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치권은 불과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 20대 대통령 선거 때문에 마무리와 새 출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지금쯤이면 가장 치열한 본 경기 안에서 한창, 치고받기가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제 1야당의 괴랄한 후보 출현과 그 부인의 괴상한 이력 논란으로, 양측의 제대로된 ‘훅’ 한 방 없이 (그것이 후보 검증이 됐든 공약 검증이 됐든) 시간 끌기용 짜실짜실, 잔잔바리만 계속되고 있는 지리한 판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스트레스도 계속되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도 2021년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은 만큼, 2021년 결산, 정치삽질 베스트 10, 한번 꼽아봤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인물의 혼이 담긴 추태를 모으는 시간이라 보면 되겠다. 복습하긴 싫지만 우리가 큰 악재를 겪고도(예: 이명박, 박근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이런 복습을 잘해서 그런 거이니 멘탈을 가다듬고 살펴보자.
1.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그 자체
알다시피, 지난 2020년을 이 사람으로 끝냈고, 2021년도 이 사람으로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검찰총장 재직시절 판사사찰 의혹 등 6가지 비위 혐의로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허나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이어 헌법재판소에 ‘검사징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 및 헌법소원까지 내면서 검찰총장직에 사활을 걸다가 지난 3월 4일 총장직을 내던졌다.
나가랄 땐 안 나가고, 저지른 비위 행위에 비해 양정(量定)이 가벼워도 한참 가벼운 정직 2개월도 못 받아들인다면서 오로지 ‘윤석열을 위한, 윤석열에 의한’ 법치주의를 구가하는 듯싶던 그는 지난 3월 4일 전격 총장직 사의를 발표했다.
2020년 윤석열 전 총장이 수사‧기소권을 가지고 칼춤이 한창이던 당시, 이미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 2위를 넘나들고 있어, 윤 총장이 여권의 대항마로 오르내리긴 했기에 새삼스럽게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관이나 검찰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실시 1년 전에는 그 직을 사퇴해야 하므로 3월 9일 이전에는 사퇴하리라고 정치에 입 좀 턴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예측했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 화면캡처>
검찰의 중립성, 공무원의 중립성 등 헌법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일단 뒤로 하자. 여기서 볼 건 그가 총장직을 내던지면서 댔던 핑계가 얼마나 무식한 삽질인지 짚어 보기 위함이다. 그가 검찰총장을 그만두면서 명분이랍시고 댔던 핑계가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의 파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헌법정신이야말로 크게는 삼권분립, 민주주의 원리,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 추정의 원칙을 비롯한 모든 기본권의 보장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다. 그래서 행정부 최고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부하인 검찰총장이 항명에 가까운 짓을 저질러도 함부로 자르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거 아닌가. 해서,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은 거 아닌가.
필요에 따라 재판을 받기 이전에 자신이 검찰공무원으로서 가진 공권력(수사, 기소권)을 남용해 국민 개개인의 인권 침해를 넘어(대표적인 게 대학 봉사 표창장 수상 건으로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한 것이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사실상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토끼몰이식 수사와 기소를 일삼으며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에 도전(?)했던 그가,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니 이게 말인가. 그동안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을 파괴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더 이상 안 하겠다는 도리도리 의미에서 사표를 던진 것이라면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본 기자의 잘못이지만 뭐 글타.
또 하나의 삽질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발언이다.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헌법전문과 헌법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통상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처음 헌법에 규정된 것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부터였다. 이때 북한의 김일성 정권에 대응한다며 ‘민주적 기본질서’ 앞에 ‘자유’를 갖다 붙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한 것이다. 이 유신헌법체제야말로 북한 공산주의 체제에 대응한다며 헌법에 ‘자유’라는 명칭만 가져다 붙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훼손한 대표적인 헌정질서였다.
대표적인 흠정헌법(군주의 단독 의사에 의하여 제정한 헌법)으로 평가되는 이 유신헌법 하에서는 야당도 필요 없고, 국회의원마저도 정수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여 삼권분립마저 무력화, 오로지 대통령 박정희에게 모든 권한을 실어준 헌법이었다. 자. 그럼 여기서 퀴즈. 유신헌법 만든 사람은 누구? 김기춘이다.
