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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요즘은 너무 유명해져서 딱히 이 글에서 소개할 필요도 못 느끼겠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는 '로타'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로타의 사진 한 장을 준비했다. 인터넷 꽤나 한 사람이라면, 이 사진 본 적 없다고 하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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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X설리 화보

 

로타를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로타를 무슨 미소녀만 맨날 찍어대는 포토그래퍼 정도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 생각보다 내공이 꽉 차있다. 서태지의 포토그래퍼를 담당했었고, 뮤직비디오나 화보, 광고 촬영도 담당했던 사람이다. 심지어는 해외 홍보 영상도 촬영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그 쪽 업계에서 꽤나 잘 나가는 사람'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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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키 항목만 봐도 얼마나 무수한 경력을 가진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나 잘나가던 로타가, 어느 순간 대중문화의 한가운데로 꾸역꾸역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포토그래퍼가 화제성을 띄는 케이스는 그리 흔치 않다. 더욱이 패션이나 화보 업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 그러니까 일반 네티즌들에게 포토그래퍼가 각인되기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데, 불현듯 로타가 대중들에게 서서히 각인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최근 화제가 된 로타의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미소녀 컨셉을 지향하고 있다. 착장 역시 이에 충실하다. 로타의 사진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미소녀 컨셉 사진들의 착장은 체육복, 세일러복, 혹은 Girlish Look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이런 컨셉의 사진들 생각보다 많았다. 언제나 소녀는 아름답고, 이 아름다움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움직임 역시 늘 있어 왔다. 그렇다면 로타의 사진은 무엇이 다를까?

 

로타발 사진의 방점은, 의외로 '미소녀'가 아닌 '섹슈얼리티'에 찍혀있다. 로타의 전작들, 그리고 최근작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일관된 경향을 알 수 있다. 모델의 볼에는 언제나 핑크빛 볼 터치가 있고, 신체의 반 이상은 드러나 있다.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힐 경우에는 굳이 드러낸다. 섹슈얼리티라는 하나의 상을 미소녀라는 수단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는 주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수많은 여초 사이트에서 로타는 '소아 성애자'이자 '로리타광' 정도로 묘사되며, 로타의 사진에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만 해도 '여혐종자'나 '색정광'으로 낙인찍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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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문학동네

 

<롤리타>라는 소설이 있다. 1955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판된 러시아 망명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험버트는 열두살 소녀 롤리타에게 첫눈에 반하여 그녀의 엄마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다음 롤리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엄마를 죽음으로까지 내몬다. 이후 롤리타와 사랑의 도피를 하지만 롤리타는 도중에서 달아나고, 험버트는 롤리타를 가로채간 남자를 찾아서 사살하고 투옥된다.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발간 당시에도, 지금 이 시점에도 소설 <롤리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의견 역시 분분하다. 이 소설이 페도필리아와 로리콘의 옹호를 표현하는 소설이냐, 혹은 이를 부정하는 폭력에 대한 소설이냐, 류의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롤리타>로 인해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이 세상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명명되는 로리타 콤플렉스는, '중년 남성의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 집착 혹은 성도착적 사랑'을 의미하고 있다.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딱 이 정도의 의미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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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름은 확실히 로리타에서 온 게 아니란다.

(인터뷰 원문 - 위키트리, 로타 인터뷰 "성에 대한 두근거림 표현")

 

 

다시 로타 얘기로 돌아가 보자. 로타의 사진이, 과연 로리타적 요소를 품고 있는가에 대해 말이다. '로리타 콤플렉스'의 본질적 의미에 따르면,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듯 '로타의 사진은 로리타적 사진이다!'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로타의 사진을 통해 미소녀들, 미성년 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집착이나 성도착적 사랑의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나야 하는 사진들이다. 그런데, 그런가?

 

로타의 사진들은, 실은 로리타적 요소보다는 일본 그라비아 사진적 요소들에서 여러모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그라비아에 대한 이해도가 본 글을 쓰는 필자보다 훨씬 더 높겠지만, 귀엽다 생각하고 잠깐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일본 내에서 통용되는 '그라비아 사진집'은, 어린 미소녀에게 비키니를 입히거나 세미 누드 컨셉을 차용해 촬영하는 컨셉을 지닌 사진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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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나이 니홍고에도 나왔던, 그 하카세 마이

 

