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렵니까? 딴지일보에 가입한 지는 좀 됐지만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용기 내어 독자투고에 글을 써보려 합니다.
먼저 제가 쓸 이번 글은 욕에 대한 짧은 고찰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에 만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욕들의 유래(유래라 쓰고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와 현 사회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비록 부족한 글쓰기이고 어설프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 같아 이런 글로 자위(自慰)해보려 합니다.
먼저 오늘 고찰해 볼 욕은 가장 가볍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빌어먹을’입니다.
자, 서두가 길어지면 지루해지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기에 앞서, 그냥 현 세태가 안타까워 쓴 글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딴지를 크게 걸지 않았으며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너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쓰는 것 뿐입니다.
(주제의 특성상 욕과 비속어가 난무하니 그것을 참을 수 없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클릭해주세요)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해보자, 빌어먹을
내 삶은 십 할이 ‘빌어먹을’이었다
어렸을 적 재미있게 본 김용의 녹정기를 드라마화 한 1986년 판의 위소보(양조위 분)는 ‘빌어먹을’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그는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무조건 ‘빌어먹을’이었다.
연신 '빌어먹을'을 외치는 위소보가 오늘은 문득문득 그립다
‘빌어먹을’, 국어사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속이 상하거나 분개할 때 욕으로 하는 말”이라 적혀있다. 내가 보기에 빌어먹을은 그냥 단순히 ‘빌어먹을’이고, 아마도 타인에게 빌어먹고 있는 거지들을 가리켜 얕잡아 이르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빌어먹는 자신의 상황이 졸라 우습고 아니꼽고 슬픈 마음에 나온 욕지거리라고 생각하고 있다(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욕은 ‘빌어먹을’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지금의 내 삶이(어쩌면 니 삶도) 조또 슬프게도 빌어먹을 삶이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한테 빌어먹고 살았고, 스무 살이 넘어서는 친구들과 지인에게, 취업 해서는 자본가에게 빌붙어서 빌어먹고 살고 있다. 물론 단순히 그들에게 빌어먹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정당한 노동과 댓가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어쩌면 니 경우도) 우리 사장은 고작 알량한 글쓰기로 회사에 빌붙어 있는 내가 탐탁지 않아 호시탐탐 나에게 시비거리를 찾아 트집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아 C팔, 빌어먹을(C팔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짧게 고찰해 보겠다).
물론 우리 사장에 대해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이렇게 회사에 출근해서 딴 짓거리나 하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월급이 아깝겠는가? 더군다나, 이 빌어먹을 새퀴는 이 잣같은 회사 언제든 때려 치려는 마음을 언제나 가지고 당당하게 말대꾸까지 하니 아주 입 안에 가시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새퀴를 자르면, 노동청에 가서 이 개같은 노동현장과 최저임금도 못 주는 회사 상황을 고발이라도 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드니, 참으로 내 돈 주고 일 시키면서 짜증나는 개같고 ‘빌어먹을’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누군가의 사적 노예로 일하는 내가 그나마 주인님께서 주신 월급으로
빌어먹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감동스러워해야 하는가...
‘빌어먹을’ 사회, 일 ‘안’하는 개객끼들
2015년 한 해 언론에서 가장 ‘핫’했던 단어는 청년(靑年)이다. 물론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말이다. 청년 실업이 9.2%라는 기사는 단순히 수치화 시켜보자면, 우리나라 청년 중 한 명의 꼬꼬마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빌어먹으며 살고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다들 공감하는 사실은 통계라는 것이 ‘정확’한 수치가 아닌 ‘대략’ 그럴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내 어설픈 주변 상황으로 살펴보자면 아는 꼬꼬마들 중 적어도 두 꼬꼬마 정도는 ‘빌어먹을’ 빈 손으로 살고 있다. 이런 청년 세대들을 보고 달관 세대니, 삼포 세대니하는 세대 분석과 우울 사회, 피로 사회와 같은 졸라 유창하고 허세 충만한 말은 못 쓰겠으니 난 그냥 지금 세대 간 갈등과 이 사회를 ‘빌어먹을’ 사회와 ‘빌어먹을’ 세대로 정의하고 싶다.
왜 ‘빌어먹을’ 사회인가?