김기춘과 독재정권에 부역한 헌법학자인 한태연, 한태연의 제자 갈봉근, 이렇게 셋이 주축이 돼 만든 헌법이다. 근대 입헌민주주의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헌법이 바로 유신헌법인 게다.
거참, 좋은 선배 두셨다.
이런 헌정사와 그 의미도 모른 채 ‘헌법정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고 다니니, 무식하면 용감한 것인지 아니면 뼛속까지 군부 독재 DNA가 새겨져 있음을 고백한 것인지, 혹은 둘 다인 것인지 알 수 없다만 여튼 자칭 ‘공정의 아이콘’이라는 그의 입에서 나온 이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상당히 구린 것만은 확실하다. 검사 5년이면 형법을 모른다더니, 형법도 모르고, 헌법도 모르고. 이건 뭐...
검찰총장이라고, 아이고 사시도 합격하셨는데 거기까지 올라간 위대하신 분... 아이고 검찰총장까지 하실 정도면 얼마나 법을 잘 아시겠어, 대단하신 분... 이라고 먹어주는 시대는 애애애애애애초에 지나갔다. 이력이 화려해도 사람 자체가 구리면 요즘은 안 먹어준다는 거, 알아두자.
아니면 토론으로 보여주덩가.
2. 오세훈 재취업과 아이 교육비 빼앗기
2011년 아이들에게 밥 주기 싫다며, 시장직을 내던졌다가 재취업에 성공한 분이 있다. 현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시장직 사퇴와 사망으로 치러진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단체장 직을 가져간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10년 전 아이들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로 가자며 생떼를 썼다가 투표율을 채우지 못해 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퇴한 오세훈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 물리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마저 이긴 오세훈은, 본선에서조차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까지 지낸 박영선 후보를 20%P 가까운 차이로 누르며, 비록 1년짜리 시장직일지언정 당선됐다. 무려, 10년 전 MB의 추억을 소환하는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 관련 자세한 내용은 딴지일보 지난 기사를 참조하시라(돋보기로 바라 본 오세훈의 공약: 부자를 위한 수익모델, 부자를 위한 환경파괴 기사 링크).
어쨌든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 앞두고 치러진 재‧보궐 선거라 이 선거의 결과가 나타내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민심이 그렇다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출처 - <MBC 화면캡처>
그런데 이 양반, 시장이 되더니 ‘전임 시장 행적지우기’가 가관이다. 임기 1년짜리 시장직인데다, 시의회 절대다수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무리한 시정은 현실적으로 펼칠 수 없는데도, 무모한 변화를 시도할 뿐만 아니라 10년 전의 경험에서도 깨달은 바가 없는지 특히나 아이들 교육 관련 예산에 손을 대 원성을 사고 있다(자식이 있는 유권자라면 더욱 와닿을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오랜 교육 역점사업이었던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서울시와 교육청, 자치구가 공동으로 예산을 분담해 추진해온 교육 협력 프로젝트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교육사업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업의 지속성마저 불투명하게 되었다(관련 기사 링크).
그뿐만 아니라 2022년 예산에서 TBS 교통방송의 예산을 123억 원이나 삭감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아침마다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손보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벼르더니, 총수를 내쫓을 순 없으니, 돈줄을 틀어쥔 것이다. 이유야 독립 재단으로 출범한 방송사니까, 재정 또한 독립하라는 것인데. 공영방송의 재정 독립성이 TBS만의 문제도 아니고 핑계 또한 궁색하기 짝이 없다(관련기사 링크).
