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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는 창간 당시부터 빠지지 않고 꾸준히 챙겨보는 편인데 독투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왠지 긴장되고 떨립니다.


이 글은 산호(Coral)이라는 생물에 대한 글입니다. 산호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사육에 대한 정보를 적어볼까 합니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겠지만 특이한 반려동물이기도 하기에... 그냥 이런 특이한 생물도 있고 이런 생물을 기르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오덕들도 있구나 하는 정도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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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호의 분류학


종<속<과<목<강<문<계로 올라가는 일반적인 생물 분류에 따라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산호는 식물계가 아닌 동물계의 자포동물문 산호충강에 속하는 생물들의 총칭이라고 백과사전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산호충강은 팔방산호아강, 말미잘아강(육방산호아강)으로 나뉩니다.


이 중 팔방산호아강과 말미잘아강(육방산호아강)의 일부를 대게 산호라고 총칭한다고 보시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팔방산호 아강은 촉수(폴립)가 8개 혹은 8의 배수인 산호를 의미합니다. 이 녀석들은 대개 골격을 형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연산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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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이 없이 유연한 게 특징인 연산호들의 모습

(한겨레에 녹색연합이 제공한 이미지)


하지만 팔방산호 아강의 산호들 중에서도 불완전한 형태의 골격을 형성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골격이 없음=연산호=팔방산호 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육방산호 아강은 촉수(폴립)가 6개 혹은 6의 배수인 산호를 의미합니다. 이 녀석들은 대개 골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따로 경산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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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호의 한 종류


하지만 역시 골격을 형성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골격이 있음=경산호=육방산호 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학자들은 육방산호아강의 산호들 중 골격을 형성하는 산호를 따로 조초산호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이 녀석들은 생물이 만든 거대한 암초인 산호초를 형성하는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말미잘과 산호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말미잘은 폴립이라고 불리는 작은 개체들이 군집하여 하나의 거대한 집단(콜로니)을 이루는 산호와는 달리 하나의 폴립이 하나의 개체입니다. 폴립들이 분열하면서 집단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산호와는 달리 분열이 이뤄지면 새로운 개체가 탄생합니다.

 

또한 산호에게는 없는 이동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산호 중에도 이동 능력이 있는 놈들이 있고 말미잘 중에도 이동 능력이 없는 놈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말미잘들은 상당히 뛰어난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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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르고 있는 몬티포라 운다타(Montipora undata)라는 산호입니다. 표면이 작은 털처럼 보이는 것들이 폴립입니다. 이 산호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폴립들이 모여서 형성된 군체(콜로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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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노 말미잘이라는 녀석입니다. 폴립 하나가 하나의 개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2. 산호의 특이성

 

북극에 서식하는 혹등고래의 암컷은 임신을 하면 적도 부근의 바다까지 내려가서 출산을 합니다.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추운(!) 북극의 바다를 떠나서 휴양지가 즐비한 따듯한 바다로 출산 휴가라도 가는 것 같지만 기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대바다는 매우 황량합니다. 생물의 개체 수가 적고 따라서 거대한 포식자들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먹잇감이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혹등고래가 열대바다에서 출산을 하는 이유는 열대 바다에 혹등고래의 새끼를 노릴만한 거대 포식자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호는 이 황량한 열대 바다에서 번성하고 거대한 암초(산호초)를 형성합니다. 덕분에 산호초 지대에는 황량하다는 표현을 쓰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열대 바다, 특히 열대의 대양이 황량한 이유는 육지로부터 영양염류가 제대로 흘러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양염류가 흘러들지 않으면 해조류와 같이 광합성 능력이 있는 생물이 번성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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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류를 보기 힘든 열대 바다


오직 광합성만이 무기탄소를 유기탄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물이나 해조류 같이 광합성 능력이 있는 생물들을 생태계의 생산자라고 부릅니다. 유기탄소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자가 없이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열대바다에서는 산호가 생산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자포동물문'에 속하는 동물인데,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은 종속 영양 생물, 즉 다른 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어떻게 산호는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산호는 매우 특이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산호의 체내에는 '공생조류'라고 불리는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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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디어와 한국연구재단에 제공받아 동아사이언스에서 보도에 사용한 이미지

 

이 놈들은 조류라는 이름 때문에 종종 식물성 플랑크톤의 친척쯤으로 오인되지만 사실은 동물과 식물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생물입니다. 산호의 공생 조류는 쌍편모충류에 속하는 이름처럼 운동 기관인 한 쌍의 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놈들은 산호의 체외에서는 편모를 이용해 헤엄을 치면서 광합성도 하고 다른 플랑크톤도 잡아먹으면서 살아갑니다.

 

산호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이 공생조류를 잡아 먹은 후에 일부는 소화시키고 일부는 신호전달 물질을 분비해 운동능력을 상실케 만들어 몸속에 서식하게 합니다. 이때부터 공생조류는 이름과는 달리 사실상 산호의 노예가 됩니다.


광합성을 이용해서 만든 유기탄소와 상당량과 아미노산, 지방산까지 산호에게 공여합니다. 물론 공생조류는 좀 더 안정된 서식처와 약간의 영양성분(주로 산호의 노폐물)을 공급받습니다만... 사실상 공생이라기 보다는 산호의 빵셔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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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는 상동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산호는 해조류가 없는 생태계에서 해조류와 비슷한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울러 바닷속에 풍부하게 녹아있는 칼슘과 중탄산염, 또한 자신의 호흡을 통해서 형성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탄산칼슘(CaCO3)으로 형성된 뼈대를 합성할 수 있는 능력까지 지니게 되었습니다. 죽은 산호의 뼈대에는 한때 폴립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작은 기공들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이런 작은 기공들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는데 최적의 장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 미생물들을 먹기 위해 작은 생물들이 몰려들고 작은 생물들을 먹기 위해 더 큰 생물들이 몰려들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완전한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공생조류는 산호의 서식 장소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산호초는 대게 열대지방의 얕은 바다에 형성되는데요. 그 이유는 공생조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빛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빛의 양이 부족한 깊은 바다에는 산호라고 부를만한 생물은 존재하지만 산호초는 형성되지 않습니다.

 

1편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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