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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co.kr과 네이버는 다윗과 골리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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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



1. 네이버의 위상


네이버는 ‘line.co.kr’ 도메인 소유주와의 법정다툼에서 승소하였다. 얼핏보면 대기업이 약자인 개인을 상대로 권리를 빼앗은 것처럼 보인다. 네이버가 그만큼 독보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의 명실상부한 최강자는 네이버다. 전세계가 구글 영향력 아래 있지만 한국만큼은 예외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네이버의 지위는 굳건하다. 한국의 IT 기업 중 10년 넘게 현상을 유지하는 유일한 기업일지 모르겠다.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이해진 의장은 삼성SDS 출신, 이준호 의장은 숭실대 교수로 서울대 동문)에서 시작한 네이버는 2004년에 당시 1위 포털 사이트였던 다음을 넘어섰고, 지금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강자인 네이버는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은 네이버는 의도적인 순위 조작(특히 정치와 관련하여) 등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MB 정권 이후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김인성과 내리의 IT이야기> 참고).


자신의 독점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친정부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네이버는 사실상 국내 인터넷 환경을 흩뜨려 놓았다. 정권과 친하고 대기업과 친한 네이버에게 공정한 시장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 국내 상표권 소송, MS VS 양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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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에서 판매중인 양지사 윈도우 다이어리


국내 상표권 다툼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2000년 MS와 양지사 판결이다. MS는 1994년 양지사를 상대로 ‘윈도우(Window)’에 대한 상표등록 무효청구소송을 제기한다. MS는 1993년 윈도우 95를 발매하기 앞서 특허청에 ‘Window’에 대한 상표출원을 시도했으나 양지사가 먼저 등록을 한 상태였다. 양지사는 1980년 상표등록 후 윈도우(Window)라는 상표로 꾸준히 다이어리를 제작해왔고, 1993년 당시엔 상표권을 경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표권은 3년이내 경신하지 못하면 권리를 잃을 수 있고, MS는 이런 조건을 내세워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MS의 손을 들어줬으나 6년간 공방 끝에 대법원은 ‘3년 이내의 기간에 이 상표를 사용한 사실이 추정된다’는 이유로 양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상표권 싸움에서 90년대 세계 최고 기업인 골리앗 MS는 중소기업인 다윗 양지사에 여지없이 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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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iFone과 애플의 iPhone 소송


상표권 소송은 MS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12년 멕시코에서 애플 ‘iPhone’의 상표권이 멕시코 IT회사 ‘iFone’과 음성학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로 소송이 있었다. 2003년 멕시코에 iFone이라는 콜센터 외주업체가 상표법의 ‘클래스38(텔레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에 ‘iFone'이라는 상표를 등록한다. 시간은 지나 2009년, 애플에서 클래스38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FaceTime 등의 서비스를 원활하기 사용하기 위해 멕시코 법원에 소송을 한다. 2009년 당시 사용하지 않는 'iFone'의 상표권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법원은 이를 거절하였다. 법원이 상표권리에 대하여 멕시코 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사실 이 소송은 아이폰 판매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상표권은 모든 분야에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애플 컴퓨터와 비틀즈의 회사로 유명한 애플 corps가 상표권에 합의를 한 이유는 동종 업계가 아니기 때문이다(물론 소송을 안 했던 건 아니다). 2001년 이후 애플 컴퓨터가 애플 corps와 상표권 소송을 했는데, 애플이 iTunes로 애플 corps와 같은 업종인 ‘음악 산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MS vs 양지사 상표권 대법원 소송'에서 양지사의 배타적인 상표권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양지사는 수첩과 다이어리를 만드는 회사이고 MS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혀 다른 업계다. MS가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컴퓨터 관련 산업에서는 MS가 출판물에서는 양지사가 상표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판결했는데, 양지사는 MS와 승소 후에 다시 소를 제기했다. MS는 소프트웨어 회사이지만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출판물로 볼 수 있었기에 Window에 대한 배타적인 상표권리가 아니라 출판 등 서적에 대해서 소를 제기하였다.


이처럼 상표권은 특정 분야에 대하여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그렇다면 최근 있었던 '네이버 vs line'에선 어떨까?



3. 앉으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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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주인(cyper-squatter)


인터넷 주소를 인간이 알아 볼 수 있도록 문자로 바꾸는 것이 Domain Name이다. 지금 접속하고 있는 딴지 IP 주소는 104.20.7.84이고 도메인 주소는 'ddanzi.com'다. 90년대 웹브라우저가 인터넷을 강타하자 자연히 도메인의 가치가 높아졌다. 그래서 유명한 도메인을 미리 선점하는 두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이들을 ‘사이버 스쿼터(cyber-squatter)’라고 한다. ‘스쿼터’는 자기 땅이 아닌 곳에서 비켜주지 않고 쭈그리고 앉는 것을 뜻하며, ‘사이버 스쿼터’는 상표권 없이 도메인 네임만 가로채는 사람들을 말한다.


1994년 미국에서 조슈아 쿼트너라는 사람이 McDonalds.com의 도메인을 등록하며 자신의 전자 우편 주소(ronald@McDonalds.com)로 사용했다. 맥도날드 사는 도메인을 차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둘은 3,500달러(약 5백만 원)에 합의했다(쿼트너는 이 금액을 어느 공립학교의 인터넷 시설비 명목으로 기증한다).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스커트가 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추후 엄청난 패착이 된다. 1994년 미국의 학력평가회사 프린스턴 리뷰(Princeton Review)는 경쟁업체인 카플란 교육센터의 고객을 훔치기 위해 ‘kaplan.com’ 도메인을 등록한다. 프린스턴 리뷰는 해당 사이트에 카플란 교육센터를 욕하는 내용으로 도배를 하였고, 화가 난 카플란이 상표권 위반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소를 제기한다. 카플란의 승소로 결국 kaplan.com 도메인은 카플란 교육센터의 것이 되었다.