아무리 선출직으로 당선된 지자체장이고, 자신의 공약사업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도, 행정은 연속성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그것이 또 사회안전성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전임자가 했던 행정의 틀 위에서 사회와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 권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현하려 해야지, 전임자가 진행하던 행정을 완전히 전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헌데 오세훈은? 시민단체가 서울시 민간위탁 지원 사업 수탁을 통해 받는 지원금도 대폭 삭감했다. ‘시민단체 몰아주기로 비효율적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것인데 MB정권 시절, 자신들이 보수극우 단체에 몰아주었던 예산 금액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행정뿐만 아니라 인사에서도 삽질을 빼놓지 않는데, 2012년 양재동 파이시티 비리 혐의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최측근 강철원을 서울시 민생특보로 화려하게 컴백시켰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고 실형까지 받은 강철원을 후보 시절에는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더니, 당선되고서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오 시장이 출마해 당선된다면 향후 5년간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고편을 지난 7개월 동안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아이들 밥그릇 빼앗더니, 교육비도 빼앗고, TBS에 자금압박을 넣으며 오 시장에 반기를 들거나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방송은 못 버티게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비리 혐의가 있든 말든 뭘 하더라도 자기 사람은 가능한 꽃 보직들 찾아주어 보살피겠다는 뜻, 잘 알겠다.
다만 '절친' 김어준 총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니 이왕 칼을 빼들었으면 각오는 좀 해야할 거다.
3.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과 요즈마그룹 펀드
서울에 오세훈이라면, 부산엔 박형준 시장이 있다. 똑같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MB의 사나이 박형준 시장.
짧은 선거기간이었지만, 그가 부산시장에 출마하면서 수많은 비리들이 드러났다. 자세한 내용은 딴지일보 지난 기사를 참조하자. 정리는 딴지 아니겠나(이 남자는 급이 다르다: 박형준의 준비된 슈킹 기사 링크).
그중에서 주목할 대표적인 삽질 하나를 보자. 삽질인 줄 알면서도, 언론과 방송에서 그렇게 무수히 지적했음에도 취임하기 무섭게 신속히 실행한 삽질이다. 이스라엘 펀드로 알려진 요즈마그룹 펀드와 투자 MOU 계약 체결 건.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후보 시절 1조 2천억 원의 벤처기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워 요즈마 펀드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검증에 들어갔다.
3월 박 시장 후보는 ‘벤처캐피 혁신도시’ 공약을 내놓으며 요즈마그룹과 1조 2천억 원대의 창업 펀드를 만들어 500개 기업에 창업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취임 엿새 만에 MOU도 체결했다. 그런데 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 - <부산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요즈마 그룹에 대해 추적에 들어갔는데 상당히 수상했다.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연락이 닿지 않음은 물론, 홈페이지에 적힌 본사 주소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회사에 대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MOU 체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알아본 결과, 요즈마그룹 펀드는 이스라엘이 국책사업으로 1993년부터 5년간 운영했고, 이후 민영화되면서 2013년에 모든 펀드를 청산했다. 본사 직원도 3명밖에 남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런 회사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일부러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민의 세금 1조 2천억 원이 들어가는 MOU를 졸속으로 체결하였다.
이 요즈마그룹과 MOU를 이미 맺었다가 사업이 실현되지 못한 지자체와 대학들이 10개가 넘었다. 조금만 알아봤더라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임을 알 수 있었다.
부산시의 이런 MOU 체결 직후, 요즈마그룹 펀드에 대한 추적보도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자 요즈마 그룹 측에서는 요즈마 그룹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고,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이전한 회사 주소조차 홈페이지에서 바꾸지 않는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리라는 가능성은 윤석열 후보가 토론을 환영하는 것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4. 윤석열의 대권 도전과 사회적 기회비용
검찰총장직을 내던질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윤석열의 대권 도전. 출마 선언을 언제 하느냐, 국민의힘에 언제 합류하느냐의 문제였지.
