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Food.jpg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서도 말이야. 일반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들 중에 동물성 단백질이 불에 그슬려 나는 냄새, 기름과 재료를 가열하면서 볶아질 때 나는 고소한 냄새, 탄수화물, 설탕을 위시로 단당류, 다당류가 열받으면서 퍼지는 냄새는 배꼽 시계의 알람 여부를 떠나 음식을 삽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며 위가 추~욱 늘어지게 한다는 걸 누구나 공감할 거야.


이런 자극을 실현시키는 음식들엔 삼겹살, 연탄불고기, 갈비 등을 위시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른 점심시간이면 골목에 자리한 중국집에서 어김없이 풍겨져 오는 짜장 볶는 냄새 또한 빠질 수 없겠지. 그래서, 오늘은 중국집 음식, 그 중에서도 짜장, 짬뽕에 대해 두서없이 얘기하려고 해.



htm_2010041305111730003010-001.JPG



먼저 내 얘기를 좀 하면, 돌아서면 배고 팠던 꼬마였던 시절. 버스 타고 6정거장만 가면 중국집을 하시는 외삼촌이 있었어. 2살 어린 쌍둥이 동생들도 있었고. 그 친구들하고 놀 수 있을 뿐 아니라. 때가 되면 짜장, 짬뽕,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던 외삼촌 댁은 어린 시절 생각해도 버스비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놀이터였던 셈이지.


기특하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였음에도 명절 때 시골댁에서 어르신들이 고스톱을 치다 1타 2피, 3피를 가지고 가면, 왜 미소짓는지 간접적으로 '체험 생존의 현장'을 알 수 있었던 본인인지라... 눈치보여 제 집 드나들 듯 가지는 않았어.


여하튼 외삼촌 댁에 놀러 가면, 점심 시간을 보낸 후 늘 따로 볶아서 달콤/고소하면서도 불냄새가 나던 짜장을 포함해서 드문드문 들리는 조카와 아들래미들에게 먹이려다 보니 좀 더 커스텀하게 만들어 주시던 그 중국음식들이 어릴 때부터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어.


입에 풀칠하느라 여기저기 거쳐를 옮기는 과정 중에서도 제일 먼저 했던 게 그 동네, 지역 중국집(치킨집과 함께)부터 순회하고 단골 중국집을 지정하는 일이었고. 지금도 타지로 출장가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면 중국집부터 검색할 만큼 중국음식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끼니 또는 안주 뭐 먹을까 고민할 때 분위기 살피며 중국음식에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지지.


뭐 일단 여기까지 중국음식 성애자로서 꼴리는 정도는 이것으로 쫑내고 짜장, 짬뽕에 대해서 얘기하면.



71755994.jpg



zazamen010.jpg



짜장은 여러 형아/언니들도 간짜장, 짜장, 쟁반짜장, 유니짜장, 사천짜장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거야.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얘기했었고. 그렇지만 뭘 먹을까 방황하는 가슴과 뇌에 각인을 새기는 차원에서 단세포적으로 짚어 볼게.


간짜장은 전분물 없이 볶아내는 것이고, 짜장은 간짜장처럼 볶은 재료에 뜨거운 면수나 육수를 들이붓고 전분물을 풀어 걸쭉하게 한 소끔 끓이는 거, 쟁반짜장은 간짜장에다 면을 볶아서 내놓는 거, 유니짜장은 재료에 칼질을 좀 더 많이 한 거, 사천짜장은 고추기름이나 두반장에 타이고추 혹은 쥐똥 고추를 넣어 볶았다 정도 생각하면 될 거 같아(원래 사천의 의미는 차치하고 말야).


중국집에 짜장, 짬뽕만 있나? 뒷골목 혹은 동네 중국집에도 있을 것들은 있잖아. 간짜장, 볶음밥, 탕수육, 군만두 등 버라이어티한 주문에 대응하려면. 주방장 형아가 짜장을 일일이 볶아서 맛을 낼 여력이 없어. 속도와 그릇 회전률이 생명인 중국음식 특성상 짜장이란 요리/음식은 짬뽕과 함께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하는 메뉴야. 여기에서 안타까움이 발생해.