90년대를 지나면서 사이버 스쿼터가 원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투기의 목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상표권 소유주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도메인 자체가 권리일 수 있지만, 미국 판례가 그 주장과 ‘투기’인지를 고려하였다. 그리하여 금전 혹은 비방을 일삼는 사이버 스쿼터에 대하여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시간이 돈이다. 도메인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결국 이해 타산이 빠른 기업은 적정한 선(금액)에서 합의를 한다. 개인인 사이버 스쿼트도 또한 소송이 일어날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기도 한다.



4. 네이버 VS 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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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co.kr과 cafe.naver.com/roadmarking로 접속할 수 있음


미국 판례는 ‘비상’과 ‘투기’를 목적으로 도메인을 선점할 경우에 원 상표권자에 권리를 이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 국내는 어떨까? 사실 국내 도메인에 관련하여 소송까지 간 경우는 드물다. 90년대 중반 애플사도 ‘applecomputer.co.kr’의 도메인을 확보하지 못했다(소리 소문 없이 마무리 되었는데 어떻게 합의했는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우선 네이버와 line.co.kr의 상황을 요약해 보면,


(1) 2010년 4월, 도메인 소유자인 차선도색협회가 ‘line.co.kr’을 등록
(2) 2011년 6월, 네이버가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서비스를 시작
(3) 2014년 4월, 네이버가 국내에서 ‘상표권’을 취득
(4) 2014년 12월, 도메인 line.co.kr을 경쟁사 다음카카오 홈페이지로 연결


여기서 쟁점은 도메인 등록과 사용에 있어서 목적이 부당한지다.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가능성
2) 저명한 명칭, 상호의 식별력 손상
3) 부당이득(투기)성
(관련 법률 제12조, 제18조의2)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부정한 목적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법원에 그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제18조의2 (판단기준)
① 피신청인이 등록한 인터넷주소의 사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조정부는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를 신청인에게 이전하도록 하거나 말소하는 조정결정을 할 수 있다.


1.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의 사용이 국내에 등록된 신청인의 상표, 서비스표 등 「상표법」에서 보호되는 표장(이하 "표장"이라 한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의 사용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신청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


3.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의 사용이 국내에서 저명한 신청인의 성명, 명칭, 표장 또는 상호 등에 대한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경우


②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의 등록•보유 또는 사용이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인터넷주소의 등록 또는 사용을 방해하거나 성명, 명칭, 표장 또는 상호 등에 대하여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게 판매•대여하려는 등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행하여진 경우에도 조정부는 제1항과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의 인터넷주소가 피신청인이 정당한 권원을 가지고 있는 성명, 명칭, 표장 또는 상호와 동일하거나 그 밖에 피신청인이 인터넷주소의 등록이나 사용에 정당한 권리나 이익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조정부는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본조신설 2009.6.9]


line.co.kr 소유자의 경우,


1)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가능성

상품이나 영업에 있어서 혼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도메인 소유자는 ‘차선도색협회’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무관하다. 하지만 법원은 정황을 들어 영업에 있어서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2) 저명한 명칭, 상호의 식별력 손상

이 부분은 좀 애매하다. line이 비단 네이버에서 사용되는 용어라고 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naver’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겠지만 ‘line’을 저명한 이름이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법원은 단시간 내(작년)에 6억 명을 돌파하여 빠른 성장을 하고 있고, 상표권 등록을 마친 네이버가 ‘line’ 명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차선도색협회 인터넷 카페 원래 주소가 line과 무관한 'cafe.naver.com/roadmarking'이기에 line을 사용한 것이 의도적이고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부당이득(투기)성

법원은 line.co.kr 소유자가 실사용 의지가 없는,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결했다. 소유자는 권리 이전 비용으로 10만 달러(1억 원)을 요구했고, 이 요구가 법원이 ‘부정한 이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또 미국 판례에서처럼 경쟁사인 카카오 홈페이지에 연결한 것을 법원은 ‘비방’으로 판단하였다. 결국 법원은 네이버가 요구한 30~100만 원 협의에 손을 들어주었다.



5. 해프닝, 심심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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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진우 기자 트위터 @jinu20)


이게 다 도메인 소유자가 무지하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닐까 싶다. 도메인 소유자가 네이버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면 자신에게 더 이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부당이득에 대하여 매우 박해서, 도메인 금액으로 1억 원을 부당하다(부정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맥도날드의 사례처럼 미국에서도 혼동 없이 사용할 경우에는 도메인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면 이 심심한 사건에 대하여 네이버를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네이버가 걸어오고 행하였던 ‘사실’들 때문이다. 친정부적으로 순위조작과 특정기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일 등을 해왔던 전적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네이버보다는 ‘line.co.kr’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한 개인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이에 네이버도 눈치를 보는지 line.co.kr에 대하여 사용권을 주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메인 소유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이 사건은 해프닝에 가깝다. 하지만 이 해프닝으로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네이버는 더 깊이 있게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네이버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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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trexxcom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