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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1941년 9월 8일생. 뉴욕 브루클린 지역 출신.

1981-1989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1991-2007 버몬트 주 연방 하원의원

2007- 현재. 버몬트 주 연방 상원의원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 유대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부친의 친지들은 폴란드에서 살고 있었으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 과정에서 모두 사망.


그다지 독특할 것도 없는 유대계 미국인인 한 정치인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무난하게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혜성처럼 나타난 버니 샌더스는 과연 누구인가? 사실 뭐 별로 궁금할 것도 없지만 다들 궁금해하니 덩달아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 건 은하계 유일의 민족정론지인 본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긴급하게 버니 샌더스 후보자와의 독대 인터뷰 자리를 만들어 10가지의 질문을 물어보기로 했다. 진짜냐고?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마시라. 본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까..



문 1) 반갑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디에 있다가 갑툭튀 한 것인가?


반갑다. 최근 인터넷과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나를 갑툭튀라 하면 곤란하다. 72년 버몬트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참여한 이후 줄곧 정치를 해왔다. 니들이 몰랐을 뿐이지.


물론 처음에는 계속 낙선했지만... 버몬트주 벌링턴 시장, 연방 하원 의원, 상원 의원을 하며 오래동안 기반을 닦아 왔다. 내가 시장을 한 벌링턴 시가 미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도시라는 건 알고 있나? 2006년에 부자 감세 법안을 비판하면서 의회에서 8시간 30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했다는 건? 그런 레전드 영상이 있으니 찾아보고,


나를 과소평가하지 말아 달라.


샌더스가 요청한 동영상. 정확하게는 8시간 34분 29초다.



문 2) 미안하다. 어쩌다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젊어서는 빨갱이였다. 대학 시절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된 경력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아주 어려서 히틀러를 보고 정치를 배웠다. 잘못된 정치인이 선거에 승리할 때 한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보면서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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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P>


사실 그렇잖은가. 정치라는 것은 정말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도구인 반면, 인류를 스스로 멸종시킬 만큼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같이 훌륭한 사람이 해야 되는 거다.


안 그러면 망해. 망한다고. 지금 미국처럼...



문 3) 좋다. 오래동안 갈고 닦은 정치인이라는 건데, 어떤 정치를 했고, 앞으로 하겠다는 건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내가 주구장창 주장해오던 게 있다. 불평등 문제다.


미국이 최근 수십년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이 상위 1%에게 몰렸고,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무너졌다. 이건 공정하지 않은 거다. 내가 당선된다면, 거대 은행을 해체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겠다.


사람들은 나보고 과격하다고, 극단주의자라고 하는데, 그러다 진짜 과격한 맛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에서 부자의 세금을 깍아주고,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거부한다면 그 자가 바로 극단주의자이다.



문 4)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비판이 아니다. 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다. 한국에 있으신 몇몇 분덜은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사람이다.


민주적 사회주의란 지금처럼 부자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액 선거자금 기부자들에게 조종받지 않고 보통 사람을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가 빵빵한 북유럽을 생각하면 대강 비슷하다 하겠다.



문 5) 알겠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49.54%를 득표하며, 49.89%인 클링턴에게 아깝게 패배했다.


결과적으로 지긴 했지만, 진 게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지율에 거품이 있는 거 아니냐고 나를 비판하던 사람들은 슬슬 겁을 먹기 시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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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nn>


게다가 아이오와 경선 이후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다. 이제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본다. 노를 열씸히 저어 보겠다.


아, 클링턴은 괜찮은 정치인이다. 현명하고 노련하고 준비된 대통령 후보감이다. 그런데 말야. 오바마 정치를 보더라도 대기업 눈치 보고 군산복합체 눈치 보고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겁쟁이들 눈치 보고 그러면서 뭔가를 바꿀 수 있을까? 뭔가를 바꾸는 것, 개선을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 고통을 외면하고 문제 해결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 자들, 가진 자들과 타협을 한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유연한 후보이며, 내가 불러일으킨 문제의식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보다야 못하지만...



문 6) 미국의 선거 과정은 돈이 솔찬케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금수저인가?


그것도 심각한 문제다. 가진 자들에게 집중되는 돈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진 자들이 내는 후원금을 받아 당선이 된다면 도대체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인가?