DSC00409.jpg



보통 주방장 형아 홀로 주방에서 독고다이 하는 데는 흔치 않고 보조가 면 뽑고 짜장소스/잠뽕 국물을 얹어 내고. 주방장 형아는 볶고 튀겨야만 하는 메뉴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때 맞춤 숙련'이 들어간 간짜장이 보통짜장보다 값을 더 쳐 줘야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고.


그러다 보니 짜장은 보통 커다란 솥에 많이 만들어 놓고 손님에게 식지 않은 짜장을 내놓지 않기 위해 약한 불에 올려놔. 그런데 이미 완성된 짜장이 계속 열 받으면 재료들, 특히 채소들이 적정 열보다 더 많이 받아 푸~욱 익게 될 수 밖에 없어. 퍼진다로 표현될 수도 있고. 그래서 일정 시점이 지난 짜장은 볶아 놓았던 짜장이 아니라. '끓여 놨던 짜장'이 돼. 본래 짜장 맛을 잃게 되는 거지. 그 맛은 분명 탄 맛은 아니고 탔다라기에도 뭐한 씁쓸한 뒷 맛이 올라오게 돼. 그래서 늦은 점심으로 짜장을 대할 때면 매일 먹던 그 집이라도 맛이 좀 달라졌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 이치야(뭐 못 느끼면 하는 수 없고).


그래서, 난 짜장을 먹고 싶으면 좀 무조건 이른 시간, 11시 20분 ~ 40분에 입장하거나 주문시간이 시작되면 배달 주문을 넣어. 그래야 끓여 놨거나, 볶아 놨던 짜장도 아니고 '볶은 짜장'을 먹을 수 있거든. 여차저차 여의치 않아 시간을 넘기거나 누가봐도 늦은 시각엔 '때 맞춤 숙련'이 들어간 간짜장이나 볶음밥을 먹어. 뭐 물론 원래 재료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여담으로, 간짜장 혹은 쟁반짜장을 먹은 뒤 그릇에 형아/언니의 침으로 인해 물이 많이 생겼다 싶으면 그 집에선 간짜장/쟁반짜장은 선택지에서 제외시키는 게 좋을 듯 싶어. 간짜장이든 쟁반짜장이든 주문 즉시 볶아내는 것이 정석인데 일부 중국집에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끓여 놓은 짜장에다 재료 몇 가지만 더 넣어 불만 쬐였다고 간짜장이니, 쟁반짜장이니 내놓은 경우가 가끔 있거든. 그래서 어떤 양파나 양배추는 흐물흐물 거리는 반면에 어떤 녀석들은 쌩쌩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어.


그렇다고 따질 수 없는 노릇이니 그냥 넘어가 줘. 그 집의 레시피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거든. 그냥 다음 번에 주문을 안 하거나, 그 집을 안 가면 되는 현명한 방법이 있으니까. 



71755994.jpg




향원4.jpg



짬뽕이 볶음 요리냐 국물요리냐에 따른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짬뽕은 탕요리가 아니라는 것에는 일치를 볼 거야. 짬뽕은 국물요리이긴 하지만, 그 맛의 기본이자 핵심은 볶음에 있어. 불맛 나는 짬뽕이 맛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쎈 불에 볶음이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럼에도 국물짬뽕이 볶음짬뽕(동네에 따라서 쟁반짬뽕이라 하더라)과 구분되는 건 육수를 통한 맛의 어우러짐에 있거든. 짬뽕에 쓰이는 닭(라고 쓰고 치킨스톡), 돼지고기, 사골 등에 기반한 다양한 육수들이 있어도. 뭐니뭐니 해도 불에 그슬린 야채와 고기, 해물과 앞서 이야기한 육수와의 콜라보(그래서 짬뽕이지 않을까 싶어)가 짬뽕의 정체니까.


그러면 짬뽕은 언제 먹어야 할까?


짬뽕도 역시 커다란 솥에 미리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고 뎁혀 놓고 있는 상태일 경우가 많아. "짬뽕은 탕요리가 아니다"란 멘트에서 뇌가 섹시한 형/언니들은 알아차렸을 거야. 탕이 될 때까지 끓이고 기다려 줘야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지. 하지만, 짬뽕이 국물요리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봐. 그니까, 국물에 재료의 맛이, 말그대로 짬뽕될 때가 타이밍이란 얘기지.