검찰총장직을 내던지고, 김한길 등 정치권의 구태스런 인물들을 만나 공부를 하고 있다는 둥, 어디서 정치 과외를 받고 있다는 둥 하는 소리가 한 3개월간 떠다녔다. 그러다 6월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어떤 이들은 검사로서 윤석열의 기개를 믿고,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곧바로 대통령 되겠다고 출마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에도 정권에 항명하는 의미로 직을 던졌던 검찰총장들이 그랬고, 정권에 찍혀 쫓겨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마저도 끝내 정치권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틈만 나면 외치던 그가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삼권분립을 형해화 시키는 일까지는 하지 않으리라고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인데, 이마저도 가볍게 무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검찰총장이 될 때부터 꾸었던 게 용꿈이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던 듯싶다(검찰청 사람들 9 : 정권교체로 방향 튼 윤춘장, 용꿈은 실현될까? 기사 링크)
윤석열 자신은,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모를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어렵게 달성하고 이룩한 민주주의 헌정사에 어떤 똥물을 뿌렸는지를, 국민들이 지난한 과정을 인내하면서 쌓아온 의미 있는 여러 가치들을 윤석열이 한순간에 시궁창에 쳐박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언론인,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올 한해 가장 큰 정치적 이슈는 윤석열의 대권 출마이고, 가장 큰 삽질 또한 윤석열의 대권 도전이라고 꼽는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총장이 되면서 시작된 요 몇 년의 혼란과 사회적 기회비용의 손실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고, 사회적 기회비용의 손실 차원을 넘어, 국가 자체가 상당 부분 후퇴할 것이라고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어쨌든 6월 29일, 윤석열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순간부터 그의 숙취 정치와 정치적 발언이 시작된다. 동시에 그의 부인 김건희 씨의 논문 표절 문제, 강사 이력서 허위 기재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후보 부인의 상상을 초월한 행적들도 하나, 둘 까발려지고 마침내 대선판이 본격적인 3류 막장 드라마로 치닫게 된다. 거기에 장모 최은순 씨의 비위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절망 섞인 기대가 된다. 얼마나 더한 막장을 보여줄지.
어쩌면 윤석열을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최종 삽질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MBC>
5. 김건희의 ‘나는 쥴리가 아니다’ 인터뷰
부부는 끼리끼리 만난다고 했던가. 김건희 또한 윤석열에 뒤지지 않는다. 그가 윤석열을 만나기 전 술집 접대부로 일했었다는 의혹이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떠돌았다.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 있던 볼케이노라는 룸살롱에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출입하면서 건설기업 회장이나, 검사, 사회 고관대작들을 만났고 그 인연을 기반으로 검사였던 윤석열을 만났고, 지금의 김건희까지 되었다는 소리다. 유튜브 <열린공감 TV>에서는 이 풍문에 대한 사실 검증에 들어갔고, 집중 탐사해 취재, 여러 차례 방송을 내보냈다.
공중파 방송이나, 주요 언론에서는 이 풍문을 알고 있었음에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었다. 아니 다루지 못했다. 주요 대통령 후보 부인의 사적인 영역일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도 천박하고 가십에 가까웠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당사자가 ‘쥴리’를 공개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언급하면서, ‘쥴리’에 대한 봉인이 풀리게 된다. 공중파 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주요 언론에서 ‘쥴리’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김건희 씨는 남편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다음 날인 6월 30일 신생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와 단독 인터뷰 했다. 자신은 “쥴리가 아니고 석사학위 2개, 박사학위 1개를 하느라 쥴리를 하려고 해도 할 시간이 없었다. 쥴리를 했다면 나를 본 사람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아마 없을 것이다. 쥴리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윤석열 외 또 다른 검사와의 동거설에 대해서도 ‘당시 친구들과 살고 있었다’며 부인했고,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문제를 모두 부인했다.
이러한 김건희 인터뷰는 전날 윤석열의 대권 출마 선언을 뒤덮었고, 여야는 모두 화들짝 놀랐고, 언론사에는 새로운 취재 아이템이 주어졌다. ‘쥴리는 김건희가 맞나?’라는.
김건희 씨 스스로가 ‘쥴리’를 입에 담았으니, 모든 언론사는 차마 들어 알고 있던 풍문이지만, 확인하지 못했던 제약이 풀린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김건희를 쥴리로 볼 것이다. 아니라고 하면 더 맞다고 보는 게 사람 심리다. 사실여부를 제쳐두고라도 정치적 악수인 셈이다(조언인데 이거 시킨 보좌진들... 칭찬한다?!)
