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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실감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꽤 큰 나라고 나름 여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입니다. 주위에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로 둘러싸여 있어서 작아 보이는 것이지만 무려 OECD 가입국이고 여러 지수들의 절대치만 보아도 절대 작은 나라 아닙니다. 자꾸 정부에서 뭔가 숨기려 한다는 음모론이 횡횡하는 데 사실 이것 거의 불가능합니다. 전 국민을 다 속이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되고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맞춰야 됩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보통 매년 2월 말에 세계 보건 기구 (WHO)에서 그해 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A형 H3N2, H1M1, B형 등을 백신 후보로 추천하여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인플루엔자 백신은 다른 풍진이나 홍역 기타 등등의 균들과는 달리 매년 변화하기 때문에 그런 백신과는 매년 달라지고 매년 맞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안 걸리는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주사를 맞아도 독감 걸리는 확률은 그리 줄어들지 않습니다. 일부는 심지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면 감기도 예방된다고 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독감은 독한 감기의 약자가 아니고 감기 바이러스 중 많은 부분이 우리가 요새 지겹게 듣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바로 코비드-19 바이러스와 친척 바이러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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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예방 접종의 일차 목적은 독감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감 주사 후 예방 효과는 약 70%라고 알려져 있고 특히 요양원에 입원한 노인들의 경우 임상 증상의 방어율은 겨우 30-40%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인층의 경우 독감 예방 주사로 인한 예방 효과는 50-60% 사망 예방 효과는 80% 이상에서 보인다고 하니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분들은 반드시 꼭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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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내용

 

보시다시피, 예방접종은 독감으로 인한 입원을 현저히 감소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epidemic 은 유행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나라의 곳간이 좀 차고 여유가 생긴 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에게 독감 무료 접종을 하고 있으며 더 여유가 생긴 후에는 임신부들에게도 무료로 접종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이렇게 대상자를 정해서 무료로 접종할 때는 엄청난 예산이 배정되기 때문에 항상 전문가에게 문의를 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서 결정을 합니다. 나랏돈이 (마구 써도 될 만큼) 많아서 혹은 무슨 어느 단체에 수익을 몰아 주려고 그러는 것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규모 나라라면 이런 꼼수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백신 사망에 관한 진실

 

최근 독감 예방 주사로 인한 사망 사고로 추정되는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언론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1976년 미국에서 Swine flu – 신종 플루의 일종- 가 유행할 때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전 국민에게 독감 예방 주사를 접종하였는데 이때 그 유명한 기앙- 바레 증후군 ( Guillain-Barre syndrome, GBS)가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때 역시 미국 전역에 난리가 났었죠. 여러 호사가들이 '이럴 거면 왜 백신을 맞냐?' 하는 말들도 나왔습니다. 실제로는 기앙바레의 증가율은 백신을 맞은 보통 사람들 보다 10만 명당 1명 정도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실제 사망자 수는 별로 없었고 그 원인은 아직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발생되는 기앙 바레 증후군은 매년 다르기는 하지만 백신 접종을 한 100만 명당 1-2 명에서 추가로 발생합니다. 유병률이 연령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소아의 경우 100만 명당 10명 정도 되는데 만일 독감 백신을 맞게 되면 1-2명 정도가 더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참고로 독감에 걸려서 기앙 바레에 걸릴 위험성이 독감 백신을 맞아서 기앙 바레에 걸릴 위험 보다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제발 예방 주사 맞으세요)

 

인구 5천만 명인 우리나라의 일별 자연사 숫자는 사고사나 자살을 제외하고도 약 600명 정도 됩니다. 2017년 자료를 보면 한해 자연사 한 사람 중 돌연사 한 사람이 18,261명입니다. 그러니까 약 하루에 50명 정도가 돌연사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제 경험으로 보면, 산모는 물론이고 산모 따라왔다가 와이프가 '나만 맞고 아플 수 없다. 너도 (아프게) 맞아라'해서 남편까지 열심히 맞는 것을 보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우리나라 하루에 돌연사 한다고 생각되는 50명 중 한 분이 독감 주사를 맞았을 경우, 그분의 보호자라면 이렇게 언론에서 보도되는 데 어떤 식으로라도 독감 주사와 연관 짓고 싶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관리소홀의 가능성

 

독감 주사와 그로 인한 사망이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시다시피 독감 주사는 굉장히 오랜 기간 그러니까 코로나 예방 주사처럼 갑자기 갑툭튀 한 것이 아닌 안전성이 수십 년간 입증된 백신입니다. 이 백신이 위험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죠.( 100만 명당 1명 정도) 제조사나 혹은 유통 과정 혹은 그렇게도 의심하는 변질로 인한 원인이라고 생각할 때 언론사의 보도과는 달리 사망한 사람들이 접종한 백신은 위의 유사성을 가지지 않고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리나 제조의 문제였다면 유사성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 제조사 판매사의 제조나 유통과정 관리 소홀로 인한 원인으로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관리 소홀로 변질이 의심되는 백신의 문제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라 백신의 효과나 효능이 문제라고 합니다. 이번 백신의 관리 소홀 문제의 경우, 정부는 프로토콜대로 원칙적으로 잘 대처했습니다. 요즘은 의사라고 아무나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을 들어야지만 처방을 낼 수 있습니다. 교육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잘 기억이 납니다. (깨알 제 자랑)

 

물론 음모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질병관리청에서 모두 숨기고 정보로 통제하여 거짓말한다고 믿으면 할 수 없지만 이런 분들은 뭘 이야기해도 안 믿으시죠.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감추고 조작하는 것은 애초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만약 정말 그런 시도가 있었다면 이미 생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2. 아나필락시스 반응 혹은 기앙 바레 증후군일 가능성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알레르기 반응의 가장 심한 정도로 좀 유식하게 이야기하면 Ig E mediated..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만 쓰는 것은 아니고..) 아무튼.. 아낙필락시스 반응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부작용이 아주아주아주 very very very 심합니다.