뭐 요즘은 짬뽕 전문점들을 표방하는 중국집(?)들이 많이 생겨나서 맛난 짬뽕을 먹을 기회 역시 많아진 건 사실이야. 가격도 조금 높고. 그러한 집들의 공통적인 핵심은 주문 즉시 볶아내고, 끓여 내놓는다에 있거든. 그럼에도 여전히 한 손엔 차이나 웍, 한 손엔 국자를 잡고 휘감아 돌리고 뒤집는 손맛 좋은 주방장 형아가 하는 중국집 짬뽕이 더 떙기는 건 내 개인 취향이니 뭐 넘어 가고.



dnd1g5.jpg



불 세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짬뽕탕이 되기 전까지, 그니까 채소의 식감이 살아있을 때까지로 마지노선을 잡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짜장보다는 한 템포 늦은 시간이 될 듯 싶네. 대부분의 점심식사 시작은 12시니까 얼추 맞기도 하네.


이게 정답이 아닌 것은 은근히 푹 고와서 묵직한 바디감을 좋하는 형/언니들도 있으니까 이런 형/언니들에겐 해당사항이 없고.


그리고 우리 곁에 배달해 주는 중국집만 있는 건 아니잖아? 배달을 거부하며 가오를 달리한다며 짜장 하나에 만원씩 하는 차이니즈레스또랑도 있잖아. 그런 데는 주방에 있는 인력규모가 다르니까 보통 짜장도, 짬뽕도 주문 즉시 볶아서 내놓는 경우가 많아. 가오가 달리 가오겠어? 또한 들어가는 재료도 짜장에는 기본 재료 뿐 아니라 죽순, 짬뽕에는 청경채, 관자 등 상대적으로 고급진 재료들도 더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갓 만들어 낸 짜장 짬뽕이 좀 더 비싼 이유, 달리 이야기해 더 가치가 있는 이유. 나는 재료도 재료지만. 외삼촌이 해주신 커스텀 짜장 짬뽕을 추억하며 중국음식을 마주하다 보니까 짜장, 짬뽕을 가장 맛있는 시점에 내 놓으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더라구.

 

그 시간이 지나면 볶아놨던 짜장이 되고, 푹 우려낸 짬뽕탕이 되는 거거든. 그래서 주방장 형아의 손님을 위한 '때 맞춤 숙련'의 결과로써 먹는 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시간도 존재한다는 것이지. 뭐든 맛있게 잡사 주시는 형아/언니들은 이런 뻘 짓... 스킵해도 되고.

 

어렸을 적 차이나웍을 큰 동작으로 돌리던 외삼촌을 바라보고 있자면, 다칠까봐 멀리 서게 할 정도의 화력과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내시던 모습들이 생각나. 중국음식은 시간과 불이 생명이라 하잖아. 조리를 끝내고 "자~ 먹어라" 하며 새로이 완성된 짜장, 짬뽕을 내 놓기까지 그 시간.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며 먹는 순간. 그 순간이었기에 더 각인되고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나봐. 그리고 지금껏 짜장 짬뽕을 마주하는 삶의 한 모습이고.

 

뭐 그렇다고 그 시간 지난 것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맛있게 먹자고 하는 얘기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고. 


아무튼 정리하면, 맛있는 짜장, 짬뽕


1. 볶아놨던 짜장이 아니라 '볶은 짜장'을 먹으려면, 좀 이른 점심으로 11시20분 ~ 40분이나 주문시간 초기

2. 끓여 놨던 짬뽕탕이 아닌 '볶고 끓인 짬뽕'을 먹으려면 짜장보다 한 템포 늦은 시간이지만 마지노선은 존재 한다는 것

3. 그 외에는 무조건 간짜장(쟁반짜장 포함) 또는 볶음밥으로 고고

4. 돈 많고 시간 많으면, 차이니즈레스또랑으로

5. '때 맞춤 숙련'의 결과는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나 요리를 하는 사람 모두에게 더 효용과 가치가 있다




오늘에 뻘 글  끝.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좋은 솜씨에도 중국집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외삼촌 생각하니... 갑자기 눈 두덩이가 후끈해 지네 씨바...)




120130402000424.jpg





편집부 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독자투고 청음만소


편집 : 딴지일보 꾸물