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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후원쇼핑의 추억: 18,712,815,117원의 기적


제가 G마켓에서 만들었던 시스템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후원쇼핑’입니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지만, 개발을 진행하고 운영을 하는 과정이 가장 보람 찼던 시스템입니다.


아직도 G마켓의 한 메뉴로 자리하고 있는 후원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후원쇼핑’을 제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고, 입사하기 전인 2002년에 ‘좋은 친구들’이라는 서비스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마일리지로 사회단체에 후원을 하는 구스닥 마일리지 후원센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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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 시스템은 제가 입사했던 2003년에는 사라지고 없었죠. 그전까지 듣보잡 사이트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장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는 2005년 봄, 한창 트래픽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님이 기획자와 저를 부르고는 한 장을 내미셨습니다.


이름하여, ‘후원쇼핑’


종이에는 이상한 프로세스 그림이 있었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판매자와 G마켓의 정산대금의 일부분을 후원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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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후원쇼핑 메인 화면


회사에서는 후원쇼핑을 위한 담당자를 선임하고 기획자와 개발팀을 통해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6월 오픈을 목표로 약 한 달의 개발 후, 6월 2일 오픈을 했습니다.


기부금을 원하는 빈민구호 단체, 시민운동 단체, 환경운동 단체가 G마켓 홈페이지에 등록을 하면, 심사 후 수혜단체로 선정했습니다. 특정 상품이 팔릴 때마다 판매자에게 후원금이 적립되며, 매월 말 판매자가 원하는 후원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판매자는 후원상품, 적립비율(상품 당 최소 100원),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나 기관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G마켓은 후원 상품을 카테고리 상단에 노출시키고 향후 각종 후원 이벤트를 통해 이를 활성화시킬 계획이었습니다. 따로 후원상품들만 모아 전시하는 코너를 마련해 판매자 홍보를 도울 예정이었습니다.


이 후원쇼핑은 ‘기존의 일회성 후원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이었습니다. 당시 후원쇼핑 담당자와 많이 친했는데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보건복지부 장관상 한번 받아보자.”


판매자는 후원쇼핑을 통해 노출 빈도를 높여 판매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쇼핑과 함께 후원을 할 수 있어,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100원, 200원이 쌓여 백 억 이상이 모였습니다. 초기에는 아름다운재단, 한국복지재단, 홀트아동복지회 등의 큰 규모의 단체들이 들어왔고 그 후에도 많은 단체들이 들어왔습니다.


후원쇼핑은 대학생들의 청년 봉사단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G마켓은 매년 이 사업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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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참여했던 G마켓의 ‘후원쇼핑’이 사회공헌활동을 했다는 게 지금도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개발을 하고 있는데, 향후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G마켓 해외배송의 추억:탄자니아에도 배송을 할 수 있다고?


2005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이트 트래픽과 맞춰 여러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이중에서 제가 만들었던 ‘해외배송 서비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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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배송 서비스는 ‘G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을 원하는 나라에 직접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이 구매한 상품을 우편으로 보내는 정도였습니다. 작은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해외배송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G마켓처럼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던 사이트에서는 최초로 하는 해외배송 서비스였습니다(지금은 거의 모든 사이트가 해외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만).


2005년 초, 사장님이 기획자와 저를 불러서 해외배송 서비스에 대해 기초를 잡아주셨습니다. 당시 미국 쪽에서 어느 정도 투자를 했던 터라 글로벌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저와 실무자를 데리고 우체국과 접촉을 했습니다. 우체국도 수익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G마켓 해외 배송은 우체국의 EMS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당시 서초 우체국에서 G마켓을 위한 작업 공간까지 임대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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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G마켓 해외배송 서비스는,


1. 구매자가 해외 배송이 가능한 물품을 구매하고
2. 해당 국가를 선택하고 영문주소를 입력하고
3. 우체국에서 해외배송 신청한 물품을 모아서 무게를 달고 배송비를 책정 후
4. 해외배송이 가능하도록 포장을 변경한 후
5. 해외 배송비를 결제하면
6. 우체국 EMS로 보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2005년 6월에 오픈한 서비스로, 초창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홍콩, 호주 등 5개국에 배송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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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나중엔 70여 개국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만, 부패 우려가 있는 농축산물과 부피가 큰 가구류, 파손 우려가 있는 노트북, 모조품 등은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해외배송을 할 때 가장 문제 되는 게 배송비 계산이었는데, 우체국의 EMS 요금 체계와 매일 달라지는 환율 때문에 배송비를 약간 널널하게 책정했습니다. 배송하다가 배송비가 오버될 경우에 고객에서 추가 배송비를 내게 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해외배송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관세’입니다. 보내는 물품에 대해서 어떻게 관세를 부여하고 또한 받는 나라에서 어떻게 관세를 책정할 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이 보내는 것인데다 물건 값이 200불 이하인 경우에는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관세 문제는 조금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해외배송 서비스는 국내 배송에 비해서 리스크가 많았고, 강한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해외 배송을 보냈는데 빈 상자를 받았다는 클레임이 있었습니다. 판매자가 제품을 누락시켜서 바다 건너 미국까지 빈 박스만 간 것입니다. 고객에게 백배 사죄하고 무료로 추가 배송을 해준 기억이 납니다. 받은 물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먼 나라에게 반품하겠다고 해서 그냥 환불해 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여러 시스템을 연계(G마켓-우체국)하는 것, 환율 문제, 배송비 문제 등을 고려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몇 년 전 다른 회사에서 해외배송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배송비 문제로 가장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해외 배송이 아니라 전 세계 직구가 가능한 시대이지만, 해외배송 서비스를 한 번 추억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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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