자,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빌어먹을 세상이 되었는가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먼저 역사적으로 따지고 보면 인류는 존재 자체가 지구라는 행성에, 그리고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에 빌붙어 사는 빌어먹을 새퀴들이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인간이라는 종은(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창조론이고 진화론이고 그 딴 소리는 잠시 마음속에 묻어 두자. 어차피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든, 원숭이에서 진화했든 간에 결국에는 어떻게든 ‘빌어먹을’ 종족이라는 인간의 ‘종특’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니 크게 개의치 마라) 원시 시대에는 동물을 잡아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했고, 땅의 힘을 빌려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후에는 단순히 먹고 살려는 욕심에 농작물들을 애써 키워 수확해 먹었다. 그 뿐인가? 기술이 발달한 이후부터는 ‘자본’이라는 유·무형의 가치로부터 같은 종들을 착취하며 보다 나은 삶의 영위와 안위를 위해 힘쓰고 있으니 이 어찌 배은망덕하고 빌어먹을 개객끼들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몇몇 국가 및 종족들은 그래도 ‘양심’이라는 게 존재했는지 조금은 덜 빌어 먹고, 더 나누는 사회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작금의 대한민국은 더 빌어먹을려고 하고 덜 나누려는, 아주 유난히 빌어먹을 사회이다. 그런데 C팔 조금만 나눠달라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장발장식 주장은 빨갱이로 오인 받으며, 거지 근성이라고 욕 처먹기 일쑤일 뿐 아니라, 단지 빌어먹지 않을테니 일좀 하고 싶다는 ‘빌어먹을’ 청년 세대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멀리, 저 멀리 사라져 들리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이라 쓰고 ‘빌어먹을’ 슬픈 개객끼들이라 읽는다)이 9.2%나 되는 나라. 체감상으로 20-30%에 육박한다는 국가. 9.2%라는 숫자로 감이 잘 안 오니 대략 50만 명 정도가 일자리가 없는 나라.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물론 반론의 여지는 남아있다. 비단 청년 실업의 문제, ‘빌어먹을’ 이 문제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어느 국가나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시대적 화두일 것이다.
아니 그런데, 노동 개혁이라 지껄이는 소리는 잘 모르겠다. 노동 개혁으로 일자리도 창출하고, 뭐 씨바 어마어마하게 좋은 게 많다? 이 소리인 것 같은데... 글쎄, 글쎄올시다. 우리 나라 최정상에 있는 님들이 대한민국 수립 이래로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적 있는가?'라고 반문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분신자살하며 끝까지 손에 놓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이 나라에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경제 체제는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빌어먹을 사회를 부추긴다. 그에 따른 대책들이 연구 논문이나, 정책 보고서를 통해 속속들이 발간되고 있긴 하나, 막상 그 논문이나 글들을 읽어보면 도돌이표와 같이 똑같은 소리만을 반복하고 있다(씨바, 읽다보면 소위 먹물 좀 먹었다고 하는 식자층이 하는 소리는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보고 청년 실업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레포트를 쓰라고 해도 그것보다 잘 쓰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지가 빌어먹고 있는지는 모르는 십 할(十割) 놈들
청년 실업을 넘어 이번에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빌어먹고 있는 놈들에 대해 말해보자. 이 새퀴들의 직업은 일명 ‘정치인’이다. 개객끼들이 ‘정치(政治 : [명사]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를 하라고 했더니, C팔놈들이 정말로 치사한 짓거리만 하고 다니고 있다. 가뜩이나 삶도 팍팍해 죽겠는데, 어디 C팔 건들 게 없어서 노동개혁이나 부르짖고 있고, 그것도 안 되니 월권 행위나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 빌어먹을 사회를 떠나 조금 덜 빌어먹을 사회로 떠나고만 싶다(아 빌어먹을, 능력도 의지도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내 삶과 너희 삶이 안타까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안 믿어 개객끼야
이 ‘빌어먹을’ 새퀴들의 문제는 이 새퀴들이 전혀 자신이 한 짓거리에 대해 이해를 못 한다는 것에 있다. 매번 선거철이 되면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빌어먹고 살고 있는 대중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표 거지 새퀴들이 막상 당선만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TV에서만 볼 수 있는 새퀴들이 된다. 그 뿐인가?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뽑았는데 지네 이익만 챙기는 이 새퀴들은 매번 무슨 잘못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이야기였다고 구라를 치고 있다. 구라만 치면 다행이지, 이 새퀴들의 구라로 통과한 법안과 정책들은 대중들의 삶을 더 빌어먹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들의 심장에 연필을...
