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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2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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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짧은 봄, 그리고 또 다시 여름인 듯 덥습니다.


날씨 따위 상관하지 아니하고 맥주를 탐하는 삶이지만 그래도 더운 날에는 역시 맥주가 (더욱) 땡기지요. 오늘의 국맥은 아크(Ark)의 Be High, Hug Me 그리고 하이트진로의 All New Max입니다.


아크(Ark). 언젠가 글을 싼 적이 있었던, 부엉이 맥주(히타치노 네스트)의 국내 생산을 담당했던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에서 새로이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양조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들었는데 전국유통망인 홈플러스에 입점(비록 아직은 2종류이지만)한 것을 보면 들은 것보다 생산 기반이 탄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와인수입으로 악명이 높았던 C뭐시기 회사의 유통능력이 뒷받침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국내 중, 소규모 양조업체가 늘어나고 병입 혹은 캔입 된 제품들이 전국으로 유통 된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니 박수.



1.아크 Be High


라벨 디자인을 보면 '그래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쯤이면 우리말로 된 이름을 가진 맥주병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은 다음 기회로.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의 마스터가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니 굳이 한글로 이름 붙이기를 강요하기도 좀 그렇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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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인디아 페일 에일)맥주이고 알콜도수 7%입니다. 호피와 사워를 모두 좋아하는 저로서는 국산 IPA가 늘어나는 게 너무 기뻐서 있지도 않은 손녀딸을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은 좀 뿌옇게 보이지만 실제론 필터링 된 맑은 상태.


병입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새 제품을 마셨기 때문이겠지만 꽤 신선하고 풍성한 홉 향이 잘 느껴집니다. 신선한 맥주라는 건 대부분의 경우에 옳지만, 그중 IPA 만큼이나 신선함이 중요한 맥주도 없겠지요. 잔에 따르면서 피어나는 향의 모양새가 코를 들이미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네요. 감귤류의 향과 과일 껍질, 풀잎이 떠오릅니다.


이 맥주는 IBU(편집자 주: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 쓴 맛의 정도. 국산맥주는 보통 10~14 사이) 60인데 혀에서 느낀 정도는 그보다 좀 더 높지 않을까 싶네요. 비교적 가벼운 듯한 맥아의 단 맛으로 인해 쓴 맛이 도드라졌던 듯.


바디감은 ‘가벼움’에서 ‘중간’ 정도로 도수는 낮은 편이 아니지만 마시기엔 편한 수준입니다. 피니쉬가 짧은 듯하여 좀 아쉬움이 남네요.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맥주입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다면 감사히 벌컥벌컥 하겠지만 가격이 3900원(마트기준)이라는 건 생각해 볼 문제인 듯싶군요. 소규모 양조장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현재의 주류세 체계에서, 가격 낮추기는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비싼 게 아닐까 싶은 인상이 지워지진 않습니다. 국맥임을 숨기고 수입맥주인 척 하는 게 오히려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2.아크 Hug Me


어쩐지 쌔 보이는 누님이 라벨에서 지켜보고 있으십니다. '안아 주세요'라기보다는 '어서 달려와서 안아주지 아니하면 네놈을 구워먹으리'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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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안 화이트이고 알콜도수 5.5%입니다. 드디어 전국유통망 최초로 국산 벨지안 화이트군요(최초가 아니면 어쩌지?). 비여과 맥주에서 볼 수 있는 안개와도 같은 탁한 모습.


오렌지, 고수(편집자 주: 허브의 종류 중 하나).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는 생강향. 지역적 특색을 가미하고자 국산 생강을 갈아 넣었는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첨가하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전형적인 벨지안 화이트의 향에 읭(?)스러운 생강향이 흩날립니다. 오렌지의 새콤달콤함, 크래커스러운 밀 맥아의 맛.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적절한 탄산감. 그리고 생강. 생강이 주는 특징적인 향과 맛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꽤 좋은 선택지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 음, 나쁘진 않은데?' 이 정도. 이렇게 쓰고 보니 생강향이 아주 강하게 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단지 전형적인 벨지안 화이트에 길들여져 있는 내 경험과 기억이 허그미의 생강적 특징을 어색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그런 것일 뿐. 허그미가 아주 전형적인 벨지안 화이트라면 굳이 이것을 찾아 마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니, 독특한 맛이 있다는 건 어쩌면 강점일지도 모르겠군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벨지안 화이트인 오가든(호가든의 오타가 아닙니다)과 비교하면, 당연히 이 맥주가 낫습니다. 할인 안 된 오가든을 마실 바에는 주저하지 않고 허그미를 마시겠는데, 오가든은 평소에도 마시질 않아서 딱히 저런 선택의 상황이 오지는 않겠고 여타의 벨지안 화이트와 비교한다면 딱히 뛰어날 것이 없어 보이니(독특하긴 하지만) 재구매를 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기에는 뭔가 애매하군요. 다만 Be high와 마찬가지로 '국맥인데 3900원(마트기준)!'이라는 가격이 소비자에게 어찌 다가갈지 잘 모르겠군요.