재미있는 건, 일본의 '그라비아 사진집'과 로타의 '미소녀 사진집'을 보다보면 묘하게 겹치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발매되는 각종 그라비아 사진집들은, 당연스럽게도 미소녀라는 수단을 통한 섹슈얼리티의 발현 및 표현이 주요 목적이다. 로타의 사진집 역시 앞에서 언급했듯 미소녀라는 수단을 통한 섹슈얼리티의 발현 및 표현이 주요 목적이다. 두 개 다, 어떤 것을 사진으로 표현할 것이냐에 대해 같은 컨셉과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점은 하나 더 있다. 그라비아 사진집을 보다 보면, 스튜디오가 아닌 공간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일상과 묘한 연관점을 가지는 곳이다. 소녀들이 뛰어놀던 바닷가, 풀 속, 그리고 일반 가옥 안 등. 우리가 겪어왔던 일상, 그리고 그들이 겪어가는 일상을 연관시킴으로써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감을 부여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로타의 사진 역시 동일하다. 로타의 사진이 촬영되는 배경은, 주로 일상이 펼쳐지는 방이다. 야외 화보는 비교적 진행하지 않는 듯 하지만, 실내 화보를 찬찬히 보다 보면 침대뿐만이 아닌 책상, 소파, 바닥 등 여러 일상적 기물을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띄게 된다.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 역시 그라비아 사진들과 묘하게 상통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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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아찔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을 때 기분이 좋단다.

(인터뷰 원문 - 위키트리, 상동)

 

그럼에도 로타의 사진이 그라비아 사진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사실 일본 그라비아 사진은, 그동안 한국에서 서브 컬쳐가 아닌 '성인물'의 영역으로 인지되어 왔다. 물론 일본에서는 그라비아 화보가 포르노의 영역에 있지 않지만, 한국에서 그라비아 화보와 동영상이란 사실상의 '성인물'이며 배척되어야 할 영역으로 낙인찍혀왔다. 노출이 심한 사진들 역시 한국 사진계에선 묘하게 자기 검열되는 느낌들이 이제까지는 강했다.

 

로타의 사진은, 이러한 그라비아 느낌의 사진들을 한국 문화계와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변형을 거친 사진이다. 물론 로타의 사진들에도 간혹 그라비아와 같이 모델들에게 비키니를 입혀 바디라인을 강조시킨 사진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로타는 모델들에게 비키니가 아닌 '비교적 약한 수위의 노출'을 구현하기 위한 티셔츠, 혹은 교복을 착장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신체 사이즈에 대한 요구나 요청 역시 최대한 막은 사진들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로타는 이런 포인트에서 분명 현명한 선택을 했다. 로타가 보여주는 섹슈얼리티는, 그 자체로서의 노골적인 섹슈얼리티가 아닌 '은근한 섹슈얼리티'다. 그러면서 로타는 색감과 착장, 그리고 사진 자체의 분위기를 통해 은근한 섹슈얼리티를 넘어설 수 있는 상상의 영역을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제공한다. 다시 말해, 사진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로타가 촬영한 수위 이상의 섹슈얼리티를 보는 이들 '스스로' 구현하게끔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미친 듯이 야하지는 않은데 뭔가 심히 야한' 포인트를 로타는 구현해내는데 성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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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X도희 화보

 

중요한 건 이 포인트다. 로타의 사진은, 일반적인 수위로 봤을 때 그렇게까지 센 수위는 아니다. 당연히 성인물에도 들어갈 수 없고, 성인물의 근처에도 들어갈 수 없는 정도의 수위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미소녀라는 장치를 통해 비교적 낮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섹슈얼리티를 구현했다. 이것이, 과연 '아동 성애'와 '페도필리아'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일까? 로타의 사진을 통해, '로리타적인 정신'이 무럭무럭 피어나오리라 단정지을 수 있을까?

 

다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지금의 로타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떠한 선도 넘지 않으면서, 한국인이 용납할 수 있는 범위의 경계를 정확히 설정하고 이 경계 위를 걸어가고 있다. 찬반이 갈리는 것 자체가, 이 경계가 충분히 경계로써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경계에 대한 감각 없이 고수위와 고농도의 사진을 찍어내는 사람들이 등장해 '로타 워너비'를 자칭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까? 결과는 둘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대중들이 보다 개방적으로 변해 로타 사진 그 이상의 고수위 역시 하나의 장르적 재미로 인정되거나, 애써 로타가 메인스트림의 범주에 올려놓은 이러한 사진들의 영역을 또다시 성인물의 영역으로 치환하거나. 전자는 상당히 위험하다. 미소녀들을 타겟팅해 고수위로 촬영하는 사진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진이다. 이렇게 갈 거란 확신은 없지만, 이러지 않을거란 확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로타의 실험은, 말그대로 '실험'으로만 끝나는 셈이다.

 

지금의 로타는, 여전히 유효한 로타로서 존재한다. 최근 로타의 활동 영역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이러한 로타만의 아이덴티티가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둘러싼 판은 위험하기만 하다. 로타의 '실험'이 '실험'으로만 끝날지를, 한 번쯤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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