정치인의 최정점에 서 있는 한 나라의 얼굴이자 대표라는 근혜 누나, 이 아름다운(美親) 분은 또 어떠한가? - 미안하다. 쓰다보니 쫄았다. 난 김어준 총수처럼 담대하지 못해서 쫄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전사의 심장’이라는 닉네임을 쓰니 참 역설적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딴지일보 기자도 아니고 필진도 아니다 보니 나를 지켜줄 이가 나밖에 없어서 자체 쉴드를 좀 치려고 한다 - 대통령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신 입지전적인 이 누나의 이력을 살펴보면 뭐 인생 자체가 ‘빌어먹을’ 삶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의 딸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누구보다 호화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다. 물론 나름의 풍파를 겪었지만, 역시 금수저는 삼 대가 망해도 먹고 산다고 이 누나는 아버지가 피살되고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른 두환이 형에게 당시 돈으로 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빌어먹는다. 당시 6억이면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1979년 당시 은마아파트 광고 전단지
부자가 오순도순 빌어먹을 준비를 하는 나라
아버지 세대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어떻게든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라, 그리고 아들 세대는 자신의 삶을 부지하고 가족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아버지의 모가지를 쳐야만 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요하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여전히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의 터널을 걷고 있다. 이 터널 끝에 과연 빛은 있을까? 아쉽게도 빛은 커녕 또 다른 터널이,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야만 할 것 같아 마음이 어렵다.
상념에 빠진 아버지와 모든 것을 달관한 아들, <행복을 찾아서> 中
무너지는 헬조선, 대안은 있는가?
진짜 지옥은 악인이 고통스럽고, 처벌받는 공간을 뜻하는데 이 헬조선은 아주 그 뜻에 걸맞게 아주 고통스러운 지옥이 되었다.
원래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단군이 세운 古조선을 표방해 나라이름을 정했다. 그리고 이 조선은 은나라 사람이던 기자에게, 그리고 다시 위만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연나라 놈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시대가 흘러흘러 4불가론을 들어 위화도 회군을 한 이성계의 쿠데타로 세워진 국가가 조선이다. 따라서 작금의 헬조선의 염라대왕은 다카키 마사오의 딸 박근혜고, 그에 따라 헬조선에서 빌어먹을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내가 진짜 이렇게 살다 죽게 되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말겠다
그렇다면 이 빌어먹을 헬조선이 더 이상 빌어먹을 일을 덜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가 관건이다.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물론 있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답은 모른다. 다만, 이외수가 외쳤던 ‘존버정신(졸라게 버티는 정신)’은 이제는 더 이상 헬조선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 (아 어쩌다 글이 삼천포로 빠져서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는 걸 따르거나, 네오러다이트운동(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반기술적이고, 인간성 회복의 가치를 내세운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어쩌면 슬프게도 정말 그것만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빌어먹을 헬조선에서 빌어먹지 않고 온전히 살려면 땀을 흘려서 돈을 벌면 안 된다. 남이 흘린 땀을 훔쳐야만 한다. 슬프게도 헬조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과 답이 이것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병신년에 내가 더 병신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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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빌어먹을. 원래 이렇게 진지하고 길게 쓰려는 글이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이 쓰디쓴 감성에 젖어 글이 길어졌다. 지루하고 이 쓸모없는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하고 싶다(이 글 읽고 댓글 단다고 뭐 없다. 다만 댓글이 많아지면 좀 더 다양한 욕에 대해 조만간 또 업데이트 해볼 요량이다). 딴지일보에 올리는 내 처녀작(아, 처녀작 이런 건 성차별적인 단어니 쓰면 안 되나? 아 모르겠다. 걍 쓰련다. 참고로 난 남존여비(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주의자다. 그러니 오해 없길 바란다)을 읽어줘서 고맙다.
이만 쓰고 이제 일해야겠다... 옆에 있는 상사가 이 새끼, 뭘 하는데 이렇게 타이핑이 요란한지 힐끔 힐끔 쳐다본다. 이 글 쓴다고 오전 시간 뿌듯하고 빠르게 지나가서 기쁘다. 이제 오후 시간만 버티면 퇴근할 수 있으니 아주 기쁘다. 다행히 이 회사는 쥐꼬리만큼 돈을 주는 대신 야근이 없어서 좋다.
편집부 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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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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