3.All New Max(이지만 다 적기 귀찮으니 신 맥스로 칭함)


별로 기대되지도 않고 크게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뭔가 바꿨다는데, 그리고 달라졌다고 시끄럽게 떠드는데 마셔는 봐야지 싶어서 구매한 맥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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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左) 구 맥스, 우(右) 신 맥스


구매 당시에 신 맥스의 캔, 병 제품이 없던 관계로 페트제품을 들고 왔습니다. 시음했을 때가 대략 5월 12일 경이니까 지금쯤에는 캔과 병 제품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시기에 앞서 라벨과 광고를 언급을 안 할 수가 없겠네요. 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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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New', 'Cream 生 All Malt Beer'. 그리고 '266초'


All New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All Malt Beer(편집자 주맥주 3대 원료인 맥아, 홉, 물 외에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100% 보리맥주)는 ‘하이트나 카스와는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나름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Cream은 대체 왜 가져다 놓은 걸까요. 기네스나 킬케니 같은 부드러운 거품을 추구했을 것 같지는 않고, 한때 반짝 유행했던 스몰비어의 크림맥주들을 컨셉으로 잡은 것 같긴 한데 정작 잔에 따라보니 보통의 라거 거품들과 다를 바도 없고 무슨 생각으로 넣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문구입니다.


그마저도 266초 동안 유지된다고 자랑을 하는데, 거품의 유지력으로 "우리 맥주 짱짱맥!"을 시전하려는 태도에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아사히에서 엔젤링(편집자 주 : 맥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을 때 잔에 만들어지는 거품고리)으로 밀고나가니까 따라서 그러는 건지 어쩐 건지. 맥주 맛에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거품의 양이나 유지력을 화제 삼을까 싶어 짠하기도 합니다 그려.


生은 '비열처리 여과'를 잘 포장한 듯 싶은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맥주’의 이미지와 실제 ‘生’맥주 사이에 있는 거리감을 언제까지 이용해 먹을지 이젠 지겨울 정도군요. 어째서 말로는 독일 맥주를 따라간다고 하면서 실제 컨셉에서는 아사히나 삿포로 같은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시음하면서 거품의 소멸속도를 재어본 결과 저는 150초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뭐 "최적의 조건에서는 266초가 가능하다!"라고 한다면 "네 죄송합니다." 라고 하겠지만요.


이젠 마셔봅시다.


우선 비교시음용으로 준비해둔 구 맥스를 잔에 따라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셔 그 맛을 미뢰 끝 기억저장소에 담아두면 좋겠지만 그따우 기능은 허본좌의 이름을 세 번 외쳐 봐도 생기지 아니 할테니 접어두고, 시음노트랍시고 있는 연습장의 한 구석에 그 감상을 적어둡니다. 뭐라 적었던가, 다시금 연습장을 열어보니 이렇게 적혀있네요.



"그때 마셨던 그 맛, 이미 알고 있던 그 맛"



구 맥스 한 모금을 마신 후 잠시 쉬었다가 신 맥스를 마셨습니다. 4.5%에 라거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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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능욕당하는 필스너 우르켈 잔


확연히 나아진 향. 구 맥스의 경우에는 향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약한 편이었으나 이젠 '향'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꽤 풍깁니다. 구 맥스보다 비교적 많은 홉을 넣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아로마 호핑 기술자를 함께 갈아 넣었거나. 어쨌든 나아진 모습이 있습니다. 조쿤요.


맛은 익숙한 라거의 맛입니다. 맛 자체에서 뭔가 크게 나아졌다거나 깊은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구 맥스의 맛이 뭔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책장 같은 느낌이라면 신 맥스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책장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들뜬 기운이 줄어들고 밸런스가 나아졌달까요? 아 물론 그 책장에서 숨 쉬고 있는 책들이 딴지의 <벙커깊쑤키>처럼 뼈가 되고 살이 되며 때로는 발기도 되는 양질의 서적일지 (북)조선일보처럼 자전거가 되고 현금이 되는 종이 쪼가리일지는 직접 판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개인적인 느낌을 말한다면 구 맥스와 비교해서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한 30cm정도? All New라고 거창한 문구를 붙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Little New정도면 적당하겠네요.


맥스를 마시던 분은 계속 마시고 안 마시던 분은 계속 안 마실 그 정도?



*이 글에 등장한 맥주들은 내 돈 주고 산 거임 ㅇㅇ. 홍보? 그런 거 없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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