 

제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본 것은 의대 3학년 때였는데 CT 조영제 사용하신 분이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떻게 그분의 시신을 보게 되어 너무 놀라서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제까지도 문진하고 청진기 대고 그랬던 분이었는데. 지금도 근무하는 병원에서 사진을 찍을 때 이따금 씩 일어나는 데 사실 저는 그 경험 때문에 가끔씩은 조영제 넣는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많이 무섭습니다.

 

이 아낙필락시스는 주사를 맞자마자 반응이 바로 일어나야 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돌아가신 분들은 독감 주사 맞고 신체 반응이 나타나고 바로 돌아가시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기앙 바레 같은 신경 손상은 접종 후 서서히 발생되어서 우리가 관찰이 가능합니다. 서서히 신경이 마비가 되는 것이죠. 매우 위험한 병이기는 하지만 관찰이 가능하고 이 역시 이번에 주사를 맞고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은 돌아가신 이유가 백신의 문제점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하는 이유

 

인터넷에 이따금씩 올해 백신은 예년과는 달라서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작년까지 백신 무료 접종은 3가였는데 올해 4가여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무료 백신만 그랬다는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4가를 맞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임산부의 경우 일부러 무료인 3가를 안 맞고 돈을 내고 4가를 맞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참고로 독감 백신의 3가와 4가는 부작용에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많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망하신 분들은 백신 때문에 사망했다기보다는 기저 질환이나 기타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백신 공포증을 자극하여 백신을 안 맞게 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 같이 환자를 보는 병원에서는 증상만 가지고 독감과 COVID-19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코비드 의심 환자 1명만 있어도 난리가 납니다. 그 환자가 다른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전염 시킬 수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대부분 기저 질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감염된 의료진이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전염 시킨다고 가정하면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병원은 다른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초반기에 엄청 큰 병원들이 단지 코로나 환자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한동안 문을 닫았었습니다. 요즘은 그렇게는 하지 않아도 확진 환자 한 명이 다녀간 것만으로도 병원 전체가 역학 조사를 하느라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에 환자가 왔을 때 열이 난다고 가정을 하면 아주 복잡해집니다. 코로나 검사를 하면 보통 7시간 후에 결과가 나오는 데 혹시라도 독감도 같이 유행해서 열나는 환자가 마구 병원으로 오게 되면 병원은 마비가 됩니다.

 

혹시 그 열나는 환자가 응급으로 수술이나 시술 혹은 분만이라도 해야 되는 사람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의심 환자 그리고 확진 환자를 치료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환자 보는 것 5배 이상 힘듭니다. 시간도 3배 이상 걸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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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D 벗는 법. 벗는 데만 약 15분 정도 걸립니다.

출처-<대한감염학회>

 

확진 환자를 진료할 때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입을 때 보다 벗을 때가 더 힘듭니다. 우주복(?) 겉에 환자의 바이러스가 묻지 않게 조심해야 됩니다. 며칠 전 보호구를 입고 환자를 보고 옷을 벗다가 장갑이 찢어져서 손을 10번 정도 씻었습니다. 벗고 나서는 꼭 샤워를 합니다. 예전 중국에서 보호구안에 기저귀를 찼다고 하던 데 저거 입어 본 사람들은 다 이해할 겁니다. 보호구를 입고 수술을 할 때는 장갑 3장 껴야합니다. 30분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 준비 시간까지 3시간 넘게 걸립니다. 체력 소모가 심해 수술 후 기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고열 증상으로 코로나가 의심된다면, 레벨 D 개인보호구를 입고 진료와 수술에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응급 수술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독감이더라. 허탈감도 허탈감이겠지만, 의료 시스템 전체로 보았을 때 심각한 여력 소모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비상시국에 말이죠. 건강한 사람들도 이번에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대집의 메시지, 정은경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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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의사 협회는 독감 예방 주사는 보통 10월에 주는 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일찍 시작했으니 조금 지켜보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참고로 항체는 백신을 맞은 후 2주 정도 있다가 생성되고 6개월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12월 1월 이 독감이 제일 많이 발생하므로 평소 연도에는 10월에 접종을 시작했죠. (6개월 지속되면 3월까지 유지가 되는 데 3월이면 아직 춥고 그때 유행하기도 하니) 의협 이야기는 백신이 많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1-2주 늦춰서 접종하자는 말이고 평년에 비하면 늦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됩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많은 사람에게 전문가로서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역할이지만 이런 메시지 자체가 언론에 의해 보도될 때 대중들에게 ‘백신은 위험하다’라는 메시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의협에서 말한 자세한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의사 협회에서 말하는데 백신이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라고 단순화 시켜 이해하기 쉽습니다. 과학이 정치, 사회 문화 속에서 과학 그 자체로 존재하기 힘든 법입니다. 전문가의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든 변질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곡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의학적인 설명 보다 (이 발표로 인해)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정은경 청장이 국감에서 의학적으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독감 백신 문제없다’라고 한마디로 말씀하신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왜 그분이라고 할 말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이따금 이렇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사회 문화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국민들에게는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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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한 훨씬 전문적인 글들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1. https://www.cdc.gov/vaccinesafety/concerns/guillain-barre-syndrome.html

2. https://www.jkms.org/Synapse/Data/PDFData/0063JKMS/jkms-35-e378.pdf

3.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