출처 - <THE FACT 유튜브 화면 캡쳐>
헌데 이후, 당시 쥴리를 목격했고, 그 쥴리는 김건희가 맞다는 목격자들이 등장했다. 앞으로도 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열린공감 TV>가 자세히 다뤘으니, 채널을 참조하시라.
6. 이수정 교수의 자충수
다음은 아동, 여성, 범죄피해자,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 범죄심리학자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이수정 교수가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 캠프 입장에서 이 교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가진 나쁜 이미지를 조금은 상쇄할 수 있는 얼굴마담 정도로 내세울 수 있는 일종의 ‘셀럽’ 정도는 될 수 있으니, 정치적 계산을 따지면 삽질이 아닌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 입장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인정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윤석열이란 주요 대선후보가 캠프로 데려가면서 일정부분 채워주었을 순 있으나, 그동안 이 교수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면서 쌓아 올린 범죄심리 전문가로서의 명성, 그에 기반한 대중적 지지와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이 교수는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윤석열 후보가 정의롭게 살아왔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평소 자신이 부르짖던 여성과 아동,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이 교수의 말은 시작 단계부터 망상에 가깝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공약한 성범죄에 무고죄 처벌 강화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이 그러하다.
출처 - <국회사진기자단>
이 교수가 윤석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교수가 그동안 한 일은 방송에 나와 쏟아지는 김건희 씨 허위 이력 기재를 비롯한 여러 의혹에 대해 ‘여성에 가해지는 악의적 프레임’, ‘국모 뽑냐’와 같은 구린 발언과 대응뿐이었다. 한마디로 김건희 전용 소방수 역할 뿐이었다.
범죄전문가로서 의미 있는 진단이나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강, 건너지 말았어야 했다.
7. 뜬금포 신지예
어떤 면에서 이수정 교수와 같은 ‘삽질 행보’를 보인 어엿한 기성 정치인이 있었으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까지 역임한 젊은 정치인 신지예다. 2018년에는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서울시장에 출마하기도 했었고, 그 밖에도 소신 있는 정치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오면서 소수 정당에서 의미 있게 쌓아온 그의 이력이었다.
그랬기에 이대남의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짙어지던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여성 인권을 위한 그의 공개적인 행보가 더욱 특별했다. 젊은 시절의 심상정표 기개를 잇는 마땅한 여성 정치인이 등장하지 못한 판에서 소수정당에서 나온 젊은 여성 정치인은 얼마나 소중한가. 좋든 싫든 이 판에선 신지예라는 정치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가 가장 시대에 역행하며, 더구나 반페미 지지층을 등에 업은 당대표를 배출한 당의 대권주자 캠프에 참여,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는 만우절 거짓말같은 일을 진실로 만들었다.
나온 후보 중에서도 가장 여성 인권과 무관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열흘 남짓 되었다. 윤석열을 택한 이유로 “정권교체라는 대의” 때문이란다. 그리고 “외모만 보고 조폭처럼 무서웠는데 실제 만나보니 아니었다”며 어이가 없고, 얼척이 없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이런 행보에 여성 운동계에서는 “여성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다.
소수였기에, 주류에 편승하지 않았기에, 다져지지 않았음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신지예의 행보와 발언들은 이제 국민의힘에 합류함으로써 아무리 정제된 발언을 하고, 유능한 행보를 보인다 하여도 ‘기회주의자’, ‘변절자’라는 꼬리표 앞에 무색하게 되었다.
출처 - <국회사진기자단>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천하의 손학규조차도 당을 갈아타면서부터 변절자라는 낙인이 붙었고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당을 갈아탈 수 밖에 없었고, 이제는 ‘만덕산’으로 희화화된다. 이를 모를 신지예가 아닐 텐데? 훗날 그가 자신의 크나큰 삽질을 후회할 때는 이미 ‘만덕산’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8. 때가 되면 언제나 중심에 있는, 김한길
한번 변절자는 영원한 변절자이고, 한번 변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명언을 일깨워준 인물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민주당을 두 동강 낸 장본인인 김한길 전 대표다. 어느 정치학자는 말했다. 정치사에서 배신의 순간엔 꼭 김한길이 있다고.
