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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반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했다는 몇 년만의 눈폭풍 ‘정은’에 휘말린다. 눈폭풍 ‘정은’은 방향과 풍속을 예측할 수 없어 더욱 파괴적이었으며 한반도는 눈길을 달리던 중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해 외딴 푸른 기와집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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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푸른 기와집에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마리'라는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공교롭게도 작가 한반도의 열렬한 팬이었다. 아니 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반도의 방문에 뛸듯이 기뻐하며 자신이 한반도를 간호하여 회복시켜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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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까지 한반도가 쓴 작품들을 찬양하며 특히 한반도가 쓰고 있던 최근작 '통일'은 대박이 날 것이라며 한반도를 추켜세웠다. "어서 회복돼야 더 좋은 글을 쓰시죠." 한반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좋은 여자인가보다. 고마워요. 한반도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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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반도의 작업을 돕겠다며 역시 한반도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아버지의 유품을 가져왔다. 6~70년대 유행했지만 요즘은 별로 쓰지 않는 유신표 가방, '끓이면 된다'는 상표가 붙은 개발 냄비, 가카표 찻잔 등, 작가의 영감을 도울 것이라며 그녀는 끝없이 잡동사니를 내 왔다. 한반도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최대한 정중하게 그녀에게 건넨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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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통일'에 도움이 안된다구요."

이 한 마디에 마리는 돌변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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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당신이 내 아버지를 무시해?"


처음에는 싸늘했다. 다음에는 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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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비정상!!!!!!! 배신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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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뒤도 안 맞고 주문인지 무엇인지 모를 넋두리의 연속.


"이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작가님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만 차리고 나가면 작가님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할 거예요."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왜 말을 하면서 구글 번역체를 써요."


"누에가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라는 두꺼운 외투를 힘들게 뚫고 나와야 하듯이 작가님이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이룰 수 있어요."


"누에는 나방이 되지 나비가 되지 않소."


대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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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라는 대로 쓸 거야 안 쓸 거야. 정신을 집중하면 이 식칼로 바위도 뚫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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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통 여자가 아니구나. 한반도는 필사적인 탈출을 기도한다.

빌어먹을 눈폭풍 정은이 여전히 불고 있었지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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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들키고 말았다.


마리는 한반도를 침대에 꽁꽁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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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눈폭풍 정은으로부터 구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작품을 써야 해요. 명작 '통일'. 내 아버지가 벼 이삭에 붙였던 그 이름 통일. 내 아버지를 읍장으로 만들었던 통일주체읍민회의의 그 통일. 기차 이름으로 했던 그 통일. 저 눈폭풍 부는 북쪽을 깔아뭉개는 북진통일. 그런 통일을 써야해요. 그 외엔 다 필요 없어요. 아니 쓰면 안돼요. 못 쓰게 만들겠어요. 오 사랑하는 한반도. 나는 당신과 이미 결혼했어요. 당신을 눈폭풍으로부터 보호해야 해요. 눈폭풍이 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당신을 묶어두는 거니 이해하세요. 이 밧줄은 싸드표 밧줄이에요. 튼튼한 거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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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당신을 눈폭풍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어요. 당신은 걸을 수만 있다면 저 눈폭풍 속으로 나아가겠죠. 이 종북 같으니라고.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의 개성 있는 다리를 손 봐 드릴게요. 너무 개성넘치는 다리는 작가에게 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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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성이 싫어어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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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개성 있는 다리는 생명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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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그녀는 해머를 들고 서 있다.




"당신을 정은에게 내주느니 머리를 부숴 머리고 말겠어요. 더 이상 내게 얘기하지 말아요. 내 본명이 궁금했죠? 마리... 마리 안통하네뜨. 당신의 팬이에요."





 


편집부 주


어린 친구들을 위한 설명,

위 기사는 1990년 개봉한 영화

<미저리 Misery,1990>를

각색, 패러디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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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링크)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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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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