종 후보에 함께 이름을 올린 이는 나이지리아 출신)를 지지하고 나선 탓에 어려움이 예상이 되긴 합니다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 사태 대처를 굉장히 잘해왔고, 우리의 검사 키트, 마스크를 지원받고 검역방식을 그대로 가져간 나라들도 큰 성과를 거둬,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가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방역’이라고 하면 ’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외신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중입니다. 강경화 장관의 지난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신뢰를 바탕으로, ‘개방성’(Openness),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정부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셈이죠. 

 

PS20062500160.jpg

 

국민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응원만 남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고된 일들을 감당하고 있을까요. 모든 일련의 활동이 결국 국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계 무역의 전반을 주도하고 중재하는 WTO의 사무총장을 대한민국에서 배출할 시기입니다. 

 

 

 

덧.

 

박근혜도 영국에 국빈방문 했다, 그 때도 세계 기구 수장이 있었다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까 염려되어 몇 자 적어올립니다. 박근혜도 영국에 국빈으로 초대받았습니다만, 그때는 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사무총장으로 임기택 전 부산항만공사가 당선된 일도 있습니다. 다만, 당시 주영국대사였던 임성남(현재는 은퇴한 전 외교부 제1차관)의 설득과 노력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야 할 듯 싶네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은 대통령이 했고, 박근혜는 외교부가 한 건가? 둘의 잣대가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실제로 국가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건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었습니다. 이를 상기하면 답이 쉽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일본은 영어할 줄 아는 인물이 없어 WTO 사무총장 후보는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대만 하고 있다네요. 

 

 

 

필자의 책

 

800x0.jpg

 

알라딘 바로가기

YES24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