수퍼팩의 후원을 받아야만 당선될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내가 수퍼팩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금수저냐고? 뭔 소린가? 원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걸 영어로는 실버 스푼이라고 하는데 금수저는 또 뭐냐? 난 이번 선거를 1인당 2700달러 이하의 소액 후원을 통한 모금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큰 돈이 모였다는 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거다. 한쿡말로는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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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큼씩 여러 사람이 모아줬다"

출처 - <Reuters>



문 7) 총기 문제에 있어 쪼금 애매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진보 정치인이 총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라, 약점이라면 약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 그건.. 내가 버몬트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이다. 총기는 그게 그렇게 니들처럼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구석이 있는 문제다. 미국의 역사를 보란 말이다. 원래 각자 다 총 한 자루씩 차고 다니면서 건설한 국가라고.


힐러리가 총기 규제에 적극적이니, 오히려 중도층이 나에게 쏠리는 효과가 있지만, 이건 못 들은 걸로 하고... 근본적으로는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양 극단으로 갈려서 황당한 법이나 만들고 그런 식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합리적으로 하자. 합리적으로.. 총 들이대지 말고.



문 8) 공립대학 등록금을 없애겠다는 '무상교육' 정책을 냈다. 이거 가능한가? 재원은?


한국도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들었는데, 미국은 더하다. 교육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 졸업장은 이제 또 하나의 고등학교 졸업장과 같다.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근데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가는 학생이 있어서 되느냔 말이다. 가족 소득이 대학 진학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상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이미 대학 등록금이 없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못할 거 없다.


재원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을 것이다. 더 자세히는.. 상위 1%에게 세금을 걷겠다. 그럼 될 거다.



문 9) 음.. 알겠다. 지난 1차 경선 토론회에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지 않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그렇게 고고하게 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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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nn>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난 정치인들이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는 얘기로 시간을 때우는 것은 정말로 자원의 낭비이며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을 한다.


상대가 학창 시절에 무슨 잘못을 했는가를 이제 와서 따지는 것보다는 상대가 지금 의회에서 무슨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른데 도대체 비싼 밥 먹고 무슨 그런 시간 낭비들을 많이 하는지..


혹시 내가 구린 데가 많아서 그러냐고? 날 탈탈 털어봐라. 70이 넘은 나이에 나처럼 털릴 거 없는 사람도 드물 거다.


난 그러한 인생을 살아오질 않았다.



문 10) 지금까지 고난도 질문에 답변하느라 수고 많았다. 끝으로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만나 중동 문제 등에 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가? 궁금타.


사실, 미국에서도 아무리 정치를 많이 해도 국제적인 문제를 백악관 밖에서 알기는 무척 힘들다. 아마 클린턴 후보와 나를 공평하게 대함으로써 자신이 클린턴을 미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해명하고 경선 과정에서 흥행도 좀 해주고 그러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하여간 불러줘서 재미있는 얘기 많이 들었고 맛있는 거 줘서 잘 먹었다. 역시 바마는 노인을 공경할 줄 아는 것 같다. 기특한 젊은이야..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런 자리에서 오가는 얘기는 다 국가 기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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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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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 대선을 위한 민주당 후보 경선과정에 참여해 Feel the Bern! 이라는 구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과의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은하계 최초로 텔레파시를 이용해 진행하는 인터뷰를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 본지는 보통 했다하면 이 정도다.


결과적으로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사실 그 이전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힘, 수퍼팩의 지원 없이 오로지 개인 후원자들의 소액후원만으로도 기록적인 후원금 모금액수를 달성하고 있고, Feel the Bern 쇼핑몰의 상품들이 거의 매진 딱지를 붙이고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벌어들이는 거의 모든 돈이 몇십 년간 상위 1%들에게만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 월스트릿의 금융회사들을 아예 쪼개버리자는 그의 제안들이 미국의 일반인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소리이다.


샌더스의 주장들이 너무 과격한 거 아니냐고?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내 주장이 너무 과격한 게 아니라, 상위 1%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지금의 이 현실이 너무 과격한 거야. "



하기사, 사실상의 야당 대표가 보내는 난을 사실상 거절해 버리는 사실상 과격한 대통령 밑에서 살다보니 사실상 뭐가 과격한지도 모르게 되어 버린 지 너무 오래인 것 같다.


그리고.. 부럽다.








물뚝심송,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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