김한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송기석 전 의원, 대표적인 반문질로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한번 달기도 했던 김경진 전 의원 등, 반문 인사들의 윤석열 캠프행도 빼놓을 수 없는 2021년의 삽질이다.
이들의 삽질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2021년에는 윤석열로의 삽질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 호남 토호로 민주당을 박살 내고 20대 총선에서는 배지 연명에 성공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실패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선거 때만 되면 멀쩡하던 사람도 혼이 비정상이 되고 대선판은 그중에서도 혼파망이라고 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민의힘도 김한길 맛을 한번 봐야 안다.
출처 - <국회사진취재단>
9. 윤석열의 네버엔딩 ‘취중진담’
참으로 윤석열의 한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되고, 그간 행한 망언들을 한 번 더 상기해보자.
술이 아니면 이해되지 않는 발언들이다. 취중진담인지, 주정인지 할 수 없다. 어쨌든 그의 정치는 숙취정치에 가까워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생각하면 마음 아파.”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암 걸려 죽을 사람 임상시험 전에 약 쓰게 해줘야 한다.”
“코로나 확산, 대구 아닌 다른 곳이었으면 민란 났을 것”
1987년 6월 항쟁으로 최루탄을 맞은 고 이한열 열사의 그림을 보며 “이게 부마인가요?”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간의 건전한 교제를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집도 생필품이어서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보지 못했다.”
“전두환, 쿠데타와 5․18 빼면 정치 잘했다.”
김건희 허위 이력 논란에 “전체적으로 허위 아니고 시간강사는 다 위촉으로 뽑아!”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수사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듯싶고, 그렇게 헌법정신, 헌법정신 강조하는 사람이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 의무’조차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그렇게 외치더니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를 정치 잘했다고 옹호하고, 국가 재정이 뭔지, 예산집행은 무엇인지 개념조차 알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되는 발언을 당당하게 내뱉으니, 허경영 이후로 참으로 전무후무한 대통령 후보인 듯싶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허경영이랑 둘이서 토론을 해보는 건 어떨까.
출처 - <JTBC>
10. 잔잔바리 특집
윤석열 후보에 가려 이미 빛도 못 보거나, 당내 경선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집안이라는 사실만 밝혀진 인물들이 있다.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 의전 서열 7위 안에 드는 기관장을 역임했던 인물들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후보 경선까지 치렀으나, 윤석열의 활약에 가려 일찌감치 아웃된 인물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독립운동가 후손인 줄로만 알고 있었을 텐데, 대선에 출마하는 바람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져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당해,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 모임에서 자랑이랍시고 애국가 4절까지 제창한다며 자랑삼아 사진까지 공개했다가 ‘전체주의’라고 비웃음만 샀다. 본인은 애국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되고자 하면 애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변화를 파악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감수성을 키우는 게 먼저라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자신의 대선 출마가 엄청난 삽질이었다는 사실도 모를 것 같다.
출처 - <최재형캠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또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니며 제3지대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당명은 "새로운물결"이다. ... ... 뭐 하고 싶은 거 하는 건 좋은데, 만덕산은 누가 알기라도 하지, 이 물결은 아무도 모르는 물결이라는 게 흠인 듯싶다. 본 기자 때문에 처음 알게된 분들에겐 미안하다.
이상, 2021년에도 계속됐던 정치권 삽질을 복습하며 본인의 정신력을 깊이 칭찬하는 바, 딴지 편집부는 취재비를 더욱 많이 지급하라고 이 연사, 외친다. 그래야 검찰청 사람들 연재 쭉쭉 쓰지.
또 윤석열을 잇는 이상한 검찰의 요주의 인물(?)이 레이더에 걸리면 미리미리 잡아 보고 드릴 것을 약속하며, 다들 새해 복 많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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